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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152화 (151/216)

152화. 과로 (2)

오늘 하루도 평탄하고 바쁜 하루가 흘러갈 것이라 생각했던 빌에이든 미디어는 갑작스럽게 올라온 기사에 싸늘하게 업무가 마비됐다.

빌에이든 미디어의 최고의 상품이자, 지금의 빌에이든 미디어라는 존재를 만들어준 최고의 은인이 과로로 기절했다는 것이다.

“새벽 온 원고는 설마.....”

에밀라는 기사를 보며 얼굴이 굳어졌다.

새벽에 왔던 [블랙 & 월드 2부 : 악의 구슬] 원고를 받았을 때만 해도, 올해 마지막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원고를 보낸 뒤 제임스 작가가 쓰러졌을 거라는 생각에 에밀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런 그녀의 옆으로 로건이 다가왔다.

“병원 위치는 알아냈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미팅이니 에밀라 씨가 먼저 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로건은 지갑에서 개인 카드를 꺼내 에밀라한테 내밀었다.

“필요한 경비는 이걸로 해결하시고, 병문안 선물도 하나 사가세요. 한도는 걱정하지 마시고요.”

“네!”

에밀라는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또다시 나가야만 했다.

로건이 알려준 병원까지는 거리가 상당히 있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조차도 사치였다.

바쁜 손길로 필요한 것들을 챙긴 에밀라는 모니터 화면에 켜져 있는 [블랙 & 월드 2부]를 잠시 바라봤다.

‘이건 나중에 봐야지.’

탈진해서 쓰러진 지금, 글의 내용이 어떤 식으로 변경될지 몰랐다.

병원까지 가는 차 안에서 확인한다고 해도 제대로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에밀라는 컴퓨터를 종료하고 밖으로 나갔다.

***

헤리는 메디슨한테 전화를 받자마자 상황이 좋지 않음을 감지했다.

무사하다면 무사하다고 연락이 와야 하는데, 전화가 오지 않길 바랐던 한스한테서 기다리던 연락이 왔다.

‘과로......’

SC라스틱이라는 기업을 이끌고 있는 헤리는 과로사 혹은 고독사를 하는 작가들을 많이 봐왔다.

설마했던 일이 벌어졌다는 말에 헤리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헤리는 전화기를 들어 올렸다.

“스티븐. 서둘러 대표실로 와주세요.”

얼마 지나지 않아 스티븐이 대표실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대표님.”

“소식 들으셨습니까?”

“예. 제임스 작가님이 쓰러졌다고요.”

“LA에 있는 병원이라 지금 출발하면 오후 늦게 도착할 겁니다. 루시아 사원과 함께 가세요. 병문안 선물이나 호텔, 비행기 값은 전부 법인카드로 해결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병원비용도 전부 저희가 부담한다고 하세요.”

“예.”

“얼른 출발해주세요.”

“바로 준비하고 출발하겠습니다.”

스티븐이 떠나가고, 헤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과거 이런 식으로 미국은 별 하나를 잃은 적이 있었다.

에드월 홈즈의 그림자가 느껴지던 사내가 이제는 똑같은 절차를 받으려고 하니 헤리의 머리가 지끈거렸다.

최고의 상품성을 가진 작가이긴 하지만 그 이전에 사람인지라 충분한 휴식은 필수였다.

자신의 재능을 참지 못하고 언젠가 이러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고 걱정은 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오늘이 될 줄은 몰랐다.

“하아......”

한스한테서 온 연락에 의하면 다행히 그리 심각한 편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미션 그룹의 수장인 노아 올슨은 아침에 기사를 접하자마자 곧바로 법무팀 조니한테 연락하여 메디슨한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메디슨양. 잘 지내셨나요. 오늘 제가 전화한 이유는......”

-제임스 작가님 때문이시죠?

“네. 맞습니다.”

메디슨는 제임스와의 관계를 숨기고 있기에 사적인 대화에서는 제임스한테 작가님이라는 호칭을 붙였다.

“상태는 괜찮으십니까?”

미션 그룹 역시 과로사로 중요한 인물을 잃었던 일이 있었기 때문에 설사 판권계약만 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의사 말로는 영양실조와 탈진이 왔다고 하는데, 곧 괜찮을 거라고 하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비용은 전부 저희 측에서 부담하겠다고 병원에 얘기해두겠습니다. 아니..... 제가 직접 찾아가겠습니다. 아무래도 작가님 깨어나시는 걸 보고 대화를 좀 해봐야 할 것 같군요.”

-아니 그러시지는.....

“아뇨.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예.....

“병원 측에 특실로 옮겨달라고 연락해 놓겠습니다. 작가님이 깨어나시면 글 쓸 생각은 하지 마시고 푹 쉬시라고 전달 부탁드립니다.”

-예. 알겠습니다. 바쁘실 텐데 직접 오시는 건 조금......

“오늘 오후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세계적인 그룹이자 꿈의 왕국의 왕이 직접 행차한다는 말에 전화를 받고 있던 메디슨이 오히려 당황할 지경이었지만, 노아의 확고한 어투에 어쩔 수가 없었다.

“휴우.....”

노아 회장이 답답한 듯 넥타이를 벗어 던지자, 옆에서 지켜보던 비서가 말했다.

“오후 일정은 전부 취소해 두겠습니다.”

“부탁하지. 그리고 조니.”

“병원에 연락을 미리 취해놓겠습니다. 그리고 기자들이 올 수 있으니 사전에 병원에 대한 정보를 전부 차단해 놓겠습니다.”

“그래.”

노아는 지끈거리는 미간을 꾹꾹 누르며 품에서 시가 하나를 꺼냈다.

“또 피우실 생각이십니까?”

“후우.... 이렇게 답답한 일이 생겼는데 안 피고 배기겠나? 오늘 하루만 참지.”

평소에도 피우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일이 일인지라 피우지 말라고 할 수도 없었다.

노아의 줄담배가 계속되었고, 결국 꽁다리만 남았을 때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지.”

“그 전에 담배 냄새부터 다 털고 가시는 게 좋을 겁니다. 병문안에 담배 냄새가 나면 당연히 안 좋을 거 아닙니까?”

비서의 말에 노아는 향취 스프레이를 몸 곳곳에 뿌렸다.

***

아침밥을 먹고 있던 홈즈 일가는 뉴스에 갑작스럽게 올라온 일보를 보며 얼굴이 굳어졌다.

특히나 식빵에 버터를 바르고 있던 다이애나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지만, 그에 반면 에드워드의 얼굴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애미야. 커피 한 잔만 더 다오.”

“네? 아..... 네.”

헬리아는 에드워드가 내민 커피잔을 들고 가 내려놓은 커피를 담았다.

“하, 할아버지! 저희도 가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우리가 거길 왜 가? 지금쯤 사람이 구름떼같이 모일 게 뻔한데, 일어났을 때 전화 한 통화 주면 되니 밥이나 마저 먹거라.”

“그래도......”

할아버지는 헬리아가 내미는 커피를 들며 말했다.

“재능이 그런 거다. 나도 저 나이 때 재능에 못 이겨 밤새도록 음악을 만든 적이 있으니까 걱정 말거라. 터지기 직전이라면 몰라도 터진 후에는 차라리 그냥 조용히 내버려 두는 게 좋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할아버지의 말이다 보니 다이애나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안토니는 커피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심각한 건 아니겠죠?”

“아닐 거다. 고작해야 일주일 정도면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닐 거야. 다만...... 이후가 문제겠구나.”

“이후요?”

“재능이 집어삼켰다는 것은 무슨 심경에 변화가 있었다는 뜻이겠지. 지금까지 스스로 조절하는 느낌이 있었으니 분명 할 거다...... 다만, 이번 변화를 통해 앞으로의 글 방향이 바뀔 수도 있겠구나.”

“음..... 그분도 그러셨나요?”

에드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도 한두 번 기절하다 보니 글이 점점 재미없어진다고 생각하더구나. 우리가 보기에는 더 재밌어졌는데 스스로 재미없다고 느낀 거겠지.”

“스스로 재미없다고 여긴다라..... 영화 속에서나 나오는 악마의 재능 같네요.”

“그 말 그대로다. 자신의 몸을 살피지 못하는..... 그런 재능을 과연 재능이라고 할 수 있을지.....”

“아버지는요? 아버지도 기절하셨다면서요?”

“기절 안 했다. 밤새워서 했다고 했지 기절했다고는 안 했어.”

“아. 네.”

다 마신 커피를 식탁에 내려놓은 에드워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행기 표 좀 잡아놔라.”

그 말에 다이애나의 눈이 동그래졌다.

“가시게요?”

“가보긴 해야지..... 다만, 오늘은 가봤자 사람들이 많을 게 뻔하니 내일 가는 게 좋겠구나. 다이애나는.....”

“저도 갈 수 있어요!”

“에휴. 그래 같이 가자꾸나.”

에드워드는 달력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새해부터 몹쓸 녀석을 보러 가야겠구나. 쯧.”

***

제임스가 쓰러진 직후 루이나의 말대로 여러 기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파급력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자신의 정보를 상당히 숨겨왔던 제임스의 뒷조사를 시작한 것이다.

다만, 제임스 자체가 살아오는데 범법행위를 한 적도 없었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는 과정 또한 상당히 깨끗했다.

무엇보다 제임스의 고향은 꼭꼭 숨겨둔 상태였다.

SC라스틱과 빌에이든 미디어 그리고 미션 그룹이 제임스가 쓰러지자마자 자신들의 힘을 총동원하여 제임스의 정보를 최대한 막았기 때문이다.

[제임스 작가는 현재 과로로......]

고작해야 작가 하나가 과로로 쓰러진 것뿐인데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러한 파급력은 에드월 홈즈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 소식은 곧 한국으로도 퍼지게 되었다.

“이런.....”

한국인들은 재미 교포 역시 같은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미국 내에서나 이름이 알려졌던 제임스 작가지만, 각종 미디어에서 나오기 시작하니 사람들이 서서히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장호식 감독은 뉴스에 올라오는 댓글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 분 누군지 앎?

ㄴ미국에서 유명한 작가라고 함.

ㄴ아니 그건 지금 뉴스에 나오고 있잖슴. 그러니까 뭐가 그렇게 대단하길래 이렇게 뉴스에서 많이 나오는 건데?

대다수의 댓글들이 제임스 작가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에 사는 한국인들이라면 모를까,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아직 제임스 작가를 모르는 게 당연했다.

계속해서 댓글을 내려보니 아니나 다를까, 미국에서 거주하는 한국인이 댓글을 올리고 있었다.

다행히도 잘못된 정보가 아니었고 오히려 과도할 정도로 제임스 작가에 대해 설명해놓은 장문의 설명문이었다.

-이분 그냥 이런 평범한 뉴스에서 나올 분이 아님. ㄹㅇ 드래곤 원이라고 해서 정말 유명한 작가임. 미국 내에서도 뉴스에 몇 번 나오신 분임.

ㄴ글 좀 찌그려봐.

ㄴㄱㄷ 내가 메모장에 아주 그냥 장문으로 제임스 작가 업적 적어놓음.

ㄴㅋㅋㅋㅋㅋㅋ 무슨 작가가 업적까지 있어 ㅋㅋㅋㅋㅋ

-다시 올린다. 이분 현재 라울 배우가 출연할 [사막의 전갈] 집필하신 분임. 추격의 대가라 불리는 마그누스 감독님이 애원해서 맡은 작품으로 유명함. 이후 미션 월드에서 무릎까지 꿇고 들어갔다던 [블랙 & 월드] [드래곤 마스터] 집필하시고, 거기에 장호식 감독님이 바지에 질질 싸며 판권 계약한 [리턴 패션 디자이너]도 집필하신 분임(현재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는 모름). 대기업 회장이나, 할리우드 배우들도 이 분하고 만나고 싶다고 SNS에 자주 올리는데 전부 무응답으로 대꾸하시는 분임. ㄹㅇ 국뽕 때문에 가슴이 불타오르네. 주모오오오오오-!!!!! 여기 막걸리 한 잔-!!!!!

“.....”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 있자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

애원하긴 했지만 바지에 싸지는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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