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92화 (91/216)

92화. 미팅

[일곱 개의 죄악 : 【질투】]는 솔직히 나한테 굉장히 어려운 소설이다.

추리 소설 자체가 접근하기 굉장히 어려운 소설이었고, 몇 번이나 도전했지만 실패했던 게 바로 추리 소설이었다.

결국 미션 컴퍼니 미팅 전에 내가 선택한 건 글을 쓰는 게 아닌 여러 가지 추리 소설을 읽어보는 것이었다.

‘추리 소설만 집중적으로 읽어보자.’

지금까지 [일곱 개의 죄악 : 【질투】]에서 썼던 내용은 본격적으로 수사에 돌입하기 전의 상황이라 큰 조사 없이 글을 마음대로 적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수사에 돌입하고 나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범인을 쫓을 단서를 마련해야 하는데 이후의 내용은 내 머릿속에 있는 내용과 지식만으로는 부족했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책을 읽는 것과 뮤튜브 영상에서 어떤 방식으로 미제 사건을 해결했나 연구하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재밌네.”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재밌었다.

“다만......”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바로 현실감이었다.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생각보다 재미있긴 했지만, 글로 뒷이야기까지 담아내기엔 내용이 너무 아쉬웠고, 추리 소설을 참고하는 건 너무 일반적인 느낌이 났다.

“이 둘을 적절하게 섞어도..... 음.”

이게 추리 소설의 단점이었다.

초반에는 지겹고, 중반부터 흥미진진해지다가 후반에 터트린다.

그래서 그 초반부를 어떤 식으로 끌고 나가야 할지가 관건이다.

아무리 추리 소설의 대가라 할지라도 이 부분은 항상 고민되는 포인트일 것이다.

‘그 고구마 같은 지겨움을 해결하려면 미스터리 부분을 강조해야 한단 말이지.’

어떻게 사람이 죽었는가, 어떤 방식으로 사람이 죽었는가, 살인자가 어떤 것을 훔쳤는가.

초반의 따분함을 해소시켜 주기 위해 제임스는 글의 디테일을 더욱 촘촘히 짰다.

그런데도 막히는 부분이 있는 건 조금 아쉬웠다.

“주인공의 과거를 먼저 설명해둘까?”

주인공의 괴로웠던 과거와 현실을 비교하며 사건을 풀어내는 과정을 적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진행하려면.....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진행하는 게 좋으려나.....”

FBI 국장 아론과 비서의 대화가 끝난 뒤부터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도 주인공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니면 서장부터 주인공의 이야기를 넣음으로써 내용이 어떻게 진행될 것임을 암시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뭐가 되었든 간에 양측 다 독자들의 호기심을 끌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다른 자신과 대화하며 추리를 하는 이야기니까..... 자신의 과거를 꿈꾸며 잠에서 깨어나는 현실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좋겠지.”

그 정도라면 이틀 동안 충분히 적을 수 있었고, 거기에 과거의 이야기만 적는 것이다 보니 흐름이 끊기지도 않으리라.

-우두두둑!

손가락을 푼 제임스는 파일을 바라봤다.

“시작은..... 역시 콜린의 과거를 그대로 적어보자.”

처음 장소는 누나와 놀고 있던 놀이터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지.

제임스는 키보드를 두들겼다.

***

놀이터에서 누나와 해가 질 때까지 놀고 있던 콜린은 친구들과 함께 미끄럼틀도 타고, 시소도 타고, 그네도 타며 재밌게 놀고 있었다.

‘이제 집에 가자!’

‘조금만 더 놀고 가면 안 돼?’

부모님은 그런 콜린의 투정을 받아주지 않았다.

‘안 돼. 곧 있으면 해가 질 텐데 집 가서 얼른 밥 먹고 내일 유치원 가야지.’

‘맞아 콜린. 내일 유치원가서 또 친구들 만나면 되지!’

‘히잉.....’

똑같이 만류하는 엄마와 누나의 말에 콜린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그 둘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했다.

여느 때와 똑같은 길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콜린은 무언가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엄마.’

‘왜?’

‘왜 저기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해가 지는데도 집에 들어가지 않는 거야?’

콜린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긴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어른이니까 그런 거야.’

‘어른? 엄마도 어른이잖아?’

‘엄마보다 더 어른이라 그런 거야.’

‘우웅...... 그럼 나도 엄마보다 더 어른이 되면 저렇게 저녁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거야?’

‘물론이지.’

그저 어린아이의 순수한 궁금증이라고 콜린의 엄마는 그렇게 생각했다.

‘엄마보다 어른이면 그럼 할아버지는 언제든지 잘 수 있겠네?’

‘.....그렇지?’

‘그럼 평생 편하게 잘 수 있겠네!’

‘뭐?’

‘그럼 나 장래희망은 할아버지로 할래!’

‘으, 응?’

‘할아버지가 좋아 보여! 커서 할아버지 될래!’

갑작스러운 선언에 콜린의 엄마는 당황한 얼굴로 콜린을 바라봤다.

***

“자아..... 여기서 문제는 이제 또 다른 자신과 대화하는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냐는 건데.....”

실제 콜린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때부터 바람을 통해 미미한 소리가 들려왔다고 들었다.

그러니 이 부분을 더욱 디테일하게 표현해야 독자들이 이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엄마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부분을 더욱 극대화시켜 보자.”

그저 아이의 유치하고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여긴다. 그래야 후에 후회하는 부분을 더욱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소리가 들리는 과정을 적어야 하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콜린의 이야기다 보니 100% 현실 반영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전후 사정 설명 없이 갑작스럽게 소리가 들리는 건 조금 불친절한 듯싶었다.

한참 동안 어떤 방식으로 이 부분을 표현할지 고민했다.

“애초에 조현병에 걸리는 이유가 뭐지?”

인터넷에 찾아보니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유전적, 환경적, 복합적인 원인으로 병이 촉발한다고 한다.

흔히 성인기 초기에 발병한다고 하며, 소아기에는 매우 드물게 발생한다고 한다.

‘청소년부터 성인이 되는 중간 시기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또 다른 경우는 20대 중반인가.....’

콜린도 청소년 때부터 소리가 명확하게 들렸다고 했었지?

“걸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네. 대부분이 뇌 기능에 장애가 생겼다고는 말하는데......”

여기서 갑자기 뇌 기능에 문제가 생겨 소리가 들려온다?

현실에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글에선 독자들이 쉽게 납득하지 못할 수 있었다.

글로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더욱 그럴듯한 계기가 필요했다.

“충격을 가해지면서 뇌에 이상이 생겼다가 가장 이상적이긴 한데.....”

이 부분은 100% 현실적으로 갈 건지, 아니면 내용을 조금 각색할 건지 생각해봐야 했다.

‘솔직히 어느 부분으로 가든 논란은 될 것 같은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뇌에 직접적인 충격을 받아서 조현병에 걸리는 사람에 대해선 나오지 않았다.

있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스트레스와 정신적 충격이 가장 큰 것 같았다.

“이렇게 하자.”

인터넷을 찾아보니 조현병 발병률은 시골 생활에 비해 도시 생활을 하다 걸릴 확률이 2배나 높다고 한다.

‘100% 현실 반영을 하지만, 여기에 콜린의 생각에 과장을 덧붙이자. 실제 콜린도 그랬잖아?’

남들과 똑같은 생활이 콜린한테는 힘들었으니 말이다.

“시작하자.”

제임스는 천천히 콜린의 과거를 적어나갔다.

***

월요일이 되자마자 메디슨은 아침부터 제임스를 찾아갔다.

유명 배우, 감독님, 대표님까지 오는 미팅에 제임스를 그냥 데려갈 순 없었기 때문이다.

“......얌마.”

“커억...... 쿠울...... 커억.”

집에 도착해보니 침대에서 떨어질 듯 말 듯 바닥에 머리가 꽂힌 채 아직까지 자고 있는 제임스가 보였다.

시간상 늦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몸을 단정히 하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했다.

“일어나!”

메디슨은 베개를 들고 제임스의 몸을 때렸다.

“커헉!”

우당탕!

고개가 꺾인 채로 자고 있던 제임스는 갑작스러운 충격에 못 이겨 바닥을 뒹굴었다.

“어? 어?”

목을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난 제임스는 베개를 들고 있는 메디슨을 째려봤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미팅은 점심이잖아?”

“으이그! 그 꼴로 미팅하러 가고 싶냐? 얼른 씻어! 지금부터 준비해서 미션 컴퍼니로 가면 딱 점심이야.”

“옷? 나 정장 있는데?”

“전에 보니까 여름 정장이던데?”

“쩝..... 하나 사야겠네.”

“얼른 일어나. 밖에서 밥 대충 사 먹고 출발하자. 다른 건 있어?”

“시계 하나밖에 없는데.”

“그거면 충분하지 뭐. 샤워하고 나와.”

“알았어.”

제임스는 졸린 눈을 비비며 샤워실로 향했다.

어차피 머리를 자르러 헤어숍에 갈 것 같았기에 머리에 물만 묻혀 가라앉히곤 양치만 대충 하고 나왔다.

“나가자.”

“옷 좀..... 아니다. 그냥 가자.”

대충 차려입고 나갈까 했는데, 어차피 정장을 살 텐데 그냥 대충 껴입은 다음에 밖으로 나갔다.

“오늘 미팅에서는 뭘 한대?”

“일단 배우들 오디션이 있는데, 이것보다는 우선 감독님들과 면담하고 회의가 있을 거야.”

“면담하고 회의..... 후우. 오래 걸리겠네.”

“점심부터 오후 3시까지 회의라고는 하는데 아마 그 이상 걸릴 것 같아. 그리고 오후 5시에 배우들 오디션이 있고.”

“오디션을 조금 늦게 하네?”

“스케줄상 어쩔 수 없지 뭐. 그 이후로 회장님과 미팅 조금 하면 오늘 하루 일정은 끝.”

“끄응..... 바쁘겠네.”

나는 차 옆좌석에 앉아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늦은 아침이다 보니 지금쯤이면 시작했을 것이다.

“뭐 하게?”

“SNS에 게시글 올리게.”

“무슨 사진?”

“[리턴 패션 디자이너]가 오늘부터 발매되니까. 응원 글이나 올릴까 하고.”

『제임스 권(Dragon one)

요즘 글을 쓰느라 활동을 못 한 드래곤 원입니다. 열심히 활동한다고 말씀드린 게 엊그제 같은데 정신없이 글을 쓰다 보니 또 소홀해졌네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오늘 [리턴 패션 디자이너]가 발매되니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사진도 없고 짧은 글이었지만 이렇게라도 생존 신고는 해야지.

“하암......”

졸린 눈을 비비며 백화점으로 향했다.

***

그 시각 [나인 드래곤]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최우수회원’의 게시글에 난리가 나 있었다.

「<제목 : 오늘 드디어 드래곤 원 작가님과 만나러 갑니다!>

제목 그대로예요! 저번 사인회에서는 너무 늦게 가서 만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직접 대면할 수 있게 됐어요!

꺄아아악! 너무 기대돼서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요!」

글 내용은 단순했지만, 내용으로만 봤을 때 글을 올린 최우수회원은 제임스 작가와 단독으로 대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헐...... 대박.

-최우수회원님 정체가 뭐기에..... 제임스 작가님과 만날 수 있는 거예요?

-그러고 보니 오늘 제임스 작가 미션 컴퍼니와 미팅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네? 그럼 최우수회원님 중 한 분은 미션 컴퍼니 관계자분이신가?

-부럽당..... 나도 제임스 작가님과 만나서 1:1 미팅 하고 싶다.....

ㄴ님 얼굴이면 제임스 작가님이 무서워서 도망가심.

ㄴ내 얼굴 앎?

ㄴ프사만 봐도 방구석 찐따인 거 알 수 있음.

ㄴ어디 사냐?

붉은색 매니큐어가 발라진 새하얀 손이 카페 게시글에 달리는 댓글들을 천천히 훑어내리고 있었다.

“언니. 뭐 보세요?”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정말 이 영화에 출연하실 거예요? 언니 액션씬은 조금 힘드시잖아요?”

“안 되는 게 어딨니?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 뭐. 애초에 내가 노리는 건 여주인공이 아니니까.”

“그럼요?”

차를 운전하는 매니저의 말에 뒷좌석에 앉은 여성은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남자 보러 가는 거야.”

“......네?”

“그런 게 있어. 늦겠다. 얼른 가자.”

매니저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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