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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68화 (67/216)

68화. 북 페스티벌 (2)

평소에 자주 오신다는 말은 들었지만, 오늘 딱 마주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선생님 혼자 오신 게 아니라 잭슨가 전체가 왔는지 집에서 봤던 가족 모두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여기서 뵙게 될 줄은 몰랐네요.”

나는 안마의자에서 내려와 에드워드 선생님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선생님 옆에서 당황하고 있던 다이애나는 서둘러 가운을 단정히 하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작가님! 이곳엔 무슨 일이세요?”

그러다가 내 옆에서 안마의자에 편안히 누워있던 캐서린을 발견하곤 충격받은 듯 얼굴이 굳어졌다.

“여, 여자친구 없다고 들었는데......”

“아. 여자친구 아니에요. 그냥 친구 여동생인데 브루클린 북 페스티벌에 참여하려고 데리고 온 거예요. 아. 캐서린, 이분이 에드워드 선생님이셔.”

“으, 응?”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안마의자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캐서린은 에드워드 선생님이라는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바, 반갑습니닷! 캐, 캐서린 휴즈라고 합니닷!”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는 캐서린의 모습에 에드워드 선생님이 인자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네를 보고 그렇게 불안해하면 어떻게 하나? 에드워드라고 하네.”

“마, 많이 들었습니다! 그 미션 컴퍼.....”

“쉬잇. 릴렉스 룸에서는 조용히 하는 걸세. 일단 이곳에서 나와서 대화하지.”

아직 안마의자에 충전된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포기하고 선생님을 따라 나갔다.

라운지로 나간 우리는 안토니가 사온 삶은 달걀과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래서. 브루클린 북 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위해서 왔다고?”

“네. 사인회를 거기서 하려고요.”

“......사인회를? 자네 혹시 ‘양학’이라는 말을 아나?”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요? 거기 가면 다른 베스트셀러 작가들도 온다고 들었는데.”

“그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자네만큼 팬덤을 가지고 있나?”

“그건......”

“그러고 보니 자네도 슬슬 신인에서 기성 작가라 불러야 하지? 참여해도 상관은 없다만, 굳이 거기서 사인회를 해야 하는지 의문일세.”

“출판사에서 먼저 제안을 하셔서요. 전 어디에서 하든 상관없는데 언젠가 한 번쯤은 축제에 참여하고 싶어서 승낙했어요.”

“하긴, 출판사 입장에선 자네가 나와주면 감지덕지겠지. 생긴 지 20년도 안 됐는데 뭐 그리 인기인지 원..... 그나저나 옆에 있는 아가씨는 왜 그리 겁먹었나?”

“아버지 때문에 부담스러운 것 같으신데요 뭘.”

안토니의 말에 캐서린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 아닙니다! 그, 그냥 조금 더워서 그런 것뿐이에요!”

“하긴 spa가 옆에 있으니 조금 덥긴 하구나. 그나저나 캐서린이라고 했던가? 아가씨는 뭐 하는 사람인고?”

“작가......예요.”

“작가?”

우물쭈물하는 캐서린을 대신해 내가 말했다.

“웹소설 연재를 하고 있어요. 최근에 저랑 계약한 출판사하고 인연을 맺었고요.”

“호오? 웹소설?”

“아세요?”

“요즘 떠오르고 있는데 모를 리가 있나? 인터넷 소설로 제작된 영화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들었네만. 그래서 아가씨는 무슨 장르를 쓰시나?”

캐서린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로, 로맨스.....요.”

“호오..... 로맨스라.....”

말이 로맨스지 야설이나 다름없다 보니 캐서린은 꽤나 조심스러워 보였다.

“그럼 내일 당장 가는 건가?”

“내일은 가서 축제를 좀 즐겼다가, 그다음 날에 사인회를 할 생각이에요.”

“잘됐네. 그럼 우리랑 같이 가세나.”

“예?”

“어차피 이 근처 아닌가? 우리도 원래 가려고 했으니 같이 가게.”

무슨 꿍꿍이이신진 모르겠지만, 나야 상관없었다.

다만, 작품 하는 사람들로서 선생님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갑자기 선생님 얼굴이 어딘가 다급해졌다.

“아, 아닐세. 그냥 나는 안 가겠네.”

“예? 갑자기요?”

“다이애나 친구들하고 같이 가게나. 크, 크흠! 이런 일에 늙은이는 빠져줘야지.”

갑자기 식은땀을 흘리시는 모습에 무슨 일이 생기셨나 했지만, 큰일은 아닌 것 같아 다이애나한테 물었다.

“몇 명인데요?”

“5명밖에 안 돼요. 자, 작가님이 힘든 일은 없을 거예요! 어차피 전부 고등학생이라 사고 칠 일도 없을 거구요!”

다이애나는 아무래도 좋은지 헤헤 웃으며 다급하게 어필했다.

‘이상하시네.’

다이애나와 떨어트리려고 나한테 술까지 마시게 하신 분이 어째서 축제는 함께 즐기라는 거지?

분명 함께 가서 무슨 일을 하시는 줄 알았는데.

헬리아가 선생님 뒤에서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버님 다음은 숯가마 spa로 가시는 게 어떠세요?”

“크, 크흠! 그, 그래야지. 커험!”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 오로지 안토니만 볼 수 있었다.

사랑스러운 아내가 아버님 등을 꼬집고 있는 것을 말이다.

***

당황한 캐서린 또한 마음이 놓일 정도로 선생님은 소탈한 모습을 많이 보이셨다.

시간이 점점 흐르자 캐서린의 굳었던 몸도 서서히 긴장이 풀리고 그제야 spa의 참맛을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야외온천에 몸을 담그고, 건강길이라 불리는 자갈밭을 걸으며 몸에 쌓여있던 피로를 조금씩 풀어나갔다.

“아가씨 무슨 힘든 일 있는가?”

“네?”

황토 사우나 안으로 들어가 식혜를 마시던 선생님은 갑자기 캐서린을 향해 힘드냐고 물었다.

달걀을 내 머리를 향해 내려치는 시늉을 하려던 캐서린은 당황하며 선생님을 바라봤다.

“딱 봐도 아직 신인 작가인 것 같은데, 어딘가 피곤해 보여서 말해봤네.”

“그, 그게......”

“신인 작가 맞아요. 제 권유로 인터넷 소설을 시작한 거고요.”

“쯧쯧. 딱 봐도 이대로 가다간 제풀에 못 이겨 나가떨어지겠구만.”

“그게 보이세요?”

“그럼 안 보이겠나? 자네도 이 나이 먹어보게. 그냥 딱 보면 피로감이 보이니까.”

선생님의 말처럼 캐서린의 얼굴은 많이 지쳐 보였다.

최근까지 몸과 정신을 혹사했기에 겸사겸사 spa로 숙소를 잡았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원래 세상에서 힘든 게 남의 돈 벌어먹기네. 도움이 필요하면 옆에 있는 녀석한테 부탁해보게나.”

“......왜 가만히 있는 저를......”

“자네 친구 여동생인데 챙기지 않을 생각인가? 무엇보다 옆에 최고의 멘토가 있는데 왜 혼자 궁상인가?”

“아......”

그제야 캐서린은 무언가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멘토.

작가한테 어쩌면 가장 중요한 존재였다.

제임스 또한 존경하는 작가가 있고, 그 작가처럼 글을 쓰고자 노력했던 것처럼.

캐서린도 드래곤 원을 존경하다 보니, 드래곤 원처럼 글을 쓰고자 노력했다.

생각해 보니 그 존경의 대상이 옆에 있는데 지금까지 왜 혼자 끙끙거렸는지.....

제임스가 항상 말하지 않았던가, 혼자 열심히 고민해보고 도저히 안 되면 물어보러 오라고.

제임스의 조언으로 성공하게 된다면 그때 은혜를 두둑이 갚으면 되지 않을까?

“그보다 자네 영화화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에드워드 선생님은 [블랙 & 월드] 영화화에 대해 물어보셨다.

“음..... 미션 컴퍼니에서 할 생각이에요.”

“결국 그렇게 됐나?”

“네. 대우가 확실하고 저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더라고요.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자네가 잘 생각해서 판단했으니 상관없겠지. 그래..... 그나저나 [블랙 & 월드]만 미션 컴퍼니에 맡길 생각인가?”

“아직은 그럴 생각이에요. [드래곤 마스터]는 발매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어요.”

“쯧쯧. 미션 컴퍼니가 실사화하고 애니화 둘 다 가능할 정도로 ‘완성도 높은’ [드래곤 마스터]를 놓치겠는가?”

“일단 쉬어가는 타임이라고 생각하게요.”

“자네가 알아서 하겠지. 그래서 음악 감독은 누가 할 것 같나?”

선생님은 은근슬쩍 음악 감독에 대해 물었다.

다른 감독들도 많은데 굳이 음악 감독을 콕 집어 말씀하신 이유를 나는 얼추 알 것 같았다.

“계약도 안 했는데 그걸 어떻게 알아요. 그래도 제 작품이니까...... 실력 좋으신 분이 맡아주셨으면 참 좋을 것 같은데..... 누구 없을까요?”

“크, 크흠.....! 자네 참 야박하군.”

“하하.”

전에 했던 내기의 결과는 내 패배였다.

물론,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조엘과 에드워드 선생님이 아직 부족한 가사라고 말했으니까.

하지만 아직 부족한 가사라고는 말했지, 뛰어난 가사가 아니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거기서 몇 차례 더 가사를 적었으면 승패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지만, 더 이상 가사를 적고 싶지 않은 내가 스스로 패배를 인정했다.

“쯧. 뜸 들이는 걸 싫어하니 그냥 말하겠네. 나한테 맡기게.”

“.....예?”

“그런 노래를 수준 낮은 것들한테 맡기면, 작품을 모욕하는 일일세. 다이애나가 좋아하는 작품이니 내가 프로듀싱해주겠네.”

“......정말요?”

“내가 농담하는 거 봤나? 아무튼 노아 그 양반 만나면 그렇게 전해주게. 크흠!”

선생님은 말을 던져놓고 괜히 무안하신지 맥주를 들이켜셨다.

‘에드워드 선생님이 맡아주신다니... 최고의 영화를 기대해봐도 되는 건가?’

벌써부터 김칫국을 마시는 내가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

***

다음 날이 밝고 우리는 이른 아침부터 북 페스티벌로 향했다.

그 전에 다이애나랑 만나기로 했던 약속장소로 향했다.

“너 어딘가 기분 좋아 보인다?”

“당연하지! 오늘은 푹 쉴 수 있으니까!”

내가 도와준다고 해서 마음이 놓여서인지, 오랜만에 푹 잤다던 캐서린의 피부는 만질만질해져 있었다.

택시를 타고 목적 장소로 향했고, 한참 전에 도착했던 것인지 다이애나와 함께 다섯 명의 남녀가 대화를 하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가님!”

우리를 발견한 다이애나는 친구들을 내버려두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빨리 오셨네요?”

“친구들이 얼른 가고 싶어 했거든요!”

그 말에 뒤쪽에 있던 친구 중 한 명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다이애나 뒤로 슬쩍 다가와 등을 꼬집었다.

“흐익!”

“우리가 빨리 가고 싶었던 게 아니라 네가 빨리 가야 한다고 새벽부터 우리를 달달 볶았잖아?”

“히익! 하, 하지 마! 간지러! 하지 마!”

“어딜 친구를 팔아먹어? 넌 좀 더 당해야 해!”

“히이익!”

사이가 좋은지 여성은 계속해서 다이애나의 등을 콕콕 찌르고 꼬집었다.

그렇게 한참을 찌르고 나서야 내가 있는 게 생각났는지 인사를 건넸다.

“아. 소개가 늦었네요. 로지라고 해요.”

“네. 제임스라고 합니다. 그냥 편하게 제임스라고 불러주세요.”

“캐서린이라고 해요.”

그러자 뒤쪽에서 멀뚱히 서 있던 나머지 친구들도 우리한테 다가와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전부 다이애나와 같은 학교였으며 문학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었다.

다만, 내 정체를 밝히지 않았는지 내가 드래곤 원인 건 다들 모르고 있는 눈치였다.

“아. 슬슬 입장 시간이네요!”

다이애나는 몇 번 와봤는지 북 페스티벌 입구로 우리를 안내했다.

5분 정도 걸었을까 우리는 축제가 벌어지는 입구에 도착했다.

‘줄이 미쳤는데?’

아직 입장 전이라 그런지 북 페스티벌 입구에서부터 줄이 어디까지인지 모를 정도로 길게 서 있었다.

우리는 서둘러 줄에 섰다.

“원래 이렇게 줄이 기나요?”

“네. 어린이날도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아이들 구경하기도 쉽고, 책도 싸게 구매할 수도 있고,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도 많이 참여하니까요.”

“책이라.....”

그러고 보니 중고책도 있다고 했던가?

‘몇 권 사볼까?’

시간이 지나고 입장할 차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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