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187화 (186/216)

187화. 강연 (2)

딱히 싫어하는 장르가 있는 건 아니었다.

소설이라면 그게 어느 장르라도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시각적으로 내용이 들어오는 영화 같은 경우는 달랐다.

딱히 가릴 것 없이 보기는 하지만 유독 공포 영화는 보기 싫었다.

못 본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굳이 돈까지 주면서 보고 싶지 않았다.

공포 영화의 특성상 그 여운이 상당히 강하고,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놀라는 경우도 많은데 굳이 돈을 낸 다음에 그런 느낌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공포 영화가 대수인가? 군대 전역을 하고 다시 입대하는 꿈을 꾸는 것보다 무섭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루이 파놀라나 감독님의 영화는 달랐다.

‘진짜 무서워서 보고 싶지 않지.’

마그누스 감독님이 화려한 추격신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끈다면, 루이 감독님은 자신만의 독특한 연출법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무서운 부분을 무섭지 않게, 그렇기에 더욱 무서운...... 사람의 심리를 잘 이용한 영화를 만드시지.’

분명 무서워야 할 부분인데 그 부분을 자신만의 연출법을 활용하여 무섭지 않게 연출한다.

음악이나, 공간, 시각적 배경을 조정하여 무섭지 않게 연출하지만 관객들은 그 부분을 보며 무섭다고 느낀다.

‘[일곱 개의 죄악]을 감독님이 원하시는 이유도 어느 정도 알 것 같기도 하지.’

개인 SNS에 [일곱 개의 죄악] 연출을 맡아보고 싶다고 올리셨다고 하셨지만, 내가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인터뷰를 할 때는 환영한다는 식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지만, 루이 파놀라나 감독님이 [일곱 개의 죄악]을 맡으면 솔직히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잘 표현하실 수도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리 어울릴 것 같지는 않아.’

그 특유의 연출법으로 주인공 콜린의 감정을 잘 드러내는 연출은 완벽하게 해내실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범죄자들을 찾고 소탕하고 추적할 때의 그 느낌은 솔직히 어울리지 않으리라.

“싫나?”

“싫기는요. 명장이라 불리는 감독님들과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저한테는 큰 이득이 오는데 당연하죠. 다만......”

“다만?”

“[일곱 개의 죄악]을 맡으신다면 조금..... 음.”

“끌..... 나도 공과 사는 구분할 줄 아네. 루이 그 녀석도 그냥 자네와 대화 한번 해보고 싶다는 거지 [일곱 개의 죄악]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요청할 걸세.”

“그렇다면 만나볼게요. 그런데 언제죠?”

“뉴욕에 살고 있으니 토요일이면 만날 수 있을 걸세.”

“강연 끝나고 바로네요. 네. 알겠어요.”

나는 안토니가 사 온 피자를 입에 물었다.

***

줄리어드 스쿨은 미국에서 최고의 음악 학교로 이름 높은 학교였다.

그곳에서 제임스 작가의 인기는 이상할 정도로 높았다.

이름 높은 클래식 음악 감독님들보다도 제임스의 인기가 많은 이유는 순전히 그의 글이 재밌기 때문이다.

제임스가 처음 [블랙 & 월드 : 만남]이라는 가사를 집필하고 그것이 음악으로 만들어지며 뮤튜브로 퍼지기 시작하자, 줄리어드 스쿨에서도 그것이 유행을 타듯 제임스 작가의 작품으로 음악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평가로 들어가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학생들 하나둘씩 취미 삼아 만들다 보니 생각보다 재밌는 작품들도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시작은 다이애나가 브루클린 북 페스티벌에서 시작되었다.

다이애나와 친구들이 올린 영상으로부터 학생들은 지금까지 취미 삼아 만들었던 노래들을 뮤튜브나 개인 SNS에 올리기 시작했고 이는 유행처럼 번졌다.

그렇기에 학원 측은 에드워드 선생님의 요청도 있고, 학생들이 좋아하기도 하니 제임스 작가한테 의뢰를 맡겼다.

참고로 제임스는 자신의 작품이 노래로 만들어진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 파급력은 잘 모르고 있었다.

다이애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학교 강당으로 향했다.

방학임에도 학교를 가는 건 다이애나뿐만 아니었다.

여러 동아리 활동 때문에 학교에 오는 학생들이 많았기에, 강당으로 도착하니 이미 학생들뿐만 아니라 외부인들도 가득 차있었다.

강연을 오는 건 스스로의 자유였기에 보이지 않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그보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중에는 유명한 소설작가들도 있었고, 음악 감독들도 있었다.

한 명 한 명이 전설 혹은 신예라 불릴 만한 실력자들이 제임스 작가가 강연한다는 말에 세계 각지에서 몰려들었다.

이는 학교 측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긴, 나 같아도 예측 못 했겠다.’

다이애나는 결국 예약되었던 강당이 바뀌는 것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 강당도 충분히 큰 곳이었지만, 몰려드는 사람들을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결국 학교 가장 큰 강당으로 자리를 변경해야만 했다.

“다이애나. 빨리 왔네?”

가장 맨 앞자리에 앉아 제임스 작가님을 뵈려던 다이애나의 옆에 친구인 로지가 앉았다.

“너도 빨리 왔잖아?”

“히히! 그렇지 뭐. 그나저나 작가님 강연 처음이시라고 들었는데 괜찮으실까?”

“음..... 제임스 작가님은 지금 학생들한테만 강연한다고 들으셨을 텐데..... 제임스 작가님이시니까 어떻게든 하실 거야.”

로지는 제임스 작가에 대한 무안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다이애나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에는 이렇지 않은 친구인데 제임스 작가라는 이름만 나오면 애가 좀 이상하게 변한다.

“클레아 작가님에, 로트 하지 작가님, 제든 완 작가님까지 오셨네..... 있다가 사인 요청하면 해주시려나?”

로지는 주위를 둘러보며 이름 높은 작가들을 보며 말했다.

“제임스 작가님 사인이 최고야.”

“.....그래그래.”

하지만 다이애나의 단호한 대답에 로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강당으로 동양인 한 명이 들어왔다.

동양인 그것도 평범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남성이 강연으로 들어오자, 시끌시끌하던 강연장이 서서히 진정되기 시작했다.

-뚜벅뚜벅.

고요해진 강연장 안으로 들어오는 남성의 발자국 소리는 너무도 크게 들렸다.

현재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최고의 작가의 등장이었다.

***

‘......학생들만 오는 게 아니었어?’

생각해 보니 그런 말을 듣진 못한 것 같았다.

그냥 학생들의 의견을 받았고, 강연만 하면 된다고 들었기에 학생들만 오는 줄 알고 있었다.

‘.....정장이라도 입고 올걸.’

그냥 학생들만 있는 강연인 줄 알고 정말 편한 복장으로 왔다.

에드워드 선생님도 딱히 아무 말도 안 했고, 누나도 지구의 역사를 바꿀 만한 강연도 아닌데 그냥 편하게 입고 오라고 했다.

생각해 보면 학교 다닐 때 강연하러 온 사람들 중에 정장 입고 오는 사람들이 없어서, 그냥 청바지에 검은색 츄리닝을 입고 갔다.

‘아 놔......’

사람이 뭐 이리 많단 말인가.

지금 제임스가 서 있는 곳은 총 3층으로 이루어져 있는 클래식 극장이었다.

그만큼 사람이 꽉꽉 채워져 있었는데, 그중에는 나이가 연로하신 분들도 많으셨다.

그들이 유명한 작가라는 걸 알고 있는 제임스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저분들한테 강연을 하라고?’

오히려 내가 저분들한테 강연을 들어야 하지 않나?

무엇보다도.

‘이 강연이 대체 뭐라고...... 카메라는 또 뭐 이리 많아.’

난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고 항시 생각한다.

이는 내가 글을 쓸 때 항상 주의하던 것이기에, 아직까지도 내 마음속에 그러한 마음이 있었다.

그 때문인지 강연장 위로 올라가자마자 심장이 벌렁거리기 시작했다.

“......”

나는 조용히 내가 가지고 종이 파일을 바라봤다.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고작 이런 내용을 말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조용히 교탁 위에 종이 파일을 내려놓고 펼치지 않았다.

“.....안녕하십니까. 제임스 권이라고 합니다.”

조용히 마이크에 대고 말하자 평소와 다른 장소이기 때문인지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렸다.

나는 마이크에 대고 솔직하게 말했다.

“제가 강연이 처음이라서요..... 뭘 하는 게 좋을까요?”

그리고 당당하게 말했다.

제발 강연장에서 뭘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

관람석에 앉아 있던 에드워드는 제임스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끌끌끌끌...... 고 녀석 당황했나 보군.”

에드워드의 말에 안토니 또한 당황한 듯 헛웃음을 지었다.

“괜찮으실까요? 많이 긴장하신 듯한데요?”

“설마 지리겠느냐? 그리고 이런 것 또한 다 경험이다. 애초에 저 녀석 오늘 하려던 강연 내용을 전부 폐기했어. 차라리 이게 더 좋다고 판단한 거야.”

“음.....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각자가 생각하는 바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제임스의 강연에서 듣고 싶어 하던 건 있을 거야. 이 많은 사람들을 만족할 만한 강연을 하려는 거겠지 뭐. 끌끌..... 하여튼 재밌는 녀석이라니까.”

그리고 에드워드의 예상대로 사람들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

제임스는 자기가 말하고도 이게 맞나 했지만, 이내 강연장에서 한두 명씩 손을 들기 시작했다.

‘어휴. 다행이네.’

반쯤 다행이라 여기며 나는 강연장 스태프한테 마이크 전달을 부탁했다.

스태프는 가장 먼저 흑인 중년 남성한테 마이크를 내밀었고, 이내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글을 쓰실 때 노하우 같은 것 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노하우..... 음. 제 Live 방송에서 말한 적이 있는데 저는 어렸을 적부터 1시간씩 글을 적었습니다. 그 때문에 머리가 빠르게 굴러가는 것 같고요. 그 노하우 말고는..... 간단하게 영화 한 편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소설이라는 영화 혹은 만화를 상상하고 그들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글로 적으며 표현하며 디테일을 추가합니다.”

나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내뱉었다.

지금까지 글을 적을 때 힘들었던 점을 어떤 방식으로 해소하였는지, 그리고 해소한 뒤 글을 어떤 방식으로 풀이해나갔는지 말했다.

“저는 기본적으로 시놉시스를 적은 다음에 글을 풀이해나가는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리턴 패션 디자이너]처럼 그렇지 못한 소설도 많죠. 그럴 때는 머릿속에 상상하는 글을 일단 최대한 많이 옮겨 적습니다. 그다음 적었던 내용을 전체적으로 수정하며 디테일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글을 수정하는 방법, 지금까지 내가 행동했던 모든 방법들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건 저만의 노하우일 뿐이에요. 사람마다 특징과 생각이 다르다 보니 글을 적을 때 각자만의 노하우가 생기면 좋을 겁니다. 또한 저는 글을 생각할 때 영감을 위주로 생각합니다. 영감을 받으면 그 영감을 상세히 기억하며 글에 옮기고자 하죠. 그 감각을 기억한다는 말이 옳겠네요. 그 때문에 제 소설에 현실감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네요.”

[현실감..... 그렇다면 작가님의 소설은 사회를 비판한다기보다는 사회를 그대로 옮겨두는 건가요?]

“음.... 아마 맞을 거예요. 하지만 그보다는 그냥 사회를 참고삼아 저만의 사회를 만든다고 말하는 편이 더 맞는 말이겠네요.”

그의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관객들 사이에서 사람들이 손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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