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195화 (194/216)

195화. 뉴베리

뉴베리 시상식은 내 예상과는 다르게 정말 간편하게 진행된다고 한다.

뭐. 미국답게 간편하게 진행된다고 해도 그 스케일은 예상보다도 컸지만 말이다.

아무튼 간에 나는 작가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곧 시상식 좌석에 앉았다.

좌석에도 사람들이 많이 몰려오지는 않았지만, 애초부터 아는 사람들이 한 명도 없었기에 그냥 뻘쭘히 앉아있었다.

누나도 없었기에 그냥 뻘쭘하게 앉아있었지만, 관계자인 스티븐과 루시아가 내 옆에 앉음으로써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그렇게 뉴베리 시상식이 시작되었고.

[[사막의 제국] 작가 제임스 작가님. 축하드립니다!]

-짝짝짝짝짝짝짝짝-!!!!!

“......응?”

그렇게 난 뉴베리상 메달을 받게 되었다.

***

뉴베리상은 아동 문학의 상이기는 하지만, 정확히는 초등학교 고학년 혹은 중학생 1학년들한테 도움이 되는 소설을 적은 사람한테 수상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 보니 아너 정도만 기대하고 있었지만, 막상 수상하고 나니 어안이 벙벙해졌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박수를 쳤지만, 나는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소감을 말해야만 했다.

소감이라고 해봤자 애초에 준비했던 내용이 없었기에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아무튼 간에 평소에는 그리 이슈가 되지 않을 뉴베리상을 제임스 작가가 수상했다는 것이 알려지자 이는 연예계 뉴스에까지 나오게 되었다.

제임스의 SNS DM으로 많은 축하의 문자가 날아왔고, 독자들도 SNS로 와서 많은 축하의 댓글을 남겨주었지만, 정작 제임스는 아직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뭐해?”

“아. 응......”

나는 내 손에 들려있는 골든 메달을 바라봤다.

순금이 섞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반짝이고 영롱한 자태가 시선을 끌었다.

“내일 ALA 협회 회장님이 식사 한 번 하자는데 어떻게 할래?”

“좋게 거절해줘.”

“알았어.”

거절해달라는 말에 누나는 아무런 말도 듣지 않고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에 실례가 되지 않게 잘 말해줄 것을 알기에 나도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축하드립니다, 작가님.”

“축하드려요! 이로써 [사막의 제국]은 산업적으로든 문학적으로든 가치를 둘 다 인정받은 거예요!”

“.....얼떨떨하네요. 하하.”

스티븐은 루시아 대신 운전을 하면서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충분히 받으실 만하셨지요. 짧은 기간에 압도적으로 판매량을 내었고, 안에 적힌 내용만으로도 아이들한테 충분히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특히나 가장 좋았던 건 연령대라고 생각합니다.”

[사막의 제국]은 미어캣과 여러 동물들의 이야기를 사람들처럼 표현한 소설이다 보니, 우선 아이들한테 가장 인기가 좋았다.

그 때문에 평소에도 추천 글로 유명했는데, 작중 주인공 툰툰의 성격과 배경, 여행과 리더십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아이들한테 추천이 되는 소설이기도 했다.

“앞으로 [사막의 제국] 표지에는 뉴베리상 메달이 붙은 상태로 출판될 겁니다. 작가님의 많은 독자님들이 책을 다시 사러 올 수도 있겠군요.”

“.....하긴.”

솔직히 내가 애정하던 소설이 잘 되면 기분이 좋아진다.

하물며 미국 내에서는 아동문학상의 노벨상이라 불릴 정도로 상당한 인지도가 있는 뉴베리상이다 보니 나 같아도 살 것 같았다.

“밥이나 먹으러 가죠.”

“예. 하하 작가님이 쏘시는 겁니까?”

“물론이죠. 두 끼를 한식을 먹었으니 오늘은 시카고 음식이나 먹으러 가죠.”

“제가 잘 아는 스테이크 집이 있습니다. 거기 어떠십니까?”

“좋죠.”

느끼하지는 않겠네.

***

쏜살같이 지나갔다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뉴베리상에 대한 여운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배 속에 음식이 들어가서 그런 느낌이 드는 건 살짝 이상하기도 했지만, 실제 상을 받을지도 몰랐고 무엇보다도 상을 받고 나서도 무언가 상금이라고 해도 한화로 1,200만 원 정도였기에 현실성이 적은 느낌이었다.

“아. 빌에이든 미디어와 상의 결과 공모전은 2월부터 3월까지 진행할 예정입니다. 양장본 또한 2월부터 발매를 시작한다고 하더군요.”

“해외 팬미팅에 두 개 다 맞추실 생각이시나 보네요.”

“조금 차이는 있을 겁니다. 2월 초부터 공모전은 시작하지만 팬미팅은 중순부터이니까요. 아. 그리고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작가님의 팬카페가 여러 나라에 생겼더군요.”

“벌써요?”

“예. 다섯 군데 정도가 생겼다고 합니다. 이름은..... 음. 너무 어려워서 외우지는 못했지만요.”

“한국에도 생겼나요?”

“물론입니다. 아직 규모가 큰 편은 아닌 것 같지만요.”

“이번 해외 팬미팅에 한국에도 가나요?”

“당연합니다. [사막의 전갈] 당시에는 작가님이 배우들과 같이 가지 못하였지만, 팬미팅에는 한국을 들러야 합니다. [사막의 전갈]로 인해 작가님의 팬이 많아진 상황이라고 들었습니다.”

“흐음......”

이번 [사막의 전갈] 성과를 올리기 위해 [사막의 전갈] 출연진들은 이미 해외를 돌아다니며 영화를 홍보하고 왔다.

나한테도 같이 가자고 연락이 왔지만, 당시 인지도가 없던 나는 어차피 가봤자 들러리밖에 안 된다며 거절했었다.

그렇기에 지금 조금의 인지도가 생겼으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뭐. 대단하진 않겠지만.’

스티븐의 말을 듣긴 했지만 그리 대단하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알려진 시기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보니, 그냥 카페나 서점 한 곳 대여하여 만나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사막의 전갈] 반응도 좋으니 다음은 [블랙 & 월드] 차례겠군요.”

“제작에 돌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시간이 걸리겠지만요.”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마무리했다.

거의 밥을 다 먹어갈 때쯤 누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호식 장 감독님한테서 연락이 왔어. [리턴 패션 디자이너] 캐스팅이 끝났으니 제작에 돌입한대.”

“빠르네.... 하긴, 원래 계획대로라면 어제부터 제작에 돌입하는 거니까.”

최근 장호식 감독님은 미국에서 살다시피 하며 캐스팅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다만, 나도 바빴기에 제대로 된 도움을 드리지 못했고 우리는 메일로 미팅을 하여야만 했다.

장호식 감독님도 명장 중 한 분이시다 보니, 내 수정사항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셨고 결국 어제 제작에 돌입되었다고 한다.

“한 번 가야지. 일정 좀 잡아줘.”

“팬미팅 끝나고 연락 잡아볼게.”

“그래.”

어차피 캐스팅된 배우들은 전부 넷마이너스 측에서 공개되었다 보니 궁금하진 않았다.

거기에 드라마다 보니 제작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아마 만나는 일정에 넷마이너스 측에서 이미 드라마 제작이 끝났을 가능성도 있었다.

화려한 CG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 더욱 금방 끝나겠지.

“아. 맛있었다.”

시카고에 와서 먹은 음식 중에 가장 기름기가 없는 음식인 것 같았다.

***

시카고 일정이 끝나고 나니 토요일이 되었다.

이야기했던 대로 나와 누나는 곧장 몬태나에 있는 집으로 향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아직 어린데.....”

-하하. 저희 티아가 어떤 아인데요? 괜찮습니다! 그리고 학교 조금 빼먹는다고 인생에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저도 어릴 때 학교 빼 먹은 적 많으니까요.

“네에......”

-그리고 저도 어릴 적에 자연을 친구삼아 뛰어놀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티아의 내성적인 성격이 고쳐질 수도 있으니까요.

“아니 그래도 그렇지 아직 아이를......”

-거기에 작가님 제자이지 않습니까? 하하. 원래 스승 가는 데 제자가 따라가는 건 당연한 겁니다.

“음......”

그렇게까지 말하면 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 해도 아직 어린아이를 홀로 비행기에 보내라고 하다니.

“제가 그쪽 공항에 이야기해서 퍼스트 클래스로 좌석으로 바꿔드릴게요. 아무래도 혼자 오는 거니까 불안하네요.”

-굳이 그러실 것까지야......

“이렇게라도 해야지 제 마음이 편안할 것 같아서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지갑 사정은 좋으니까요. 그럼 티아와 만나면 그때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티아 아버지와의 전화가 끊기고, 나는 의자에 파묻듯이 등을 기대어 누웠다.

“그래도 시카고에서 몬태나까지 그렇게까지 멀진 않으니까 우리가 먼저 도착해서 다행이네.”

“그렇긴 하지. 나는 잠이나 조금 더 잘레.”

“그러던가. 하긴, 네가 조금 일찍 일어나긴 했어.”

“다른 사람들은 오늘 온대?”

“음..... 그건 모르겠는데?”

“후아아암..... 오늘은 좀 편히 쉬고 싶은데..... 일단 나 잘게. 도착하면 깨워줘.”

“그래.”

누나는 핸드폰을 들어 올리며 이어폰을 꼈고, 나는 승무원이 준 담요를 몸에 덮고 잠을 청했다.

***

이번에 집으로 온 목적은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뭐, 달마다 오겠다고 약속했으니 온 것이고, 또 하나는 [인피니티 라이프]의 마지막 단계를 수정하고 싶었기에 온 것이기도 했다.

항상 몬태나에 있는 집에 올 때마다 무언가를 얻어가는 느낌이 있어서 이번에도 약간의 희망을 가지고 온 것이다.

“으으..... 추워라.”

비행기 밖으로 나가자 살벌한 추위가 몸을 강타했다.

슬슬 봄이 되어가는 다른 지역들과 다르게 몬태나는 아직 좀 추운 것 같았다.

물론 저번에 왔을 때처럼 무지막지하게 춥지는 않았기에 버틸 만했다.

“여어.”

곧 입대를 준비하려는 것인지 머리를 다시 깔끔하게 민 월 리가 저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월리 오랜만이다?”

“당연히 오랜만이지 자식아.”

조금 과할 정도로 월리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내 목을 비틀었다.

“아아. 놔라? 좋은 말 할 때 놔라?”

“임마. 오려면 좀 빨리 오든가. 나 내일모레 사관학교 들어가는데 지금 오냐?”

“엥.....?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

“그래. 내일 출발해야 입학인 화요일에 도착하지.”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그보다 좀 빨리 말하지 그랬어?”

“놀래주려고 했지. 이렇게까지 늦게 올 줄은 몰랐지만 아무튼 월요일까지 실컷 놀자고.”

“음.....”

그게 가능할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베프가 곧 군대에 간다는데 그 정도는 해줘야겠지.

“그래서 네 제자라는 아이는 아직 안 왔어?”

“LA에서 오느라 우리가 먼저 도착했어.”

“혹시 몰라서 따뜻한 코코아도 가져왔는데.....”

“.....왜 그래? 어울리지 않게.”

“나하고 어울리는 게 뭔데 인마?”

“음.....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튼 추웠기에 우리는 월리가 가져온 차량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두런두런 군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은 금세 지나갔다.

“나 때는 수류탄 던지러 갈 때 두 시간동안 걸어서 갔는데, 그 총이 얼마나 성가신 줄 아냐? 수류탄 훈련장 가는데 내 앞에 앞에 있던 폐급 새끼가 갑자기 총을 올리는 바람에, 내 앞에서 걷던 녀석 안경을 부숴버려가지고 그때 난리도 아니었다.”

“총이 그렇게 무겁냐?”

“총 자체는 그렇게 안 무거운데, 총하고 생활한다는 것 자체가 불편해. 개기판을 접을 수 있다고는 하는데, 어휴 말도 마라. 밥 먹는데도 총, 화장실 갈 때도 총 아주 난리도 아니다. 미국 군대는 좀 다르려나?”

군대에 가는 월리는 과거와는 달리 내 군대사를 자세히 들었다.

그렇게 두런두런 이야기하고 있을 때 갑자기 공항 밖으로 울먹이고 있는 여자아이가 나왔다.

“야. 그만 말하고 저기서 나오는 아이 티아 아니야?”

누나의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울먹이고 있는 티아가 있었다.

“아......”

군대 이야기하느라 바빠서 시간을 확인 못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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