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127화 (126/216)

127화. OTT (2)

넷마이너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OTT 인터넷 방송사이자, 가장 영향력이 있는 플랫폼.

갑오징어 게임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모은 넷마이너스는 이후에도 한국에 큰 투자를 감행했다.

‘솔직히 한류 드라마가 뜬 이유 중 하나는 넷마이너스 투자 방식 덕분이기도 하지.’

제작에 일절 관여하지 않으면서도 제작비는 전액 선지급.

거기에 작품이 망하더라도 넷마이너스가 전부 책임지며, 다른 나라에서도 플랫폼을 통해 손쉽게 시청이 가능했다.

다만, 그렇게 하는 대신에 저작권은 가져간다.

‘한국 감독들이 넷마이너스에 가는 이유가 그 때문이지.’

재미있는 작품이라도 과도한 PPL이 들어가거나, 제작비 지원 문제가 생기면 내용이 산으로 갈 수 있었다.

저작권을 가져가기는 해도 넷마이너스는 이러한 부분들을 전부 커버해주니, 온전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은 감독들이 넷마이너스로 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와 더불어 넷마이너스로 가는 이유 중 하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나라가 불편하게 여기는 주제를 가지고도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중국에서는 넷마이너스를 금지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가까이할 수 없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법.

폐쇄 정책을 하고 있는 북한에서도 갑오징어 게임을 보다가 걸려 무기징역을 받았을 정도였다.

그렇듯 넷마이너스는 세계적인 작품 투자로 재밌는 작품을 만들지만 여기서 문제는 저작권에 있었다.

-넷마이너스 측에서 2차 저작물 권한은 인정해준다고 하셨어요.

“음.....”

쉽게 말해 투자는 해줄 테니 나와 저작권을 나누자라는 의미였다.

‘안정성은 좋지.’

기본적으로 콘텐츠 사업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으로 자신이 잘못하면, 자신이 전부 떠안는 식이다.

이는 미국에서도 그리 다르지 않는데 할리우드에는 전통적 관습인 제작사의 편집 권한이 있다.

제작사가 원하는 대로 편집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문제는 그것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감독 커리어에도 영향이 간다.

창작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자율성을 높이며 재밌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감독들이 OTT에 발을 들이는 이유다.

“일단..... 넷마이너스 측에서 요청한 건가요? 아니면 감독님이 넷마이너스에 올리고 싶다는 건가요?”

-아. 그게요..... 감독님이 요청하신 건데, 이게 넷마이너스 측에서 환영하는 눈치더라고요. 그래서 넷마이너스 측에서 연락이 왔어요.

“감독님 이름은 아시나요?”

-네. 한국 분이시더라고요.

“.....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자세히 말씀해주시겠어요?”

-그게 말이죠......

에밀라의 말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평소에 내 작품에 관심이 많았던 넷마이너스였지만, 이름 높은 영화제작사가 끼어들었기에 그냥 일찌감치 접었다고 한다.

그러던 와중, 한국의 유명 감독이 내 소설을 읽게 되었고, 그 소설이 K-막장이 돌입된 소설임을 알게 되어 드라마로 제작해 보고 싶다고 넷마이너스와 나한테 연락을 주었다고 한다.

넷마이너스는 기회다 싶어 ‘OK! 지원은 내가 해줄게! 재밌게 만들어봐!’라는 사인을 보냈지만, 빌에이든 미디어 측은 내 말에 따라 판권 계약을 보류하고 있었기에 감독의 메시지에 정중하게 기다려 달라고만 대꾸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조급한 마음에 결국 넷마이너스 측에서 공식적으로 함께하자고 연락이 왔다고 한다.

“한국 분이시라......”

솔직히 말해 한국에 유명한 영화 감독님들은 알아도 드라마 감독님들은 알지 못한다.

-영화 감독님이세요.

“......진짜요?”

-네. 요즘 많은 영화 감독님들이 넷마이너스에 뛰어들었거든요. 그중에서 드라마에 흥미 있으셔서 드라마를 제작하시는 분들도 많으세요.

“아..... 그럼 성함은 아시나요?”

-네. hosig jang이라고 하더라고요. 아시나요?

“.....호식 장? 설마 장호식 감독님?”

내가 알고 있는 장호식 감독님은 한 명밖에 없는데.

“그..... [사랑보다 아픈 교통사고]하고 [상상]을 연출하신 분이세요?”

-네! 아시네요?

“.....한국에서 천만 영화를 만드시는 분으로 유명하시죠.”

한국에서 상당히 유명한 영화 감독님으로, 독립영화까지 만드시는 유명한 감독님이셨다.

특히 장호식 감독님의 [사이코 지옥] 영화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장 감독님께서 어떻게 해서든 작가님과 만나서 대화를 해보고 싶다고 하셔서요. 오늘은 연락을 드리지 않으려 했는데 어쩔 수 없이 드렸어요. 죄송해요.

“아뇨. 이런 건 바로바로 연락해주시면 저야 좋죠.”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고마워요.

“이 건은 곰곰이 생각 좀 해볼게요. 넷마이너스에서 추진하는 게 고민이 되네요.”

-네! 고민해 보시고 천천히 연락주세요! 어차피 메일은 계속 정중하게 보류하면 되니까요!

“.....빨리 고민해 볼게요.”

-아니에요! 가벼운 일도 아닌데 꼼꼼하게 검토해보셔야죠! 저희는 괜찮아요!

심각해진 얼굴로 에밀라와의 전화를 끊었다.

“무슨 일인가?”

“드라마 제작에 관한 이야기예요. 넷마이너스에서 드라마를 제작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네요.”

“흐음..... 그건 조금 골치 아프군.”

“일단 빠르게 답장 준다고 했으니 내일까지 생각해보려고요. 얼른 집에 가서 밥이나 먹죠.”

내 선에서 급하게 결정할 일은 아닌 것 같으니 다 같이 의논해 보는 게 좋겠지.

***

간단하게 밥을 먹고 나는 집으로 메디슨 누나, 연예계 쪽에서 일하는 루이나 누나와 키라나, 그리고 연예계 생활을 잘 아시는 에드워드 선생님과 다이애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사벨을 불렀다.

정확히는 이사벨은 내가 부른 게 아니고 뭔가 재밌을 것 같다며 따라왔지만.

애초에 회의를 목적으로 부른 건 아니었다.

그냥 가볍게 우리 집으로 커피 마시러 왔는데 의견을 묻는 시간을 가질 뿐이다.

“넷마이너스?”

“응. 거기서 판권 계약하자고 연락이 왔거든 모두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말이야.”

“음....”

내 말에 선생님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그러고 보니 미션 컴퍼니도 OTT가 있었지? 차라리 그냥 미션 컴퍼니와 계약하는 게 어떤가? 드라마도 만드는데.”

“솔직히 말해서 저도 그게 좋기는 하죠. 근데......”

아이들의 제국이라는 미션 컴퍼니와 그의 팬들이 과연 [리턴 패션 디자이너]를 포용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신중하게 생각하고 싶었다.

“내용적 측면이나 활용적 측면에서 봐도 넷마이너스가 작품이랑 어울리기는 해.”

잠자코 있던 루이나 누나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래?”

“응. 내 출연작들도 넷마이너스에 있으니까.”

“......진짜?”

“어. 너 진짜 내 작품 더럽게 안 보는구나.”

“뮤지컬은 나하고 안 맞아서 좀......”

재미없다는 게 아니라 나하고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그냥 그랬다.

“근데 나는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있어.”

“의문?”

“어. 네 말 들어 보니까 블루스타 게이트나 미션 컴퍼니가 너한테 투자 금액을 쏟아붓고 있다며?”

“그렇게 말하면 부끄럽기는 한데, 그렇긴 하지?”

투자 금액을 쏟아붓는다는 말이 과장된 말은 아니었다.

내 작품에 영향이 가지 않게 PPL도 신중하게 골랐으며, 영화 편집은 오직 감독님들만 할 수 있게 전권을 위임한다는 약속도 지키고 있었다.

“넷마이너스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자유로움을 지켜주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돼. 감독들은 마음대로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하라! 대신에 돈은 나 주고. 이런 식으로 말이지.”

“그건 나도 알고 있어.”

“근데 너는 네 작품들이 감독님들 생각대로 최대한 만들어지고 있잖아? 굳이 넷마이너스 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아도 되지 않아?”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네.”

마음이 안 하는 쪽으로 쏠리려 할 때 키라나가 서둘러 말했다.

“그렇게만 생각하시면 안 되죠.”

“그럼요?”

“아직 방송사에서 문의한 계약이나, 감독님들이 말하는 계약서를 보지 않아서 함부로 단정 짓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넷마이너스가 보장해주는 게 하나 있거든요.”

“보장?”

“네. 세계화요. 재미만 있다면 전 세계 어디에서든 작가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거예요. 그걸 잊으시면 안 되죠.”

“근데 그건 미션 컴퍼니 OTT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미션 컴퍼니 OTT에 있는 드라마를 생각해보시면 쉽게 이해가 가실 거예요.”

“.....아.”

미션 컴퍼니 OTT에는 대부분이 영화 및 다큐멘터리다.

드라마도 있긴 하지만 그건 시리즈 즉, 영화에 관련된 드라마들이 대부분이었고 전문적으로 드라마를 제작하지는 않았다.

“넷마이너스는 세계화 준비가 전부 끝난 상태예요. 자막도 넷마이너스 측에서 해결해주니까요.”

“음.... 그래도 저작권이.....”

“드라마에 관한 저작권만 가져간다고 했으니 저작권을 함부로 할 수는 없을 거예요. 넷마이너스가 바보도 아니고 작가님과 저작권 싸움을 할 것 같지도 않고요.”

그렇게 말하니 또 넷마이너스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그러자 다이애나가 다시 말했다.

“작품의 세계는 신뢰의 관계라고도 하잖아요?”

“처음 들어보는데.....”

“아, 아무튼 그런 말이 있어요! 저희 할아버지가 했던 말이세요!”

“으, 응?”

가만히 있던 에드워드는 갑작스러운 다이애나의 말에 당황하며 자신한테 쏠린 시선들을 마주했다.

“그, 그렇기는 하지? 나도 미션 컴퍼니가 신뢰를 깨서 나온 거니까.”

“그렇죠? 그냥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한 번 신뢰를 준 곳에 계속 맡기시는 것도 추천해요!”

“음......”

또 저렇게 말을 들어보니 그렇기도 하고.

그러자 키라나가 다시 한 마디 덧붙였다.

“아무리 신뢰 관계라고는 해도 어울리지 않는 곳에 작가님 작품을 넣으면 오히려 작품의 질이 떨어질 거예요.”

영화를 만드는 건 감독이지만 영화에 제작사의 느낌을 전부 지울 수 순 없을 테니까.

계속해서 설왕설래만 이어지자 나는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 있는 메디슨 누나한테 말했다.

“그래서 누나 의견은 어때?”

“음..... 난 넷마이너스에서 해도 괜찮다고 봐.”

“이유는?”

“굳이 돈이 필요해?”

“......응?”

“돈도 많이 벌면서 말이야. 그냥 넷마이너스에서 해. 거기가 돈을 조금 주는 편도 아니고, 네 작품의 질을 가장 잘 살릴 수도 있으니까. 거기에 세계에 네 이름을 알리는 계기도 될 거 아니야.”

“그건......”

“그냥 한 사람의 소설 작가로서 네가 가장 마음에 드는 곳으로 가. 이렇게 기회가 있을 때 다양하게 도전해보는 거지 뭐. 거기에 한국인 감독님이라며? K-막장이 들어간 드라마를 잘 활용할 수 있을 거 아니야?”

“그렇긴 하지.”

투자도 빵빵하게 진행해 준다고 하니까.

거기에 장호식 감독님이면 믿고 맡겨보고 싶기도 하고.

“결국은 다 네 선택이야. 그래야지 후회 안 하지. 우린 의견만 줄 뿐이고.”

“.....그렇게 할게.”

누나의 말에 결심이 생겼다.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짐하고 있을 때 문득 떠오른 게 있었다.

“그나저나 루이나 누나.”

“또 왜?”

“그 제이든이라는 기자는 왜 나한테 그 책을 준 거야?”

[물고기가 낚은 인간]이라는 조현병 환자가 쓴 책을 왜 줬는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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