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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173화 (172/216)

173화. 장례식

브록스는 친구가 없다고 한다.

너무도 어린 나이에 병원에서 생활해야만 했고, 결국 투병 생활을 이어하다 그 짧은 생을 마감한 것이다.

그 때문인지 브록스의 사진들에는 친구들과 찍힌 사진이 없었다.

보통 미국의 장례식은 고인과의 삶을 추억하는 이야기로 암울하고 슬픈 느낌보다는, 약간 그리워하는 느낌이 강했지만 브록스는 그것도 아니었다.

브록스의 추억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고, 그중에는 의사가 대부분이었다.

그 때문인지 브록스의 관 안에 넣어준 물건들은 전부 의사나 간호사분들이 준비해준 선물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그곳에 브록스를 위한 책을 넣어주었다.

이번에 택배로 받은 [일곱 개의 죄악]과 [드래곤 마스터 2부]였다.

“가는 길..... 오래 걸릴 거야. 그러니 심심하지 않게 책을 준비했어.”

살아생전 브록스가 가장 좋아했던 책을 나는 관 안에 넣어주었다.

잠시 브록스의 마지막을 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매장이 아닌 화장인가......’

어제 저녁에 사망한 브록스는 오늘 저녁에 화장에 들어간다고 한다.

미국은 기독교 문화가 강하다 보니 매장을 선호하지만, 관의 가격부터 시작하여 돈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다 보니 최근에는 화장의 비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브록스의 부모님들도 매장으로 진행하고 싶었지만 그럴 금액이 없었고, 들어오기 전 매장할 금액을 내가 부담해준다고 해도 오히려 고개를 저었다.

“브록스의 마지막은 부모님이 직접 해주고 싶다라......”

말하고도 가슴이 뭉클해졌다.

브록스의 마지막만큼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자신들의 사비로 해결하고자 하였고, 그 때문에 그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하셨다.

나는 브록스를 지나쳐 부모님 앞으로 다가갔다.

“My sincerest condolences for an incredibly great loss(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내 큰 상실감에 빠진 당신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I am sorry for your loss pray for the bliss of dead(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죽은 자의 행복을 위해 기도합니다.)”

미국식 인사가 아닌 허리를 숙여 동양식 인사를 하는 나와 메디슨의 모습에, 브록스의 부모님은 살짝 당황하면서 어색하게나마 같이 허리를 숙였다.

“브록스의 마지막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히 와야 할 일이었습니다.”

나와 메디슨 누나는 품에서 봉투를 꺼내어 조의함에 넣었다.

“아직도..... 생각에 변함은 없으신가요?”

“예. 브록스의 마지막은 저희가..... 책임지고 싶습니다.”

보통 미국의 장례식은 주말에 진행되다 보니, 영안실에서 일주일 정도 있게 된다.

장례식은 1시간에서 2시간 사이에 진행되지만, 화장은 조금 상황이 다르다.

그보다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오늘 저녁에 화장터로 들어갈 것이다.

“오늘 제 첫 작품이 영화화되었습니다.”

나는 품에서 또 다른 봉투를 꺼내어 브록스의 아버지한테 내밀었다.

“브록스가 볼 수 없는 등급이지만...... 3장을 준비했습니다.”

브록스의 아버지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내가 내미는 봉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손에는 여러 굳은살이 배겨 있었다.

여러 노력과 세월의 흔적이 들어간 손은 봉투를 잡으며 힘을 주지 못했다.

상실감에 지금껏 버텨왔던 탑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브록스와의 추억은..... 저한테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브록스의 아버지는 지금까지 참고 있던 눈물을 터트렸다.

***

나와 메디슨은 브록스의 화장 장면을 보지 않았다.

애초에 제3의 입장이었기에 더 이상 그곳에 있지 않았고, 그저 브록스의 부모님한테 생각할 시간을 주는 편이 좋다고 여겼다.

“그거 알아?”

“뭐가?”

운전을 하며 집에 가고 있을 때 누나는 살며시 입을 열었다.

“브록스의 부모님들 있잖아..... 두 분 다 고아원 출신이시래. 그 때문에 장례식장에 아무도 안 계셨던 거라고 하더라.”

“......”

“상실감이 정말 크실 거야.....”

“......”

이야기를 들어보니 브록스의 부모님은 같은 고아원에서 자라며 사회에 내던지듯이 나왔다고 한다.

그 이후로 서로 함께 살아가며 버팀목이 되었고, 서로를 지탱하며 성장해 왔다고 한다.

힘든 일이 많았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라 서로를 의지하며 버텨온 그들한테 큰 축복이 내려왔고, 그게 바로 브록스였다.

“......”

나는 말 없이 누나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내 몸이 조금씩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글..... 쓰고 싶네.”

아무것도 받길 원하지 않는 부모님들이었기에, 내가 브록스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작가로서의 본분.

“브록스의 가족을 주인공으로 한..... 글이 써지고 싶어졌어.”

***

그날 집에 들어왔지만 꽤나 큰 상실감은 있었지만 그렇게 슬프진 않았다.

장례식장에서 내 마음을 돌아볼 시간을 가졌고, 부모님들을 만나 속에 응어리졌던 모든 것을 털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브록스를 위해 슬퍼하는 건 더 이상 그만두었다.

이제 브록스의 다른 인생을 축복하기 위해 슬퍼하는 건 그만두고 응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쓰자.”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는다.

불운한 사회 속, 버림받은 아이들의 안식처에서 만난 단짝.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같은 출발선에서 출발하지 못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이 세상을 행복하게 살고자 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나는 적을 것이다.

그들을 또 다른 세상에 창조할 것이다.

그 세상에서 그들은 힘들고 불운할 테지만, 그것들을 전부 이겨내며 행복한 세상에서 살아가게 하고 싶었다.

자기만족이라고 해도 좋았고, 그저 망상이라고 치부해도 상관없었다.

무엇으로 부르든 상관없으니 글을 쓰고 싶었다.

“이름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주인공은 브록스 가족.

절망이 아닌 희망을 주는 그런 책을 제임스는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

블루스타게이트가 준비한 기부 이벤트는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그중 가장 많은 방황을 일으킨 건 미션 그룹이었다.

세상의 어린아이들의 제국이라 평가받는 미션 그룹이 이번 일을 놓치고 있던 것이었다.

특히 게시글에 올린 글 중 이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제임스 작가의 뜻을 함께하고자 한다.]

미션 그룹 또한 잃어버린 명성을 되찾고자 제임스 작가와의 인연을 구축해 놓으려 하고 있었다.

아이의 기부 거기에 제임스 작가의 뜻을 놓쳤다는 것에 미션 그룹은 한 방 먹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노아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브록스..... 그러니까 올리비아가 후원하는 병원에서 만난 소아암에 걸린 아이라고?”

“예. 어제저녁에 결국 부고했다는 소식입니다.”

“음.....”

노아회장은 다시 시가를 꺼내 물려다가, 비서의 날카로운 눈빛에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아직 영화 제작에도 들어가지 않았으니 원......”

정확히 말하면 영화 제작에는 들어갔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나 각 배경에 넣을 음악과 사운드 정도만 정해졌을 뿐 제임스 작가의 허락이 들어가야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저희도 소아암 아이들한테 기부를 하고 있기는 합니다. 다만, 이번 블루스타게이트처럼 임팩트를 가지진 못했다고 봅니다.”

아이들한테 기부한 금액만으로 따지면 미션 그룹을 이길 기업은 없을 것이다.

다만, 늘 하던 것하고, 안 하던 곳에서 의미 있게 하는 것하고는 차이가 있었다.

사람들은 이미 익숙한 것이다.

“어중간한 금액으로는 사람들도 그냥 익숙하다고 할 겁니다. 전 CEO가 말아먹은 것도 있으니까요.”

“끄응......”

사람들의 불만을 잠재우거나, 세금 탈세를 피하기 위해 기부를 사용하기도 했다 보니 전 CEO도 그러한 방법을 사용하여 불만을 잠재우기도 했다.

다만 그것도 익숙해졌다 보니 노아 회장은 머리가 아파왔다.

제임스 작가의 뜻을 함께하고 싶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뭘 하든 간에 익숙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예 미리 공약을 걸고 가는 건 어떠십니까?”

“공약을?”

“예. [블랙 & 월드]의 북미 흥행 수익의 일부를 기부한다. 정도로 말입니다. 물론 거기에 제임스 작가님의 뜻을 따르겠다 정도는 붙여야 하겠지만요.”

“흐음......”

“그거 이상으로 임팩트를 원하시면.....”

“아니, 그거면 충분하겠네. 그렇게 하도록 하지.”

“괜찮으시겠습니까?”

“투자자들은 내가 설득하도록 하지. 걱정하지 마.”

그제야 노아 회장은 시가를 입에 물 수 있었다.

***

블루스타게이트의 SNS 입장에 SC라스틱과 빌에이든 미디어도 동참했다.

다만, 대형 기업이 아닌 그 둘은 미션 그룹처럼 무언가의 수익 일부를 기부할 수 없다 보니 그냥 일정 금액을 소아암 아이들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또한 평소 제임스 작가의 팬을 자처하는 기업들이 일정 금액을 기부하겠다고 SNS나 공지를 올렸다.

그 파급력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기업의 임원들이나 대표 말고도 제임스의 팬들은 많았다.

작은 아이부터 시작하여 늙은 노인까지.

제임스와 뜻을 함께하고 싶어 했다.

블루스타 게이트가 올린 ‘제임스 작가님과 뜻을 함께한다’라는 의미가 예상외로 여러 사람의 가슴을 울렸고, 그 뜻이 불행한 아이들의 기부라고 하니 같이 동참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리고 그중에는 [나인 드래곤]의 설립자도 있었다.

“......”

머리카락이 누군가랑 똑같이 은색으로 빛나는 여성이 조용히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후덜덜한 기업들이 제임스 작가의 뜻을 함께한다는 뉴스가 퍼지고 있었고, 그 때문에 시청자들은 차라리 ‘브록스 재단’이라는 걸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진짜 재단을 만들어야 할 정도로 금액이 모이자 그 말은 쏙 들어갔다.

“아가씨.”

노트북을 보고 있는 여성의 뒤로 거대한 몸을 가진 흑인이 다가왔다.

얼굴에는 여러 가지 문신이 그려져 있었고, 거대한 몸에는 이곳저곳에 상처가 가득했지만, 그의 눈은 그 어떤 사람보다도 맑고 굳건했다.

“뭘 그렇게 보시는 건가요?”

“......제임스 작가님 소식이죠.”

“그럼 병원에 왔을 때 만나보시지 그러셨어요? 그때도 병원에 계셨는데......”

“명함을 드리기 위해 병원을 갔을 뿐이에요.”

“하지만......”

“아뇨.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더 이상 그 말을 꺼내지 말아 주세요.”

“예에..... 뭐. 아가씨의 뜻이 그렇다면야.”

에드월 홈즈의 손은 미국을 울게 하였다.

제임스 작가의 손은 그렇다면 무엇일까?

그의 향기를 내뿜는 남자는 그와 다른 글을 걷고자 하고 있었음에도, 그를 신봉하는 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에드월 홈즈의 별명이 [천사의 글]이었다면, 제임스의 별명은 [심연의 악마]였다.

글로 최고의 쾌락으로 인도하는 에드월과 다르게 제임스의 글은 심연의 여운 안으로 가라앉히기 때문이다.

다만, 무엇이 되었든 간에 그 둘의 글은 미국을 움직이게 했다.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는 거였는데......”

제임스 작가도 그 명함을 봤으면 명함 주인이 어느 정도 지위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연락하지 않았다. 아니 연락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행동만으로 미국을 움직였으니까.

“미국의 왕......”

여성은 그저 조용히 중얼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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