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화. 성금
성금이란 좋은 일을 하라고 돈을 모으는 것을 뜻한다.
내가 병원에서 모금함에 넣은 것도 나를 위해 모인 성금이었다.
‘이게..... 실환가?’
내가 쓰러진 기사가 올라간 뒤부터 성금이 시작됐다고 하니, 총 3일 정도 모아졌다는 것인데 그 액수가 상상을 초월했다.
‘1,000만 달러......’
한화로 120억에 가까운 돈이 모여 있었다.
내가 벙쪄있자 시청자들은 우후죽순 채팅을 올리기 시작했다.
-앍! 작가님 역시 당황하셨네!
-HAHAHAHA!!!!!
-나 같아도 당황하겠다. 한 번 기절했는데 1,000만 달러가 모여 있으니까.
-그나저나 진짜 많이 모였네?
-아니 이게 가능한 건가?
채팅창을 보니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모르는 사람들도 있는 듯했다.
“이게 대체.....”
당황한 얼굴로 뒤를 바라보니 다이애나가 손가락 3개를 올리고 있었다.
‘저게 무슨 뜻이지?’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로 봐서는 아무래도 저 정도 금액을 자신도 성금을 냈다고 자랑하는 것 같았다.
고등학생이다 보니 많은 금액을 내지는 않았을 걸로 봐선 최소 30달러는 되는 것 같았다.
“한 번 기절하고 너무 많은 돈을.... 받았네요. 하하.....”
-저희가 생각해도 좀 많은 것 같기도 해요.
-시작하자마자 거의 100만 달러가 모였으니까요.
-최우수회원 중 누군가가 가장 먼저 시작했다고 하던데..... 진짜 대기업 회장인가.
-성금을 시작하고 1시간 정도 지나니까 200만 달러 정도 모였어요.
-이거 성금 최대 금액을 1,000만 달러로 해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 거예요. 원래대로 했으면 더 모였을 거예요.
“......”
채팅을 읽을수록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문화의 힘.....’
또다시 느껴지는 문화의 힘에 소름이 돋았다.
그들이 나를 위해 성금을 모은 이유는 내 글에 그들의 마음이 동조했기 때문이다.
마음을 일으키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주는 내 글에 그들은 무한한 감사를 느끼며 자발적으로 행한 것이다.
이건 나의 문화였고, 팬들은 그 문화를 사랑했다.
‘카페 회장......’
100만 달러를 아무렇지도 않게 냈다는 최우수회원 중 한 명이라는 말에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카페 회장밖에 없었다.
알고 있는 최우수회원이 별로 없기는 했지만, 한화로 12억에 달하는 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낼 수 있는 사람은 올리비아와 카페 회장 정도였다.
다만, 올리비아가 했을 거라는 생각보다는 카페 회장이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이 돈..... 죄송하지만 제가 쓸 돈은 아니네요.”
-에엑? 작가님을 위해서 제가 모금한 1달러인데 그냥 받아주세요!
-왜요? 나 같으면 그냥 받을 텐데.
-1,000만 달러인데요?
-부담되세요?
“네. 부담이 되는 것도 있고..... 제가 그렇게 크게 다친 것도 아니니까요. 팬분들의 성의와 사랑이 담긴 돈이지만..... 아무래도 제가 쓸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말이 횡설수설 튀어나왔지만 시청자들은 이해한다는 말을 하였다.
1,000만 달러라는 금액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기에, 부담이 가는 거라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저 돈 많아요. 그러니 앞으로 이렇게 돈 안 모아주셔도 돼요. 병원비도 전부 제가 부담할 정도로 경제력은 빠지지 않으니까요. 하하하하!”
-하긴, 네임드 작가 중에서도 네임드시니까 돈이 없을 리가 없죠.
-판권 계약만으로 저 돈의 몇 배는 벌어들이셨을 테니까.
-그래도 우리의 성의인데 받아주시지.....
-알바로 열심히 번 돈을 절반이나 넣었는데......
이해해 주는 분들이 대다수였지만 그래도 아쉽다는 반응이 있었다.
“음.....”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내 하나의 결론을 내었다.
“그럼 이 돈으로 팬미팅이나 해볼까요?”
그냥 무심결에 내뱉은 한 마디에 채팅장이 활활 불타기 시작했다.
-오오오오오!
-미국 전역 투어!
-왜 미국에서만 해요! 캐나다에도 와주세요!
-브라질도 와주세요!
-영국도요!
-저 정도 돈이면 전 세계 투어 가능하려나?
-각 나라마다 팬덤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니까 세계 투어에 대한 비용은 어느 정도 들지 모르겠네. 그래도 아시아 쪽 지방에선 작가님 소설이 생각보다 인기 없다고 들었음.
-북미와 남미 그리고 유럽 일부는 작가님의 소설을 알고 있다더라.
-그러고 보니까 영국 여왕의 자손 중 한 명이 작가님의 소설을 읽고 신세계를 경험했다고 들은 적이 있음.
-위 채팅글 그거 그냥 루머 아님?
뿐만 아니라.....
「[Bill Aiden Media] : $ 100
팬미팅이 하고 싶으셨으면 진작 말씀해 주시지..... 말만 하시면 저희가 전부 준비하겠습니다!」
「[SClaseutig] : $ 100
1월에 해외 진출이니 인지도가 생길 2월이 적당하겠군요. 알겠습니다. 저희 [SClaseutig]가 준비해 두겠습니다!」
「[World Mission Company] : $ 1,000
팬미팅이라고 하면 저희도 빠질 수 없습니다. 금액은 전부 저희가 부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작품 팬미팅은 출판사에 양보해야겠군요.」
「[blue star gate] : $ 1,000
2월에 어차피 [사막의 전갈] 홍보 삼아 월드 투어에 가야 합니다! 그때 저희 측 팬미팅도 같이 진행하시죠!」
-오오오오오오-!!!!!!
-출판사가 떴다! 팬미팅 가즈아아아아아-!!!!!!
-미국 투어! 월드 투어! 전부 하즈아!!!!!
내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지 월드 투어를 할 수 있다는 출판사들의 확답에 채팅장이 또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서 안 한다고 하면 나를 죽일 놈으로 몰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
나는 불타오르는 채팅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2월도 바빠지겠구나.....
***
그렇게 해명 사건은 일단락이 되었다.
“하하..... 오늘은 책 추천을 마지막이 돼서야 할 수 있게 되네요. 이거 원.....”
나는 아까 방에서 꺼냈던 책을 화면에 비췄다.
분홍색 표지에 [내가 사랑하는 그대]라는 제목과 함께 돼지가 피처럼 붉은 장미를 물고 있는 그림이 있었다.
귀여운 분홍색 표지와는 달리 돼지가 물고 있는 장미 가시 때문에 돼지의 입에서 피가 흐르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었다.
제목에 어울리지 않게 장미에 찔려 피가 흐르는 이미지는 왠지 모르게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이건 또 레어한 책이네.....
-작가님이 책을 좋아하시는 건 알겠는데..... 이런 책은 대체 어디서 구하신 거예요.
-돼지 입에서 흐르는 피..... 뭔가 섬뜩하네요.
역시나 이 책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이 책은 로맨스 소설이 아니에요. 오히려 섬뜩한 스릴러 소설이죠.”
책에 그려져 있는 그림 때문에 사람들은 어느 정도 인지했는지 내 말에 그리 놀라워하지는 않았다.
“내용도 솔직히 말해서 요즘 정서에 맞지는 않아요. 일단 책의 주인공이 굉장히 뚱뚱한 여자거든요.”
-......잠깐만요. 그럼 대충 무슨 내용인지 알 것 같은데......?
-뚱뚱한 여자와 피...... 그리고 스릴러 소설.....?
-설마......
“어느 정도 이야기를 예측하시는 분이 계시네요. 어이쿠..... 빨리 내용 설명을 시작해야겠네요.”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은 제임스는 책에 대한 내용을 간략히 말하기 시작했다.
“말했다시피 평소 외모와 몸매 때문에 놀림을 받던 주인공은 스트레스로 인해 서서히 정신병에 걸리게 돼요.”
책의 서론은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야기를 하며 시작한다.
“솔직히 역겨운 내용도 좀 있어요.”
스트레스에 시달린 주인공은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세상을 만든다.
오직 자신이 주인이고, 남들을 업신여기는 그런 세계를 말이다.
그곳에서 자신은 공주였고, 자신을 놀리고 괴롭히던 사람들은 전부 노예 혹은 하찮은 가축으로 생각한다.
“근데 여기서 서서히 변화가 시작해요.”
그건 바로 자신의 상상 속에 그리던 세계와 현실 속의 세계와 혼동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혼동이 일어나니 스스로를..... 공주라고 생각하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생각하게 돼요.”
상상과 현실을 구분 짓지 못한 그녀는 현실 세계에서도 공주처럼 지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행동은 결국 놀림거리가 되었고 그녀는 결국 절망한다.
“그녀는 자신이 ‘공주’라는 생각을 가진 상태로 하찮은 가축이나 노예들한테 놀림을 받는다고 생각했어요. 신분이 다른 자신이 말이에요. 그래서 그들한테 벌을 주는 것을 스스로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설마.....
-아 잠깐만.....
-이거 내용을 듣자마자 살짝 소름 돋네요.....
“하나하나 납치하고, 복수를 시작하죠. 하지만 이렇게 끝나면 제목에 [사랑] [그대]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겠죠. 제가 말했죠? 상상 속의 세상에서 그녀는 공주였다고, 그럼 그 반려가 있을 거 아니에요.”
-......
-......
“여기서부터는 어린아이들은 듣기 꺼려 할 수 있을 거예요.”
책의 내용은 이러했다.
그녀는 현실 속에서 짝사랑했던 남자를 납치하여, 그 남자의 하반신과 상반신을 망치로 두들겨 일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자신을 놀렸던 사람들과 그 남자와 사귀고 있던 여자들을 납치하여 그 남자 앞에서 고문한다.
움직이지 못하는 그 남자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며, 그 남자한테 사랑을 고백한다.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자 그 남자의 혓바닥을 자르고 강제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기도 한다.
“이 책은 몇 개의 주에서 출판이 금지되었다고 들었어요. 잔인한 장면이 너무 상세하게 묘사되고, 주인공의 생각을 읽을 때마다 정신이 혼미해지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더라고요. 물론 그 때문에 많은 양의 책이 출판되지 않았고 전자책으로도 구할 수 없을 정도예요. 다만, 제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작가님들이라면 한 번쯤은 읽어봤으면 해서에요.”
이 책은 내용을 제외하면 굉장히 뛰어난 책이었다.
책을 적는 기간이 굉장히 오래 걸렸다고 작가의 말에 적혀 있었는데, 그 이유는 주인공의 생각을 쓴 뒤에는 하루를 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유는 그녀의 정신세계를 더욱 미치게 만들고 싶었고, 그녀의 감정에 동조되어 자신조차 이상해지는 것 같았기에 조금씩 글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 작품을 적은 작가님은 결국 스스로 유명을 달리하셨어요. 아무리 휴식 기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작가님 본인은 회사원이셨거든요.”
작가는 남성이었는데 작품 속에서 고문을 하고 죽인 사람들은 전부 자신을 괴롭히던 회사 상사들이라고 한다.
결국 책은 인기를 끌지 못했고 지속된 스트레스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비운의 작품이었지만, 작가로서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책이었다.
“굳이 찾아 읽으라는 말은 하지 않을게요. 다만 한 번쯤은 추천 드려요.”
채팅창에는 괜한 설명을 들었다며, 짧게 내용 설명을 들었을 뿐인데 머리가 어지럽다는 평이 많았다.
“참! 방송 끝날 때까지 몇 초 남지 않았는데 중요한 공지 말하고 끝낼까 해요! [드래곤 마스터 2부 : 블랙 드래곤의 진실] 그리고 [일곱 개의 죄악 : 【질투】]가 1월 16일 금요일에 출판을 시작해요! 그럼 안녕히!”
-자, 잠깐만.....!
-끝내지 마! 끝내지 말라고 작가놈아!
그렇게 방송을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