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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157화 (156/216)

157화. 휴식

할머니 오숙녀, 영어 이름은 모네.

지금까지 에나는 할머니에게서 딱히 특이함을 느끼지 못했다.

처음 집으로 찾아갔을 때 에나가 느낀 점도 그러했다.

일반 몬스터 혹은 하프 몬스터한테서 느껴지던 그 미묘한 요기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인간. 단지 그뿐이었다.

‘으음....? 에나냐?’

에나가 들어왔음에도 할머니는 눈이 침침한지 잘 보이지 않는 듯 여기저기 두리번거렸다.

저 행동이 연기인지 진심인지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원래부터 눈이 조금 안 좋으셨어.’

‘......그럴 리가. 몬스터한테 육체적으로 감퇴가 올 리가 없는데?’

케이는 그럴 리가 없다며 할머니를 지그시 노려봤다.

‘옆에 누구 있니?’

‘아. 네! 케이라고 해서 제 친구예요.’

‘케이.....? 호호. 남자친구니?’

‘그, 그건 아니에요!’

‘으음..... 요즘 따라 눈이 더 안 보이는구나. 잠깐 가까이 좀 올 수 있겠니?’

케이는 잠시 주춤거리다 할머니의 눈높이에 맞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으음.....? 퇴마사로구나.’

‘.....!’

‘.....!’

요괴를 퇴마시키는 사람들을 퇴마사라고 하는데 할머니는 케이를 보자마자 단번에 그가 퇴마사임을 눈치챘다.

침침한 눈을 주무르던 할머니는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반마의 힘을 다루고자 왔니?’

***

내용이 처음부터 지루하지 않고 흥미가 있을 법한 이야기로 흘러간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몬스터의 힘을 다루는 내용을 비교적 상세하기 적어놨다.

‘아니 이건 상세하다는 수준이 아니라......’

세세하다라는 말이 좋지 않을까?

‘이 부분은 조금 지겨울 수도 있겠는데?’

이런 것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그저 이야기의 전개를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그냥 내버려 두자.’

내용에 방해가 되는 부분은 아니었고, 그렇게 많은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할머니 과거의 떡밥을 남겨 다음 내용을 기대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근데 묘하게 거슬리네..... 왤까?’

나는 일단 의문점을 남기며 다음 스토리들을 쓱쓱 읽어봤다.

‘음..... 잘 써진 글이기는 한데.....’

[블랙 & 월드 2부 : 악의 구슬]의 내용부터 슬슬 본격적인 최종 보스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최종 보스는 브레이셔와 몬스터들을 억제하는 몬스터 사냥꾼들과 또 다른 세력이었다.

‘2부는 여우 구슬의 조종 그리고 몬스터들이 현세에 등장하는 비밀을 푸는 내용이 주긴 한데.....’

잘 써지고 재밌는 글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에 썩 들지 않았다.

‘이 부분을 조금만 더 건드려 볼까?’

나는 다시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지만 이내 다시 내려놓았다.

‘오늘은 읽기만 하는 거니까.....’

나는 이번엔 [괴도 레이븐 2부 : 수상한 의뢰자] 원고를 열었다.

“옆집에 온 수수께끼 이웃의 활약인가......”

이사 온 수수께끼 소녀한테서 받은 의뢰를 해결하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것도 쓸데없이 움직임을 세세하게 적었네.....”

정신없이 쓴 글이라 그런지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계속 보였다.

“스토리는 약을 거부하는 단체들과 대면하는 장면에서 막을 내리는데......”

끝마무리는 좋았지만 아무래도 손볼 곳이 많이 필요해 보였다.

어차피 글자 수도 적은 책이다 보니 금방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건 일단..... 에휴 아니다.’

나는 자동으로 키보드에 손을 올라가려는 걸 다시 내려놓고 마우스를 움직여 [사막의 제국]을 확인했다.

[사막의 제국 1부 : 4개의 보물]의 내용의 마지막은 왕국을 되찾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4개의 보물 중 하나인 비를 내리게 하는 칼을 찾는 것으로 1권이 마무리가 되었다.

다만, 부족한 게 있었다.

‘4개의 왕국에는 보물이 하나씩 존재한다는 스토리로 가고 있었지.’

[사막의 제국 2부 : 조종당하는 시련]을 보면 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칼을 얻었음에도 왕국을 되찾지 못하는 이유가 나온다.

‘사막에서 가장 가치 있는 건 물이기 때문에 한 가지 조건으로는 만족시키지 못한 거지.’

하나의 유물만으로는 비를 내리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바람을 읽는 수정으로 바람이 부는 곳으로 간 뒤, 모래를 조종하는 종으로 그곳에 비를 조종할 공간을 만들고, 불을 뿜는 피리를 하늘로 뿜어 구름을 불러온다.

즉. 모래, 바람, 불이라고는 말하지만 그건 그저 나라를 상징하는 속성일 뿐 그닥 관계가 없던 것이다.

‘주술 같은 거지. 아니 마법에 가까우려나?’

주인공 툰툰은 바람을 읽는 수정이 있는 곳. 바로 독수리 왕국이 있는 곳으로 가서 시련을 겪는다.

“흐음......”

이렇게 글을 읽는 데만 대략 3시간 정도 소요된 것 같았다.

“묘하네.....”

글을 확인하니 단점은 확실히 보이지만, 읽을 때마다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세계관이 머릿속에 명확히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디테일이 좋아진 건가?’

딱히 그런 느낌은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지금까지 적었던 책들과 비교하면 부족하기 그지없었다.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 조금 수정을 해볼까 했지만, 이내 다시 집어넣었다.

“다음에 하자.”

이제 정말 쉬어야 할 때가 왔다.

***

스토리는 끝이 없다.

나는 컴퓨터를 끄고 잠을 청하기 위해 침대에 누웠음에도 계속 눈앞에 글이 아른거렸다.

바둥거린다고 해야 할까?

수십 개의 스토리가 눈앞에 펼쳐지며 그곳에서 완벽한 스토리를 찾기 위해 발버둥 치는 느낌이었다.

“모르겠다......”

아무리 눈을 감아도 내 몸과 정신은 저 글의 세계로 들어가라는 듯이 등을 미는 것 같았다.

그 때문인지 나는 계속해서 잠을 설쳤고, 결국에는 새벽까지 잠을 자지 못했다.

병원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침대에 누워 핸드폰만 했다 보니 몸이 피로할 리가 없었고, 오늘도 와서 컴퓨터로 책을 읽은 것밖에 없었기에 피곤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계속 머릿속에 무언가 생각나니 잠을 설치는 건 당연했다.

“흐아암.....”

안토니와 다이애나도 몬태나 공항으로 온다고 했고, 이번에는 아직 시간이 널널한 월리가 공항까지 마중을 나와준다고 했으니 비행기에서 잠을 잘 생각이었다.

다만, 이코노미석으로 가면 몸에 오히려 피로가 쌓일 것 같아서 항공 서비스에 연락하여 퍼스트 클래스로 좌석을 변경하였다.

‘가자.....’

나는 짐을 구겨 넣은 캐리어를 끌고 공항으로 향했다.

***

비행기 안에 누워 담요를 덮고 잠을 잘 때도 내 머릿속은 계속 글의 세계 안에 있었다.

그저 멍하니 꿈속에서도 내가 주인공이 되어 스토리를 풀어나가고 헤쳐나갔다.

이미 만들어졌던 스토리는 더 이상 바뀌지 않았다.

그 이후의 스토리가 내 생각에 맞춰 수십, 수백 번이나 바뀌며 여러 가지 세계관을 만들었다.

‘잠을 잤는데도 잔 것 같지가 않네......’

뭔가 잤는데 더 피로해진 느낌이다.

병원에서는 이런 느낌이 없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쓴 글을 읽은 게 원인인 것 같았다.

‘에휴......’

마음은 글을 원한다. 하지만, 정신은 글에서 멀어지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두 가지가 서로 맞물려서 몸을 괴롭히니 피곤함이 몸 안에 둥지를 틀고 있었다.

‘퍼스트 클래스로 바꾼 건 신의 한 수였네.’

자리라도 편안해서 다행이라 여기며 일단은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밖으로 향했다.

밖으로 향하자 늘 똑같은 차림으로, 똑같은 차를 타고 온 월리가 콜라를 마시며 서 있었다.

‘이 추운데 콜라를 마시네..... 미친놈인가.’

그것도 다이어트 콜라가 아닌 오리지날 콜라를 처마시다니.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월리 앞으로 다가갔다.

“미친놈.”

“......”

내가 먼저 내뱉어야 할 말을 월리가 먼저 내뱉었다.

어째서 월리가 그런 말을 한지 알기에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하아..... 지금 우리 집 상황 어떠냐? 심각하냐?”

“지금은 괜찮은데..... 처음 네가 쓰러졌다고 뉴스에 나올 때만 해도 장난 아니었다. 나도 아저씨를 말려야 할 정도였으니까.”

이야기를 들어 보니 내가 쓰러졌을 때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하여 메디슨 누나한테 계속 전화했다고 한다.

다행히 그리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자 진정하셨다고는 하는데, 그날 월리가 나서서 말려야 할 정도였다고 한다.

“아무튼 인마. 더 이상 그러지 마.”

“.....쩝. 알았어. 이제 그만 말해, 누나한테 고막 터질 정도로 잔소리 들었으니까.”

나는 월리 차에 탑승하였다.

따뜻한 온기가 몸 안으로 들어오자 피곤함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저번에 왔던 다이애나라는 학생이 또 온다고?”

“응. 아빠랑 같이 온다고 하더라.”

“그래?”

월리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다.”

“그건 네 생각이고. 하아..... 에일리한테 차인 제임스한테도 봄이 오는구나.”

그 말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고등학생이야. 뭘 생각하는 거야.”

“몇 년 후면 성인이네. 아무튼 잘 해봐. 너 좋아한다고 고향까지 오는 여자가 흔한 줄 아냐? 뉴욕에서 여기까지 거리가 얼마나 먼데.”

“어차피 고등학생 때의 가벼운 일탈 같은 거야.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으휴. 아무튼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 말하고..... 에일리는 어떠냐?”

월리는 차 손잡이에 손을 올리고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병원에 있단다.”

“끝?”

“그래. 언제가 출산일인지는 나도 몰라. 내가 찾아갈 정도의 사이도 아니고. 궁금하면 네가 찾아 가.”

에일리하고 친하게 지내는 월리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거리감을 두고 있었기에 정보는 알더라도 자세히는 몰랐다.

“병원이 어딘데?”

“가 보게?”

“그래야지. 근데 오늘은 못 갈 것 같다.”

오늘 Live 방송이 있기에 찾아가는 건 무리일 것 같았고, 아무래도 내일이나 모레쯤에 개인적으로 찾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선물은 아이 장난감 같은 거면 좋으려나?”

“나야 모르지. 인터넷 치면 나오니까 네가 확인해봐.”

저번에 왔을 때 월리랑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기 때문인지, 나와 월리는 지금까지 미루어 두었던 이야기들을 꺼내었다.

“캐서린은 글 잘 쓰고 있냐?”

“몰라. 근데 옛날에 비해서 얼굴은 괜찮아졌더라. 요즘 뭐랄까..... 그냥 짜증 나.”

월리의 얼굴에는 짜증이라는 감정이 새겨져 있을 정도로, 캐서린한테 변화가 있는 것 같았다.

‘스스로 글 쓰는 방법을 체득한 건가?’

그것도 아니면 너무 많이 이탈한 독자들 때문에 해탈한 것일 수도 있다.

뭐가 됐든 간에 스스로 정한 길이니 알아서 잘할 것이라 믿으며 나는 시간을 확인해봤다.

“아. 도착했겠네. 나 갔다 올게.”

“그래. 근데 며칠 있는 건데?”

“그건.... 못 들었네. 이번에도 한 일주일 머물지 않을까?”

월리의 차에서 내리니 얼굴이 새파랗게 변한 안토니와 환하게 밝은 미소를 짓는 다이애나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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