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91화 (90/216)

91화. 2차 수정 (2)

글을 쓰는 방식은 작가마다 다르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처음 글을 쓰는 계기는 동경하던 작가들처럼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일 것이다.

그렇게 글을 쓰고 시간이 흐르면 서서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품의 형태를 변화시킨다.

제임스도 처음에는 존경하는 작가의 방식이나, 재밌는 글들을 참고하여 글을 썼다.

하루에 한 시간씩 글을 쓰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그 방식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조금 더 간편하게 써볼까?’

제임스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편식 없이 다른 작가들의 방식을 모조리 확인하는 것이었다.

웹소설, 전자책, 종이책 가릴 것 없이 책을 탐독하며 머릿속으로 내용을 정리하고 그들이 가진 장점만 흡수하려고 노력했다.

‘적자.’

루시아가 지적해 준 부분과 더불어 내용을 짤막하게 더 추가하였다.

필요 없는 내용은 오히려 새로운 설정을 더 추가해서 이 내용이 꼭 필요하게끔 만들었다.

글을 더욱 매끄럽게 만들기 위해, 글이 더욱 재밌게 만들기 위해, 글에 더욱 집중을 하기 위해.

“어떻게 생각할진 모르겠네.”

“뭐가?”

“나는 이 방식이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맞는 건진 모르겠어. 작품에 정답은 없으니까.”

글의 완성도는 전과 비교해서 확연히 올라갔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새로 수정한 글이 다른 사람한테도 재미가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

고기를 먹고 나서 누나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나도 수정만 했을 뿐이지만 그래도 몸에 피로가 많이 쌓였는지, 집에 오자마자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끄응......”

실수했다.

어제 배불리 먹고 나서 바로 잠이 들었기 때문인지 속이 더부룩했다.

“커피.....”

소파에 앉아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한숨을 돌렸다.

“내일모레 미션 컴퍼니에 가야 하는데...”

[드래곤 마스터 2부] 수정을 끝내고 나니 할 게 없었다.

그렇게 잠에서 깨고 멍하니 몇 분을 있었는지 모르겠다.

“연락은 아직 안 왔네.”

혹시 내가 자고 있을 때 연락이 왔나 해서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아직 SC라스틱 쪽에서는 연락이 없었다.

아직 검토 중인 건지 아니면 아직 확인을 안 한 건지 알 수 없었다.

“음.... 검토 내용을 얼른 받아보고 싶은데......”

평상시와는 다른 방식으로 쓴 글이다 보니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고 싶었지만, 그쪽에서도 사정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오늘 받는 건 힘들 것 같았다.

“[일곱 개의 죄악 : 【질투】]을 쓰기 전에 확인해보면 좋을 것 같았는데..... 아쉽지만 할 수 없지.”

확신이 필요했지만 이렇게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는 않았다.

오늘은 꽤나 쌀쌀해서 밖으로 나갈 생각도 없었기에 그냥 집에서 글이나 쓸 계획이었다.

“주말이니까 다음 주에 보내주시겠지. 일단 소소하게 내용만 조금 더 적어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우선 의자에 앉았다.

저번에 적었던 글에 내용을 더 추가하여 디테일을 높이는 정도만 해볼 생각이었다.

-띠리리리리리!

그렇게 컴퓨터 전원을 켜고 화면이 켜지길 기다리고 있을 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드폰을 확인했지만, 이내 실망한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하아..... 월리냐?”

-왜 전화를 받자마자 한숨을 쉬고 지랄이야?

“아니 그냥...... 누구 전화를 기다리고 있어서 말이야. 아무튼 왜 전화했어?”

-캐서린이 너한테 메일을 보내야 할지 아니면 보내면 말아야 할지 걱정하고 있더라고.

“아. 그러고 보니 깜빡하고 있었네. 일주일 동안 아예 글에 신경도 안 써줬는데 괜찮아 보여?”

이사 가기 전날에 받아놓은 파일이 있으니 첫날에는 확인해 줬지만, 요 며칠 동안 바빠지면서 한동안 캐서린한테 파일을 보내지 말라고 말해놓았다.

-또 다크써클이 턱까지 내려와서 얼굴이 흙색이 되더라.

“쯧쯧. 또 조회 수가 떨어졌나 보네.”

슬슬 캐서린이 혼자 쓸 수 있도록 내버려둬야 할 시기가 다가왔다.

‘빌 에이든에서 잘 맞는 편집자를 만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텐데..... 에밀라 씨한테 부탁해 볼까’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 편집자와 상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일단 자신만의 방식으로 글을 쓰는 법을 알아야 해. 아이러니하게도 캐서린의 글은 나를 닮아있단 말이지.’

내 글을 동경하면서 글을 시작했기 때문에 글을 쓰는 방식이나 내용을 전개하는 방식이 나와 비슷했다.

물론 그 수준은 한참 떨어졌지만, 그래도 이번 일주일 동안 내가 없기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글을 쓰는 법을 익혔을 거라는 조금의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역시 무리였나 보다.

“캐서린 책은 출판했대?”

-다음 주 수요일부터 시작한다고 하네?

캐서린의 작품이 내 소설보다 1권 완결이 빨랐지만, 회사 사정상 내 소설을 먼저 출판했다.

캐서린의 책도 나름 랭킹 2위까지 올랐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지만, 아무래도 잘 팔리는 책을 우선하는 건 어느 출판사나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나한테도 한 권 보내 달라고 해.”

-알았어. 그나저나 계속 해줄 거야?

“음...... 일단 시간은 남는데.”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 캐서린을 도와주는 게 좋을지, 아니면 계속 이 상태로 가야 하는지 살짝 고민이 됐다.

‘이렇게 해볼까?’

이번에 새로운 방식으로 쓴 글을 캐서린의 글로 실험해 보는 건 어떨까?

‘어차피 [일곱 개의 죄악 : 【질투】]를 쓰기에는 시기가 그리 좋지 않단 말이지.’

이틀 후에 미션 컴퍼니에 가야 하니 글을 시작해도 흐름이 끊겨 버린다.

글을 수정하는 것 정도는 흐름이 끊겨도 상관없지만, 새로운 글을 창작하는 일은 흐름이 끊겨 버리면 처음 느낌대로 글이 잘 안 써질 수 있었다.

“일단..... 캐서린한테 내일 올릴 것만 보내 달라고 해봐. 자체 수정하고 보내라고 해.”

-알았어.

월리와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캐서린이 자체 수정한 파일을 메일로 보내왔다.

“괜찮으려나?”

스스로 자체 수정을 했다곤 하지만 내 눈엔 확실히 부실한 내용들이 보였다.

원래라면 부실한 내용에 색을 칠해주던가, ()로 맞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 설명문을 그 자리에서 적어줬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은 내 방식을 캐서린의 글에 도입하는 방식이었다.

‘캐서린이 쓴 글이 아니게 될 수 있는데......’

톡..... 톡.....

잠시 컴퓨터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들긴 나는 파일을 하나 더 올렸다.

듀얼 모니터였기에 파일을 두 개나 화면에 두어도 헷갈리지 않았다.

“하나는 원래 하던 방식. 하나는 새로운 방식으로 써보자.”

나와 비슷한 글이었기에 두 방식으로 쓰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우두두두둑!

손가락을 푼 나는 바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

캐서린은 조마조마한 심장으로 컴퓨터 책상에 앉아 메일함을 바라보고 있었다.

“에휴.”

월리는 방문에 기대 그런 캐서린의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캐서린이 제임스한테 직접 전화하지 않은 이유는, 혹시나 실례가 될까도 있지만 거절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요 한 달 동안 캐서린은 제임스한테 받은 도움이 굉장히 컸다.

정말 살이 찔 정도로 캐서린은 제임스 덕분에 글에 대한 부담에서 약간이지만 해방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거절에 대한 불안감이 싹텄고, 평소에 친하지 않은 월리한테 부탁한 것이다.

‘저래서 무슨 글을 쓰겠다고.’

제임스도 무슨 생각이 있겠지만 현재 캐서린은 결코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책을 누군가 검토해주는 것까지는 괜찮았다.

제임스도 캐서린의 글을 봐주는 게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해서 기꺼이 해주는 일이었지만, 작품을 모르는 월리의 입장에서 봐도 캐서린은 자신의 글의 미래를 아예 다른 사람한테 맡기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대로 제임스가 지금보다 더 바빠져 버리면?

캐서린은 그대로 절망할 것이고, 그 절망이 곧 글에 보이게 될 것이다.

작가라는 직업에 흥미가 없는 월리가 알 정도로 현재 캐서린의 상태는 제임스에 의해 좌지우지됐다.

“왔다!”

손톱을 물어뜯으며 한참이나 대기하고 있던 캐서린이 환호성을 지르며 메일함을 열었다.

“어?”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왜 그래?”

월리는 캐서린의 반응에 이상함을 느끼고 방으로 들어와 컴퓨터를 바라봤다.

메일은 총 두 개가 와있었다.

하나는 ‘수정본’이라 적힌 파일이었고 또 하나는 소제목은 똑같았지만 ‘2차 수정’이라 쓰여 있는 처음 보는 형식의 파일이었다.

“두 개가 왔네?”

“뭐지?”

캐서린은 일단 수정본이라 적힌 파일을 열어봤다.

부족한 내용을 색칠해놓고, 내용을 덧붙여주는 평소와 같은 파일이었다.

‘2차 수정?’

캐서린은 의아해하며 2차 수정이라 적힌 파일을 열었다.

그 파일은 수정본 파일처럼 색이 칠해져 있지는 않았다.

‘음?’

가볍게 내용을 읽어본 캐서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자하고 문단이 전부 다르고, 위치도 제각각인데..... 이거 내가 보낸 내용하고 똑같잖아?’

글자 수를 확인해보니 고작해야 300글자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그러자 캐서린의 얼굴에 흥미가 돋았다.

‘내 글을 자기 방식으로 각색한 건가?’

캐서린은 일단 수정본 파일을 내버려두고 2차 수정 파일을 천천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

아무런 말도 없이 모니터에 빨려 들어갈 것처럼 글을 읽는 캐서린의 모습에 월리는 황당했다.

글을 바라보는 캐서린의 눈동자가 점점 서슴없이 떨리고 있었다.

“야. 왜 그래?”

“......”

캐서린은 월리의 말을 무시하며 계속해서 스크롤을 내렸다.

‘디테일이 달라졌어.’

파일을 내리던 손을 멈췄다.

내용이 끝이 나자 다음 화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내 글이..... 이렇게까지 변한다고?’

똑같은 내용을 가지고 있는데 완전히 다른 소설이라고 느꼈다.

캐서린은 순간 화면에 있는 수정본 파일을 확인하였다.

[로얀의 손은 따스했지만 내 마음으로 들어오는 감정은 싸늘한 눈바람이었다. 나는 이 남자를 좋아한다. 하지만 사랑은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렇다면 내 가슴에 뛰고 있는 심장은 뭘 의미하는 걸까?]

이것이 원래 캐서린이 적었던 방식이었다.

제임스의 글을 모방하여 적었던 캐서린의 글이었다.

[로얀의 손은 따스하고 포근했지만 그건 그저 느껴지는 감촉에 불과할 뿐, 로얀의 손을 잡은 내 마음은 싸늘하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아, 난 이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그렇다면 지금 터질 듯이 뛰고 있는 이 심장은 대체 뭘 의미하는 걸까?]

“씨이......”

캐서린은 어째서 제임스가 이렇게 보내줬는지 알 수 있었다.

스토리 자체를 변경하지 않고 디테일만 수정하는 정도로도 글의 퀄리티를 상향시킬 수 있다.

네 스토리가 구린 게 아니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한 거다. 라고 말이다.

캐서린 자신이 제임스를 따라 하며 그와 같은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도 제임스는 점점 더 닿지 못하는 수준으로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월리.”

“왜?”

“내 방에서 꺼져.”

“......이년이 진짜.”

독기가 가득해진 캐서린의 눈빛을 보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방에서 나갔다.

-쫘악!

월리가 나가자마자 캐서린은 자신의 뺨을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세게 때렸다.

그러고는 제임스가 보낸 두 파일을 전부 삭제했다.

“다시 쓸래.”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독자가 만족할 때까지.

설사 휴재를 하더라도 다시 쓰겠다고 캐서린은 다짐했다.

***

캐서린한테 파일을 보낸 제임스는 다시 [일곱 개의 죄악 : 【질투】] 파일을 열어 확인했다.

“일단..... 지금까지 적었던 부분 중에서 부족한 내용을 더 추가하자.”

직업, 개성, 성격, 취미 같은 사소한 것을 더 추가하여 소설의 현실감을 더욱 높여주자.

‘이틀밖에 시간이 없으니 굳이 많이 쓸 필요는 없어. 지금까지 썼던 내용을 반복해서 수정하고 천천히 앞으로의 내용을 진행시켜 보자.’

제임스는 수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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