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206화 (205/216)

206화. 랭킹

월요일 아침이 되자 사람들은 빌에이든 미디어 홈페이지와 SNS로 몰려들었다.

제임스의 새로운 신작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아직 출시일이 미정인 것은 알기에, 도대체 무슨 내용의 소설인지만 파악하고 싶어서 방문했다.

빌에이든 미디어는 지금까지 있었던 여러 사례를 생각하며 독자들의 마음을 해소시켜 주기 위해 간단한 게시글을 올렸다.

『안녕하세요? 빌에이든 미디어입니다.

오늘 제임스 작가님의 신작 [인피니티 라이프]라는 ‘인간의 삶’에 관한 관점을 적은 내용입니다.

읽는 순간 인간이라는 것에 대한 절망과 희락, 행복과 고통에 대해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가 될 수 있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빌에이든 미디어는 여러분의 행복을 위해 언제나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 게시글은 [나인 드래곤] 카페에 이어 세계 각지에 있는 제임스 팬카페에 널리 퍼져나갔다.

-인간의 삶에 대한 관점이라니?

-성장 일상물이라고 했으니까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긴 한데......

ㄴ제임스 작가님하고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지?

-어울리지 않지 않아? 솔직히 작가님의 소설은 좀 다크한 이미지가 있으니까.

ㄴ다크한 이미지만 있을 뿐이지, [드래곤 마스터]나 [사막의 제국]처럼 성장형 판타지 소설도 잘 쓰시잖아?

ㄴ그건 좀 다른 경우지. 애초에 그 두 개도 보면 주인공이 나락에 나락까지 갔으니까.

-근데 나는 좀 생각이 다른데? 엄청 잘 쓰실 것 같아.

ㄴ나도 그래.

-제임스 작가님 글 특성 중 하나가 세계관을 잘 옮겨놓는다는 것도 있잖아? 현실을 글로 잘 표현하시잖아?

-알렉스 화이트라는 대학교수도 항상 말하잖아? 제임스 작가의 글은 재미보다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사회적, 현실적 공감을 더욱 느껴보는 게 좋다고 말이야.

ㄴ그보다 그 양반 모든 소설은 공평하게 품평한다면서 이상할 정도로 제임스 작가는 띄워주네.

ㄴ재미있으니까 그런 거겠지.

-알렉스 화이트라면 품평가들 중에서 독설가로 유명하거든.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미친 듯이 물어뜯는데, 제임스 작가 소설에는 그런 점이 1도 없는 듯.

ㄴ아무튼 사회적 풍자도 잘해서 글을 잘 쓴다는 거잖아? 그렇다면 이번 소설도 재밌을 거란 이야기 아닐까?

-그나저나 이 소설은 언제쯤 나오려나? [블랙 & 월드 2부]하고 [사막의 제국 2부] 그리고 또 하나의 신작 [괴도 레이븐]도 이번 주 안에 전부 나오잖아.

ㄴ거기에 한 달간 진행되는 공모전도 있어서, 여러 갈래로 바빠서 좀 늦게 나오지 않을까?

[나인 드래곤] 게시글에 올라와 있는 댓글들은 또다시 복사되어 각지에 있는 팬카페에 올라졌다.

-제길! 너희들은 좋은 거야! 제임스 작가님의 소설은 미국에 먼저 발매되니까!

-아니, 프랑스에 살면서 미국인 작가의 소설을 기다릴 줄 몰랐네.

-이탈리아도 마찬가지야. 젠장!

-여긴 스위스인데 발매가 안 돼서 인터넷으로 주문해야 한다.

-번역가들아 제발 힘좀 내라. 왜 동시 발매가 아직도 안 되는 거냐.

-제길 지금 우리 아이들이 [드래곤 마스터 2부]는 언제 나오냐고 아우성이다. 지금 그것 때문에 영어 공부하고 난리도 아니야.

제임스의 악마 같은 필력은 점점 세계에 퍼지고 있었다.

***

월요일부터 공약이 하나 있었다.

[사막의 전갈 2부]를 집필한다는 공약 말이다.

‘쓰기 싫다.’

사람도 공부를 시작하면 우선 방 청소 및 집안 대청소를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거와 똑같은 거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라고 해서 조금 신경을 다른 쪽으로 팔리게 하는 것이다.

‘약속했으니까.’

봐주기로 약속했으니 직접 집으로 온 것이다.

그렇게 고모부 집으로 들어가니, 가장 먼저 보인 건 팡이와 놀고 있던 애니였다.

“오빠야?”

“응. 오래간만이야 애니야. 근데 팡이는 왜 여기서 놀고 있냐?”

-냐앙?

“돌구가 그래서 마음 놓고 밥을 먹은 건가?”

팡이가 여기 있기에 아무래도 돌구가 마음 놓고 밥을 먹은 다음 잠을 청한 것 같았다.

“오빠야가 요기 왜 왓져?”

“아 손님 보러 왔어.”

“소님?”

“응. 손님. 거실에 있어?”

“웅. 잇져. 군데 모 하구 잇져.”

“뭘 하고 있다고?”

“웅..... 나 빼구 노라.”

“그럼 애니도 같이 갈까?”

“시져.”

“.....그래. 알았어. 팡이랑 재밌게 놀아.”

“웅!”

아무래도 사람들하고 노는 것보다 팡이랑 노는 걸 더 재밌어하는 것 같았다.

“와아...... 그럼 언니랑 놀래?”

“웅? 조아! 가치 노라!”

“......”

아니 그냥 나랑 노는 게 싫은 거였나?

티아가 놀아주겠다고 하자 얼굴에 웃음을 방긋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니랑 놀아주고 있을게요.”

“그래.”

티아랑 애니가 같이 놀게 내버려 두고 나는 거실로 향했다.

거실로 향하니 공책에 무언가를 적고 있던 신디와 힐다와 함께, 고모부와 고모를 제외한 누나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작가님!”

“안녕하세요. 좋은 오후네요.”

나는 외투를 잠시 한쪽에 벗어두고 소파 한쪽에 앉았다.

“이사벨은?”

“친구 만나러 갔어.”

“......걔가 친구가 있었어?”

몰랐네.

“정확히는 학교를 간 거지. 오늘 개학이라고 했나? 아무튼 그럴 거야.”

“개학을 늦게 했네?”

“이번 연도는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 아무튼 신디와 힐다 보러 온 거야?”

“응.”

그러자 신디와 힐다는 흠칫 몸을 떨었다.

“오늘까지인데 보여주실 수 있으세요?”

“그게......”

“시놉시스를 적고 있는데 아무래도.....”

“음. 하긴, 그럴 것 같았어요. 사람이 동시 연재하는 건 힘드니까요.”

그 말에 신디와 힐다의 눈이 반짝였다.

‘이해해주시는 건가?’

하지만 다음으로 들려오는 제임스의 말에 결국 좌절하게 되었다.

“마른오징어도 쥐어짜면 엑기스라도 나온다는 말이 있거든요? 될 때까지 쥐어짜세요.”

“......”

그 말에 신디와 힐다뿐만 아니라 누나들 전부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끝이야?”

“뭐가? 그럼 작가가 무슨 낭만 가득한 직업인 줄 알았어? 안되면 될 때까지 쥐어짜야지.”

“.......”

틀린 말은 아니기에 딱히 할 말은 없는지 다시 조용해졌다.

“아무튼 동시 연재가 힘드시면 뭐..... 어쩔 수 없죠.”

그렇게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제시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그냥 조금 도와주면 안 돼? 너무 쩨쩨하게 구는 거 아니야?”

“도와준다고 했는데 없었잖아? 그렇다고 공모전에 낼 소설을 봐주는 것도 안 되고.”

“그럼 전화로 알려주든가. 애초에 네가 티아를 제자로 받아들인 것처럼 얘네들도 제자로 받아주면 되지 않아?”

“......?”

이게 무슨 논리지?

제시카의 어이없는 논리에 신디와 힐다도 놀란 것 같았다.

“왜 제자를 한 명만 들여? 소프라테스? 소크라테스? 그 양반도 제자가 많았잖아?”

“......음.”

내가 제자로 들인 이유는 글에 대한 생각이 바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노아 회장의 추천을 받았을 때는 조금 부정적이긴 했지만, 재단을 설립하고 재능 있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현재로선 생각은 계속하고 있는 중이었다.

재능 있는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생각하면, 제자를 더 받는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니 제시카의 말을 들으니 막상 틀린 건 아니었다.

“그럼 이렇게 하자.”

“뭐가?”

“너 말고.”

나는 신디와 힐다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에 공모전 사이트에는 랭킹 대전이 있어요. 웹소설 사이트처럼요.”

5개의 종목 전부 각자만의 랭킹을 정하는 방법이 있었다.

그중 웹툰과 소설 그리고 일러스트 같은 경우는 사이트에서 랭킹을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들었다.

그리고 각자 만든 피규어와 코스프레는 이번 주 금요일에 LA에 모여 대회 형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10위 안에 드세요.”

“.....!”

“.....!”

“이건 SNS로 공약할 거예요. 10위 안에 드는 사람들은 연령, 성별, 인종에 관계 없이 전부 제가 소설을 가르치겠다고 말이에요. 물론 티아는 예외예요. 티아는 공모전에서 순위에 들지 않더라도 그 재능은 제가 확인했으니까요.”

가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 전개가 빠져나가고, 공주가 너무 많이 나오는 소설이지만 그래도 티아의 재능은 확실했다.

릴레이 소설에서 그 확신은 더욱 높아졌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좋아요!”

“저, 저도 좋아요! 꼭 하고 싶어요!”

이번 소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올지 모른다.

그중에서 10위안에 드는 건 솔직히 불가능한 도전이라고 생각된다.

그래도 제임스 작가의 제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는 말에 그녀들의 얼굴에는 작은 행복이 깃들었다.

‘뭐. 불가능하겠지만.’

그녀들은 주목받는 신인이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아마추어나 다름없었다.

이번 공모전에는 사람들이 모일 것이고, 그 사람들한테 자신의 글을 뽐낼 수 있는 작가들이 모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중에는 중견작가도 있을 가능성이 높지?’

재미는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 시기를 잘 못 잡아 알려지지 못한 작가들, 남들과 다른 길을 가 실력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작가들까지 모일 것이다.

그런 작가들 사이에서 10위? 솔직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수준으론 말이지.’

그녀들이 공모전에 올릴 글은 알지 못하지만, 만일 지금 수준의 글이라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

과거 언니의 추천으로 제임스 작가와 잠시 만난 적이 있었던 셀리나는 컴퓨터 파일을 이래저래 뒤적거리고 있었다.

여러 번의 수정 작업을 거치며 서서히 완성도 높은 글을 만들고 있었다.

‘나의 큰 전환점......’

제임스 작가님과 만났을 때를 아직 잊지 못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벤트가 끝났을 때 제임스 작가님의 표정은 결코 좋지 않았다.

처음 봤던 셀리나는 그게 평상시의 시크한 모습인 줄 알았지만, 나중에 언니의 말을 들어보니 평소에는 굉장히 친절하신 분이시라고 하셨다.

당시에 좋지 않은 일을 당하셔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래도 글에 대한 조언은 해주셨어.’

비평이 대부분이었지만, 셀리나는 [백조의 총]을 집필한 이후부터 아무런 글도 쓰지 않고 있었다.

그 시간 동안 스스로의 실력을 갈고닦았다.

수없이 많은 글을 쓰고, 판단하고, 수정했다.

어중간하게가 아닌, 제대로 된 글을 쓰겠다는 마음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천천히 때를 기다렸다.

-띠링!

그렇게 공모전에 올릴 글을 수정하고 있을 때, 갑자기 모니터에 제임스 작가님이 게시글을 올렸다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Live 방송을 시작한 이후로 하지 않던 SNS에 갑작스레 게시글이 올라오자 셀리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제임스 권(Dragon one)

【사진】

안녕하세요. 드래곤 원입니다. 이번 공모전에 소소한 이벤트를 추가해볼까 합니다.

한 달 동안 진행되는 공모전 랭킹 1위~10위에 선정되신 분들은 연령, 성별, 인종을 따지지 않고 저와 글에 대한 소통을 나눌 수 있습니다.

글에 관한 궁금한 점, 자신한테 부족한 점 등을 최선을 다해 알려드리겠으며, 제 개인 번호나 메일 주소를 알려드릴 테니 궁금한 점 있으면 언제든 연락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즐겁고 행복한 공모전 되었으면 합니다.』

“......!”

SNS 게시글을 확인한 셀리나의 두 눈동자가 터질 듯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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