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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62화 (61/216)

62화. 제국의 변호사

다음 날이 밝고 나는 아침부터 가볍게 산책에 나섰다.

“개도 한 마리 키울까?”

저 앞에서 주인과 신나게 뛰어놀고 있는 셰퍼드 한 마리가 보였다.

개와 고양이는 서로 성격이 다르다 보니 싸우긴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키우면 잘 지낸다고 들었는데...

요즘 부모님이 팡이 보는 맛에 살고 계신 것 같은데, 여기에 한 마리 정도 더 데려와도 괜찮을 것 같았다.

슬슬 노후를 준비하실 나이이신데 애완동물을 키우며 평화롭게 지내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그건 부모님한테 물어봐야지.’

팡이까지는 나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서 입양을 결심했지만, 글을 쓰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부모님한테 부탁드려야 했다.

이 와중에 내 마음대로 동물을 또 데려오면 부모님한테 부담이 갈 수 있으니, 의견을 나눈 다음에 결정하는 게 좋겠지.

“끄응..... 그래도 요즘에는 아침에 산책할 시간이 있어서 좋네.”

최근 삶에 리듬이 생겨서 그런지 아침에 산책할 시간이 있었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한 시간 정도 길을 걷다 보면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서 최근에는 꾸준히 산책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걷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갑자기 택시 한 대가 우리 집 문 앞에 멈춰 섰다.

“응?”

택시에서 메디슨 누나와 함께 어딘가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가진 중년의 남성이 자리에서 내렸다.

‘저 사람은......’

미션 컴퍼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람.

미션 컴퍼니에 대한 분쟁이 있을 때마다 대리인으로 전면에 나서는 사람.

월드 미션 그룹 법무팀 실장인 조니 A 데이즈 변호사였다.

“어? 제임스? 어디 갔다 오는 거야?”

“잠깐 산책 좀 하고 왔는데...... 무서운... 분이랑 같이 왔네?”

옆에 있던 조니가 어울리지 않게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저 그렇게 무서운 사람 아닙니다. 작가님.”

무섭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 중에 안 무서운 사람이 없었다.

***

하루 만에 그것도 아침에 올 줄은 몰랐기에, 나는 산책복을 입은 상태 그대로 조니와 근처 24시간 식당으로 갔다.

스티븐과 루시아를 데려왔던 그 식당이었다.

“누나가 사게?”

“제가 사겠습니다. 하하!”

“아뇨. 그냥 제가 살게요. 마음껏 드세요.”

“그럼 사양 않고 먹겠습니다.”

나는 언제나처럼 베이컨에 토스트, 딸기잼과 달걀프라이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있겠군요. 저를 아시는 것 같지만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조니 A 데이즈라고 합니다. 현재 월드 미션 그룹 법무팀 실장으로 있죠.”

“모를 리가 없죠. 유명하시니까요. 제임스 권입니다. 그냥 편하게 제임스라고 불러주세요.”

“하하! 반갑습니다, 작가님! 저도 편하게 조니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어딘지 모르게 조니의 기분이 업돼 있는 것 같았다.

제임스는 모르고 있지만, 메디슨은 지금까지 미션 그룹이 제임스한테 얼마나 많은 구애를 했는지 알고 있었다.

글에 집중하고 있는 제임스를 위해, 메디슨이 사전에 전부 차단했기에 제임스는 그저 미션 컴퍼니가 날 적극적으로 원한다 정도로만 알고 있는 상태였다.

조니는 하루에 한 번 메디슨한테 전화를 걸 정도로, 제임스를 만나고 싶어 했고 오랜 시간 끝에 드디어 만난 것이다.

화가 난다? 자존심이 상한다?

그런 건 없었다.

그냥 드디어 만날 수 있다는 마음에 안도의 한숨만 연거푸 나올 뿐이었다.

“우선 이걸.”

조니는 나한테 작은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뇌물이 아닙니다. 저는 선량한 시민으로서 20달러 이상의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아. 네.”

“물론 저희와 계약해주신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요.”

“하하.....”

“물론 저희와의 계약을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저희의 계약조건을 들어달라는 간절함만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네. 그렇게만 생각하겠습니다.”

조니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내가 들고 있는 상자를 손으로 가리켰다.

“우선 상자를 열어보시죠.”

고급스럽게 포장되어있는 상자를 열어보니 그 안에는 월드 미션 컴퍼니를 상징하는 배지가 ‘도금’된 상태로 포장되어 있었다.

도금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색이 밝지 않고 누리끼리했다.

“이거 미션 월드에 가면 파는 기념품 아닌가요?”

“하하하하! 맞습니다! 포장 가격까지 합해서 총 19달러가 나왔습니다.”

나는 유쾌한 미소를 지으며 상자에서 도금된 배지를 꺼내 들었다.

“작가님. 제가 그 선물을 드린 이유를 아시나요?”

“글쎄요? 재미를 위해서?”

“그것도 맞지만, 그저 현재 미션 컴퍼니의 ‘상황’을 보여드리고자 준비한 것입니다.”

“상황.... 말인가요?”

“예.”

미션 월드에 가면 파는 기념품이었지만, 이 기념품은 오랫동안 팔리지 않았는지 도금 빛이 바랜 지 오래된 것 같았다.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네요.”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찬란했던 월드 미션의 전성기 때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그 배지는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

“월드 미션은 언제나 문화컨텐츠의 제국이라 불릴 것입니다. 전 CEO가 명성을 떨어트렸어도 미션 컴퍼니는 항상 문화사업의 정상을 차지하고 있죠. 그건 과거,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이유를 아십니까?”

“탄탄한 팬층..... 그리고 그 팬층을 유지하기 위한 자본.”

“맞습니다. 미션 컴퍼니에 소속되어 있는 수많은 작품들은 확고한 팬층이 있습니다. 마치 빨래를 하는 것처럼 ‘몇십 년 동안’ 쥐어짜고 있죠.”

“......예?”

“작가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월드 미션 컴퍼니를 먹여 살렸던 작품들을 지금까지 몇십 번을 우려먹었습니까? 지금은 화이트워싱, 블랙워싱 논란에, 동성, 성차별 논란 때문에 작품의 내용 또한 변하고 있습니다.”

“.....”

“동양인 역할에는 동양인을 쓰고, 흑인 역할에는 흑인을 써야지요. 맞는 말입니다. 이게 정답이죠..... 정답입니다. 근데..... ‘돈’이라는 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여자인 주인공을 남자로 대체하고, 동화 속 계모를 흑인 게이 남성으로 바꾸고, 자유를 위한 스토리에 공산주의 여배우를 캐스팅하고..... 이게 과연 원작을 제대로 대변하는 작품이라는 걸까요?”

“하고 싶으신 말이 뭡니까?”

조니는 오랫동안 미션 컴퍼니에 몸을 담갔다.

그렇기에 기업이 현재 어떤 식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한 번 무너진 명성, 그럼에도 ‘제국’이라는 별명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국의 명성이 계속 떨어진다면 언젠가 허물어질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조니는 잔혹할 정도로 미션 컴퍼니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오직 나에게 진실만을 말하려고 하는 것처럼.

“너무 녹슬었다고 말하고 싶군요. 과거와 너무 달라졌습니다. 요즘 미션 월드는 솔직히 ‘재미’보다는 사회의 흐름을 너무 인식하는 느낌입니다. 쉽게 말해 재밌는 내용조차 여러 검열 때문에 서서히 고갈되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럴 리가요.”

명성이 떨어졌어도 여전히 제국이라 불리는 미션 컴퍼니다.

동화의 실사화부터 시작해서, 히어로 영화, 판타지 영화 등 분기마다 재밌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낸다.

뿐만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는 상당 규모의 M&A를 진행하여 더욱 많은 영화를 품게 되었다.

“그럼 작가님 최근에 미션 컴퍼니에서 가장 수익을 많이 올린 영화가 뭔지 아십니까?”

“여름 왕국?”

“아니요. 라이온 엠페러의 실사화 영화입니다. 애니, 3D애니까지 해 먹었으니 실사화까지 하는 겁니다. 즉, 과거에 인기 있었던 작품을 다시 가져와서 주야장천 해 먹는 겁니다. 오래전에 한 편으로 끝났던 ‘놀라운 초능력 가족’의 2편을 지금에 와서 내고, 인기를 끌었던 여름 왕국을 우려서 2부를 만들었습니다. 이게 현재의 미션 컴퍼니입니다. 너무 고였어요.”

“......”

“크흠. 너무 흥분했군요. 그냥 개인적인 생각이라고만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예.....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조니의 말은 요약하자면 이거였다.

히트하는 작품은 서서히 적어지고, 과거의 것을 대물림한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회사 사정에 깊게 관여하고 싶지 않아.’

깊은 듯하면서도 옅은, 그저 평범한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

“저는 작가님이 가지고 계신 배지를 다시 새것으로 아니, 순금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건 저만의 의지가 아닌 노아 올슨 대표님의 뜻이기도 합니다.”

흠칫!

노아 올슨이라는 이름엔 무거운 무게가 실려 있었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세계에 영향력을 미칠 정도였으니 말이다.

“조금 부담스럽네요.”

“저희는 작가님한테 저희의 모든 것을 걸 자신이 있습니다. 대표님이 작가님을 만나면 이 말을 꼭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어떤 말인가요.”

“‘새로운 시대를 함께 만들어 갑시다.’라고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후우.”

차라리 계약을 한 후에 저 말을 들었다면 어땠을까?

계약을 하기도 전에 나를 대상으로 한 원대한 꿈을 들으니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지.’

미션 컴퍼니에서는 다양한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성공을 거뒀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물론 손익분기점은 넘었으니 투자자들 입장은 상관없지만, 문제는 제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름 왕국 같은 센세이션한 작품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렇기에 미션 컴퍼니는 원한 것이다.

인기 있는 신인 작가, 신선한 작품, 미션 컴퍼니 비전에 어울리는 스토리를 말이다.

“그래도 전 CEO가 돈은 많이 벌고 갔습니다. 계약에 관해선 최고의 대우 그 이상을 해드릴 수 있습니다.”

조니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내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음식 나왔습니다.”

대화가 너무 길었는지 음식이 나왔고, 산책하느라 지쳤던 뇌와 몸은 에너지를 요구하고 있었다.

“우선..... 밥부터 먹고 얘기해도 될까요?”

***

보통 작품이 영화화가 되면 3개의 권한 때문에 저작권자와 제작사가 논쟁을 벌인다.

하나는 영화의 파생상품에 대한 권리인데, 그건 보통 영화 제작자한테 쥐여준다.

파생상품으로는 영화 홍보, 프로모션용 간단 문학, 후속작, 리메이크 등이 있다.

“모두 작가님의 검토를 우선순위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두 번째는 일정 기간 동안 제작사가 영화를 제작하지 않으면 다시 저작권을 돌려받는 것이다.

“사인하는 즉시 움직일 예정입니다.”

세 번째는 제작자가 시나리오를 제한 없이 변경할 수 있는 권리였다.

블루스타게이트는 나와 상의를 통해 시나리오를 적었지만, 보통이라면 제작자가 모든 권리를 가진다.

“시나리오가 마음에 안 드시면 다른 각색 감독님을 섭외할 생각도 있습니다.”

영화화 진행에 있어 보통 내 저작권은 잠시 동안만 제작사에 임대 혹은 판매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니의 행동은 마치 모든 결정은 내 손에 달려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희 월드 미션 컴퍼니는 작가님께 최고의 대우를 약속하겠습니다.”

조니의 말에 나는 잠시 곰곰이 생각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세 가지만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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