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74화 (73/216)

74화. 소통

작가와의 소통은 독자들이 작가한테 지금까지 궁금했던 것을 질문하며, 서로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할 생각이었다.

에밀라는 서둘러 북 페스티벌에서 가장 큰 장소를 섭외하여 그곳에 직원들과 함께 의자를 배치했다.

캐서린도 가서 도왔고 나도 도우려 했지만, 절대 돕지 말라는 만류에 그저 손목에 뜨거운 물을 적신 수건을 가져다 대고 찜질을 할 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순식간에 버스킹을 하는 공터에 작은 행사장 하나가 만들어졌고, 줄을 서 있던 팬들이 와서 착석했다.

예상하지 못한 또 하나의 이벤트에 팬들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사인회를 진행했지만, 기다렸던 노력에 대한 보답을 받지 못한 이들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직접적으로 자리에 앉은 이들은 선착순으로 잘렸지만, 나머지는 근처에 서 있는 것도 가능하였기에 대다수는 이해하는 눈치였다.

나는 그들을 보며 빌 에이든 미디어가 준비한 마이크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드래곤 원 필명을 사용하는 제임스 권이라고 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축제가 떠나가라 소리 지르는 모습을 보며 나는 인기가 조금씩 실감 나기 시작했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나를 보러왔다는 고마움과 일일이 인사할 수 없다는 미안함이 몸을 감쌌다.

“하하하하!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인회를 더 진행하고 싶은데 보이시겠지만 현재 손목이 이 상태라서요. 더 이상 하면 글을 못 쓸 정도로 손목이 혹사될 것 같아서..... 여기 오신 분들 전부 제 글을 보고 싶으신 분들이실 텐데, 제가 글을 못 쓰면 슬프겠죠?”

-하하하하하하하하!!!

나름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내 노력에 웃음소리와 안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인을 못 받으신 분들한테 한 분 한 분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싶지만, 그러지는 못하다 보니 북 페스티벌이 끝날 때까지만 소소하게 소통을 해보려 해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우우우우우우우우!!!

짧은 시간밖에 소통할 수 없다는 말에 야유소리가 나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 그럼 저 이만 일어나도 되나요?”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아까보다 더 거세지는 야유소리에 나는 유쾌하게 웃었다.

이렇게 수많은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목도하니 심장이 끓어올랐다.

“하하! 그럼 시간이 아까우니 얼른 시작해볼까요?”

사인을 받지 못한 순서대로 의자에 앉은 것이다 보니 나는 오른쪽부터 가장 앞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부터 질문을 받기로 했다.

“우리 꼬마 아가씨. 질문 있을까요?”

붉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저는여.....! [드래곤 마스터] 도감이 얼른 보고 싶어요! 귀여운 드래곤들을 보고 싶은데 언제까지 기다리면 될까요?”

어린아이다운 순수한 질문에 자동으로 미소가 피었다.

“양장본에 당첨되면 도감을 확인할 수 있을 거란다. [드래곤 마스터]가 끝까지 완결이 나면 도감을 따로 출판할 생각은 있지만, 그때까지는 오직 양장본에서만 소설 속에 나왔던 드래곤들을 확인할 수 있을 거야.”

“아쉬워요......”

“SC라스틱을 괴롭혀 보렴. 그럼 거기서 답변을 해줄지도 몰라.”

“매일 괴롭히고 있어요! 하루에 다섯 통씩 메일을 보내는데 항상 똑같은 답변만 와요!”

“와우..... 그럼 하루에 열 통씩 넣어 보는 게 어떻겠니?”

“우웅..... 그건 힘들 것 같은데....”

나는 그 옆에 앉아 있는 아이의 엄마를 보며 말했다.

“어머니도 저한테 질문할 게 있으신가요?”

“저는 괜찮아요! 그냥 집에 가서 얼른 소설이나 써주세요!”

“하하..... 질문 답변보다도 가장 어려운 부탁을 받게 됐네요. 자! 다음 분 질문해 주세요.”

다이애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남성이 지목을 받자마자 소리쳤다.

“[리턴 패션 디자이너] 1권 완결은 언제인가요? 가슴 떨려서 지금 잠시 하차한 상태거든요! 1권 분량이 끝나면 보고 싶은데 언제인지 궁금해요!”

“하하! 그 가슴 떨림이 곧 있으면 나락...... 아! 이 부분을 계속 말하면 스포가 되겠네요!”

“네에???”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하! 어차피 이틀 후에 1부 완결본이 올라갈 거예요! 그때 확인하시면 돼요!”

“이, 이틀 후에요? 이틀 후에 1권 분량이 끝나는 건가요?”

“네! 집필은 다 했고 이미 예약을 한 상태에요. 그리고 빌 에이든 미디어와 이야기해놔서 한 달 후쯤엔 책으로도 출판될 예정이에요. 책이 출판되면 바로 2권 작성을 시작할 생각입니다!”

“그, 그렇게나 늦게요?”

“그럼 [블랙 & 월드] [드래곤 마스터] [리턴 패션 디자이너] 중에서 어떤 작품의 2부를 가장 먼저 쓸지 SNS로 투표해 볼까요? 아. 그러고 보니 [사막의 전갈] 북미 박스오피스 1억 달러 달성 공약도 있네요.”

“하하..... 제가 참아야겠네요. 그래도 투표는 해주셨으면 합니다.”

“이건 출판사와 협의 하에 진행해볼지 의논해 볼게요. 자 다음!”

나는 일일이 그들의 질문을 받아주었다.

내 개인 사생활부터 시작하여, 직업, 과거, 습관, 식성 등 ‘응? 이런 것까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에 대한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궁금해했다.

아무튼 시간이 흐르고 흘러 거의 축제가 끝날 시간이 다가왔을 때쯤, 나는 마지막 질문을 받기로 했다.

“아무래도 시간상 마지막 질문은 저기 남자아이가 끝이겠네요. 휴우..... 답변만 해줄 뿐인데 이것도 참 힘드네요.”

마지막이라는 말에 여기저기서 아쉽다는 말이 들려왔다.

“하하. 죄송하지만 직원들 얼굴 좀 보고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주셨으면 해요. 이제 얼굴도 알려졌으니 틈틈이 SNS로 소통도 할 테니까요.”

지쳐도 너무 지쳐 보이는 직원들의 모습에 팬들은 이내 이해한다는 얼굴을 보였다.

아침부터 이루어진 사인회에서 한시도 쉬지 못하고 움직인 직원들이다.

거기에 점심까지 거르고 움직였으니 직원들의 초췌함은 말이 아니었다.

“마지막 질문을 받을게요. 우리 멋쟁이 꼬마 신사는 무엇이 궁금하니?”

“음......”

남자아이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며 말했다.

“후우..... 솔직히 궁금한 건 없어요. 궁금했던 내용들도 앞에서 전부 나왔거든요? 그래서 저는 부탁 하나 드리고 싶어서요.”

“부탁?”

“네. 제가 추리 소설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드래곤 원 작가님이 창작한 추리 소설을 보고 싶어요! 저는 그걸로 질문을 마무리할게요!”

“추리 소설..... 음. 나도 추리 소설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음.....”

[사막의 전갈]도 나름 추리 소설 같은 부분이 있었다.

아내의 정보를 찾을 때 그런 느낌이 있었지만, 저 아이가 말하는 추리 소설은 그런 게 아닐 것이다.

탐정이나, 경찰들이 계속 정보를 찾고 찾으며, 쫓고 쫓기는 긴박함의 연속인 그런 스토리가 보고 싶은 것이다.

‘추리 소설......’

어린 시절부터 적은 습작들 중에도 추리소설은 거의 없었다.

왜냐?

호기심에 도전은 많이 했었지만, 그 정보량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사막의 전갈]도 적을 때 진짜 많이 조사했었는데 추리 소설은 그보다 배로 조사 해야 하잖아? 무엇보다......’

난 현실에서 영감을 받고 글을 쓰는 경우가 주를 이루다 보니, 추리 소설을 적어달라고 해도 뚜렷한 스토리가 생각나지 않았다.

“음.....”

내가 명확하게 대답해주지 않자, 남자아이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추리 소설은 쓰시기 어렵나요?”

“음. 추리 소설도 계속 도전을 하긴 해봤어. 하지만 내가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서 도중에 그만둔 것도 많아서 그래. 작가로서 계속 도전은 하겠지만 우선..... 내가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오면 연재한다고 약속할게.”

“진짜죠?”

“그럼. 물론이지.”

언젠가는 추리 소설에도 도전하겠지.

그게 내일일 수도 있고, 10년 후일 수도 있었지만, 반드시 다뤄보고 싶은 장르긴 했다.

“그럼 이것으로 오늘 사인회는 마치겠습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글 쓸게요!”

-짝짝짝짝짝짝!!!!!

이로써 내 첫 사인회가 끝이 났다.

***

뉴욕에서 LA까지 예약했던 비행기 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아마 새벽에나 LA에 도착할 텐데, 택시는 이미 예약해 놨고, 호텔도 예약을 해놓은 상태다 보니 이제 가기만 하면 끝이었다.

하지만 직원들이 이렇게까지 고생했는데 그냥 가면 안 될 것 같아, 내가 저녁을 사기로 했다.

저녁은 리암과 다이애나가 추천해줬던 그 식당이었다.

내가 몇 번 뉴욕을 오가며 갔던 식당 중에서 양과 맛이 뛰어나고, 분위기도 가장 좋았기에 직원들 모두가 만족할 만한 이곳으로 왔다.

“안녕하세요! 다니엘이라고 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린이에요!”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 에밀라가 사촌과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딱 봐도 오빠로 보이는 다니엘과 여동생으로 보이는 린은 나를 보자 공손하게 인사했다.

“안녕! 오늘은 삼촌이 사는 거니까 먹고 싶은 거 다 시켜도 돼!”

“진짜요? 남자가 한 입 갖고 두말하기 없기에요?”

“당연하지! 꼬마 아가씨도 마찬가지야! 많이 먹어도 돼!”

“그럼 저 케이크 먹어도 돼요? 초콜릿 케이크 먹고 싶어요!”

여기 케이크도 파나?

“그럼 당연하지! 자자. 얼른 자리에 앉아.”

“네에!”

딱히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사막의 제국]을 아이들의 동심을 생각하며 적어서인지, 그때부터 아이들의 순수함에 관심이 갔다.

“죄송해요. 아이들이 만나고 싶다고 해서요.”

“하하. 괜찮아요. 저 나이 때는 많이 먹어야 쑥쑥 크죠. 에밀라도 먹고 싶은 거 드세요. 저 때문에 수고했는데 제가 사야죠!”

“그래도 될까요?”

“물론이죠. 이 가게에 있는 식재료 다 털어도 괜찮으니까 많이 드세요!”

그제야 에밀라도 편안한 미소를 보이며 음식을 주문했다.

그렇게 음식을 기다리고 있을 때 갑자기 종업원 한 명이 갑자기 커다란 와인 잔에 작은 와인병 하나를 푹 꽂은 칵테일을 가지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이건..... 주문 안 시켰는데요?”

곧 LA로 가야 하기 때문에 술은 주문하지 않은 상태였다.

종업원은 잠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머뭇거리다가 이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호, 혹시 사인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 이건 제 뇌물이에요!”

“......네?”

“드래곤 원 작가님 맞으시죠? 그렇죠?”

“맞기는 한데..... 어떻게 아셨어요?”

종업원은 내 앞에 잔을 내려놓고 손가락으로 식당에 있는 텔레비전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텔레비전에는 뉴스가 틀어져 있었으며 여성 앵커가 나와 진행을 하고 있었다.

[당일 브루클린 북 페스티벌에서 있었던 드래곤 원 작가의 사인회 현장에는......]

“.....오마야.”

화면엔 내 얼굴이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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