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135화 (134/216)

135화. 대중음악 (2)

키라나는 진지한 얼굴로 수첩을 읽어 내려갔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첩을 덮으며 말했다.

“[블랙 & 월드] 가사보다 이해하기 쉽고, [드래곤 마스터] 가사보다는 깔끔하네요. 다만 너무 심심해요.”

“심심이라.....”

“스토리 측면에서 말한 거예요. 내용이 너무 뻔해요.”

“으음.....”

짝사랑한 여자에게 고백하기도 전에 차인 이야기.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키라나의 말대로 비교적 뻔한 스토리이기도 하다.

“뭐. 글은 좋네요. 여기서 작곡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고요.”

“네......”

“다만, 대중음악에서 뜰 수 있느냐라고 물으신다면 저는 고개를 저을 것 같아요. 작가님이 적었다고 하면 이슈가 되기는 하겠지만 그리 뛰어난 가사는 아닌 것 같거든요.”

키라나의 냉정한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읽기 편하다고 모든 게 좋은 건 아니니까요.”

다이애나와 똑같은 말에 나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읽기에는 편한 가사지만, 딱히 대단할 것도 없는 게 사실인데 어떻게 인기를 끌겠는가.

“Live 방송 시작하시죠?”

“네. 부탁드릴게요.”

“한 것도 별로 없는데 부탁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어요.”

나는 매무새를 정리하고 의자에 앉았다.

***

Live 방송에 들어온 시청자들은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색다른 환경에 깜짝 놀란 눈치였다.

-여기는 어디예요?

-작가님! 평소와 다른 곳인데 어디예요?

-마치 전형적인 작가방 같은데..... 책도 많고.

-창문에 암막이 다 처져 있네? 무슨 일이지?

-새로운 세트장이에요?

바뀐 환경에 시청자들의 질문이 계속해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뮤튜브 방송을 하는 키라나도 계속해서 들어오는 후원금과 시청자들에 놀랐는지 뒤쪽에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계속해서 들어오는 시청자들을 기다리다가 어느 정도 시청자 수가 안정화되자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제임스 작가입니다! 모두 반갑습니다!”

-작가님! 일단 지금 거기가 어디인가요?

-아. 설마 고향 집이신가요?

신식 건물이었던 전 집과는 달리, 지금 있는 곳은 창고를 베이스로 한 오래된 집이다 보니 많이 노후화되어 있었다.

그렇다 보니 내가 살던 곳을 기억하고 고향 집이라고 추측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네. 맞아요. 여기가 바로 제 고향 집입니다!!”

-이야...... 근데 창문은 다 블라인드로 막아버리셨네요?

-방이 생각보다 작네요?

-뭐랄까..... 작가님이랑 어울리는 방인데요? 굉장히 책도 많고

-책이 많은 편인가? 다른 작가님들 방보다 오히려 책이 적은 편인 것 같은데?

“하하. 맞아요. 제 방에는 제가 개인적으로 재밌다고 생각한 것들만 모아뒀어요. 그 외의 책들은 전부 다른 곳에 놨죠.”

-헤에..... 하긴, 책까지 추천해주는 분이신데 책을 조금만 읽었을 리 없겠죠.

-그보다 [일곱 개의 죄악 : 【질투】]에 대해서 말 좀 해주세요! 1권 완결이 났다고 들었는데 그 이후에 소식이 없잖아요!

-Live 방송한 이후부터 SNS는 아예 안 하시기로 작정하신 거예요? 소식 좀 알려주세요!

-제발 소통 좀 해주세요! 답답해서 미치겠어요!

“그 부분은 책 추천이 끝나면 말씀드릴게요! [일곱 개의 죄악 : 【질투】]에 대해서 궁금하시면 우선 제 방송을 끝까지 봐주세요~!”

-잔인해!

-우우우우!

“하하하하! 방송을 열심히 해야죠! 그럼 시작할게요!”

이번에는 굳이 인터넷으로 책을 찾지 않아도 됐다.

이미 무슨 책을 추천할지 선택해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책꽂이에서 책 한 권을 꺼내 다시 의자에 앉았다.

“오늘 추천할 책은 바로 이거!”

나는 책 한 권을 꺼내 카메라 앞에 가져다 댔다.

녹색 표지에 그려져 있는 목을 매달고 있는 해골 하나.

“판타지 소설입니다!”

-판타지? 작가님이 판타지 소설을 추천하는 건 처음 아닌가?

-처음이라고 해도 추천 자체를 두 번밖에 안 했잖아... 그래도 판타지 소설을 추천하실 줄은 몰랐네요.

-판타지 소설을 좋아해서 이번 추천 기대됩니다!

-개인적으로 판타지 소설을 많이 읽어서 제가 읽지 않은 판타지 소설이 있을까 의문이네요. 기대하고 있어요.

가장 인기 있는 장르이면서도 미국인이라면 싫어할 수가 없는 게 판타지 소설이라,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역시 판타지 소설답게 반응이 뜨겁네요. 혹시 이 책을 아시는 분 계신가요?”

판타지 소설이지만 이 책 표지는 너무도 암울했다.

녹색처럼 보이는 표지는 자세히 보면 숲과 나뭇잎으로 가득 차서 녹색으로 보이는 것이었고, 목을 매달고 있는 해골은 자세히 보면 눈에서 안광을 뿜어냈다.

표지만 봐도 상당한 정성이 느껴졌기에 아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죽고 싶은 해골]?

-표지하고 제목하고 잘 어울리네? 근데 이거 아시는 분 계심? 난 처음 보는데

-판타지 소설 많이 읽은 나도 처음 보는데.... 어떻게 이런 책을 알고 계시는 거지?

아무리 판타지 소설을 많이 읽었다고 해도 이 책은 모르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추천했던 두 소설과는 다르게 판타지라는 장르 때문인지 알고 있는 시청자들이 점차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 이거..... 재미는 있는데......

-이거 결말이.... 최악 아닌가.

-나는 결말이 마음에 들었는데?

-재미는 있는 소설인데 이거 내용이.....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으신 것 같네요.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책이면서도 인기를 끌지 못한 책이에요. 우선 주인공이 인간이기는 한데 살아있지 않으니까요.”

-엥?

-그게 무슨.....

“자자. 차근차근 설명해 드릴게요. 내용 스포가 조금 있을 수 있으니 듣기 싫으신 분들은 5분 뒤에 들어오길 추천 드릴게요. 다른 소설들과는 다르게 이 책은 스포를 조금 해야 이해하기가 쉽거든요.”

그런 책들이 있었다.

책 내용을 누군가 정리해 준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만, 그냥 초보자들이 읽기에는 어려운 그런 책들 말이다.

이 책도 그런 책이다.

“[죽고 싶은 해골]은 말 그대로 인간이 아닌 해골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시작해요. 다만, 내용이 처음부터 조금 서글프게 시작하죠.”

-서글프게?

“네. 전쟁에서 검과 화살에 맞은 병사가 도망가다가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죽음을 맞이한 시점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거든요.”

이 소설은 제목에 굉장히 충실하다.

죽음이 다가오자 집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며 눈을 감은 병사는 해골의 모습으로 눈을 떴다.

“병사가 해골의 모습으로 살아난 이유는 숲에서 피를 흘렸기 때문이에요.”

그 숲에는 한 가지 전설이 있었다.

[절대 이 숲에서 피를 흘리지 마라.]

피가 흐르는 대상이 해골로 되살아난다는 전설이 있었기에, 그곳은 사냥꾼들조차 무서워서 가지 않는 숲이었다.

병사인 그는 그저 살고 싶은 마음에 정처 없이 숲을 걸었을 뿐.

어떻게 그런 전설까지 알겠는가.

“여기서부터 그가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 알게 될 거예요.”

-아.....

-가족을 찾으러 갔겠네요.

가족이 그리워하며 죽은 그는 기억을 모두 간직한 채 가족을 찾으러 떠난다.

‘다만, 그는 절망하지.’

해골이 되어 나간 세계는 자신이 상상했던 세계와 달랐다.

그저 육신이 썩고 나서 부활한 게 아닌, 백골이 된 상태로 30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고향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가족은 남아있을 리 없었다.

“이 소설은 일인칭 시점으로 시작돼요. 그렇기에 주인공의 감정과 상황의 묘사, 생각이 잘 드러난 작품이에요.”

이 소설을 읽으면 답답한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해골은 말을 할 수 없어요. 맛을 느낄 수도, 소리를 들을 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고통을 느낄 수도 없죠.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보는 것. 그거 하나뿐이에요. 다만, 그것 또한 제대로 된 색이나 형태를 구분할 수 없죠.”

소설 속에서는 이러한 이유를 영혼이 보는 세상이라고 표현했다.

기억을 가지고 있는 영혼이 백골만 남은 육신에 들어갔기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지만, 영혼은 세상을 볼 수 있으니 시야만 남아있는 거라고 설명해놨다.

“그렇기에 일인칭 시점과 그 해골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점을 번갈아 가며 서술해요. 각자가 생각하는 바가 완전히 정반대다 보니 그는 여러 재앙을 불러들이죠.”

해골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존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삶을 포기하려 했지만, 해골은 자신의 몸을 자해하고, 부순다고 해도 결코 죽어지지 않았다.

“아마 사람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건 결말 때문일 거라 생각해요. 물론 결말에 대해 말하지는 않을 거예요. 매니저분들은 채팅에서 스포하시는 분들 전부 블락 처리해주세요.”

전 작들과는 다르게 읽은 사람들이 있는 책이었기에 내용을 스포하는 사람이 있었다.

매니저들의 솜씨가 좋은지 차단하는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아. 스포충들 짜증 나네

-망할......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스포를 본 사람들도 있는지, 채팅창에는 화가 난다, 짜증 난다는 채팅이 올라왔다.

‘이 부분은 조금 생각을 해봐야겠네.’

아니면 조금 더 사람들이 안 봤을 법한 책을 추천하든가.

“자. 오늘 추천은 여기까지! 이제는 여러분들이 궁금해하시는 내용을 말해드릴게요!”

-오오오오오오!!!!!

-[일곱 개의 죄악 : 【질투】]에 대해서 말씀해주시는 건가요?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요?

역시나 가장 궁금해하는 건 [일곱 개의 죄악 : 【질투】]의 진행이었다.

“우선 [일곱 개의 죄악] 시리즈 중 첫 권인 【질투】는 1권을 완결해놨고, 거기에 수정까지 전부 마무리된 상태로 빌에이든 미디어에 있어요.”

-공격하라!!!!!

-메일 폭탄을 보내랏!!!!!

-방구석 워리어들아! 힘을 내!!!!!

-우리는 얼른 추리 소설을 보고 싶다!!!!! 제임스 작가는 힘을 내라!!!!

채팅창이 폭발하며 빌에이든 미디어를 공격하라는 채팅들이 쉴 틈 없이 올라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우선, 여러분들한테 몇 가지 간단하게 소설에 대해 설명해 드릴까 해요.”

-얼른 설명해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아...... 진짜 이럴 때마다 작가님 너무 싫어요. 나를 이렇게 애태우다니.....

폭발적인 반응에 나는 만족한 듯 웃으며 말했다.

“우선 주인공은 조현병 환자 겸 탐정이에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조현병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을 모티브로 적어봤어요. 물론 주인공 같은 성격은 아니에요. 하하! 오해하지 마세요.”

-조현병?

-아아......

조현병이라는 말에 채팅창 반응이 약간 숙연해졌다.

불과 얼마 전에 조현병 환자가 길 한복판에서 총기사건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나는 한 마디 덧붙였다.

“이 소설을 보고 조현병 환자를 이해해달라는 건 아니에요. 그저 조현병에 걸리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으로 적어봤어요.”

내 말에 채팅창에 채팅 하나가 올라왔다.

-작가님은 조현병 환자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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