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136화 (135/216)

136화. 장호식 감독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글쎄요.... 솔직히 잘 모르겠네요. 중립이죠.”

조현병 환자는 과연 안전할까?

전 세계적으로 조현병 환자가 저지르는 범죄가 많다 보니 확답은 할 수 없었다.

“조현병이라는 병명이 있고 그 병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쁘다, 안전하지 않다고 확답을 한다는 게 무리가 있어요.”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모든 사람들을 싸잡아서 말하면 안 되죠.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도 조현병 환자가 있는데 정말 힘들어하더라고요. 완치가 안 되는 병이라 더욱 힘들어한다고.....

“그래도 관리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건 아니에요. 그러니 저는 중립을 표하는 거예요.”

그들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가끔 일어나는 나쁜 일들이 정당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 조현병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답이 없는 이야기가 길어지면 끝도 없으니까요! 이번에는 밝은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밝은 이야기?

-뭔데요? 작가님 여친 생기심?

-설마 결혼 발표?

“.....쓰읍. 저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 말에 앞에 있던 키라나가 작게 웃음을 지었다.

너무 작은 소리라서 마이크에는 들리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자! 밝은 소식이란 무엇이냐! [리턴 패션 디자이너] 2권이 내일부터 샐러쉬에서 연재된다는 소식입니다! 자! 박수!!!!!”

-헐. 대박. 드디어 벤자민이 행복해지나요?

-형님! 벤자민은 어떻게 되나요?

-칼리아는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아니 fuxk! 칼리아 기억은 어떻게 되는 건데요!

-칼리아는 제발 기억하게 해주세요!

-1권 내용을 개판으로 끝내놔서 2권 내용이 상상이 안 가네......

-벤자민 좀 제발 행복하게 해주세요! 작가님 소설을 읽으면, 너무 뚜렷하게 장면이 상상돼서 더욱 애달프다고요!

-현실에 존재하지 않은 존재인데...... 작가님 필력 때문에 응원하게 됨......

-그래서 벤자민은요?

채팅창은 환영한다는 소리보다는 전부 벤자민이 과연 행복해질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채워졌다.

“어.....? 기뻐하시는 분이 없으시네요? 그럼 내일 연재하지 말까요.....?”

-에이 형님도 참! 저희가 언제 그랬다고

-와아. 기대. 된다. 얼른. 나왔으면. 좋겠다.

-제임스 작가는 작가로서 본분을 다해라! 우우우우우우!!!

“하하! 농담이에요! 벤자민의 행복에 관해서는 알려드리지 않는 게 더 재미있으니까요.”

-이 소설은 솔직히 재미없지..... 벤자민 보려고 보는 것일 뿐이지 뭐.

-그것만 알게 되면 이 소설 이제는 안 볼 텐데.....

“그렇게 말하시니 서운하네요.”

-그래도 저희는 독자니까 봐드릴게요!

-그런 의미해서 내일 연참이죠?

-연참 부탁할게요!

내가 서운해하기가 무섭게 연참을 유도하는 채팅글이 올라왔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은 평범하게 연재하겠습니다!”

-우우우우우!!!!

-우우우우우!!!!

-우우우우우!!!!

“하하! 그렇게 야유하셔도 할 수 없어요! [블랙 & 월드] 2부도 연재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는 걸요? 여러분들께 좋은 글, 다양한 글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도 좀 알아주세요! 하하. 아무튼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잠깐만 아직.....

-잠깐..... 형.....!

“바이바이!”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방송을 중단했다.

“정말 칼같이 끊으시네요.”

키라나의 말에 나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방송이 어색해서요.”

“그런 것 치고는 시청자분들과 소통도 자주 하시는 것 같으시던데요?”

“그냥 노력해 보는 거죠.”

나는 컴퓨터를 종료하지 않고 곧바로 파일을 열었다.

“안 쉬세요?”

“쉴 시간이 없네요. 하하..... 아까 말했다시피 [리턴 패션 디자이너]를 슬슬 연재해야 하거든요.”

“아..... 그럼 저는 이만 나가볼게요.”

“네. 오늘 방송 고마웠어요.”

키라나는 웃으며 방에서 나갔다.

“자아..... 그럼 계속 쓰자.”

***

시간이 흐를수록 글이 막히는 건 당연하다.

시놉시스를 적어놓는다고 해도 처음에 번뜩였던 아이디어가 시간이 지나서도 유지될 리가 없었다.

특히 [리턴 패션 디자이너]는 벤자민의 절망을 재미로 삼는 이야기다 보니, 너무 절망만 길어지면 내용에 재미가 없었고, 웹소설이다 보니 마무리를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다음 화가 궁금해지기에 이 또한 고민거리였다.

이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곰곰이 고민해봤지만 딱히 생각나는 부분이 없었다.

그렇게 6화 정도 내용을 적었을 때 결국 손에서 내려놓아야 했다.

“불리를 당하는 부분만 6화 정도 적었네...... 이게 괜찮아야 하는데......”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더 이상 흥미로운 소재가 없다 보니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켜야 했는데, 이 부분은 조금 더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 좀 쉬자.”

내일이면 LA로 돌아가는데 마지막에 너무 일만 한 게 아닌가 싶었다.

밖을 보니 서서히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으니 오늘은 이만하면 충분했다.

“하암.....”

뿌드득!

온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스트레칭을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있다가 일어난 거라 살짝 현기증이 돌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점차 괜찮아졌다.

“으..... 확실히 운동을 할 때와 안 할 때하고 차이가 심하네.”

이래서 사람들이 비싼 돈 주고 관리를 하는 거구나.

-똑똑!

-제임스!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로 누우려 하니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렸다.

“왜요?”

-마지막으로 BBQ 파티나 할까 하는데 가서 고기 좀 사오련?

“아. 좋은 생각이네요. 네. 그렇게 할게요.”

-다이애나하고 갔다와. 지금 기다리고 있다. 올 때 월리하고 캐서린도 데려오고.

“알겠어요. 금방 나갈게요.”

하긴 내일이면 다들 본업으로 돌아갈 테니 오늘은 맛있는 음식으로 마무리하는 게 좋겠지.

근데 우리 집은 맛있는 음식 하면 BBQ밖에 안 떠오르네.

피식 웃음이 삐져나온 나는 옷을 주섬주섬 갈아입고 거실로 내려왔다.

거실 소파에는 에드워드 선생님과 함께 월슨 할아버지와 베티 부인도 계셨다.

“안녕하세요. 어쩐 일이세요?”

“마지막 날인데 식사나 한 끼 하자고 해서 왔네. 팡이 상태도 궁금하고.”

“아...... 팡이.”

월슨 할아버지는 한쪽에서 무기력하게 앉아있는 팡이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기는 좋았는데, 받아들이기가 힘든가 보군. 똑똑한 고양이라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저렇게 상실감을 알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그럼 어떻게 되는 건가요?”

“전에도 말했다시피 시간이 해결할 걸세. 뭐..... 곧 친구도 생긴다고 하니 괜찮아지겠지.”

“친구? 아아.... 강아지요?”

“그래.”

아빠가 데려올 강아지와 팡이가 친구로 잘 지냈으면 했다.

거실에서 나와 현관문으로 가니 다이애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 기다리셨나요?”

“아니에요! 저도 방금 나왔는걸요? 그보다 얼른 가요! 저 배고파요!”

“아. 그럴까요?”

우리는 밖으로 나가 차에 탔다.

내가 방에 들어박혀 있는 사이에 눈이 상당히 녹은 것 같았다.

‘운이 좋네.’

원래라면 지금쯤 눈 때문에 고생할 시기였는데,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눈이 녹기 시작했다.

“으으..... 추워요.”

그래도 날이 따뜻해진 건 아니었다.

“그래도 처음 왔을 때보다는 많이 따뜻해진 것 같아요.”

“그러게요. 원래는 이렇지 않거든요. 추웠으면 추웠지 눈이 녹아내리진 않았는데......”

그래도 도로가 미끄럽지 않아 수월하게 마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트엔 저번에 없던 트리와 형형색색의 전구들이 마트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곧 있으면 크리스마스네요?”

“2주 뒤네요. 그, 그런데 작가님은..... 크리스마스에 계획 있으세요?”

“음...... 네. 있어요.”

예상하지 못한 답변이었다는 듯 다이애나는 토끼 눈을 떴다.

“이, 있으셨구나..... 혹시 여자 만나러.....”

“아. 그건 아니에요. 아니, 맞나?”

“네?”

“소아암 병원에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가기로 했거든요.”

“아......”

그 말에 다이애나는 뭔가 감동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런데 여자라니요?”

“올리비아랑 같이 가거든요.”

“.....올리비아?”

그 말에 다이애나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저, 저도 가도 되나요! 저도 병원 갈게요!”

“네? 아니 그..... 뉴욕이 아니라고요? LA 미국 반대편인데요?”

“괜찮아요! 무조건 갈 수 있어요!”

“아니...... 저야 상관없기는 한데, 선생님이 허락 안 하실걸요?”

“괜찮아요! 반드시 설득할게요!”

“네..... 뭐. 허락받으면 연락 주세요.”

어차피 에드워드 선생님의 성격으론 안 될 가능성이 높았기에 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카트를 끌고 마트로 들어갔다.

마트 안에는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드시고 싶으신 부위 있으세요?”

“제가 고기에 대해서 잘 몰라서요..... 그, 저번에 먹었던 가, 갈비? 그게 맛있더라고요!”

“아. 그건 아마 집에 있을 거예요. 그럼 그냥 제가 원하는 대로 담을게요.”

“네!”

고기 진열장에서 맛있어 보이는 돼지고기와 소고기 몇 개를 카트에 집어넣었다.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하니 고기를 넉넉하게 담았다.

고기만 사면 심심하니 술도 꽤 실을까 했지만, 내일 선생님은 뉴욕으로 떠나야 하니 가족이 마실 것만 구매하기로 했다.

그 외에도 과자 같은 간단한 주전부리를 카트에 실은 뒤 마트를 천천히 구경했다.

“아! 이거 본 적 있어요! dalgona!”

“이걸 미국에서 볼 줄은 몰랐는데......”

솔직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미국에 오기 전, 달고나를 먹은 기억이 몇 번 있기는 했지만 너무 오래전 일이라 맛이 잘 기억나지는 않았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도 딱히 저걸 먹을 생각은 들지 않아서 관심도 없었다.

“몇 개 살까요?”

“네!”

다이애나가 먹고 싶어 하는 눈치라 몇 개를 구매한 다음 우리는 마트에서 나왔다.

혹시나 달고나가 부서질까 다이애나는 달고나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저게 맛있나?’

그냥 설탕 녹인 맛이었던 것 같은데...

하지만 그 인기 때문인지 마트에서도 몇 개 남아있지 않았다.

‘아. 월리 집으로 가야지.’

월리도 데려가야 하는 걸 깜빡했네.

***

대한민국 명감독 중 한 명인 장호식 감독은 얼마 전 빌에이든 미디어의 연락을 받자마자 부리나케 짐을 꾸렸다.

제임스 작가.

그의 글을 알고 있는 미국인 영화 감독한테 작품을 추천받고 읽어본 뒤부터 장호식 감독의 머릿속에는 [리턴 패션 디자이너]가 떠나질 않았다.

미팅 날짜는 아직 미정이었지만 승낙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짐을 싸기 시작했다.

“곧 만나러 갑니다. 제임스 작가님.”

과연 제임스 작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제임스 작가와의 만남을 기대하는 장호식 감독의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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