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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186화 (185/216)

186화. 강연

티아의 부모님은 아침부터 우리 집으로 찾아와 티아를 데려다주었다.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우리는 얼떨결에 티아를 데려가기로 했다.

티아의 부모님과 전화를 해보니 평소 어딜 가는 걸 싫어했던 티아가 어딜 가고 싶다는 말을 처음 꺼냈다 보니, 허락해 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긴, 사랑스러운 아이가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을 하고 싶다고 하는데 안 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홀로 보내는 건데 불안감이 없는 걸까?

‘뭐. 아예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상관없겠지.’

티아 성격상 사고를 칠 것 같지도 않고, 어차피 영화 촬영이 시작되면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할 텐데 이렇게라도 경험하는 편이 좋겠지.

어차피 오래 있다 가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된 일정도 없다 보니 금방 올 것이다.

“우와아......”

티아는 비행기를 타는 게 처음인지, 아니면 퍼스트 클레스 좌석이 처음인지 연신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비행기 타본 적 없어?”

“네. 처음이에요!”

아직 출발도 안 했지만 티아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곧이어 안전벨트를 매라는 기내 방송이 나오고, 우리는 뉴욕으로 출발하였다.

***

뉴욕에 도착하고 나는 익숙하다는 듯 평소 가던 SPA로 향했다.

누나는 사우나라는 것을 알고 있는 편이지만, 실제 가본 적은 처음인지 신기한 듯 둘러보았다.

그리고 이런 경험인 처음인 티아 또한 두 눈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근데 내일 있을 강연 준비는 끝났어?”

티아가 뜨거운 사우나를 싫어하다 보니, 우리는 그냥 따뜻한 온천물 안에 들어가 있었다.

따뜻함이 온몸을 노곤하게 만들어주자 피로가 풀어지는 느낌이었는데, 누나의 말에 다시 피로가 쌓였다.

“.....준비는 해놨지.”

그냥 얼떨결에 받아들여졌다 보니 뭘 해야 할지 불안하기만 했다.

그렇다 보니 그냥 내가 글을 쓸 때 무슨 느낌으로 쓰는지 정도에 대해서만 말하려고 한다.

나는 누군가처럼 굴곡 있는 성공 길을 걸은 게 아니라, 얼떨결에 이렇게 됐다 보니 딱히 해줄 말이 없었다.

-첨벙첨벙!

나는 물을 첨벙거리며 조금 더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선생님도 오늘 오신다고 했으니까, 밥은 여기서 먹자.”

“오신데?”

“응. 안토니가 선생님 모시고 오늘 오신다고 하셨어.”

그렇게 의미 없는 말들을 내뱉으며 우리는 SPA의 기분을 만끽했다.

다만, 나와 누나는 재밌었지만 어린아이인 티아는 처음에나 재밌었지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 지겨운 듯 보였다.

따뜻한 곳에 들어갈 수도 없고, 수영장에 들어가도 딱히 할 것도 없이 그냥 앉아만 있으려니 심심했던 것 같았다.

나는 티아와 누나를 잠시 따뜻한 온돌방에 둔 채 음식점에서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 왔다.

저번에 왔을 때 먹었던 삶은 달걀은 판매가 종료되었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식혜를 비롯한 여러 한국식 디저트가 있었다.

‘이런 건 저번에 왔을 때 안 보였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새로 추가된 음식인 것 같았다.

나는 아이가 먹어도 맛있을 법한 음식들을 구매한 뒤 누나와 티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으로 향하니 누나와 티아는 수건으로 양머리를 한 상태로 있었다.

“.....그건 또 어디서 배웠어?”

“저기 적혀 있던데?”

누나가 가리킨 방향을 보니, 사진으로 한국식 사우나 마음껏 즐기는 법이라고 해서 양머리 하는 법이 나와 있었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가지고 온 음식을 내려놨다.

“그나저나 새로 쓰는 글은 잘 써가?”

“음...... 솔직히 모르겠어.”

아예 안 적은 건 아니지만 그리 진척은 없었다.

일단 오늘 선생님한테 보여드릴 생각이다. 에드월과 친했던 선생님이라면 무언가 조언이라도 주시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직 나 혼자만의 힘으로 하려고 했지만 조언 정도는 얻고 싶었다.

“작가님이 쓴 글.... 보고 싶어요.”

티아는 내가 새로운 글을 쓴다는 사실에 놀란 것과 동시에, 새 글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음.....”

평소 때라면 보여주지 않을 테지만, 이번 글은 상관없었다.

내용이 전부 완결 난 것도 아니고, 애초에 틀어지면 글 내용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생각이었다 보니 보여주어도 상관없으리라.

“흐음. 그럼 한번 봐볼래?”

“네! 보고 싶어요!”

티아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지자, 누나는 걱정스럽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그래도 돼?”

“상관없겠지, 뭐. 거기에 티아는 최우수회원이니까 글에 대한 생각도 남들과 다를 테고..... 어차피 완결 난 내용도 아니니까. 잠시만 기다려봐 노트북 가져올 테니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향했다.

참고로 누나는 티아를 돌보기 위해 같은 방을 써야 했기에, 나는 개인적으로 1인실 하나를 더 추가하였다.

방에서 노트북을 가져온 나는 USB를 꽂은 다음 티아한테 보여주었다.

“읽은 다음에 감상을 알려줘.”

“네에!”

새로운 글을 확인한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티아는 행복한 얼굴로 노트북을 확인했다.

티아가 글을 읽는 것을 확인하며 나는 가져온 식혜를 마셨다.

기분 좋은 달콤함이 입안에 사르륵 퍼지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짧은 시간이 흐르고 티아는 노트북에서 시선을 뗐다.

그렇게까지 많은 양도 아니었다 보니 금세 읽을 수 있었나 보다.

“어때?”

티아는 내 물음에 한껏 실망한 얼굴로 말했다.

“재미없어요......”

“......”

처음으로 티아가 미워졌다.

***

뭐. 그렇게 생각하긴 했지만 대충 예상했었던 결말이기는 했다.

무엇보다도 티아는 이 글을 읽고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이 쓴 글 같아요. 작가님 글에 보이던 뚜렷한 특징이 안 보여요. 내용도 따분해요.”

일상 성장물.

그것도 어느 의미로 보면 그냥 평범한 인생.

거기에 아직 내용 진척도 없다 보니, 따분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티아한테 쓴 말을 듣고 나니 내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도전을 하고 있다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

아무튼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에드워드 선생님과 만날 수 있었다.

에드워드 선생님은 이번에는 안토니와 함께 오셨다.

“응? 웬 아이인가?”

“아. 제 제자예요.”

“.....제자? 자네가?”

“네.”

“허허..... 저번에 제자 이야기를 해서 뭔가 했는데.... 나 원 참.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제자라니.....”

에드워드 선생님은 신기하다는 듯 티아를 바라봤다.

“요 아기 꼬맹이. 이름이 무엇인가?”

“아, 안녕하세요! 티아라고 해요!”

“티아..... 티아라.....”

나는 그 말에 덧붙였다.

“[드래곤 마스터] 엘리시아 역할을 맡은 아역배우기도 해요.”

그 말에 에드워드 선생님 고개를 갸웃했다.

“이 아가씨가? 그 악독한 연기를 펼친다고?”

“네. 저도 연기를 본 적이 없으니 뭐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실버 감독님이시니 믿을 수 있겠죠.”

[드래곤 마스터]의 내용을 알고 있기에, 엘리시아의 역할이 얼마나 독한지 알고 계셨다.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아이가 엘리시아 역할을 맡는다고 하자 신기하셨는지, 티아를 빤히 바라보셨다.

“다이애나 어릴 때 보던 것 같구나. 그래 제임스 작가의 제자라고?”

“네, 네에.....”

“이런이런..... 제임스 작가가 악독하게 굴면 할애비한테 말하려무나. 내 혼내줄 테니.”

에드워드 선생님은 티아가 마음에 드셨던 것 같으셨다.

아무튼 간에 우리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당으로 향했다.

우리도 간단한 간식 정도만 먹었기에 같이 식당으로 갔다.

“그래서. 이번에 무슨 글을 쓰고 있는 건가?”

“일상물을 한번 적어보고 싶어서요.”

“일상물? 음..... 자네의 글하고 가장 어울리지 않는 글 아닌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도전이었기에 선생님도 굉장히 의아해하셨던 것 같으셨다.

“뭐. 응원은 하겠네만은..... 그러고 보니 에드월 그 녀석이 그런 유의 소설을 잘 적기는 했지.”

“그래서 말인데요......”

“봐달라고?”

“네. 아무래도 조언을 조금 얻고 싶어서요. 하하..... 안 될까요?”

“어려울 것 없지. 지금 있나?”

“네. 있어요.”

“보여주게.”

안토니가 음식을 주문하러 갔기에 짧지만 시간이 있었다.

나는 노트북을 켜고 파일을 연 다음 선생님한테 보여드렸다.

“흐음...... 제목은 없나?”

“네. 내용을 정하질 못했다 보니 제목도 흐지부지해지더라고요.....”

평소에 보여달라고 해도 보여주지 않던 제임스가, 스스로 자신이 쓴 글을 보여줬기에 에드워드도 집중해서 파일을 살펴봤다.

어차피 짧은 내용이었고, 완결부터 제목까지 완성은커녕 처음도 시작하지 않은 글이었기에 보여준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에드워드 선생님은 글을 꼼꼼히 읽어보며 말했다.

“쯧. 핫도그 위에 소시지 대신 쌀밥을 올려둔 것 같군.”

“예?”

“잘 생각해보게.”

그 말이 끝으로 선생님은 노트북을 접고 다시 돌려주셨다.

‘핫도그? 소시지 대신 쌀밥?’

나는 그 말을 곰곰이 고민해봤다.

빵을 갈라 그 안에 소시지와 각종 절인 채소를 넣은 다음 소스를 뿌리는 것이 핫도그다.

그런데 소시지를 빼고 쌀밥을 올린다.

‘소시지는 핫도그의 핵심이지.’

핫도그 종류도 다양하겠지만, 그 누가 소시지 없는 핫도그를 먹고 싶겠는가.

‘내용의 핵심은 없고, 거기에 핫도그에 어울리지 않는 걸 넣었다는 건가?’

빵이 있는데 거기에 밥까지 넣었다는 의미, 즉 내용에 핵심도 없는 상태에서 어울리지 않는 글을 쓰려다 보니 내용이 재미없어졌다는 의미였다.

“.....무슨 소린지 알겠네요.”

“처음 도전해 보는 글이 어려운 건 당연하네. 거기에 무슨 글을 적으려는 건지도 알겠고. 그런데 너무 성의 없는 글 아닌가?”

“.....쩝.”

“쓰지 말라고는 안 하겠다만은..... 쓰겠다면 잘 생각해보게나.”

선생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이번 소설은 내 예상보다도 더 어려울 것 같았다.

‘일단 이건 이거고, 지금 할 일에 집중하자.’

내 이름으로 된 첫 강연이니 이거에 집중하고 싶었다.

“강연 준비는 잘 되나?”

“네. 뭐...... 어찌저찌 될 것 같아요.”

“집에는 언제쯤 돌아갈 건가?”

“주말까지 생각하고는 있는데, 티아도 있고 하니 강연이 끝나면 곧바로 돌아갈 생각이에요. 금요일 저녁이라도 돌아가야죠.”

“흐음..... 그런가?”

“네. 그런데 왜요?”

“자네를 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어서 소개해주려 했더니만..... 시간이 없으면 할 수 없지 뭐.”

“소개요? 누구요?”

선생님은 안토니가 가지고 오는 음식들을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루이 녀석.”

“.....루이? 설마 루이 파놀라나 감독님이요?”

“그래. 그 녀석이 오래간만에 연락 줘서 뭔가 했더니만, 자네와 만나고 싶다더군. 어떻게 할 텐가?”

‘루이 파놀라나......’

스릴러 고스트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루이 파놀라나 감독은 그 특유의 연출법으로 인해 유명했다.

무섭지 않은 장면도 연출에 따라 극도의 긴장감을 주는 감독이지만.

‘무서운데.’

나는 루이 파놀라나 감독님의 작품을 본 적이 없었다.

무서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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