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화. Live 방송 (2)
이번 주말에 Live 방송을 하기 직전까지 나는 [일곱 개의 죄악 : 【질투】] 집필을 계속했다.
집필을 하면 할수록 내용이 더욱 복잡해졌지만 딱히 풀어헤치지는 않았다.
‘중간에 계속해서 퇴고만 반복하면 마무리가 안 되니까.’
이럴 경우 마무리를 한 다음 내용을 수정하고 재확인을 하는 게 좋았다.
그렇게 목요일은 하루종일 잠만 자고, 금요일은 일어나자마자 필라테스와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 뒤 계속해서 글에 신경 썼다.
추리소설이다 보니 다른 글들보다 더욱 느리고 신중하게 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토요일도 꼬박 글에 신경 쓰고 나니 어느덧 일요일이 찾아왔다.
“......그러니까. 뮤튜버요?”
“네!”
“....뮤튜브를 개설하는 건 어떠냐고요?”
“네!”
‘갑자기?’
어이가 없어서 몇 번이나 물어봤지만, 앞에 있는 젊은 남자는 웃으며 계속 똑같은 말만 내뱉었다.
“잠시 기다려주시겠어요? 전화 좀 하고 올게요.”
“넵! 편하게 하고 오세요!”
나는 소파에 앉은 남성을 힐끗 바라보고 베란다로 나가 로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얼마 가지 않아 로건이 전화를 받았다.
-네. 작가님.
“안녕하세요, 로건. 지금 도와주시는 분이 오셨는데요..... 뮤튜브를 개설하면 어떻겠냐는 말씀을 하시던데요?”
-하하! 넵! 물론 SNS로만 진행하셔도 되는데, 어차피 SNS 라이브로 진행하면 사람들이 다 저장하고 공유해서 뮤튜브로도 퍼지게 되거든요. 그럴 바에야 아예 차라리 작가님 개인 채널을 개설하는 게 어떨까 싶어서요. 독자분들도 지난 Live 방송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테구요.
“아... 네, 그래도 뮤튜버가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작가님은 그냥 방송만 하시면 됩니다. 채널 운영이나, 편집, 자막 등은 방금 오신 직원분이 소속된 크리에이터 회사가 알아서 할 거라서요. 부담되시면 SNS로만 진행할게요!
로건의 말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괜찮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긴..... 이 방송의 목적은 인지도를 올리는 것에 있으니까.’
무엇보다 SNS에서 책을 추천하는 건 많은 사람들이 보기 힘들지만, 뮤튜브 같은 경우는 누구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이용하기 쉬우니 많이 볼 것 같았다.
-정 원치 않으신다면 안 하셔도 됩니다. 크리에이터 회사도 작가님이 뮤튜브를 안 하실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온 거라 SNS 라이브만 도와주고 가실 거예요!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나쁘지는 않겠네요.”
-하하! 그렇죠? 뮤튜브를 한다고 작가님을 귀찮게 할 일은 없을 겁니다. 뮤튜브에서도 독자님들과 소통이 가능하니까요.
“일단 직원분하고 대화를 해볼게요.”
-옙!
로건과 대화를 끊고 다시 거실로 돌아갔다.
거실 소파엔 뭐가 그리 좋은지 헤벌쭉 웃고 있는 회사 직원이 보였다.
“음..... 일단 자기소개를 먼저 할까요? 제임스 권이라고 합니다.”
“NDA 소속인 프렌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프렌.”
“넵! 작가님을 뵙게 돼서 무척 영광입니다!”
프렌의 말에 나는 손사래를 쳤다.
“그렇게 말씀 마세요. 제가 뭔 대단한 사람이라고..... 그보다 계약서를 작성하면 오늘부터 바로 방송을 시작하실 생각이신가요?”
“넵! 어차피 채널을 만드는 건 금방이고, 채널을 꾸미는 건 천천히 진행하면 됩니다. 우선 SNS로 채널을 개설했고 몇 시에 방송을 시작한다고 올린 다음에 방송을 시작하시면 됩니다.”
“음......”
어차피 일주일에 한 시간 하는 방송이고, 책 추천 부분만 편집으로 뮤튜브에 올린다면 대략 5~10분 정도의 방송일 것이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나자 궁금한 게 생겼다.
“방송은 어디서 합니까?”
“카페에서 하셔도 좋고, 자택에서 하셔도 좋습니다. 다만, 카페에서 하실 거라면 사전에 카페 사장님께 허락을 받아야 하죠. 그것도 아니면 개인적인 공간을 만들어도 좋고요.”
“그냥 집에서 하죠.”
어차피 커튼을 치면 아무도 여기 위치를 모를 것이다.
“근데 제가 집에 가지고 있는 책이 없는데요?”
“그냥 인터넷으로 책 표지를 찾은 다음 화면에 띄우면 됩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가 알려드릴게요.”
생각보다 심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괜히 뮤튜브 방송이라고 하면 이것저것 편집이나 이것저것 공을 들여야 한다는 생각에 지레 겁을 먹었었는데, 깔끔한 진행이 위주인 것 같아 다행이었다.
‘하긴, 책 품평하는 방송인데 심플한 게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프렌을 바라봤다.
“이제 뭘 하죠?”
“SNS에 방송 시간을 올려주세요! 그리고 저는 그 시간까지 방송 준비를 하고 있을게요. 우선 작가님의 이미지에 맞게 친근하면서도 깔끔한 복장으로 갈아 입어주세요. 준비하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을 거예요.”
“옷이라..... 옷에 대해서 잘 몰라서 뭘 입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리턴 패션 디자이너] 쓰고 계셔서 전 작가님이 패션 리더실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직 패션에 대해서 나오진 않았으니까요. 하하. 일단 갈아입어 볼게요.”
나는 옷을 갈아입으러 침실로 들어갔다.
***
『제임스 권(Dragon one)
【사진】
저번에 약속했었던 얼굴을 드러낸 소통 방송을 오늘 처음으로 시도해볼까 합니다.
뮤튜브 방송으로 책을 추천한 뒤 독자님들과 짧은 시간이지만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시간은 오후 2시부터 시작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용건만 짧게 올라온 SNS 게시글에 독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젠장! 드디어! 드디어 방송을 하네!
-목 빠지는 줄 알았네! 오늘만 기다렸다고!
-Q&A에서 얼굴 까고 방송한다고 말했던 게 지금에서야 이루어지냐고!
기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기뻐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중에서는 제임스를 시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노란 원숭이 결국 이럴 줄 알았어. 책 추천? Fuxk 분명 자기하고 관련 있는 책이나 추천하겠지!
-에드월 홈즈와 비견된다는 말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야. 동양인 주제에. 김치 먹으러 꺼져!
-옛날부터 뭔가 이상했어. 동양인 주제에 글을 잘 쓴다는 게 이상하더라고. 분명 사람들이 안 보는 작품을 표절한 걸 거야!
고작 얼굴을 보여준다는 이유 하나로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건 아니었다.
애초부터 제임스 작가에 대해서 말이 많았다.
갑작스러운 인기부터 시작해서 그의 정체까지.
우선, 어린 시절부터 미국에 살았다면서 시민권을 따지도 않고 한국 군대에 갔다 온 점부터가 이상했다.
거기에 꾸준히 책을 연재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이 거대한 팬덤이 만들어졌다는 점.
사람들과 소통을 꺼린다는 점 등 제임스를 아니꼬워하는 사람들이 보기엔 이해가 되지 않는 게 많았다.
제임스가 소통이라도 자주 했다면 이런 의심이 생기지 않았겠지만, 제임스가 소통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니었다 보니 그런 사람들이 더욱 건수를 잡은 것이다.
언론에 나갈 정도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계속 이런 유언비어를 방치한다면 나중에라도 큰 화가 될 것이다.
진실이 아니더라도 거짓은 진실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런 점에서도 작가님이 방송을 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었어요. 공인들은 그만큼 소통을 해야 이런 이상한 루머가 생기지 않거든요. 루머에 대한 직접적인 답은 해주지 않더라도 소통에서 풀어나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기는 한데.....고작 한 시간 정도 하는 방송인데 충분할까요?”
“작가님한테는 그냥 한 시간일 수도 있지만, 팬분들한테는 이 한 시간이라는 시간도 솔직히 즐거운 일일 거예요. 그러니 그 한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걸 보여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긴......”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고 카메라를 설치하는 프렌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웬만하면 저희 회사에서 지원이 올 테지만, 다음부터는 작가님 혼자 방송을 하셔야 할 수도 있어요! 컴퓨터에 시스템 설치해 드렸으니까 방송을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지 알려드릴게요.”
프렌은 방송을 시작하기 전 간단하게 주의사항을 말해주었다.
무리한 질문엔 그냥 무시하고 답변하지 말 것, 괜한 말을 하지 않을 것, 우선 책 추천을 먼저 진행할 것 등 여러 가지에 대해 말해주었다.
“욕설이나 심한 댓글이 있으면 제가 차단할 거니까 그리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후우..... 그렇게 말해도..... 뮤튜브는 처음이니 불안한 마음이 없잖아 있네요. SNS 라이브도 이제야 좀 적응되고 있었거든요.”
“그리 어렵진 않으니 그렇게 불안해하지 마세요. 막상 해보시면 아무것도 아닐 거예요. 일단 방송을 켜고 1~2분 정도는 그냥 가만히 있어 주세요.”
“가만히?”
“네. 그냥 가벼운 인사 정도만 해주세요. 사람들이 들어오는 수를 충분히 지켜본 다음에 방송을 진행해주시는 게 좋아요.”
“아..... 하긴, 들어오는 데 시간이 걸리시는 분들도 있으실 테니까요.”
“넵. 그리고 방송이 시작되면 우선 간단한 소개와 시청자분들한테 인사를 하신 다음, 어떤 것부터 이야기하실 건지 말씀해주시면서 시작하시면 돼요. 시선은 카메라가 아니라 화면을 보시면 되고요. 그럼 3분 뒤에 방송을 시작할 테니 마지막으로 검토해주세요.”
프렌의 말에 나는 일단 몸을 단정히 했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걸 다시 한번 확인하고, 삐져나온 머리카락이 있나 거울을 바라봤다.
‘살짝 떨리기는 하는데..... 이 정도야 뭐.’
지금까지 몇 번이나 겪어봤기 때문인지 부담감에 딱히 기죽지는 않았다.
그렇게 프렌이 말한 3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시작하겠습니다!”
프렌의 말과 함께 가려져 있던 컴퓨터 화면에 내 얼굴이 나타났으며, 그 옆으로 시청자들의 채팅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
프렌도 나름 크리에이터에 관련된 일을 하면서 수많은 방송인을 만나봤다.
그런데 지금 같은 순간은 드물었다.
‘시청자가 늘어나는 속도가 왜 멈출 생각을 하지 않지?’
줄기는커녕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보통 1~2분 정도 기다리면 시청자 수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그 뒤에 방송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임스 작가의 방송은 시청자들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다.
‘이게 가능한가?’
유명 연예인이라도, 혹은 할리우드 톱스타라도 이건 보기 드문 상황이었다.
‘5천 명 정도 예상했는데......’
자신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겠다는 듯 시청자들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제임스 작가도 당황했는지 2분이 지났음에도 일단은 들어오는 시청자들한테 연신 인사만 할 뿐이었다.
무엇보다도.
「[Aileen Collins] : $ 50
작가님! 안녕하세요! 후원받으세요!」
「[Leo ladon] : $ 100
후원은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부족하시면 말씀해주세요. 더 보낼게요.」
「[World Mission Company] : $ 1,000
언제나 WMC는 작가님을 응원합니다!」
「[blue star gate] : $ 500
블루스타 게이트는 언제나 작가님과 함께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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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후원이 빗발치고 있었다.
“.....하!”
이런 어이없는 광경에 프렌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