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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191화 (190/216)

191화. 루이 (2)

루이 감독님의 집은 겉에와는 다르게 내부로 들어가니 어딘가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은 나만 드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섬뜩한 마네킹과 인형들이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하하. 별로인가?”

“솔직히..... 좀 소름 돋네요.”

“무슨 사연이 있는 인형들은 아니라네. 내 딸들이 좋아하는 것도 있고, 영화 소품으로 사용할 때 사용하던 것들도 있지.”

“그건 그것대로 소름 돋네요.”

“하하. 보기와는 다르게 겁이 많은데? 아. 일단 들어오게.”

“실례하겠습니다......”

나와 다르게 에드워드 선생님은 비교적 자주 오셨는지 아무렇지도 않게 발을 들여놓았다.

“자네 와이프는 어디갔나?”

“오늘 제임스 작가와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어서 딸들과 함께 쇼핑 좀 하고 오라고 내보냈네. 허 참. 카드를 손에 쥐여주니 그렇게까지 좋아할 줄은 몰랐는데......”

“에잉. 쯧. 자네가 워낙 구두쇠여야지. 구두쇠면서 이런 쓰잘데기 없는 인형들은 곧잘 사니 답답했을 거야.”

“하하. 내가 와이프를 잘 만났지 뭐.”

둘은 평소에도 잘 아시는 사이였기에 말하는데 스스럼없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걸음을 옮겼다.

‘이곳에서 산다고?’

액자, 장식장, 가구 모든 것이 소름 돋게 생겼다.

왜 이런 장소에서 사는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나라면 당장 이사할 것이다.

루이 감독님은 나와 선생님을 데리고 식탁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따뜻한 커피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좋은 원두가 들어왔네. 제임스 작가는 커피를 좋아하나?”

“없어서 못 먹죠. 잘 마실게요.”

다행히 사람들이 생활하는 거실과 주방에는 소름 돋는 인형들이나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지 않았다.

루이 감독님은 웃는 얼굴로 커피잔에 커피를 따라주며 말했다.

“왜 우리 집에 이런 것들이 있는 줄 아나?”

“음..... 제가 많은 감독님들은 만나보지 않아서 확신은 못 하는데, 보통 이러시는 경우가 루틴하고 관계가 있더라고요. 맞나요?”

“오? 정답일세. 하하하하! 그래도 보는 눈은 있군.”

“......”

그냥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했는데 정말이었구나.

루이 감독님은 미디어에 노출되었을 때하고는 성격이 많이 달라 보이셨다.

시종일관 얼굴에 웃음을 간직하고 계셨고, 어딘가 털털해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루이 감독님이 내민 커피잔을 들어 올렸다.

‘향이 좋긴 하네.’

무슨 원두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향 하나는 굉장히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살짝 구수한 향기도 나는 것 같기도 한데, 내 착각인가?

“나 같은 늙은이들은 솔직히 시대에 뒤처진 거지. 하하..... 시대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이 맞으려나?”

“네?”

“집을 이렇게 만든 이유는 별거 없네. 그냥 시나리오를 적을 때 조금이라도 영감을 받기 위해서지. 공포 영화 같은 경우는 CG의 도움보다는 이런 사실적인 도구들을 사용하는 편이 더 무서우니까.”

루이 감독님은 약간은 허탈한 듯 말했다.

요즘에는 CG 같은 게 많이 생겼지만, 그래도 공포 영화에서는 CG가 들어가면 그리 좋지 않다고 느끼신다고 한다.

사실 같은 분위기, 현실에서도 나타날 것만 같은 그런 분위기가 영화의 퀄리티를 올려준다고 생각하신다고 한다.

그렇기에 더욱 리얼리티를 올리기 위해 이런 인형들을 모으게 되었고, 결국 모으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는 어처구니없는 스토리였다.

‘뭐.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루이 감독님은 나처럼 현실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를 제작하시는 분이신 것 같으셨다.

생각해보면 루이 감독님의 작품들 중 상당수는 현실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기도 한다.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 조던 원과 협동으로 제작했었던 [악마가 깃든 인형] 같은 경우는 너무 무서워서, 마피아나 군인들도 보고 울었다고 할 정도였다.

참고로 난 안 봤다.

“오늘 저를 만나시고 싶으셨다고.....”

“맞네. 하하. 솔직히 말해서 자네의 팬이거든.”

“영광이네요.”

빈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루이 감독님은 공포 영화계에서 한 획을 그으신 분. 그런 분이 내 팬이라는데 영광이 아닐 수가 없었다.

“뭐. 그것도 있지만, 솔직히 사적인 감정을 섞자면 자네의 [일곱 개의 죄악]을 원하기도 하네.”

“음..... 그건.”

“하하. 걱정하지 말게나. 나도 그렇게 사적인 장소를 구분 못 할 멍청한 인간이 아니네. 다만, [일곱 개의 죄악]을 적을 때 제임스 자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고 싶었을 뿐이네.”

“그거라면 뭐......”

나는 콜린에 대한 이야기를 루이 감독님한테 해주었다.

관심 없어 보이던 에드워드 선생님도 은근슬쩍 귀를 기울였다.

어떻게 해서 콜린을 만나게 되었는지, 어떻게 콜린이 병을 이겨내려 노력했는지, 어째서 이런 글을 적으려고 했는지까지 전부 말이다.

“콜린이라..... 음. 작중 이름과 똑같은 사람을 현실적으로 옮긴 건가.”

“조금 과장을 보태기도 했죠.”

“콜린.... 콜린이라..... 음. 잠시만 기다리게.”

루이 감독님은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시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갔다 오셨다.

다시 돌아온 감독님의 손에는 검은색 표지를 가진 책 한 권이 놓여있었다.

“이건.....”

검은색 표지에는 [읽어버린 악의]라는 제목이 쓰여 있었는데, 그보다 너 놀라운 건 필명이었다.

<콜린 필 베이든.>

‘성까지?’

자신의 이름을 숨길 생각이 없었던 듯, 이름과 성 모두를 공개하였다.

‘책을 냈어?’

책을 적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미 출판했을 줄은 몰랐다.

아리야한테서 아무 말도 듣지 못했고, 어려움이 있으면 전화하라고 해서 언젠가 전화할 줄 알고 기다리고 있기만 했다.

‘스스로의 힘으로 책을 적은 건가?’

나는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책을 들어 올렸다.

“[일곱 개의 죄악]에 나오는 주인공과 똑같은 필명을 가지고 있어서 구매해봤네. 책 내용도 상당히 흥미롭더군.”

“.....잠시 살펴봐도 될까요?”

“그냥 가지시게. 나는 이미 다 읽었으니 상관없네.”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본인인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성까지 똑같으니 본인이 맞겠죠.”

“허어......”

루이 감독님은 잠시 놀란 듯하였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으셨다.

“조현병 환자가 쓴 책이라..... 하긴, 그런 책들은 많지. 내 지인 중에도 한 명 있었으니까.”

“그런가요?”

“뭐. 그리 인기를 끌지도 못한 책이네 [물고기가 낚은 인간]을 집필했는데, 몇 권 출간하지도 못했네.”

“[물고기를 낚은 인간].....?”

“응? 알고 있나?”

“예. 뭐..... 예전에 지인한테 선물 받은 적이 있어요.”

“허어..... 자네가 책을 좋아한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설마 그 책까지 읽었을 줄은 몰랐는데?”

예전에 제이든한테 선물 받은 책으로 솔직히 내용은 재미없고 그냥 희귀하다는 말 때문에 보관만 하고 있었다.

몇 권 발행되지 않은 조현병 환자가 적은 책, 그리고 그 책을 적은 저자는 자살을 하였다고 들었다.

“알고 계신 분이실 줄은 몰랐어요.”

그 말에 에드워드 선생님 쯧 하고 혀를 찼다.

“알고 자시고 있나? 이 녀석 동생인데.”

“......예?”

그 말에 루이 감독님은 하하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

루이 감독님은 프랑스계 미국인이셨다.

어린 시절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이민 왔는데, 루이 감독님은 프랑스에서 태어나셨지만 동생은 미국에서 태어났다고 들었다.

어릴 때 동생은 그 누구보다도 평범했다고 한다. 너무도 평범한 가족.

그렇기에 이 평범한 일상이 언제까지고 이어질 줄 알았지만, 비극은 서서히 시작되었다고 한다.

“동생은 성인이 되자 서서히 이상해지기 시작하더군. 당시에는 조현병이라는 병명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라 사람들은 전부 동생을 미친놈 취급했네. 부모님조차도 그런 동생이 악마가 깃들었다고 엑소시스트들한테 의뢰까지 했었지.”

“......”

“잔인한 이야기지만 어쩔 수 없었지. 2010년이 되어서야 조현병이라는 정확한 병명이 생겼으니 말이야.”

그전까지 정신분열증이라고만 표기했었다고 한다.

“뭐. 동생이 그러한 짓을 당할 때마다 가족들은 솔직히 힘들었네. 하지만 그로 인해 나는 공포를 주제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네..... 참으로 안타까운 이야기지.”

중년의 나이에 동생은 결국 참지 못하고 자살을 했다고 한다.

그전까지 그래도 잘 버텼던 동생이었지만, 부모님이 죽음으로 인해 결국 참지 못했다고 한다.

“내용도 재미없었지?”

“솔직히 그렇죠?”

“하하. 애초에 동생은 평범한 회사원이었네. 조현병인 걸 숨기고 회사를 다녔지 그래서 결국 터진 것일 수도 있겠어..... 아무튼 간에 내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네.”

“뭘요.”

새로운 이야기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 중세 시대에서는 조현병에 걸린 사람을 악마가 씌었다고 해서 마녀사냥을 당했다는 기록이 있었다.

“자네의 [일곱 개의 죄악]도 내 동생과 겹쳐 보여서 한번 해보고 싶었던 것이기도 하네. 뭐. 자네가 싫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야.”

“싫다기보다는..... 솔직히 불안감이 커서 맡기지 못하는 이유가 더 큰 것 같아요.”

“불안감?”

“네. 극과 극이라고 해야 할까요? 감독님의 연출법하고 다르니까요.”

“하하. 하긴 다르기도 하지. 그래도 정식으로 요청할 걸세.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니까.”

“그러면 고민 좀 해볼게요. 하하.”

두런두런 이야기가 끝나갈 때쯤, 나는 서서히 본론을 꺼냈다.

“실례가 안 된다면 두 분께 부탁을 하나 드려도 될까요?”

그 말에 커피를 들어 올리던 선생님과 루이 감독님은 나를 바라봤다.

“부탁?”

“무슨 부탁 말인가?”

“제가 이번에 쓴 소설이 조금 거슬리는 부분이 있어서요. 한 번 봐주셨으면 해요. 하하. 루이 감독님이 좋아하지 않을 소설일 수도 있지만요.”

그 말에 에드워드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적은 걸 말하는 건가?”

“네.”

“줘보게. 노트북은 가져왔나?”

“물론이죠.”

나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노트북을 꺼냈다.

이곳에 온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명장이라 불리는 감독님 두 분께 의견을 묻고 싶었기 때문이다.

극과 극의 성격이기는 하지만, 그렇기에 의견이 더욱 궁금하기도 했다.

‘가장 불안한 건 적은 내용이기는 하지. 내용을 더 추가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현재 내 소설이 순금이라 생각한다면, 여기에 순금을 더 추가한다면 모를까 어중간한 철이라는 내용을 추가하면 가치가 떨어질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오직 경험이 가득한 분들께 보여드려 조언을 얻고 싶었다.

노트북에 USB를 연결한 뒤 파일을 열고 선생님과 루이 감독님께 보여드렸다.

“나중에 다이애나한테도 의견을 묻고 싶어요.”

“좋은 생각이긴 하지. 다이애나가 보는 눈은 높으니까.”

“어디 보자.....”

선생님과 루이 감독님은 천천히 노트북 파일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둘은 서서히 경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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