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67화 (66/216)

67화. 북 페스티벌

뉴욕 브루클린에서 이루어지는 북 페스티벌은 세계에서 유명한 문학 축제 중 하나다.

책을 즐길 수 있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축제로, 그곳에 가면 다양한 이벤트와 놀거리가 있었다.

매년 9월 중순에 축제를 시작하는데 이유는 미국의 어린이날이 이 기간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매해 수백 명이 넘는 작가들이 참가해 책 소개, 강연, 워크숍, 토론, 사인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지고, 거기에 하버드, 프린스턴, 컬럼비아, 뉴욕 대학 출판사들과 수백 개의 출판사도 참여한다.

‘옛날부터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는데.’

그곳에 가면 세일하는 책들을 찾을 수도 있었고, 구하기 어려운 책을 중고책 가격으로 얻을 수 있다고도 들었다.

시인이 시 낭송을 하고, 음악가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등 문학인들의 축제였다.

“제가 알기론 그 축제는 중간 작가들을 위한 것이라고 들었는데요.”

신진 작가, 중견 작가와 달리, 그 어느 곳에도 속해있지 않고 후원과 작업의 사각지대에 몰려 있는 작가를 중간 작가라고 한다.

즉, 중간은 가는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것이다.

-아. 그거라면 괜찮아요. 중간 작가들이 문학상을 받는 것뿐이니까요. 실제 베스트셀러를 쓰신 작가분들도 와서 축제를 즐기세요.

“음......”

-근데 축제는 내일부터 시작하고 일주일 동안 진행돼서..... 축제에 오시려면 빨리 결정하셔야 해요. 미리 말씀드릴 걸 그랬네요.

본래 빌 에이든 미디어는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작가들 중 중간 작가들만 데려갈 생각이었을 것이다.

북 페스티벌의 목적 중 하나가 이름을 알리지 못한 중간 작가들이 쓴 작품을 홍보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사인회 하기엔 좋은 장소기도 하지.’

에밀라는 제임스에게 괜한 부담을 주는 것 같아 일부러 말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드래곤 원 작가가 참석해주기만 한다면 빌 에이든 미디어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일 것이다.

“에밀라는 내일 가나요?”

-이미 다른 직원들이 출발해서 저는 가지 않지만..... 제가 작가님의 담당 매니저다 보니까, 작가님이 가시면 저도 가긴 할 거예요.

“음......”

-물론 민폐는 아니에요! 저도 축제에 가본 적 없어서 언젠가 한번 가고 싶기도 했거든요!

“집에 아이들도 있으신데.... 며칠 동안 뉴욕에 있는 건.....”

-괜찮아요. 아이들도 같이 가면 되는 걸요? 브루클린 축제는 어린이날이 끼어 있어서 아이들도 좋아할 거예요.

“그럼..... 음. 가게 된다면 하루 동안만 축제를 즐길까 하는데.... 내일 바로 출발해서 그 다음 날에 사인회를 해도 될까요?”

-아. 그럼 내일 비행기 잡아드릴게요.

“아뇨. 괜찮아요. 비행기하고 호텔은 제가 예약할 테니까 거기 위치만 알려주세요.”

-넵! 그렇게 할게요! 아. 근데..... 아무래도 저는 내일 바로 가는 건 무리일 것 같아요. 갑자기 예약이 잡힌 거라 맡았던 일은 끝내고 가야 할 것 같아서요! 아마 사인회 당일에나 도착할 것 같은데.... 괜찮으실까요?

“그럼 이렇게 하죠. 일주일 동안 연다고 했으니 저만 내일 뉴욕으로 출발할게요. 그 다음 날은 축제 구경 좀 하고..... 지금부터 3일 후에 사인회를 하면 되겠네요.”

-그렇게 하셔도 시간 괜찮으실까요?

“어차피 [리턴 패션 디자이너]도 1권 완결까지 적어놔서 괜찮아요.”

-어? 벌써요?

“네. 아무튼 그렇게 해도 될까요?”

-네! 그럼 저도 좋죠! 그럼 내일모레 뵐게요!

“네. 그럼 그때 봬요.”

전화를 끊고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축제라......’

어릴 적 꿈으로만 꿨었던 그 문학 축제였다.

이렇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참가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묘하게 설레네.’

***

3일 동안 뉴욕에 있을 예정이라, 나는 새벽부터 짐을 싼 다음 비교적 늦은 오전에 출발했다.

“그럼 갔다 올게요.”

“올 때 팡이 간식 좀 사와.”

“3일 후인데요?”

“딱 3일 후에 간식이 떨어져.”

“그보다 팡이가 간식 때문에 살이 찐 건데, 또 간식 먹이는 거예요?”

“월슨가가 추천해준 간식이 있어. 그거라면 조금씩 먹여도 괜찮다고 하더라고.”

엄마는 월슨가가 추천해준 간식 사진을 나한테 메시지로 전달했다.

“예상보다 더 늦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사와.”

“네.”

로건이 선물해준 벤츠를 끌고 나는 공항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했다.

막상 혼자 가려니 심심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런 곳에 같이 가면 좋아할 짐꾼.... 아니 작가가 있었다.

월리의 집에 도착한 나는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초인종이 울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중년의 백인 여성이 문을 열었다.

“어머? 제임스 어쩐 일이니?”

“하하.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혹시 월리하고 캐서린 있나요?”

“월리는 지금 없고, 캐서린은 자고 있는데..... 캐서린이라도 불러줄까?”

“아직도 자요?”

“응. 어제 새벽까지 글을 썼다고 하더라고. 어떻게 할래?”

“그럼 집에서 기다려도 될까요?”

“물론이지. 차는 저 앞에 주차하고 들어오렴.”

“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캐서린의 어머니가 알려주신 장소에 주차를 한 뒤, 오랜만에 휴즈가에 들어갔다.

저번 캐서린한테 충고를 해주러 왔을 때하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는 것이다.

“고양이? 저번에 왔을 땐 못 봤는데 입양하신 건가요?”

“너 군대 간 후에 입양했단다. 저번에 왔을 때는 숨어 있어서 못 본 걸 거야. 예민한 아이니까.”

-냐아.....

소파에 누워있던 고양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서둘러 도망쳤다.

식탁 밑으로 들어가 겁먹은 낮은음으로 우는 고양이를 보자 집사 된 도리로서 송구스러웠다.

“미안해.”

-냐아.......

잔뜩 겁먹은 고양이를 보자 팡이가 생각났다.

친화력 만렙인 팡이라면 도둑이 간식을 줘도 좋다고 머리를 비빌 텐데...

그렇게 겁먹은 고양이에게 미안해하고 있을 때 캐서린의 어머니가 2층으로 올라갔다.

-꺄아아악! 무, 물 뿌리지 마! 엄마! 갑자기 왜 그래!

-손님 왔어! 얼른 일어나고 세수해!

-꺄악!

월리하고 마찬가지로 어머니 또한 캐서린의 얼굴에 분무기를 뿌려 잠을 깨우는 것 같았다.

한바탕 난리가 나고 잠시 후 2층에서 추리닝 차림의 캐서린이 하품을 하며 내려왔다.

“......제임스? 어쩐 일이야?”

험하게 일어나느라 심기가 불편했는지 나를 보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짐 싸.”

“......뭐?”

“북 페스티벌 가자.”

“.....그게 뭐야?”

“북 페스티벌을 몰라? 진짜?”

“......나 원래 작가 될 생각은 없었잖아. 모를 수도 있지. 아무튼 그게 뭔데?”

“대충 출판사들이 작가들을 데리고 브루클린으로 가서 자사의 책을 홍보하고, 작가들은 책 소개, 강연, 워크숍, 토론, 사인회 등을 하는 거야. 가면 중고책이나 희귀책을 살 수도 있고, 유명 작가들 사인도 받을 수 있어.”

“후아암..... 그럼 오빠도 사인회 하게?”

“뭐. 그렇지? 이틀 후에 하게 될 것 같아.”

내 말에 늘어지게 하품하던 캐서린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진짜 사인회 하게? 오빠 얼굴 드러내는 거 싫어했잖아?”

“[사막의 전갈]이 500만 부를 달성했는데 이거라도 해야지. 얼굴을 드러내는 게 싫은 게 아니라, Live 방송에서 얼굴 보이는 게 싫을 뿐이야.”

“호오...”

“그래서 어떻게 할래? 갈래?”

“응. 갈래! 근데 이렇게 중요한 일은 어제 연락 좀 해주지.”

“나도 어제 들은 거라 오늘 급하게 온 거야. 오후 비행기니까 시간 있어. 그때까지 짐이나 싸.”

“그래야지. 근데 어디로 가는 건데?”

“아까 말했잖아? 브루클린이라고. 뉴욕 가는 거야.”

“......뉴욕? 거기까지 가는 거야?”

“어. 2~3일 있어야 하니까 짐 단단히 챙겨.”

“응!”

캐서린은 서둘러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캐서린의 어머니가 소파에 앉아 있는 나에게 차를 건네주셨다.

“이야기를 들었는데 3일 동안 있는 거니?”

“네. 갑작스럽게 데려가려고 해서 죄송해요.”

“그런 것 가지고 죄송하긴, 캐서린한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던데? 캐서린도 성인이니 알아서 하겠지. 거기에 북 페스티벌이라면 나도 들어본 적 있어.”

그곳에 가면 베스트셀러 작가들과 토론을 할 수도 있고, 그들이 하는 강의를 볼 수도 있기에 신인 작가인 캐서린한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근데 캐서린이 정말 글을 잘 쓰기는 하니?”

“웹소설에서 인기 있으니 글을 잘 쓰는 건 확실할 거예요. 다만, 책으로 출판되면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나마 다행이구나..... 갑자기 작가가 되겠다고 아가리를 털어서 반쯤 죽여 놓을까 했는데, 그래도 재능은 있다니 먹고살 순 있겠지. 네가 많이 도와주렴. 저 썩어빠진 정신 상태로 작가의 세계에서 오래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넵.”

“그럼 나는 짐 좀 같이 챙겨주고 있을 테니 푹 쉬고 있으렴.”

캐서린 어머니가 2층으로 올라가시고 나서야 나는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항상 그렇지만 이 집에 와서 캐서린 어머니와 대화를 할 때마다 항상 긴장이 된다.

과거에 캐서린 어머니가 야구 방망이로 월리 아빠를 무참히 응징한 때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월리는 어디 간 거야?’

얼른 와서 프랜드 쉴드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

월리는 끝끝내 돌아오지 않았고, 나는 캐서린과 함께 공항으로 향한 다음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기와 호텔 예약을 급하게 하느라 좌석이 꽉 차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텅텅 빈 좌석 덕분에 우리는 조금 편하게 뉴욕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 근데 호텔은 spa로 잡았는데 괜찮아?”

“그걸 뉴욕에 도착해서 말하는 건 뭔데?”

“하루만 거기서 쉬고 내일 다른 호텔로 옮기든가. 어차피 오늘 축제에 가는 것도 아니니까 그동안 쌓인 피로나 풀 겸 가자는 거지.”

“근데 나 spa 가본 적 없는데? 좋아?”

“에드워드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곳인데 좋더라고. 개인적으로 괜찮은 것 같기도 해.”

요 근래 무리했다던 캐서린의 피로도 풀어줄 겸 spa에 하루 머물기로 했다.

게다가 나 역시도 그때의 릴렉싱했던 경험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택시.”

잠시 후 우리 앞에 택시가 멈춰 섰다.

“어디로 모실까요?”

“일단 트렁크 좀 열어주시겠어요? 짐이 많아서요.”

트렁크에 짐을 실은 나는 Sojo Spa로 가달라고 부탁했다.

가는 사람들이 은근 많은지 택시 운전사는 목적지를 듣자마자 곧바로 택시를 출발시켰다.

***

“으아아아.....”

“으어어..... 신이시여.....”

몸을 씻은 다음 릴렉스 룸으로 향한 우리는 안마의자에 누워 똑같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마치 구름처럼 온몸을 릴렉스하게 어루만져 주는 안마에 저절로 신음 소리가 나왔다.

“좋다.....”

“그렇지? 조금 비싸긴 한데 하루 정도는 머물러도 좋다니까.”

뉴욕에서 마주했던 싸늘한 공기에 굳어진 몸이 한 번에 풀리는 것 같았다.

비교적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된 나와 다르게 이제 막 유료화를 시작한 캐서린은 피로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유료화를 시작하자마자 믿었던 독자들이 대거 떨어져 나갔고, 결제를 한 독자들한테서 ‘하차’한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거기에 연독률을 위한 잦은 연참으로,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피로했을 것이다.

“으어.....”

그렇게 안마의자에서 쉬고 있을 시간에 갑자기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제, 제임스 작가님?”

“.....응?”

“쯧..... 자네가 여긴 어쩐 일인가?”

앉아 있는 상태로 고개를 돌려보니 못마땅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는 에드워드 선생님과 다이애나가 있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