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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182화 (181/216)

182화. 파티

테러 조직 수장의 오른팔을 맡은 로버트는 1부에서는 그리 비중이 없었다.

작중 이름은 에이로, 작중에서조차 그리 큰 비중을 가진 인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2부가 정해진다면 나는 에단의 이야기가 아닌 에이의 비중을 높일 생각이다.

물론 에단도 등장하겠지만, 아무래도 이번 작품은 에이의 이야기를 주로 이룰 것이다.

“안녕하세요, 로버트?”

“하하하하하! 반갑습니다! 제임스 작가님!”

라울과 함께 온 로버트는 코미디언이라 그런지 역시나 유쾌했다.

유쾌한 것뿐만 아니라 로버트의 연기력은 굉장히 뛰어났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애초부터 로버트는 코미디언이 아닌 배우가 되고 싶어 연기학원을 다녔으나, 약간 중성을 닮은 외모 때문인지 배우계에서 실패하고 실의에 빠진 찰나 코미디언에 도전해 봤다가 성공한 케이스라고 한다.

그때 익혔던 탄탄한 기본기가 이번 [사막의 전갈]에서 제대로 발휘되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비중이 크지 않았고 대사도 없었다.

그건 원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말을 못 한다는 컨셉이 있었지.’

설정 오류.....라고 해야 할까?

[사막의 전갈]은 애초에 이런 스토리가 아니었다 보니, 시놉시스도 여러 번 바꾸었다.

2부 내용 또한 수정하기 전에 생각했었던 내용을 생각하며 적을 생각이었다.

‘말을 못 하는 게 아니긴 하지.’

애초부터 말을 못 한다는 스토리를 정해놨고, 이에 따른 비중도 점점 삭제되었다 보니 원작에서 그대로 사용되었다.

내가 출판했더라면 스스로 수정을 한 뒤에 대사 몇 줄이 추가되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사벨이 출판하느라 어쩔 수 없었다.

‘처음 시놉시스에서 가져갔던 것도 그대로 가져온 게 하나 있기는 하지.....’

그가 바로 고자라는 것이다.

그 점 때문에 로버트가 이번 영화에서 테러 조직 수장의 오른팔로 캐스팅되었다.

“하하. 작가님 2부는 언제 연재 들어가시나요?”

“음..... 다음 주부터 시작해야겠죠? [리턴 패션 디자이너]와 함께요. 2부에서는 당신의 역할이 중요해질 거예요.”

“오오.....! 정말입니까?”

“네. 물론이죠. 하하. 스태프분들이 말 안 해주셨나 보네요?”

오디션 당시 스태프들은 아무래도 스포가 되지 않게 로버트한테도 말해주지 않았나 보다.

“하하! 이번에 대사 하나 없어서 당황했는데 다행이군요.....? 잠깐만요. 혹시 2부에서도 말을 못 하나요? 설마.....”

“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대사가 있으니까요.”

“휴우. 다행이군요. 이번 영화에서는 액션씬밖에 없어서 조금 슬펐습니다. 하하!”

배우를 꿈꾸는 사람들은 역시나 영화에서 자신의 모습이 많이 나오길 빌 수밖에 없다.

이미 코미디언으로 꿈을 이룬 로버트지만 그래도 배우로서 성공하길 바랐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주인공 앞길을 아주 잠깐 막아서는 역할밖에 하지 못했다 보니 아쉬울 수밖에 없었으리라.

-짠.

우리는 잔을 부딪쳤다.

“그럼 다음 작품도 마그누스 감독님이 맡으시는 건가요?”

샴페인을 입안에 전부 털어 넣은 뒤 잔잔한 향기로움을 느끼고 있을 때 라울의 말에 우리는 일제히 마그누스 감독님을 바라봤다.

“끌.....아까도 말하지 않았나? 의뢰를 주면 하겠다고.”

[사막의 전갈] 1부는 마그누스 감독님한테 의뢰가 가지 않았음에도, 소설을 읽자마자 영감이 와서 곧장 시나리오를 작성에 블루스타게이트로 들고 오셨다.

2부는 아무래도 나오지 않았다 보니 직접적으로 영감을 받지 않아 살짝 망설이시는 것 같으셨다.

“2부도 재밌게 써봐야겠네요. 하하.”

그렇게 파티는 잔잔하게 흘러갔다.

***

나와 라울은 내기했던 게 있었다.

[블랙 & 월드] 5개월 500만 부 달성 내기였는데, 솔직히 말해서 이건 이제 의미가 없었다.

에밀라가 말하길 500만부는 진작에 뛰어넘었다고 하니 내기는 당연 라울의 승리였다.

“외면받는 자들에 관한 스토리..... 근데 요즘 작가님의 소설에 그런 느낌이 많이 들긴 하더군요.”

“음.....?”

“모르셨습니까?”

“.....듣고 보니 살짝 그런 느낌이 들긴 하네요.”

[일곱 개의 죄악]을 쓸 때 그런 느낌이 들긴 했지만, 라울과의 이야기하고 조금 멀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리턴 패션 디자이너]도 결국에는 왕따를 당하는 주인공을 모티브로 적고 있었다.

솔직히 그렇게 따지자면 [블랙 & 월드]는 하프 몬스터라는 인종, [사막의 제국]은 동물들의 국가와 출신, [드래곤 마스터]는 신분 사상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다만, [일곱 개의 죄악]은 확실히 사회에서 인식이 좋지 않은 외면받는 자에 관한 이야기였고, 거기에 지금 적고 있는 제목조차 정해지지 않은 소설과 [리턴 패션 디자이너] 또한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럼 안 써도 되나요?”

“그럼 내기가 아니지 않습니까? 하하.”

“그렇긴 하죠. 근데..... 음. 아무래도 쓸 날이 언제인지 확신은 못 하겠네요. 지금 적고 있는 소설들도 많아서요.”

“내기할 때 말하지 않았습니까? 애초부터 빨리 써달라는 건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언제가 되었든 좋으니 편하게 적어주시길 바랍니다.”

“예. 그럼 언젠가 적겠습니다. 하하.”

라울과의 대화는 언제나 재밌었다.

유쾌한 것도 있지만, 라울이 사람과의 대화를 잘하는 편이었다.

사람들의 귀가 두 개인 이유가 이야기를 더 잘 듣기 위함이고, 입이 하나인 이유가 말을 적게 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라울은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고, 쓸모없는 말은 하지 않았기에 대화가 잘 통하였다.

“그나저나 다음 주부터 해외 진출이 시작되는군요.”

“뭐. 전 세계로 시작되는 건 아닐 거예요. 일단 영어권 나라를 포함해서, 제 소설을 원한 국가만 번역이 우선시된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해외 진출에서 중요한 건 역시 번역가겠지요. 영어권 나라는 괜찮겠지만요. 아. 이 이야기는 아십니까? 투명 반지 이야기가 스웨덴에 번역됐을 때 원작자가 화를 냈다고 합니다. 번역이 너무 개판이어서, 하나하나 다시 스토리를 원작자가 다시 번역했다고 하는데 그 말을 무시하는 바람에, 스웨덴은 더 이상 원작자의 소설을 읽지 못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요.”

“네. 당연히 알고 있죠. 유명하니까요.”

그 때문에 스웨덴의 팬들은 한동안 번역이 개판 난 작품을 봐야만 했다.

해외 진출은 역시 번역이 중요했다.

책을 쓴 저자의 생각 등을 다른 나라에 알리는 건 무척이나 어려웠기 때문이다.

“믿을 수 있는 출판사이니 어떻게든 되겠죠.”

“하하. 작가님이시니 잘하시리라 믿습니다. 아. 그리고 내일 있을 방송도 기대하겠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내일 방송 있었네.

***

파티는 계속 진행되었지만 이내 시간이 흐르자 끝이 났다.

나는 그간 만나지 못했던 한스를 포함한 모두한테 인사를 나눈 뒤 집으로 돌아왔다.

“누나는 내일까지 있을 거야?”

“그래야지? 내일은 일요일이니까.”

“바로 잘 거야?”

“응. 목욕만 하고. 후아아암..... 피곤하다.”

집으로 온 뒤 누나는 곧바로 목욕을 한 뒤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파티에서 어울리지 않은 가면을 쓰고, 음식을 최대한 멀리하며, 운전까지 했다 보니 피곤할 만했다.

그에 반해 나는 그냥 파티에서 사람들과 거리낌 없이 대화했고, 거기에 운전까지 하지 않고 편안히 왔다 보니 피로가 덜했다.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누나보다는 덜했다.

“에휴. 누나 침대를 사든가 해야지...... 아니, 산다고 해도 놓을 곳이 없네.”

소파 자체가 크고 푹신해서 지금까지 누나가 침대로 사용하고는 있지만, 이렇게 자주 올 줄은 몰랐다 보니 아무래도 침대를 사야 할 것 같기는 했다.

다만, 침대 자체를 넣을 공간이 없었다 보니 그것도 애매했다.

‘그냥 여기로 이사 오라고 할까?’

어차피 빈 집은 많아 보였고, 월세가 부족하면 내가 조금 보태면 되니 말이다.

옆집까지는 아니더라도, 항상 나 때문에 고생하는데 거리라도 줄여주고 싶었다.

‘근데 누나가 오려나?’

오래된 혹은, 추억이 있는 것에 유난히 집착하는 누나다 보니 거부할 수도 있었다.

‘일단 글이나 쓰자.’

나는 조용히 컴퓨터 전원을 켜고 [리턴 패션 디자이너] 2권 파일을 열었다.

“흐음.....”

주인공 벤자민한테 루시가 더 이상 다가가지 않자, 벤자민은 힘이 센 학생들한테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괴롭힘을 벤자민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애초부터 벤자민은 루시를 만나기 전에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어..... 근데 과거로 돌아온 것을 잊어버린 벤자민한테는 그 괴롭힘이 조금 다르게 다가왔을 거야.’

익숙하다는 것보다는, 루시가 없더라도 견딜 수 있는 느낌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벤자민은 그 고통이 과거와는 달리 조금이지만 익숙했고, 조금이지만 유치하다고 여겨졌다.

‘괴롭힘을 당하면서 조금씩 용기를 가지는 시나리오로 가야지..... 그러면서 패션 디자이너에 대한 공부도 진행하고.’

원래의 꿈이었던 디자이너의 꿈을 진행하는 것으로 다시 연재를 시작하는 편이 좋았다.

“1~2권 이벤트로 하는 편이 좋으니까.”

에일리한테 의뢰를 맡긴 도안은 칼리아가 좋아하던 옷인데, 그건 1권 이벤트로 애매하니 차라리 2권 이벤트까지 동시에 할 수 있게, 2권에서도 옷을 하나 등장시키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아마추어 대회? 그런 걸 하나 추가하자.”

벤자민은 아무도 몰래 대회를 준비하며, 그곳에 내놓을 도안을 만드는 것으로 2권은 마무리될 것이다.

-투두두둑!

“시작할까?”

***

누나도 자고 있다 보니 글은 그리 오래 쓰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보니 최대한 많이 써 놓았다.

그렇게 일요일 아침이 밝고, 나는 평소와는 달리 조금은 가벼운 몸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났어?”

거실로 나가니 누나가 소파에 누운 상태로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응? 오늘은 안 깨웠네?”

“주말인데, 푹 자야지.”

시간을 바라보니 방송 시간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다.

“밥은 먹었어?”

“난 먹었는데, 내 거 줄까?”

“.....사양할게.”

방송에서 먹방을 하겠다고 한 이유는 누나 때문이었다.

그 맛대가리 없는 음식을 먹고 싶지 않아서, 방송한다는 핑계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아침이다 보니 그리 배고프지 않았고, 거기에 약속을 했는데 어길 수도 없다 보니 방송이 시작하면 밥을 먹을 생각이었다.

“근데 먹방에서 뭐 먹지?”

“한식 먹을 거 아니었어?”

“음.... 그러면 좋긴 한데, 이 근처에 한식 배달해주는 음식 있나? 에이. 그냥 내가 나가서 사 와야겠다.”

“이 시간에 나가면 너 알아보는 사람 있을 텐데? 그냥 내가 나갔다 올게.”

“그래도 되겠어?”

“너무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니까. 거기에 나도 먹고 싶고.”

“.....”

다이어트는?

“갔다 올 테니까 준비나 하고 있어.”

“응.”

누나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음식을 사러 밖으로 나가자 나는 익숙하게 방송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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