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198화 (197/216)

198화. 인피니티 라이프

월리의 집에 가자마자 본 건 심각한 표정으로 똥폼을 잡고 있는 캐서린이었다.

‘살이 더 쪘네.’

한 달 만에 보는 캐서린은 통통하게 살이 올라 있었다.

“똥폼 그만 잡고 커피나 한 잔 줘.”

집에는 부모님이 안 계셨기에, 월리와 캐서린만 있었다.

“대작가님한테 커피를 타오라니? 미친 거야? 그런 거야?”

“저게 진짜 미쳤나..... 어차피 저작권만 원하는 건데 뭐 저렇게 뽕을 먹었어?”

“.....응?”

“뭐야? 몰랐어? 그냥 네가 가진 소설의 내용 중 일부를 자신의 영화에 사용하고 싶다고 말한 거잖아? 그건 솔직히 영화도 아니지.”

쉽게 말해 잠깐 출연하는 걸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으니, 일정 금액을 내고 잠시 빌리겠다는 것이다.

미스터 봉이 [기생벌레]를 제작하면서 뮤튜브에 있는 영상 하나를 잠깐 등장시켰는데, 10초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저작권으로 인해 1,000 캐나다 달러를 지급했다고 한다.

한화로 고작해야 88만 원 정도지만, 잠깐 나온 것만으로 유명인사가 되었다고 들었다.

“에밀라한테 물어보니까, 네 책을 영화에 잠깐 등장시키는 정도라며? 대작가는 무슨 그 영화가 성공하기나 빌어라.”

“에엑?”

“아니 그걸 왜 네가 모르고 있는 건데? 말 안 해줬어?”

“아, 아니..... 영화 출연 제의가 왔다고 했으니까.....”

‘저렇게 들으면 오해할 수 있기는 하겠지만.....’

아무튼 간에 영화에서 캐서린의 책인 [너와 같은 그림자를 밟고 싶어]를 등장시키며, 이 소설처럼 뜨겁게 밤을 새워보자는 그런 내용이었다.

‘그래도 나쁜 제안은 아니지.’

[기생벌레]를 예를 드는 것처럼, 영화가 성공한다면 그 영화에 잠깐 등장했던 맥주, 자동차, 지갑 등이 유명해지기도 한다.

한국의 사성 기업 또한 히어로 영화인 [거미히어로]에서 잠깐 등장했던 것만으로 한화로 몇조 원의 수익을 창출하였고 그로 인해 마케팅에 제대로 힘을 쏟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솔직히 이 정도 저작권이면 연락을 안 취해도 상관없지 않나?’

아무래도 책 내용을 조금 따라 하는 것이나, 캐서린의 필명을 말하는 둥 그런 내용이 들어갔기에 그런 것 같았다.

“아무튼 영화가 성공하면 네 책도 자연스럽게 홍보가 될 테니까 그렇게까지 실망하지 마.”

“히잉......”

설렌 만큼 실망도 컸던 것인지, 캐서린은 내 말에 순식간에 기가 죽었다.

“아무튼 인사나 해. 티아야.”

“.....아. 전에 말했던 제자?”

“응.”

“.....열심히 해. 제임스 오빠가 저래 보여도 글을 잘 가르치니까. 조금 상대의 마음을 후벼 팔 정도로 잔혹하게 말하는데 작가의 길을 걸을 거면 각오해야 할 일이야.”

“네, 네! 열심히 할게요!”

다른 이들과 다르게 캐서린은 나한테 글에 대한 충고를 받은 적이 있었는지, 제대로 된 말을 해주었다.

“그래도 왜 왔어?”

“그냥 왔는데? 할 게 없기도 하고, 티아한테 작가의 삶?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데려오기도 했어.”

“.....그게 뭔데.”

“네 꼴을 보면 작가의 세계가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뭐. 토실토실하게 살찐 것만 봐도 최근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칫. 응원이나 해주지 못할망정.....”

“응원해주러 온 거기는 한데, 네가 으스대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 말이야. 아무튼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나 말해줘 봐.”

“일단 나 완결 났어.”

“하긴 그럴 때가 되긴 했지.”

웹소설을 빠르게 시작한 캐서린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시간도 상당히 흘렀으니 완결이 날 법도 했다.

“그리고 다음 차기작 준비 중이야.”

“.....네가 살찐 이유가 다음 차기작까지 쉬느라 그런 거였구나?”

“응.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시작하게. 차기작 생각도 할 겸 좀 쉬는 중이야.”

“쓴 건 있어?”

“몇 화 정도는 썼는데, 아무래도......”

캐서린은 영화와 관련되어서 나를 기다린 것도 있지만, 다음 차기작을 검사받고 싶어서 내가 오길 기다린 것 같기도 했다.

“줘봐. 온 김에 봐줄게.”

나는 입고 있던 파카를 벗으며 소파 한 켠에 놓았다.

그 모습에 월리는 히죽 웃으며 옆에서 조용히 앉아있는 티아와 이사벨한테 말했다.

“우리는 방해하지 말고 고기 사러 갈까?”

“고기요?”

“응. 전통 같은 건데 제임스가 온 날은 항상 마당에서 BBQ를 해 먹는단다.”

“BBQ!”

그 말에 티아의 눈이 반짝였다.

“저, 저희 집에서는 BBQ를 하지 못해요! 하면 주변에서 민원이 들어온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꼭 해보고 싶었어요!”

“하하! 그래, BBQ는 로망이지. 가서 먹고 싶은 고기 실컷 먹어. 야 제임스 돈 내놔.”

“나한테 돈 맡겨놨냐?”

“나 고기 살 돈 없다.”

“칫.”

나는 지갑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월리한테 내밀었다.

“나는 알지?”

“알았어, 삼겹살도 사 올 테니까 걱정하지 마.”

“가는 김에 티아나 이사벨이 먹을 간식도 좀 사 와. 술도 좀 사 오고.”

“OK”

월리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자, 캐서린은 곧 노트북 하나를 들고 왔다.

“5개 정도 생각해보고 있어.”

“흐음.”

파일을 열고 적혀있는 글을 바라봤다.

***

“기각.”

“히잉......”

캐서린이 적어놓은 소설들을 전부 본 나는 고개를 저었다.

우선 저번 소설과는 다르게 이번 소설에는 배운 게 있었는지 시놉시스를 상세히 적어놨다.

시놉시스는 그저 방향을 제시할 뿐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려면 직접 적어본 걸 확인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시놉시스가 별로라 생각해도 내용을 읽어봤지만, 예상대로 그 시놉시스에 맞는 내용들이었다.

“확신은 들지 않으니까 웹소설 사이트에 올려보든가.”

내 말이 100% 맞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이럴 경우 차라리 소설 사이트에 올려봐서 독자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편이 좋으리라.

하지만 캐서린은 내 말에 더욱 시무룩해졌다.

“이미 올려봤나 보네?”

“응.....”

“그러면서 나보고 뭘 봐달레? 독자들의 반응이 곧 재미야. 내가 말했지? 악플도 곧 관심이라고, 독자들이 반응 없다는 건 곧 재미가 없다는 거잖아?”

“그, 그래도 혹시나 했지! 웹소설이 아니라 책을 출판하는 거라면 가능성이 있나 하고! 거기에 나도 웹소설만 하다 보니까 책으로만 전문적으로 출판해보고 싶단 말이야!”

“......그게 그거 아니야?”

웹소설을 적다가 책으로 출판하면 오히려 이득이 아닌가?

웹소설 측에서도 돈을 받고, 출판한 책으로도 돈을 받으니 말이다.

“모양새가 안 나잖아.”

“......지랄. 그냥 현실에 순응해.”

라고 말하긴 했지만 솔직히 캐서린의 말도 맞긴 했다.

모양새라고 보기에는 웹소설은 너무 규칙적이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연재일은 자유롭기는 했지만, 솔직히 그 자유로움을 받아들이며 글을 쓰는 사람들은 적을 것이다.

거기에 필수 글자 수가 있다 보니, 책을 출판하는 사람들은 그날 하루에 얼마 정도 정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글을 적는다.

하지만 웹소설은 글자 수에 맞춰야 하다 보니 마른오징어를 쥐어짜듯 머리를 쥐어짜야만 했다.

다만.

“책 출판하다가 망하면 그 시간이 허투루 사라진다는 것도 알아야지.”

“윽......”

출판의 가장 큰 문제가 이것이다.

책을 출판하고 실패하면 자기가 전부 덤터기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마른오징어도 쥐어짜면 엑기스가 나온다고, 차라리 괴롭더라도 웹소설을 쓰는 게 반응을 확실히 알 수 있으니 좋은 방법이기도 했다.

“그래도..... 도전은 해보고 싶단 말이야. 필명도 바꿔서.”

“음......”

나는 캐서린이 적어놓았던 파일들을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삭제 버튼을 눌렀다.

“뭐, 뭐 하는 거야!”

“반응 없는 소설에 일일이 신경 쓰지 말라고. 괜히 언젠가 다시 도전해볼 스토리라고 생각해서 미련을 남기지 말라는 거야.”

출판을 하려면 자신의 시간을 모두 걸어야 한다.

그렇다 보니 괜한 여운 때문에 실패했던 소설에 미련 삼아 시도하다가 망칠 수는 없었다.

너무하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여운을 지우는 편이 좋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어차피 며칠간은 여기 있을 거니까.”

“며칠? 언제까지 있을 건데?”

“월요일에서 화요일?”

“.....진짜 며칠이네. 너무 짧아.”

“그거 알아?”

“뭐가.”

“모래도 쥐어짜면 물이 나온다는 말이 있어. 최대한 쥐어짜.”

“야! 이씨.....!”

뭐. 어쩌라고.

내가 글 쓰냐? 네 글은 네가 써야지.

***

저녁에 고기 파티를 하니 월리와 캐서린은 그때 오기로 하였다.

티아와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는데, 아까는 보이지 않던 하얀색 생명체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왕왕!

“.....진돗개?”

“꺄아! 너무 귀여워요!”

막 눈을 떴는지 왕왕 손바닥만 한 강아지는 우리가 들어오자마자 주위를 맴돌았다.

팡이가 애교를 부렸을 때와는 다르게 티아는 진돗개가 너무 귀여운지 어쩔 줄 몰라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왔냐?”

뒷마당에서 눈을 쓸고 계셨는지, 여기저기 눈이 묻어있는 아빠가 거실로 들어왔다.

“저번에 진돗개 구하신다더니, 벌써 구하셨네요? 봄에나 구할 줄 알았는데.”

“3개월 지났으니 독립할 때가 됐다면서 데려가라고 하더구나. 데려온 지 며칠 되지 않았다.

“팡이랑은 잘 지내요?”

“처음 왔을 때 팡이가 몇 대 때렸는데, 이제 돌구도 맞는 게 익숙한지 그러려니 한다.”

“돌구요? 뭔 이름을 그렇게 무식하게 지으셨어요.”

“엄마가 지었다.”

“.....호랑이를 향해 용맹하게 굴러가는 돌맹이 같은 이름이네요.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아빠는 피식 웃으며 텔레비전을 켰다.

“월리는 저녁에 온대요.”

“왜? 아. 또 고기 구워 먹을 거냐?”

“네. 그러게요.”

“술은?”

“당연히 사 오라고 했죠. 아무튼 저 올라가서 글 좀 쓸게요.”

“그래.”

“티아는 어떻게 할래?”

“꺄하하하하하! 그만 핥아! 간지러워!”

-왕왕!

돌구랑 노는데 바빠 아무래도 내 말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한창 강아지 좋아할 나이긴 하지.’

팡이도 있으니 동물들하고 놀 거라 생각하며 나는 방으로 올라갔다.

***

컴퓨터 전원을 켜고 나는 [인피니티 라이프]의 파일을 열었다.

‘결정했어.’

나는 마지막 내용을 지우지 않기로 결정했다.

[잃어버린 악의]는 전체적으로 암울한 분위기에서 시작된다.

다만, 그 암울한 분위기는 오직 주인공의 시점 때문인지, 그 세상에선 그게 당연하고 주인공이 이상한 녀석일 것이다.

오히려 평화로운 마을에 성서라는 금서를 퍼트려 모든 사람을 죽게 한 주인공이 악역일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희망을 보았지.’

나는 드래그를 내려 마지막 부분을 봤다.

다리에 점프하여 빠져 죽음으로서 주인공의 생명을 끝내는 스토리.

나는 이 스토리에 희망을 주기로 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주인공한테 희망을 주려면..... 한 번 죽는 게 맞아.’

악운을 떨친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한 번 죽음의 공포를 느낌으로써, 자신이 겪었던 모든 악운을 떨쳐내고 다시 희망으로 가기 위한 일종의 단계라고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제3자의 등장.”

릴레이 소설에서 등장시켰던 제3자를 나만의 방식으로 등장시킨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