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화. 고향
제임스의 유튜브는 현재 흥행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기껏해야 2~3분 영상으로 계획하고 있었지만, 점점 사람들이 많아지며 책 추천만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고작 몇 개의 영상만으로 구독자가 벌써 300만을 돌파하였고, 그렇기에 NDA직원 프렌은 제임스의 1시간짜리 영상을 편집하고 영상으로 올릴 수밖에 없었다.
고작 몇 개의 영상만으로 구독자가 300만을 돌파하였고, 소통하려고 만들어 놓은 뮤튜브 영상이 생각보다 큰 수입원이 되기도 하였다.
몇 개 올리지 않은 영상이 시청시간 4,000시간을 돌파하기도 했고, 구독자 수도 상당했다 보니 NDA로부터 이제 일주일에 한 번이 아니라 조금 더 늘리자고 제안까지 왔었다.
“그래서? 제가 Live 방송하는 걸 보고 싶다고요?”
“네. 알 될까요?”
“안 될 건 없는데.....”
수치 플레이가 될 것 같아서 문제지.
SNS로 Live 방송을 오후에 진행한다고 올리자마자 우리 집으로 루이나와 제시카가 신디와 힐다를 데리고 내 방으로 찾아와서 구경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물론 거절할 이유는 없지만.
“너는 꺼져.”
“엥? 나는 왜?”
“아니, 네가 보고 있으면 진짜 수치스러울 것 같아서. 그냥 제발 내 인생에서 꺼져줘.”
“죽는다?”
“미안.”
제시카가 보고 있는 데에선 하기가 싫은 것도 있지만, 애초부터 남들이 보는 앞에서 방송을 하는 건 조금 느낌이 이상했다.
한두 명이라면 모를까 네 명이나 모여있다 보니 부끄러웠다.
“그럼 저도 참여하면 안 될까요?”
힐다의 말에 나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참여요? 방송에 나오고 싶으세요?”
“네! 정확히는 합방하자는 거예요!”
“합방?”
“저도 뮤튜브로 대학교 vlog 찍고 있거든요!”
‘그러고 보니 대학생이었지?’
제시카가 다니는 대학교에는 체육 하는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작가라는 직업이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들한테만 길이 열려있는 게 아니다 보니 누구나 할 수 있었다.
“상관은 없지만..... 할 게 없을걸요?”
애초에 합방이라고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사전에 이야기한 다음, 그 뮤튜버의 특성있는 방송을 합방하러 온 뮤튜버가 같이 진행한다.
하지만 나는 힐다의 뮤튜브 채널을 몰랐고, 힐다 또한 그냥 일상이나 올리는 뮤튜버였다 보니 굳이 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었다.
“차라리 우리 전부 출연하는 건 어떨까?”
“.....응?”
“어차피 우리도 몇 번 미디어에 나온 적이 있으니까.”
“......”
생각해보니 루이나 누나는 유명 극장의 뮤지컬 배우였고, 제시카는 가끔 대학 테니스 대회를 나가다 보니 미디어에 몇 번 나온 적이 있었다.
신디는 글로리아의 딸로서 SNS에서 상당히 유명하다고 했으며, 힐다는 뮤튜브에서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티아는 뭐. 아직 미디어에 나왔다기보다는 [드래곤 마스터] 캐스팅 명단이 공개되면서 처음 등장해봤기에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나올 것이다.
“그럼 오늘은 책 추천 간단하게 하고, 가족이나 주변인 소개나 할까? 나도 vlog 찍으라는 거잖아?”
“뭐. 말하고 보면 그렇지?”
“대신에 집 밖으로는 안 나갈 거야.”
“근데 굳이 그럴 필요 있어? 어차피 다 알고 있을 텐데?”
“......어?”
루이나 누나의 말에 나는 순간 벙쪘다.
이 집을 알고 있다니?
“맞다. 그러고 보니 네가 집을 되도록 숨기려 하고 있다고 했지? 근데 벌써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던데? 아빠가 너 때문에 관광객이 많이 온다고 말도 하더라.”
“그럴 리가. 내가 얼마나 꽁꽁 감추고 다니는데.....”
“꽁꽁 감춘다고 되냐? 네 동창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이미 네 얼굴을 보고 어디에 살았는지 다 알려주고 있더라.”
“......”
“뭐. 그것 때문에 몬태나시에서 우리 마을 경비를 강화했다고 하니까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말고.”
물론 언젠가 들킬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냥 평범한 작가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지금 내 위치는 결코 평범하다고 할 수 없으니까.
“최대한 숨기려 했는데 아쉽네.”
그래도 아직까지 집안에 아무 일도 없다니 다행이었다.
뮤튜브를 하는 뮤튜버들이든, 연예인들이든 간에 미국에서 안전한 곳에 살려는 이유가 있었다.
총기가 합법에 가까운 나라다 보니 자신의 사랑하는 가족이 무슨 꼴을 당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곳이 생각보다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다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야생동물로부터 스스로의 밭을 지키거나, 힘든 노동일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기에 무기를 전부 가지고 있었다.
아빠와 엄마도 사냥용이지만 총을 가지고 있었고, 만일 무슨 일이 벌어지면 고모부와 자경단이 나서서 스스로 해결할 수도 있었다.
거기에 내가 이 마을에서 알려졌다는 일 때문인지, 아니면 이 조용한 시골 동네에 유명한 작가가 나왔기 때문인지 시장이 직접 경비를 강화했다고 한다.
“참. 이 마을을 관광 명소로 만들자는 소식도 있던데? 그것 때문에 메디슨 언니가 직접 나섰다고 하던데 나중에 한 번 물어봐봐.”
“그건 또 뭔 소리야?”
“우리 마을에 찾아오는 관광객들은 많은데, 숙소나 묵을 곳이 부족하니까 이 기회에 어떻게든 관광명소로 만들려는 거 아닐까?”
“아니 그건 아니지..... 여기에 볼 게 뭐가 있다고.”
솔직히 우리 동네가 자연경관이 좋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당장 옆동네만 가도 볼 게 더 많았으니 안 봐도 뻔했다.
“그건 아니야. 누나한테 말해서 하지 말라고 해야지.”
이 마을에는 조용히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 때문에 떠들썩해지는 건 원치 않았다.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일단 어떻게 할래?”
“나는 상관없어. 뭐...... 어차피 오늘도 책 추천하고 할 건 없으니까. 어차피 이 마을에 내가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차라리 밖에서 진행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
이 좁은 방에 여러 사람이 모여있는 것도 좋지 않으니까.
“vlog랄까..... 그냥 자주 가는 식당에서 밥 먹으면서 진행할까?”
“아. 거기 가게?”
“응.”
어차피 이곳을 알고 있고 사람들이 이미 찾아오고 있다고 하니, 숨기는 것보다 그냥 당당하게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
우리는 근처 식당에 갔고, 식당 주인한테 허락을 받았다.
촬영 시간은 아직 있었고, 음식도 조금 있다 시킨다고 허락을 받았기에 우리는 일단 간단한 커피만 주문시킨 다음 자리에 앉았다.
“그나저나 둘은 왜 왔어요?”
힐다는 뭐. 성인이기도 하고 제시카와 함께 온 거니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신디가 걱정이었다.
신디의 나이는 어제 들어보니 이사벨과 같다는데, 아무리 루이나 누나가 대신 돌봐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혼자 이곳에 있어야 한다는 것에 불안감이 있을 수 있었다.
“신디 먼저 말해주겠니?”
그렇기에 가장 먼저 신디를 바라봤다.
신디는 갑작스럽게 내가 바라보자 살짝 부끄러워했지만 이내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그게..... 작가님 마을이라고 해서 제가 여행 가고 싶다고 엄마한테 졸랐거든요. 엄마하고 루이나 언니하고 같이 작업을 한 적이 있어서 저를 데려다주러 온 거예요.”
역시나 신디는 애초부터 나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었고, 그저 평범한 여행 목적이었는데 루이나 누나라는 지인 고향이기도 하다 보니, 루이나 집에 머물게 하려고 같이 온 것이었다.
“그럼 여행이 목적이었니?”
“그, 그것도 있지만......”
신디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
‘작가로서 부족한 점을 묻고 싶어서 온 것일 수도 있겠지.’
시선을 옮겨 힐다를 바라봤다.
“제시카가 제임스 작가의 누나라고 대학교에 소문이 퍼져있거든요. 다른 친구들도 오고 싶다고 했는데 제가 선착순으로 먼저 오게 됐어요.”
그 말에 나는 제시카를 바라봤다.
“.....얌마.”
“헤헷.”
듣고 보니 제시카가 고향에 올 때마다 친구 한 명씩 데려온다고 한다.
내가 없을 때도 친구를 데려온 적도 있었다는데, 운이 좋게도 이번에는 힐다가 왔을 때 내가 있었다는 것이다.
“오고 싶다는 사람들 중에선 신인 작가분들이 많아요. 아무래도 이곳에 오면 제임스 작가님이 글을 썼던 환경을 볼 수 있을 테니까요. 거기에 운이 좋으면 제임스 작가님한테 조언을 들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서예요. [나인 드래곤] 카페에서 ‘드래곤 투 내꼬야’라는 님이 제임스 작가님한테 조언을 많이 들었다는 말 때문에 간절히 소망하는 거죠.”
정답이 없는 문제일수록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한테 해답을 물어본다.
성공한 사람일지라도 명확한 해답이 있을 리가 없기에 조언이라는 것으로 답을 내린다.
해답은 아니지만 그 조언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사람들은 정답이 없는 문제일수록 불안해하며 갈망하는 것이다.
“작가님이 글에 대한 이야기는 오직 Live 방송에서만 하니까 사람들이 더욱 답답해하더라고요.”
“뭐..... 제가 교수도 아니니까요.”
“그런 소문도 있어요. 제임스 작가님이 만드시는 제단에서 아이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한테 글을 가르쳐 주라고요. 그 정도로 신인 작가들한테 제임스 작가님은 신이나 다름없거든요.”
“크, 크흠! 그건 조금 창피하네요.”
그 말에 잠시 우물쭈물하던 신디도 그랬다.
“저, 저도 마찬가지예요. 작가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전부 이곳에 와서 제임스 작가님의 정신을 받아봐야 한다는 말에..... 오고 싶었어요.”
“......”
“거, 거기에 조금이라도 조언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작은 희망을 가지고 온 거기도 해요오....”
신디의 말에 나는 잠시 뒷머리를 긁적였다.
이해를 못 한다는 건 아니다.
나 또한 시나리오 작가를 꿈꿨을 때 누군가한테 조언을 받고자 했지만, 아무한테도 조언을 받지 못했으니까.
“두 분 다 공모전에 도전하시나요?”
“네. 저는 도전할 거예요.”
“저도 웹소설에 대해서 계속 연구를 해보고 있어요. 처음 시도해보는 거다 보니 쉽지 않을 거라 생각되지만요.”
“확실히 책을 쓰는 것과 웹소설을 쓰는 것하고는 차이가 좀 있죠. 쥐어짜야 하는 차이가.”
나는 잠시 그 둘을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는 얼굴을 보니 마음이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일단..... 방송을 시작하죠.”
***
저번과 같이 이번 방송도 먹방을 시작하면서 진행하기로 하였다.
점심쯤이었기에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하고 방송을 켰다.
스마트폰을 작동시켜 방송을 시작했고, 곧이어 시청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작가님! 뉴베리상 수상 축하드려요!
-뉴베리상 수상 축하드려요! 이제 [사막의 제국]에도 골든 딱지가 붙겠네요!
-응? 근데 거기 어디예요? 식당 같아 보이는데?
-작가님이 고향으로 올라가셨다는 말은 들었는데, 거기는 처음 보네요? 식당이에요?
사람들은 들어오자마자 뉴베리상 수상에 관한 축하와 새로운 배경을 보며 궁금해했다.
-어? 누구예요? 작가님 방송에 다른 사람이 있는 건 처음 보네요?
-다 여자분들이네? 작가님 인기 많으시네요?
-저분 루이나 배우 아닌가? 애틀랜타 극장에서 뮤지컬 배우로 유명하신 분이신데?
-어? 티아다! 엘리시아 역할 아역배우도 있네요?
처음부터 방송에 전부 나오게 화면을 틀었다 보니 시청자들은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궁금해했다.
“우선...... 음. 오늘은 책을 추천하기 이전에 제 지인들을 알려드릴까 해서요. 하하 거기에 제 고향에 관해서도 조금 말할까 해요.”
천천히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