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139화 (138/216)

139화. 장호식 감독 (4)

장호식 감독은 지금까지 작품을 만드는 작가들과 3번 정도 같이 작업하였다.

그중 한 명은 웹툰이 원작인 영화였고 나머지 두 개는 소설이 원작인 영화였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소설보다는 웹툰이 영화로 각색하기가 훨씬 쉬웠다.

얼굴부터 시작해서, 장면, 내용이 전부 시각적으로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웹툰 작가들이 배경을 그리면 그중에는 사진으로 확인한 것도 있지만 자신이 사는 집 근처, 혹은 현실 세계 어딘가의 모습을 웹툰에 참고해서 그려 넣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웹툰에 나오는 곳에 가서 직접 촬영을 하든가 혹은 CG로 배경을 만들면 촬영하기 쉬워진다.

그렇다면 소설은?

어떻게 보면 소설의 배경은 상상에 달려 있다.

읽는 이에 따라서 배경이 바뀌기 때문인데, 여기서 문제가 있다면 사람들마다 생각하는 배경과 주역들의 이미지가 다르다는 것이다.

일러스트로 주인공의 이미지를 보여준다고 해도 실사화가 되면 어느 정도 실망을 안고 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장호식 감독은 작가의 생각을 먼저 들여다보고 싶었다.

어떤 방식으로 적었는지, 세계관은 어떤지, 어떤 생각으로 주인공에 이입했는지, 어떤 느낌의 배경을 생각하고 있는지.

천칭에 미디어와 문학을 올려놓고 서로 균등하게 작업하기 위해서 말이다.

‘재밌네.’

장호식 감독은 제임스 작가가 건네는 양주를 받아들며 생각했다.

제임스 작가와의 대화는 무척이나 수월했다.

마치 한 화 한 화의 과정을 전부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자신이 어느 부분의 무엇이 궁금하다고 하면 제임스 작가는 그때 적었던 경험을 막힘없이 꺼내주었다.

비교적 최근에 적은 소설이라 가능한 것이기도 하지만 제임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였다.

“저도 드라마를 도전하는 건 처음이다 보니 여러 방면으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리턴 패션 디자이너] 2권 분량을 확인했는데 여기서 문제는 어느 곳까지 드라마로 제작하느냐입니다.”

“음......”

“아직 미팅 전이라 확답을 드릴 순 없지만, 넷마이너스 측에서도 작가님의 소설을 눈여겨보고 있기에 늦어도 1월 말에 제작에 돌입할 겁니다. 아마 2권 정도겠군요.”

“2권이라...... 그건 조금 곤란하네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제작을 늦추어 작가님이 소설을 완결을 기다리는 것과, 미드처럼 시리즈로 제작하는 것입니다.”

“시리즈라......”

“몇 권까지 생각하시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 말에 제임스는 앉아있던 소파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기 시작했다.

“어디까지 적고 완결을 낼 것이다라고 말하기 힘들죠. 내용과 스토리를 전부 소진하는 단계가 몇 화인지, 몇 권인지 알 수 없으니까요. 까놓고 말해서 지금도 스토리가 고갈되기 시작했거든요.”

“하하..... 그렇습니까?”

“예. 솔직히 지금 당장이라도 완결 낼 수 있지만, 그러면 독자님들의 원성이 자자할 테니 최대한 쥐어짜고 있습니다.”

“음......”

상대가 평범한 작가라면 어느 정도 예상해 달라고 완강하게 권유해 봤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현재 미국을 호령하고 있는 세계적인 작가이자, 인지도 있는 작가.

아직 한국에서는 많은 인기를 끌고 있지는 않더라도, 그의 실력은 여지없이 훌륭하다 보니 장호식 감독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대략적으로라도 알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만......”

“음.. 그럼 일단은 3권 정도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3권이요? 그렇게 빨리요?”

“네.”

[리턴 패션 디자이너]가 1권을 집필한 기간은 기껏해야 한 달 정도였다.

그렇게 되면 3권까지 빠르면 2개월 정도 걸린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차라리 기다렸다가 제작하는 게 더 수월했다.

“다만, 제가 3권을 빨리 쓸 수 있을지가 의문이네요.”

“아.....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다른 소설들과는 달리 웹소설이다 보니 중간중간 계속 연재는 할 수 있겠지만, 중간에 휴재를 할 수도 있었고 지금도 1권 완결 뒤에 한동안 휴식기를 가진 다음에야 2권 작업에 돌입한 거라 3권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대략적으로 말씀드린 거라 완결이 3권이 아닐 수도 있고요.”

“그럼 시즌으로 가야겠군요. 1권 분량을 생각한다면....... 음. 정확하지는 않지만 5화에서 6화 정도로 시즌 1이 완결 날 것 같습니다.”

“그건 제대로 된 미팅에서 이야기해보면 알 수 있겠네요. 아. 한잔하시죠.”

“네.”

장호식 감독은 잔에 들어있던 술을 목구멍으로 다 털어 넣은 뒤 빈 잔을 내게 내밀었다.

***

아침이 되고 나는 또다시 어항 앞으로 가서 멍하니 재롱이를 바라봤다.

지금 생각해봐도 물고기를 키우는 건 생각보다 좋은 생각인 것 같았다.

손바닥보다 작은 녀석이 한 마리 생겼다고, 집안에 나 말고도 또 다른 생명체가 있다는 게 사실이 큰 위안이 되었다.

특히 손님이 있다가 떠나면 그 빈자리가 상당히 허전하다 보니, 저렇게 작은 친구라도 있는 게 심심한 위로가 되었다.

베타의 수명은 기껏해야 2년 많아도 4년 정도라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좋겠지.

“정이 크게 안 가는 게 또 좋네.”

털 달린 짐승들에게 가는 정은 어마어마하지만, 베타는 그저 집안의 활기를 불어넣어 줄 뿐 큰 정이 가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청소를...... 에휴.”

어제 장호식 감독님과 먹었던 음식의 잔재들이 거실에 한가득 있었고, 일주일 동안 집을 비웠기에 먼지도 가득했다.

청소를 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지금까지 그냥 내버려 두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슬슬 청소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글을 써놔서 다행이지......’

나는 천천히 활동을 시작하기 위해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띵동~!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다.

‘아..... 아리아나인가?’

집 초인종을 누를 사람이라곤 한스 할아버지와 아리아나밖에 없었는데, 그 중 아리아나일 확률이 높았다.

-벌컥.

문을 열어보니 예상대로 아리아나가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오랜만이에요 아리아나. 아. 일단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오는 한기에 일단 아리아나를 집안으로 들였다.

아리아나는 해맑게 웃으며 집안으로 들어와 여기저기 둘러봤다.

“집이...... 상당히 더러워졌네요?”

“지금 청소를 하려고 했어요. 어제 돌아왔는데 손님까지 맞이하다 보니 더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그럼 저도 도와드릴게요!”

“네?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어차피 오늘 예약된 사람도 없고, 청소를 빨리해야 작가님을 데려가죠!”

“......”

운동..... 그래. 운동은 해야지.

아리아나는 입고 있던 패딩을 한 곳에다가 벗어두고 소매를 걷어붙였다.

“자! 얼른 시작해요! 두 명이면 빨리할 수 있을 거예요!”

“네에......”

이게 문과랑 체육계의 차이라는 걸까?

아침부터 기운찬 아리아나의 활발함을 난 따라가지 못했다.

“어? 못 보던 어항이 있네요?”

“네. 집이 너무 삭막한 것 같아서 어제 들여놨어요.”

“확실히 어항이 있으니 집에 생기가 도는 것 같아요.”

정확히는 수조 조명빨이었지만 그래도 저거라도 있는 게 어디인가.

“맞다. 어제 올라온 내용 봤어요!”

“재밌었나요?”

“[리턴 패션 디자이너]는 재미 때문에 보는 게 아니에요! 그거 보고 어제 한참 울었다고요!”

“하하...... 다행이네요.”

독자가 작품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 작가로서는 최고의 찬사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리아나의 도움으로 집안 청소를 전부 끝마쳤다.

“아침에 아무것도 안 드셨죠?”

“네. 원래는 먹고 헬스장에 가려고 했죠.”

“드시면 안 돼요. 작가님 요 일주일 동안 살 많이 찌셨어요.”

“......그래 보여요?”

생각해보니 이번 휴일 동안 집에서 뒹군 것밖에 생각이 안 난다.

중간에 낚시를 가기도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돌아간 고향 집이라 그런지 먹고 마시는 데 더 열중했기에 살이 안 찌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네! 또 독자들이랑 소통하려면 깔끔한 모습이 돼야죠!”

“쩝..... 그렇게 회유하시면 할 말이 없죠... 커피 한 잔만 마시고 갈게요.”

“아. 저도 한 잔 주시겠어요?”

“네. 알겠어요.”

나는 커피 머신에서 커피 두 잔을 뽑았다.

***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손끝 하나 움직일 체력이 없었다.

‘끄응..... 항상 운동하고 나면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힘드네.....’

그래도 이게 확실히 몸에 좋은 것을 알기에 불평을 할 수는 없었다.

-삐리리리리리~♪

그렇게 멍하니 침대에 누워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끄응.....”

근육통 때문에 움직이기 힘든 몸을 이끌고 핸드폰을 바라보니 지금까지 기다리던 사람한테서 연락이 와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루시아.”

-안녕하세요 작가님! 오래간만이에요! 집에는 잘 들어가셨나요?

루시아는 전화를 받자마자 활기차게 인사했다.

“네. 그보다 오늘 전화 주셨다는 건...... 회의가 끝났다는 거겠죠?”

-네! 회의 끝났고, 결론이 나왔어요.

“어땠나요?”

-우선 작가님이 보내주신 [초능력 세계]는 수정이 너무 안 돼 있는 편이라, 제가 1차적으로 교정을 한 다음 회의를 진행했어요.

“하긴 내용부터 시작해서 오타까지 조금 심각하긴 했죠.”

-그래도 영웅의 활약상을 담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굉장히 재밌었어요! 다만, 제가 교정만 했다보니 수정은 따로 진행을 하셔야 할 것 같아요.

“그건 염두에 두고 있어요.”

-우선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대표님이 허락하셨어요!

“다행이네요.”

-다만, 수정한 내용을 다시 한번 보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내용이 그리 길지 않다 보니 혹시 1권 분량을 수정하는 데 어느 정도 걸릴까요?

“음..... 잠시만요.”

나는 슬쩍 시간을 바라봤다.

오후 2시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에 지금부터 쓴다고 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수정만 하는 거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네요. 내일 아침까지 메일로 보내드릴게요.”

-넵! 내일 확인하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아. 맞다! 그리고 [초능력 세계]라는 제목은 아무래도 너무 단순한 것 같아서요! 그럴듯한 제목으로 다시 지어야 할 것 같아요! 저희 측에서 제목을 생각해보긴 할 건데 작가님 스스로도 제목을 고민해주셨으면 해요!

“아..... 그렇겠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루시아와의 전화를 끊고 나는 침대 위에서 지렁이마냥 꿈틀거렸다.

“아..... 글쓰기 싫다.”

운동을 하고 침대에 누워있으니 몸이 나른하기 그지없었지만,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했다.

힘없는 발걸음으로 컴퓨터 의자에 앉은 나는 집에서 가져온 USB를 연결하여 파일을 열었다.

‘제목이라......’

이 세계는 어반 판타지를 기반으로 두었다.

어반 판타지라는 세계관 그리고 초능력과 도심 속 왕국.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이 봐도 재밌을 것 같은 제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복잡하게 적을 수도 없네.’

제임스는 파일을 열어둔 채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내 머리를 빡빡 긁었다.

“일단 수정을 한 다음에 내용을 다시 살펴보자. 어떻게든 되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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