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화. Live 방송 (3)
지인이 무언가를 한다고 하면 관심이 가는 법이다.
제임스가 SNS로 뮤튜브 Live 방송을 한다고 하자, 제임스의 지인들은 하나같이 그 방송을 보기 위해 뮤튜브로 들어왔다.
거대한 제국을 이끌고 있는 노아 회장이나, [사막의 전갈] 영화화를 맡은 블루스타 게이트의 한스 그린 등 명성이 자자한 사람들이 제각기 공식 계정을 통해 들어왔다.
뿐만 아니라 제임스의 팬들 중에서 유명인들은 물론,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까지 전부 SNS에 제임스 작가가 Live 방송을 한다는 게시글을 공유했다.
그 결과 동시 시청자 7만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
제임스는 방송 초짜라 ‘오 7만 명!’이라는 단순한 감탄에 그쳤지만, 프렌은 아니었다.
현재 미국 라이브 시청자 순위 중 1위가 10만 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기에 7만이라는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는 체감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제임스 권입니다. 이야..... 7만 분께서 제 방송을 봐주시니 뭔가 얼떨떨하네요..... 근데 이렇게 후원은 안 해주셔도 돼요! 안 해주셔도 저 살 만합니다! 하하 기껏해야 한 시간 소통하는 건데 이렇게 많이 주시니 당황스럽네요. 줬다 뺐는 건 없으니 저도 환불은 안 해 드릴 거예요! 그러니까 잘 생각하셔야 해요! 하하하하!”
제임스는 조금 상기된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며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했다.
‘후원?’
그러고 보니 시청자들이 들어오자마자 후원을 날리지 않았던가?
잠시 얼이 빠져 있던 프렌은 서둘러 후원자들의 리스트와 금액을 확인했다.
‘히익!’
그곳에는 프렌이 감당할 수조차 없는 거대 기업들과 유명인사들이 적혀 있었다.
‘저, 정신 차려야지. 자, 작가님도 처음이신데.’
작가님도 7만 명이나 보는 시청자들에 당황한 듯 말을 많이 더듬.....지는 않았다.
제임스는 생각보다 여유로운 얼굴로 시청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처음 오시는 분들도 있을 테니 간략하게 다시 자기소개를 하겠습니다. 필명 드래곤 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제임스 권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까 프렌이 조언한 대로 먼저 자신에 대한 소개를 했다.
“SNS에 공지한 것처럼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책을 추천하기 위해 Live 방송을 하기로 했어요. 하하. 물론 책을 추천하는 데만 한 시간을 다 써버리면 재미없겠죠? 그러니 추천이 끝나면 그냥 간단하게..... 음. 소통이나 하면서 제가 글을 어떤 식으로 쓰는지 알려드리는? 그 정도의 방송을 해볼까 해요. 물론 오늘은 독자님들과 그동안 미뤄왔던 소통을 할 거라서 많이는 못 하겠지만요.”
-글 쓰는 방법을 알려주신다고요?
-작가님 글을 보여주시는 건가요?
채팅을 읽은 제임스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원래는 책 문단을 어떤 식으로 수정하는지 보여드릴까 했어요. 아무리 그래도 저도 글쟁이인데 제 글을 무료로 보여주는 건 조금 그렇잖아요?”
-하긴, 그렇기는 하죠.
-무료로 배포되는 소설 보고 싶었는데..... 쩝.
“아무튼 시간이 없으니 얼른 시작하도록 할게요! 아 그리고 욕설을 적으면 매니저가 차단한다고 하니 주의해주시고요. 그럼 시작할게요!”
제임스의 첫 소설 품평 방송이 시작되었다.
***
제임스가 읽어왔던 글들은 하나같이 세월이 많이 낀 작품들이었다.
시골이라는 특성상 장르 소설을 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제임스가 본격적으로 새 책을 읽기 시작한 시기는 고등학교 즉, 돈을 벌러 미국 전역을 돌아다녔을 때부터였다.
그렇게 책의 소중함을 느끼며 자라왔기 때문에 제임스의 머리에는 어린 시절에 읽었던 소설부터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들이 모두 저장돼 있었다.
“오늘 제가 추천 드리는 도서는 [잡초 재생기록]이라는 장르 소설입니다. 1999년에 나온 소설로 아이들의 인권에 관한 장르 소설인데, 혹시 이 소설 아시는 분?”
나 또한 책을 실물로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인터넷에서 찾은 사진을 시청자들한테 보여주었다.
-처음 보는데? 표지가 생각보다 구리네요.
-잡초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이라서 표지가 약간 녹색 빛일 줄 알았는데..... 이건.
-표지가 더럽네. 안 뜬 이유를 알겠어.
시청자들의 의견처럼 표지는 정말 구렸다.
출판사를 잘못 만났는지 책 표지는 우중충했고, 보기에 따라서 곰팡이가 핀 것 같은 느낌도 있었다.
“내용에 충실한 표지기는 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표지를 보면 구매하기를 주저하겠죠. 표지에 가려져 있을 뿐, 내용은 정말 재밌어요.”
내용이 뭐냐는 채팅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자자. 바로 말해드릴게요. 아까 말했다시피 아이들의 인권에 관한 소설이에요. 정확히는 고아들의 인권이죠. 시대 배경은 1970년으로 당시에 있었던 유명 사건을 각색하여 적은 책이에요. 대충 무슨 내용인지 감이 오시죠?”
내 말에 당시 시대 배경과 고아라는 두 단어를 결합하여 무슨 내용인지 유추한 사람들이 채팅을 올리기 시작했다.
-아동 폭력..... 그리고 아동 착취.
“맞아요. 고아인 주인공 리나의 일생을 담은 책이에요. 어린 시절에 고아원에 들어갔지만 고아원 원장의 폭력을 이기지 못해 결국에 고아원에서 탈출해요. 길거리를 떠돌며, 구걸도 하고, 싸움도 벌이고, 도망도 치고, 결국에는 마약에까지 손을 대는 스토리죠. 하지만 리나는 짓밟히고, 무너질지언정 다시 꿋꿋하게 일어나는 감정묘사가 정말 좋은 책이에요.”
이 책의 제목에 잡초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이유.
아름답지도 그렇다고 배움이 있지도 않은 작디작은 소녀 리나가 사회의 쓴맛을 겪으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견뎌내는 스토리였다.
“제가 이 책을 12살에 읽었어요. 솔직히 초반 부분만 읽고 방치한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 책은 도서관 구석에서 발견했었는데, 앞에 있는 페이지는 사람들의 손을 탄 듯 보였지만 뒤 페이지는 그에 비해 상당히 깨끗했다.
도서관에 있던 책들 중에서 상태가 그나마 괜찮았기에 강제로라도 읽었던 책이었다.
초반 스토리는 리나의 절망 위주라 고문이나 다름없었지만 중반까지 읽을수록 서서히 재밌어졌다.
“재미는 제가 보장할게요. 그러니 중간까지는 참고 보셔야 해요.”
-그나저나 이 책을 구할 수나 있으려나?
-1999년 책인데, 이거 중고라도 구하기 힘들 것 같은데?
-전자책이 있기는 한데..... 솔직히 책은 종이책이지
-오래된 책일수록 종이책으로 읽어야 더 재밌는데, 이건 중고라도 못 구해. 20년이 훌쩍 지난 책이잖아?
-인기 없는 책이 20년이나 지날 정도면...... Real루다가 화석발굴이 더 쉬움.
-도서관에 가면 있으려나.
20년이 훌쩍 지나다 못해, 거기에 인기까지 없던 책이다 보니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전자책으로 찾는 것도 어려울 수 있어요. 그래도 재밌으니 발견하시면 한 번쯤은 보시는 걸 추천 드려요. 자! 첫날이니 오늘의 추천은 여기까지 하도록 할게요!”
소설 추천이 끝나고 남은 시간 동안은 이제 소통을 해야 했다.
“우선..... 제가 지금까지 너무 바빠서 SNS 활동을 하지 못했다는 점은 사과드리고 싶어요. 하하..... 계속해서 활동한다고 말은 했는데 정신없이 집필하고 일어나면 늦은 밤이나 새벽이더라고요.”
아주 가끔가다 제임스를 봤다는 SNS 속보가 있긴 했지만, 그건 정말 드물었다.
그건 제임스가 늦은 저녁에 아주 가끔 나가기 때문이다.
웬만하면 계속 집에서 글을 쓰고, 운동을 하는 헬스장 역시 건물 안에 있기 때문에 굳이 나갈 필요가 없었다.
계속 이렇게 지내다 보니 시간 개념이 사라졌다.
-작가님! 지금까지 SNS 활동 안 하셨으니 그럼 집필은 많이 하신 거죠?
올라오는 채팅글에 제임스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마무리 단계를 남겨두고 있어요. 북 페스티벌에서 만났던 꼬마하고의 약속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네요. 하하하하!”
「[Bill Aiden Media] : $ 100
저희는 언제나 작가님과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SClaseutig] : $ 100
언제나 작가님의 뜻을 기다리겠습니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출판사에서 후원금을 보냈다.
나와 계약한 두 곳뿐만이 아니었다.
처음 들어보는 출판사부터, 이름만 들어도 유명 작품이 떠오르는 출판사들까지 다양하게 후원금을 보내며 노골적인 애정을 보였다.
“아직 다 쓴 것도 아니니까요. 그리고 이번 소설은 조금..... 아니, 좀 많이 잔인해요. 하하..... 그러고 보니 꼬마의 부탁을 받고 추리소설을 쓴 건데 너무 잔인하게 쓴 게 아닌가 싶네요.”
이거랑 관련해서 저번 누나한테도 한 소리 듣긴 했다.
집까지 구해준 SC라스틱의 은혜가 있는데 너무 빌에이든 미디어만 챙기는 게 아니냐고 말이다.
‘그렇다고 SC라스틱에서 [일곱 개의 죄악 : 【질투】]을 맡기에는 너무 잔혹해.’
시작부터 사람을 30명이나 죽이는 소설을 아동문학 출판사에 맡기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었다.
“나중에 시간 나면 아이들이 볼 법한 소설을 하나 더 써봐야겠네요.”
그러자 채팅장에서 다시 소란이 일었다.
나는 올라오는 채팅들을 읽으며 말했다.
“그것보다 지금 쓰고 있던 책들을 더 연재하라는 말들이 많으시네요. 하하하!”
재밌는 소설을 쓰는 것도 좋지만, 지금 쓰고 있는 소설들이나 얼른 더 연재하라는 말들이 빗발쳤다.
“걱정하지 마세요. [일곱 개의 죄악 : 【질투】]가 추리 소설이다 보니까 조금 오래 쓰고 있는 거예요. 이 소설을 마무리하면 곧장 [리턴 패션 디자이너]와 함께 [블랙 & 월드] 집필을 시작할 거예요.”
-왜 그 두 개인가요? 순서로 따지면 [사막의 전갈]이 먼저 아닌가요?
-맞아요! [사막의 전갈] 2부는 언제 집필되는 거예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사막의 전갈] 북미 박스오피스 1억 달러 달성. 다른 소설들은 몰라도 [사막의 전갈]은 마무리가 정말 잘됐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굳이 더 쓸 필요가 없다고 느끼긴 해요. [사막의 전갈]만큼은 이 조건을 달성해야 쓰기 시작할 거예요.”
내 말에 아쉽다는 채팅이 많이 올라왔지만 나는 단호했다.
쏟아지는 질문을 선별해 답을 해주다 보니 어느덧 종료 시간이 다가왔다.
“슬슬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라 일단 중요한 점 몇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지금까지 독자들에게 풀지 못했던 이야기를 풀어볼까 했다.
“우선 [드래곤 마스터] 같은 경우는 이미 3부까지 집필이 되어 있는 상태예요.”
-헐?
-어? 방금 뭐라고....
-네? 뭐라고요?
당황스러워하는 채팅들을 보며 제임스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물론 완결이 3부는 아니고요. 너무 어린 시절에 쓴 거라서 부족함이 많아서 자체 수정을 한 다음에 출판 계약을 하고 있어요. 현재 SC라스틱에 [드래곤 마스터 2부 : 블랙 드래곤의 진실] 수정된 원고가 있어요.”
폭탄 발언에 채팅창은 또다시 솟구치기 시작했다.
“하하하! 처음이라 부족한 게 많았을 텐데 재밌게 봐주셨나 모르겠네요. 그럼 여기서 끝낼게요! 모두 제임스의 도서 추천 방송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말과 동시에 프렌이 방송을 종료했다.
방송이 완전히 종료된 것을 보고 나서야 나는 등받이에 등을 최대한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개인 방송도 함부로 하는 게 아니네요. 끊임없이 말을 해야 하니... 수고하셨어요 프렌.”
눈알이 빠지도록 욕설 채팅을 골라 강퇴시키던 프렌도 힘들었는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작가님..... 다음부터는 매니저를 더 늘려야겠네요. 하하.....”
다음 주에도 이 짓을 또 해야 한다는 말에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왔다.
‘그래도 꽤 재밌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독자들과 소통하는 게 내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