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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183화 (182/216)

183화. 먹방

나는 한식을 주로 먹는다.

뭐. 가족이 한식을 자주 먹기 때문도 있기에 나도 한식이 그리워 자주 먹는 것이다.

물론 집에 손님이 오거나, 고모부 집에서 먹을 때는 한식이 아닌 전형적인 미국식 식단을 먹지만 말이다.

아무튼 요 며칠 동안 미국식에 누나의 다이어트 식단까지 먹으려니, 매콤한 한식이 땡겼고 그걸 기가 막히게 눈치채지 못한 누나는 예상치 못한 것들만 사 왔다.

“.....치킨, 콘도그, 디저트?”

“응. 전부 한식이야.”

“......문화에 맞게 개량한 식단을 원하지 않았는데.”

물론 사 와준 것도 고맙고, 내가 말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한식이라면 한식이긴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외국의 문화를 한국 입맛에 맞게 개량한 식단이라는 게 더 맞는 말이었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저번에 루시아와 먹었던 거대한 콘도그, 거기에 한국에서 유행했다던 디저트들을 보자 절로 한숨이 나왔다.

매콤한 돼지고기 김치찌개가 먹고 싶었는데.....

“속에 기름 차겠네.”

운동해야지 뭐.

그나저나 누나는 먹고 싶다면서 왜 이렇게 칼로리 높은 것만 사 온 거지?

대리 만족인가?

***

Live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사람들은 순식간에 들어와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이거 광고 아니죠?

-광고임?

-유료 광고 표시 안 되어있는데?

-윙?

-아..... 맛있겠다.

-꿀꺽.

나는 시청자들이 안정화될 때까지 조금 기다렸다.

들어오는 시청자들은 딱 봐도 맛있어 보이는 음식의 자태에 맛있어 보인다는 감탄을 하는 것과 동시에, 이거 광고 아니냐는 말을 올렸다.

‘광고 사기였나?’

과대광고나, 유료 광고를 받고 광고가 아니라는 발언을 한 뮤튜버들 때문에 시청자들은 음식을 보자마자 광고 아니냐는 말을 했다.

“안녕하세요! 제임스입니다! 하하 이 음식들은 전부 제 돈 주고 사온..... 아. 누나 영수증 좀 보여줘 봐. 그게 확실하겠다.”

뒤쪽에서 닭가슴살을 뜯고 있던 누나는 영수증을 나한테 주었다.

“자. 보세요. 전부 제가 계산한 거죠? 애초에 저 지금 방금 일어나서 솔직히 이 음식들 먹고 싶지 않은데, 누나가 대리만족하고 싶다고 이런 음식들을.....”

-아. 그래서.... 하긴 지금 먹기에는 기름진 음식들이 많긴 하네요.

-저게 기름진가? 그냥 평범한 식단 아니야? 난 매일 저렇게 먹는데?

-근데 저게 무슨 음식이야? 치킨이 붉은색인데? 매운 건가?

-k-corn dog네? 저거 엄청 맛있던데? 근데 나는 치즈보다는 소시지 파라 소시지기 들어간 게 더 맛있더라!

-그나저나 작가님이 먹기에는 너무 양이 많지 않아? 저걸 다 먹겠다고?

제임스의 몸은 최근 운동으로 인해 근육이 조금씩 붙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백인이나 흑인들과 비교하면 아직 여리여리했다.

그렇다 보니 제임스 작가가 술을 잘 마신다는 소식을 본 사람들은 잘 믿지 못했다.

아시아인들이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는 의식도 그렇지만, 제임스의 몸이 여리여리해서 그 말이 신빙성을 얻지 못했다.

“뭐. 속이 좋지 않아서 많이 먹지는 못할 것 같기는 한데..... 이 정도는 충분히 먹을 수 있어요.”

많기는 하지만 1인 1닭에 콘도그도 기껏해야 5개 정도고, 디저트는 밥 먹는 배 말고도 따로 존재하니 충분히 먹을 수 있으리라.

“그럼 먹을게요. 아. 먹으면서 궁금한 점 물어봐 주세요.”

나는 라텍스 장갑을 끼고 치킨을 들어 올렸다.

***

제임스의 인지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야. 방금 영수증에 뭐라고 쓰여 있었냐?

-용열 치킨이라고 쓰여있지 않았나? 한글도 적혀 있어서 잘 보지 못했는데?

짧게나마 보여주었던 영수증에 적힌 식당의 이름을 캐치하자,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 식당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LA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도 식당 위치가 너무 멀다 보니 그 식당에 가질 못했고, 근처에 있는 한국식 치킨 식당에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콘도그와 디저트 식당도 마찬가지였다.

갑작스럽게 불티나게 들어오는 주문에 식당 직원들은 하나같이 당황하며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음. 여기 맛집이네요. 한국식 치킨은 오래간만에 먹는데 점심부터 맥주가 당기네요.”

-.....저걸 진짜 다 먹네.

-양이 적기는 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많은 양인데.....

나는 마지막 치킨 조각까지 입에 집어넣은 다음, 책상 위에 올려놓았던 음식 포장지들을 전부 치웠다.

라텍스 장갑을 꼈기 때문인지, 딱히 손을 씻지 않아도 되었다 보니 책상은 금방 깨끗이 정리되었다.

“오늘은 딱히 책 추천을 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그 대신, 지금까지 있었던 일....이라고 해야 할까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 드릴까 해요.”

-오늘은 방송 시간이 꽤 길겠네요?

“하하! 그리 길지는 않을 거예요. 음..... 우선, 내일부터 제 소설이 드디어 해외 진출을 시작합니다!”

그 말에 채팅창에는 여러 나라의 언어들이 올라왔다.

“제가 영어하고 한글밖에 몰라서요. 일일이 답변드리는 건 무리겠고..... 음. 일단 어느 나라부터 진출하는지 알려드려야겠네요.”

나는 미리 준비해 놓은 종이를 꺼낸 다음에 읽었다.

“우선 SC라스틱 자회사가 있는 나라들은 전부 발매를 시작할 거예요. 다만, 출판일은 자세히 모르겠어요. 내일부터 시작한다고는 하지만 각 나라마다 사정이 있으니 2~3일 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그리고 빌에이든 미디어에 속한 책들 같은 경우 영국, 프랑스, 브라질, 스페인, 일본, 중국, 한국, 캐나다, 이탈리아를 순으로 출판한다고 해요. 이것도 2~3일 정도 차이가 있을 거예요.”

-아.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본이 들어오네? 물론 안 읽을 거지만.

-나는 영어를 할 수 있으니까 굳이 우리나라 번역본을 읽고 싶지는 않네.

-뭐. 가족한테 추천할 도서가 생긴 건 좋은데, 솔직히 그리 반갑지는 않네.

-너희들도 그럼? 솔직히 번역은 영.....

-물론 제임스 작가님 소설이라 구매는 할 건데..... 원작을 읽었던 감동을 번역본에서 느낄 수 있을까?

-영어권 나라가 이럴 때 부러워지네

다른 나라의 책을 읽어보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생긴다.

번역의 오류인데, 원작의 감동을 그 때문에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SC라스틱이든, 빌에이든 미디어가 구한 번역가들이든 간에 이러한 경우가 생긴다.

특히 가장 심각한 건 말투다.

말투가 묘하게 딱딱해진다고 해야 할까? 뭔가 분위기적으로 얼어붙는 그런 느낌이 든다.

“모두 번역이 걱정인가 보네요. 하긴, 저도 해외 진출이 처음이다 보니 번역 쪽에서 살짝 불안한 느낌이 있어요. 그래도 실력 있는 번역가한테 의뢰했다고 하니까 믿어보도록 하죠! 자! 해외 출판에 대해서 궁금하신 점은 더 있으신가요?”

-정확한 출판 날짜는 모르시나요?

“네. 다만, 이미 책 출판은 끝내놨다 보니 판매 일만 기다리시면 될 거예요. 제 책 저작권을 원한 출판사 이름들은 방송이 끝나면 커뮤니티에 올릴 테니 그걸 참고해주세요.”

그 외에는 해외 진출에 대해 딱히 궁금한 게 없어 보였다.

가끔 출판이 안 되는 나라들이 자신들의 나라는 언제쯤 책이 나올 것 같냐며 물어봤지만, 그건 내가 대답할 수 없는 답변이었기에 최대한 말은 해주었지만 결국에는 자신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다음은 [리턴 패션 디자이너] 드라마 제작에 관해서예요.”

-넷마이너스가 차지했다고 하던데..... 진짜였구나.

-hosig jang 감독이라면 내가 알고 있는 한국 감독 중에 최고라서 그리 불안함은 없음.

-거기에 [리턴 패션 디자이너]는 작가님 피셜 K-막장이 도입된 작품이니, 한국인 감독이 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봄.

“이야..... 우리 시청자분들 진짜 수준 높으시네요. 맞아요. 아직 제작에 들어가지도, 그렇다고 누가 캐스팅됐는지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렇게 됐어요. 참. 이걸 이야기한 이유를 말하지 않았네요.”

-이유?

“이벤트 때문이에요. 다른 소설들은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리턴 패션 디자이너]는 아직 이벤트를 하지 않았으니까요.”

그 말에 채팅창이 다시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적는지 알지 못할 정도로 올라오는 채팅글에 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음.... 일단 다들 진정하시고요. 이번 이벤트는 양장본 출시가 아니기도 하다 보니 일단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하긴 [리턴 패션 디자이너]는 양장본하고 어울리진 않지.

-그럼 무슨 이벤트예요?

-얼마가 되었든 간에 살 자신이 있습니다. 당첨자분들은 저한테 연락 주세요.

“하하..... 일단 무엇하나 정해진 건 없지만, [리턴 패션 디자이너]에 나왔던 옷을 만들어 볼까 해요. 일단 이 원작의 모티브가 되었던 사람한테 옷의 디자인을 맡겨놨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아.....

-음..... 네. 기다릴게요.

원작의 모티브라는 말에 채팅창은 잠시 슬픔에 가득 찼다.

물론 모티브는 모티브일 뿐이지만, 제임스의 악마 같은 필력으로 희생되었을 그녀를 위한 작은 애도가 펼쳐졌다.

“자.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여러분이 좋아하시는 [드래곤 마스터 2부] 양장본 이벤트도 곧 시작될 겁니다! 다만, 이번 이벤트는 조금 달라요!”

-엥? 다르다니요?

“무려! 1만 권! 저번과 똑같지만 그때는 미국 한정이었죠. 이번에는......”

-설마......

-형 설마.....?

“눈치채신 분도 계시네요! 맞습니다! 세계입니다! 이번에 여러분이 모아주신 성금으로 해외 팬미팅을 하러 갈 건데, 그때 추첨을 통해 당첨되신 분들께 [드래곤 마스터 2부]와 제 친필 사인 그리고 도감을 드릴 예정입니다! 모두 박수!”

-......장난하나?

-하아..... 북미 한정 1만 권일 때도 당첨이 안 됐는데, 세계 한정 1만 권이면......

-그냥 이번 건 포기해야 하나?

-가족에, 친구에, 친척에, 지인에, 이웃에..... 전부 끌어와도 당첨 안 되겠네. 이번 건 그냥 포기하고 내 이름만 넣어야지.

“하하.....”

1만 권은 나한테나 많은 수지,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그리 좋은 수가 아니었다.

솔직히 얼마를 주든 간에 사고 싶다는 사람들은 많았기에, SC라스틱 측에서 진지하게 그냥 양장본도 출판할까 하다가 이내 포기하였다.

이미 당첨된 사람들한테 실례가 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슬슬 시간도 거의 끝나가니 마지막으로 말 한마디만 하고 방송을 종료하겠습니다.”

제임스는 항상 Live 방송을 할 때마다 마지막으로 항상 중요할 말을 내뱉기에 시청자들은 주의 깊게 제임스의 입을 바라봤다.

“[리턴 패션 디자이너 2권] 월요일부터 연재를 시작합니다! 그럼 여러분! bye~ bye~!!!”

그 말을 끝으로 방송을 종료했다.

“수고했어. 이제 운동가자.”

“.....그래.”

방송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던 누나는 곧장 헬스장에 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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