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194화 (193/216)

194화. 시카고

모든 것을 시작하든 간에 그 끝이 있었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끝을 예상하며 소설을 쓰지만 [인피니티 라이프]의 끝은 좀처럼 좁혀지지가 않았다.

“아직도 끙끙거려?”

“.....응.”

“에휴.”

LA로 돌아왔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인피니티 라이프]의 마무리를 제대로 정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렀고 결국에는 시카고에 있는 ALA(미국도서관협회)를 갈 시간이 될 때까지 이어졌다.

“며칠째 진척이 없는데 괜찮은 거야?”

“괜찮아. 다른 소설들도 병행하면서 쓰고 있으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괜찮아. 비행기에서 잘 거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에휴 나도 모르겠다.”

릴레이 소설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희망으로 끝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었다.

다만, 릴레이 소설과는 다르게 [인피니티 라이프]는 앞내용이 전부 적혀있는 상태였고, 그렇다 보니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모르겠다.

릴레이 소설은 기껏해야 첫 부분을 적었을 뿐이니 잘 적혔지만, 소설이라는 것은 중간 혹은 마무리가 가장 어려웠고 오래 걸렸다.

“어차피 시카고에서 바로 집에 갈 거니까 상관없어.”

금요일 날 진행되는 뉴베리상 시상식에 가기 위해서 우리는 목요일인 오늘 출발하기로 했다.

아마 토요일 정도에 몬태나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그때 더 쉴 생각이었다.

“나도 휴가 내서 괜찮아. 이번에는 집에 가야지. 아 다른 애들도 온대.”

“.....오지 말라고 해. 특히 제시카라든가, 제시카라든가?”

제시카가 오면 나는 쉴 수가 없었다.

루이나 누나는 괜찮지만, 제시카가 오면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내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애니하고 루니아도 많이 컸다는데 기대되네.”

“하긴, 누나는 오래간만에 돌아가는 거니까.”

“일단 얼른 가자.”

“아. 시카고 가면 딥 디쉬 피자 먹어야지.”

비행기에서 잘 시간에 벌써부터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

뉴베리상을 수상할 때는 몇 가지 조건이 붙는다.

첫째는 작가가 미국 시민권자일 것.

둘째는 영어로 된 책일 것.

셋째는 작년에 나온 책일 것.

예를 들어 2010년 언제 나온 책이든 간에 2011년에 수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시기라는 것에 구애받지 않는 상인 것과 동시에, 작품성 하나만큼만 확인하여 본다는 것이다.

[사막의 제국]은 내가 시민권을 취득하기 전에 쓴 책이지만, 결국에 시민권을 취득한 후에 책이 출판되었다.

또한 영어로 출판되었으며, 12월이긴 하지만 작년에 출판된 책은 맞았다.

그렇다 보니 뉴베리상 후보에 들어가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다만, 사람들 대부분은 제임스 작가가 뉴베리상 그것도 ‘메달’을 획득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본인은 아니었다.

뉴베리상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것도 있었고, ‘아동 문학’으로서 가치가 높은 책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상을 받을 생각 자체가 없었고, 받든 안 받든 상관없었다.

그렇기에 뉴욕보다 먼 시카고에 왔을 때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음식을 먹는 것이었다.

‘처음 왔으니까 뽕 뽑아야지.’

마침 비행기에서 미친 듯이 잠을 자서 그런지 피로가 싹 풀렸다.

도서관협회 측에서 준비해준 호텔에 짐을 풀고 우리는 곧장 음식을 먹으러 갔다.

다만, 누나가 걱정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무게가 늘어난다고 하소연을 했던 누나였던 만큼, 시카고 특유의 소고기와 기름진 음식을 먹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오늘을 위해서 다이어트를 했어! 마음껏 먹자!”

“오!”

그럼 이야기가 달라지지.

아무래도 시카고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 하나를 뽑으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은 딥 디쉬 피자일 것이다.

미국의 피자 중 가장 유명한 건 뉴욕 피자와 시카고 피자일 정도로 딥 디쉬 피자의 명성은 대단했다.

뉴욕 피자는 미친 듯이 얇은 도우로 인해 두겹으로 먹어도 될 정도지만, 시카고는 움푹한 도우에 재료를 미친 듯이 가득 채워 포크로 퍼먹듯이 먹어야 한다.

그만큼 칼로리 폭탄이겠지만, 뭐 어떠한가?

“오늘은 치팅데이니까 괜찮을 거야.”

“응응!”

까짓거 혈관 정도는 내주지 뭐.

그렇게 유명한 시카고 피자에서 한 판을 시켰지만 우리는 결국 다 먹지 못했다.

처음에는 맛있었다.

2cm는 넘는 두꺼운 빵은 생각보다 고소해서 맛있었고, 토마토소스나, 치즈, 소고기는 마치 라자냐를 먹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런데 양이 너무 많아서 한 조각을 다 먹자마자 속이 느글느글해졌다.

한 조각이라고 했지만 그 두께가 다른 피자들과도 차원이 달랐다.

“.....김치 먹고 싶다.”

“너도? 나도.”

토종 미국 백인 고모부의 집에서 자란 누나라 치즈나 각종 느글느글한 것도 잘 먹지만, 그래도 고모 때문에 한식도 자주 접했다.

그런 누나가 김치가 먹고 싶을 정도면 이 피자가 얼마나 느끼한지 알 수 있었다.

“.....포장해가자.”

“포장하고 안 먹을 것 같기는 한데, 그러자.”

배는 부르지 않았지만 피자를 보는 것만으로 토할 것 같았기에 더 이상 먹지 못했다.

LA에서 먹은 피자하고 차원이 다른 느끼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게 오리지널 고향 맛이라는 거겠지.

뜨끈하고 칼칼한 라면이 땡겼다.

“호텔로 바로 돌아갈 거야?”

“아니, 시카고에 왔는데 퐁체크(Pączki)는 먹어봐야지!”

누나는 피자를 그렇게 먹고 나서도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 것 같았다.

“아. 그건 나도 좋아하지.”

쉽게 말해 잼을 넣은 뒤 기름에 튀긴 도넛이다.

위에 슈가 파우더까지 뿌리면 금상첨화, 솔직히 이것도 혈관 파괴 도넛이기는 한데 굉장히 맛있었다.

시카고에 유명 퐁체크 식당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있는 곳하고 가까운 것 같았다.

우리는 도넛을 산 뒤 근처에 앉아 도넛을 먹었다.

“이 미국이라는 나라는..... 너무 거대해가지고 지역을 옮기는 것만으로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야.”

뭐. 솔직히 LA에서 시카고 거리를 생각하면 오히려 이게 맞는 말일 수도 있었다.

나는 딸기잼이 가득 들어간 도넛을 베어 문 뒤 커피를 쪽쪽 빨아 단맛을 최대한 중화시켰다.

“누나 너무 먹는 거 아니야?”

“먹기는..... 아직 더 먹을 수 있어. 원래 여자는 디저트 먹는 배가 따로 존재하니까.”

“.....그건 괴물이지.”

“뭐라고?”

“아니야. 많이 먹어. 더 사줄까?”

“흥.”

그러면서도 블루베리가 들어간 도넛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래서 수상할 것 같아?”

“수상은 무리일 것 같고..... 한다고 해도 메달이 아니라 ‘아너’ 정도? 솔직히 메달 받으면 부담스러울 것 같으니까.”

메달은 1위, 아너는 2위로 금과 은으로 되어 있었다.

실제 이 작품이 수상을 하면 [사막의 제국]에 뉴베리상 표시가 남는데, 1위를 하면 금메달이 2위로 하면 은메달이 붙는다.

“근데 이번 후보자들은 또 그렇게 탄탄한 편이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 그래도 뭐 받든 안 받는 나하고는 상관없긴 하니까.”

뉴베리상을 받는 목적은 명예와 판매량 때문도 있지만, 나는 이미 그 둘 다 가지고 있다.

그저 권위 있는 시상식이다 보니 시카고로 온 이유가 가장 컸다.

“그래도 표지에 금메달 달려있는 걸 보고 싶기도 하네.”

SC라스틱 측도 이번 시상식에 온다고 했다 보니, 내일쯤이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애초에 SC라스틱이 출판한 작품들 중에서 뉴베리상 혹은 칼데콧상 수상작이 상당히 많았기에 그들은 능숙하게 나를 케어해 줄 것이다.

“커피나 더 마시러 가자. 너무 달아서 혓바닥이 분해될 것 같아.”

“커피 마시고 뭐 먹을까?”

“.....배 안 불러?”

“응. 치팅데이에는 먹고 토하더라도 먹어도 된댔어. 그러니 더 먹을래.”

“......”

나는 저렇게 안 돼야지.

***

다음 날이 밝고 나는 미리 준비한 점장이 아닌 그냥 평범한 복장을 입고 호텔에서 나왔다.

시상식 시작은 각 연도마다 다르지만, 이번 시상식은 비교적 빠르게 진행된다고 한다.

물론 빠르다고 해도 오후 4시부터 진행되기에, 지금 간다고 해서 할 것도 없었다.

그렇기에 난 SC라스틱 사람들과 식사를 약속했고, 밥을 먹고 조금 쉬다가 준비한 점장을 입고 시상식에 갈 생각이었다.

“오랜만이에요 스티븐.”

호텔로 나오니 누나가 미리 나와 있었는지 스티븐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직 시상식 전이라 스티븐과 누나 또한 그냥 가벼운 차림으로 있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작가님. 하하.”

“하하 근데 스티븐만 오셨나요? 루시아나 다른 직장 분들은......?”

“아. 루시아는 랜트한 차를 가지러 갔습니다. 대표님은 사정상 못 왔고 저와 루시아만 왔습니다.”

“아.....”

“그나저나 미리 축하드립니다, 작가님.”

“예?”

“하하. 알면서 왜 그러십니까?”

물론 뭘 이야기하는 건지는 안다.

“그래도 아직 결정된 게 아닌데 성급해지고 싶지는 않아서요.”

“SC라스틱에서는 굉장히 높게 보고 있습니다. ALA이 바보도 아니고 이런 수상식을 놓치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하하 그러니 조금 정도는 성급해지셔도 될 것 같습니다.”

“뭐..... 일단은 마음으로만 받겠습니다.”

“예. 하하. 그나저나 오늘 식사는 어디서 하실 생각이십니까?”

“한식집 갔으면 합니다.”

어제 먹은 것 때문에 아직까지도 속이 느글느글하다.

농담이 아니라 뱃속에 기름이 가득 차서 그런지 오늘 아침에 설사까지 했다.

평소라면 남들을 배려한다고 그냥 아무 음식이나 먹겠지만, 오늘만큼은 얼큰한 음식을 먹고 싶었다.

그렇게 루시아가 오고 우리는 근처에 있는 한식집으로 향했다.

“참. 출판 날짜가 정해졌습니다.”

“어떤 거요?”

“[사막의 제국] 2부, 그리고 [괴도 레이븐] 1, 2권입니다.”

“동시 출판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아마 [괴도 레이븐] 1, 2권이 먼저 출판될 듯싶습니다. 쪽수가 적은 편이기도 하고, 거기에 1권과 2권 원고가 동시에 있다 보니 먼저 출판될 겁니다.”

“흐음......”

“[괴도 레이븐]같은 경우는 정말 깔끔하더군요.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느꼈습니다. [사막의 제국 2부]도 무척이나 재밌었습니다.”

“그렇게 말해주시니 다행이네요.”

“미션 컴퍼니에서 [사막의 제국] 제작에 돌입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저희 SC라스틱에서도 그에 맞춰 이벤트를 해볼까 합니다.”

“또 양장본인가요?”

“하하. 그러면 좋겠지만 그건 작가님이 불편해하시는 것 같으니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현재 생각하고 있는 건 보물의 실사화입니다.”

“.....4대 보물이요?”

“예. 1권에서 비를 내리게 하는 칼을 얻지 않았습니까? 그걸 1분의 1 크기로 해서 전문 장인분께 의뢰를 맡겨볼까 합니다.”

예전에 [사막의 제국] 양장본은 조금 기다려달라고 한 적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약간 안달이 난 것 같았다.

여러 굿즈들이 나와 있는 지금, 확실히 파급력이 있는 이벤트를 하려면 실사 물품을 만드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했다.

“솔직히 만들기 어렵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된다고 하면 좋긴 하겠네요.”

남자들이라면 못 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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