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128화 (127/216)

128화. 뉴베리상

루이나 누나는 커피를 마시며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네가 Live 방송으로 책을 홍보한다는 말에 제이든이 흥분해 가지고 집에 있는 희귀한 책을 보낸 거야. 이런 걸 좋아하기도 하잖아?”

“그렇긴 하지.”

희귀한 걸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뭔가 김빠지네. 조현병 환자가 쓴 거라고 하길래 무언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내용은 재밌었어?”

“그다지.....”

솔직히 재미있다고 말하기는 그랬다.

“근데 제임스.”

“왜?”

메디슨 누나는 한쪽으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원래 고양이가 저런 식으로 앉아?”

“......나도 몰라.”

중성화를 시키니 이제는 허리를 접으며 앉는다.

마치 사람처럼 앉는 모습에 처음에는 귀엽다고 느꼈지만, 아무리 고양이가 유연하다고 해도 저런 식으로 오래 앉아 있으면 척추가 괜찮을지 의문이었다.

거기에 애가 성묘도 아닌데 벌써 돼냥이라 척추에 더욱 무리가 갈 것 같았다.

“참 희한한 녀석이야.”

팡이는 모두의 시선이 자신한테 향한다는 것을 깨닫고 한마디 쏘아붙였다.

-.....냐앙(뭘 꼬라봐)!

***

심통이 난 팡이를 뒤로하고 나는 [일곱 개의 죄악 : 【질투】] 수정을 시작했다.

“오늘 안에..... 최대한 많이 수정해보자.”

어차피 내일 할 거라곤 다이애나한테 가사를 배우는 일밖에 없으니, 최대한 오늘 수정을 하고 내일 휴식을 취하며 배울 생각이었다.

며칠은 걸릴 분량이다 보니 소설 한 권을 통째로 읽으며 내용에서 어색한 부분이 있나를 계속해서 찾았다.

‘그렇다고 해도 【질투】 시리즈에서 바로 조현병이 치료되면 안 되지.’

시리즈라고 한다면 【질투】는 첫 번째가 되어야 한다.

보통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소설에서 회고록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것들을 보면 처음 보는 사람들은 항상 궁금해 한다.

[이 소설은 어느 거부터 봐야 해요?]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이미 읽어본 사람들의 도움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회고록 중간부터 보고 앞 내용이 궁금해져서 어떤 시리즈로 이어지는지 찾을 것이다.

그렇기에 첫 시리즈인 이 소설에는 많은 떡밥을 추가해야 한다.

‘과거에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를 알리는 복선부터, 미래에 무언가 있을 거라는 암시를 첫 번째 시리즈에서 가장 많이 넣어야 해.’

첫 번째 회고록을 읽은 사람들은 무조건 복선에 대해 궁금해할 것이다.

저 사람은 주인공한테 브라더라고 부르며 친절하게 대하는데 어째서 막상 주인공은 그 사람을 싫어하는 걸까.

어째서 저 여자는 주인공한테 쌀쌀맞게 대하는데, 주인공은 저 여자한테 잘해주는 걸까?

조수는 어째서 저 싸가지 없는 주인공을 무일푼으로 따르는 것일까?

이런 여러 가지 복선을 첫 번째 시리즈에서 알려줄 듯 말듯 보여줘야 회고록의 이야기가 더욱 수월하게 풀이될 것이다.

‘하나의 인연마다 스토리가 있는 식으로 진행해야 돼. 그래야 사람들이 반발 없이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나는 수정을 하며 시놉시스 수정 또한 계속 진행했다.

‘회고록이니까 지금 시놉시스도 시리즈마다 만들어놓자.’

[일곱 개의 죄악]의 모든 스토리를 시놉시스부터 만들어놓는다.

다만, 그건 아직 예시일 뿐이다.

‘글을 쓰면서 시놉시스의 수정은 필수적이야. 그러니 시놉시스에 집중하지는 말고 그냥 떠오르는 것만 간단하게 적어놓자.’

어차피 수정해야 할 시놉시스다.

거기에 지금 하려는 건 소설의 수정이고, 그 수정을 더욱 간편화할 수 있게 적는 게 시놉시스다 보니 처음부터 정성을 다할 필요는 없었다.

‘계속 적고 또 적는 거야.’

키보드를 두들기는 소리만 방 안에 고요하게 울려 퍼졌다.

모니터에 떠오른 메모 창에는 【질투】를 제외한 나머지 6개 죄악의 시놉시스가 적혀 있었다.

어느 것은 10줄 밖에 없었고, 어느 시놉시스는 한 화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많이 적혀 있었다.

내용에 관해 계속해서 글을 적고 수정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그렇게 계속 수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누군가 갑자기 문을 두들겼다.

-똑똑.

“......누구지?”

산통이 깨지긴 했지만 딱히 화가 나지는 않았다.

오늘 내 생각보다 굉장히 진도를 빠르게 빼서 마침 오늘은 이만하고 잘까? 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온 건 다름 아닌 에드워드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이 제 방에는 어쩐 일이세요?”

“늙어서 그런지 잠이 잘 안 와서 그렇다네. 방해됐나?”

“아뇨...... 어차피 저도 슬슬 잘까 생각했거든요.”

선생님은 내 방을 한 번 훑어보더니 중얼거렸다.

“전형적인 소설 작가의 방 같군.”

“하하..... 그런가요?”

내 방에는 컴퓨터, 침대 그리고 책장 이 세 가지밖에 없었다.

포스터 같은 것도 걸려 있지 않았고, 옷장도 내 방이 아닌 비어있는 방에 있었다.

여기서 비어있는 방이란 선생님과 다이애나가 머물고 있는 방인데, 내 방에 있는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제외한 나머지 책들도 그곳에 있었다.

내 방에는 내가 읽고 재밌다고 여긴 것들만 있었고, 읽고 나서 그저 그렇거나 재미없다고 생각한 책들은 빈방에 방치해 뒀다.

“앉아도 되나?”

“물론이죠.”

선생님은 어차피 방에 의자가 없는 걸 알기에 침대에 걸터앉으셨다.

그러다 문득 내가 작업하고 있는 걸 확인하셨는지 흥미 있는 표정을 보이셨다.

“소설 작업 중이었나?”

“수정 중이었어요. 얼추 끝났어요.”

“흐음.”

“읽어보시겠어요?”

애초에 선생님께도 보여주려던 작품이었고, 거기에 세계적인 명성을 지니신 분이라 오히려 내가 더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래도 되겠나?”

“네. 상관없어요. 근데 수정을 전부 한 건 아니라서요. 한 중간부터는 내용에 어색함이 느껴지실 거예요.”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오랫동안 작품과 함께하신 선생님이라면 충분히 찾고도 남을 것이다.

그러자 선생님은 고개를 저었다.

“농담이네. 작가가 자신하는 상태도 아닌 어중간한 소설을 보고 싶지는 않네. 나한테 보여주고 싶거든 완벽한 상태로 가져오게나.”

“하하하! 역시 까다로우시네요.”

“끌끌..... 어중간한 눈으로 작품을 봤다면 이 자리에 올라오지도 못했어.”

선생님도 한참을 웃으시다가 그제야 내 방에 온 이유가 생각나신 것 같았다.

“이야기하느라 깜빡하고 있었군.”

“말씀하고 싶으신 게 있으신가 보네요.”

“뭐.... 별거 아니네.”

“말씀하세요.”

“자네 뉴베리상이라고 아나?”

‘......뉴베리상?’

나는 잠시 긴가민가 고민하다가 말했다.

“뉴베리라면..... 전년도에 아동문학의 이름을 높인 사람한테 주는 상이죠? 매년 1월에 시상식이 열리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칼데콧상은 그림책, 뉴베리상은 비문학도 수상을 하는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이죠?”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칼데콧상은 오로지 그림 작품만 수상하지만 뉴베리상은 아니었다.

아동문학 소설부터 시집, 그림책 등 비문학이라 불리는 책들도 수상할 수 있었다.

“잘 알고 있구먼. 칼데콧은 작품에 주는 상이라면 뉴베리는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이지.”

“네..... 뭐.”

“근데 이게 내 느낌이지만 자네가 수상할 것 같단 말이지.”

“뭐가요? 뉴베리요?”

“그래.”

“네에....?”

에드워드 선생님은 피식 웃음 지었다.

“부정은 하지 않는군?”

“언젠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제가 다음 연도에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네요.”

내 소설 중에 아이들이 읽기 쉬운 소설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드래곤 마스터]로 어린 시절에 적은 거라 아이들이 읽기 쉬운 것뿐이다.

또 하나는 [사막의 제국]인데 받는다고 하면 아마 이 작품 때문일 확률이 높았다.

[사막의 제국]은 내가 아이들의 동심을 상상하며 집필한 책이었고, 실제로 SNS상에서 책을 품평하는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가장 재밌는 책이라고까지 말했다.

더군다나 ABA에서는 아예 이번 연도 최고의 아동문학이라고 했으니 말이다.

“한 달도 안 됐죠? 아니 정확히는 오늘 10일 째죠?”

문제가 있다면 [사막의 제국] 첫 발매가 10일 전이라는 것이다.

아니 지금이 새벽이니 11일째가 되어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가 수상을 받기에는 무리가 있는 기간이었다.

“흐음..... ALAC(미국 도서관 협회 산하 도서관서비스협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은데?”

“받는다고 해도 솔직히 좋을지 모르겠어요.....”

수상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몰랐다.

그리고 다음 연도 수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영 무리였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오셨어요?”

“그냥 떠올라서 말하러 온 것뿐이네. 하긴, 생각해보니까 작가가 된 지 몇 개월 되지도 않은 인간한테 줄 정도는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렇죠?”

“그냥 늙은이의 오지랖이라고만 생각하게나.”

에드워드 선생님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근데 이 미국이라는 나라는 능력 있는 사람한테 기회를 주는 나라라서 나도 모르겠구만.”

방을 나가며 나지막이 말하는 선생님의 말씀에 나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

선생님이 나가시고 나는 머릿속에 뉴베리상에 대한 걸 완전히 지워버렸다.

어차피 일 년 동안 가장 활약한 사람한테 주는 상이고, 수상작 후보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보니 내가 지금부터 걱정하거나 기대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마저 수정하자.’

시간을 보자 그리 늦은 시간...... 개인적으로 늦은 시간이 아니었기에 나는 수정에 더 돌입했다.

얼추 마무리 정도만 남겨두고 나서야 잠을 청했다.

-쾅쾅!

그렇게 자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방문을 두들겼다.

“끄응..... 내 방문 닳겠네... 아직 아침인데......”

잠을 잔 지 몇 시간 안 되었기 때문에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굉장히 거슬렸다.

엄마는 내가 일어나든 말든 그냥 문 몇 번 두들기고 신경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얌마! 얼른 일어나지 못해!

“.....아. 썩을.”

문밖에서 제시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라면 모를까 제시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나도 모르게 베개로 머리를 감쌌다.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내가 문을 잠그고 잤던가?”

결국에 제시카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아침 댓바람부터 자고 있냐! 얼른 일어나!”

제시카는 내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내 침대 위로 뛰어올라와 베개를 뺏고, 그걸로 내 머리를 내려치기 시작했다.

-퍽퍽!

“야야! 그만해! 우리 나이가 몇 살인데! 새벽까지 작업해서 힘들단 말이야!”

“그건 네 사정이잖아! 얼른 일어나! 다이애나 데리고 갈 데가 있다고!”

“.....엥? 어딜?”

그 말에 정신을 차린 나는 제시카를 바라봤다.

제시카가 입고 있는 옷은 특이했는데, 찬바람을 이길 수 있는 파카임에도 물에 젖지 않는 방수 재질을 가지고 있었다.

“낚시하러 가자! 낚시!”

“.....아. 젠장.”

추워 뒤지겠는데 무슨 낚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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