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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210화 (210/216)

210화. 데이트

그렇게 하루라는 시간이 흐르고 나는 오래간만에 집에서 푹 잠을 잘 수 있었다.

전 집에서는 티아가 있었기도 하고, 일적인 부분도 있었기에 많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사람은 잠을 자면 몸이 회복된다는 말이 틀린 것이 아닌 듯, 누나도 일을 나가서 방해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오래간만에 푹 잘 수 있었다.

그렇게 잠에서 깨어나고 보니 오전 9시 정도였고,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다 생각하며 간단히 아침밥을 먹은 뒤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누나가 아침에 그냥 집에 있으라고 했었나?”

졸려서 횡설수설할 때 들었던 거라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손님이 올 거니 그냥 집에서 꽃단장이나 하고 있으라고 했다.

“......공모전은 잘 진행되었으려나?”

어차피 할 것도 없기에 공모전 사이트나 들어가 볼 겸 컴퓨터 전원을 켰다.

“오. 깔끔해.”

에밀라가 알려준 사이트로 들어가 보니, 사이트가 생각보다 깔끔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이곳에서 웹툰과 일러스트 그리고 웹소설이 연재를 시작할 것이다.

“아직 시작은 안 했네.”

홈페이지에는 공지가 하나 올라와 있었는데, 오후 12시부터 작품을 올릴 수 있으며 하루에 2화 이상 올릴 수 없다고 적혀 있었다.

“시작하려면 시간이 멀었구나. 근데 자유 게시글에는 이미 많은 글들이 올라와 있네.”

대부분이 얼른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지만, 그중 몇 개는 자신의 글과 웹툰을 추천하는 경우도 있었다.

‘규모가 크게 진행돼서 그런가..... 굉장히 많이 왔네.’

제목이 상당히 길어 보이는 게시글을 클릭하여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제목 : 오후 12시에 <세상으로부터 귓말을 듣다>가 연재됩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작성자 : 아크털

내용 : <세상으로부터 귓말을 듣다>는 한 청년의 세상을 향한 모험담을 적은 스토리입니다. 크지만 어려운, 작지만 행복한 그런 청년의 사회생활을 모험같이 꾸며봤습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글이 많지는 않았지만 핵심만은 제대로 적혀 있는 것 같았다.

‘재미는 있겠는데, 아무래도 웹소설이라는 것 자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신 분 같네.’

책이었다면 재밌게 봤을 것 같지만, 웹소설의 특성상 그렇게까지 재밌을 것 같지가 않았다.

다음 화가 궁금해져야 인기가 많아지는 웹소설인데, 청년의 사회 모험담이 재밌을 것 같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하긴, 대중화되어 있지 않으니까..... 이 기회로 웹소설이 좀 대중화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는데, 책 소비가 많은 나라가 아직도 아날로그인 점은 약간 신기하기까지 했다.

물론 종이책은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웹소설은 핸드폰으로도 종이책으로 낼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샘이니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뭐. 알아서 잘 쓰시겠지. 얼른 공모전이 시작했으면 좋겠는데.’

그나저나 누나 말했던 시내를 안내해준다는 분은 누구일까?

‘이곳에 와서 도시에 나간 적은 꽤 있지만...... 딱히 노는 걸 목적으로 나간 적은 없네.’

애초에 집에 오면 나갈 일이 없으니 그냥 집에 있는 편이었다.

그렇게 사이트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지만, 아직 올라온 게 없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따분해졌다.

-띵동!

때마침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나는 인터폰을 켜고 앞에 서 있는 사람을 확인했다.

마스크와 선글라스 그리고 두꺼운 모자까지 쓰고 있었기에 누구인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작가님. 저 올리비아예요.

“.....예? 누구요?”

-올리비아요. 메디슨 변호사님이 작가님하고 놀아주고 오라고 부탁하셨거든요.

“.....예?”

누나 미쳤어?

***

일단 나도 옷을 주섬주섬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반강제로 올리비아가 나오게 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올리비아처럼 최대한 얼굴을 가려야만 했다.

“멀리서 우리 둘을 본다면 탈옥수라고 착각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러게요. 마스크를 잘 쓰지 않는 나라니까요.”

“S.Korea에서는 마스크를 자주 쓰나요?”

“비교적 그런 편이죠? 옆 동네에서 불어오는 미세먼지가 심각하니까요. 군대에 있을 때도 행군하는데 마스크 쓰고 있으라고 해서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생각해 보면 미세먼지로 폐렴에 걸리나, 땀에 젖은 마스크 때문에 숨이 안 쉬어져서 폐렴에 걸리나 둘 다 똑같은 거 아닌가.

아무리 윗선에서 말이 나왔다지만 그래도 마스크 쓰고 행군하는 건 너무 힘들었다.

“무엇보다 저희 지금 어디 가고 있는 거예요?”

“쇼핑하러 가요! 작가님 맨날 똑같은 옷만 입고 있으시잖아요! 지금 입고 있는 옷도 전에 병원 갔을 때 입었던 옷 아니에요?”

“......옷이 전부 고향에 있다 보니.”

“그러니까요. 작가님 몸이 상당히 마른 편이어서 옷핏이 잘 살 것 같은데 지금까지 아깝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옷이라.....”

“제가 이래 봬도 옷은 잘 보거든요. 얼른 가요!”

‘그러고 보니 들은 적이 있어.’

데이트할 때 백화점에 끌려간 남자는 이 세상에서 가장 기다란 지옥을 보게 된다고 말이다.

짐도 내가 들어야 하지, 옷을 고르는 데만 몇 시간이 걸린다고 했던가?

‘뭐. 올리비아랑 쇼핑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을 테니까.’

할리우드 스타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라 불리는 올리비아는 패션 감각도 굉장히 뛰어난 편이었다.

과거 패션 잡지 모델 활동도 한 적이 있었고, 옷을 잘 입고 다닌다는 말도 있기에 어느 디자이너는 뮤즈 1순위로 올리비아를 뽑은 적이 있을 정도였다.

“그나저나 오늘 셀리나가 아주 이를 갈고 준비하고 있더라고요.”

“아. 공모전 준비하나 보네요?”

“맞아요. 저번에 작가님한테 충고를 듣고 이를 악물고 글을 썼거든요. 그 이후로 출판도 하지 않았고요.”

“하긴, 어중간한 글을 계속 출판하면 필명에 마가 끼죠. 그 때문에 필명을 바꿔서 출판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그 외에도 필명 때문에 판매량이 저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바꾸기도 한다.

“저도 [리턴 패션 디자이너]는 다이벨이라는 필명으로 출판되니까요.”

“그러고 보니 그랬네요? 드래곤 원이라는 이름이 더 멋있는데 아쉽네요.”

“개인적으로 그 이름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거든요. 어릴 적 흑역사 같은 거다 보니......”

올리비아와 대화하는 건 역시 무난하다고 생각된다.

사람을 대하는 게 뛰어난 건지 사람한테 기분 나쁜 말을 하지 않았고 이야기가 중간에서 끊어지지도 않았다.

마치 상대방의 마음과 행복을 생각하며 존중해주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상대방의 행복을 먼저 생각한다라......’

항상 그렇게 해야 한다는 개념을 배우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사람하고 대화하다 보면 무심결에 상처를 주는 게 인간이다.

무심이라는 말이 잔혹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 무심이 나오지 않게 사람들은 편안한 친구나 가족 앞에서만 진심을 말한다.

‘글에 넣자.’

품에서 수첩을 꺼내고 방금 깨달은 걸 적으려 했지만.

“안 돼요. 오늘은 저하고 있는데 생각을 투자해 주세요.”

평소와는 다른 올리비아의 모습에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에.....”

“작가님의 시간을 하루 뺏어간다고 하면 많은 팬분들이 부러워할 거예요. 작가님의 하루가 사라지면 책 출판이 하루 뒤로 미뤄질 테니까요.”

“그건 좀 무섭네요.”

“그래도 오늘 저는 작가님 누나분한테 ‘부탁’을 받았으니, 그 부탁을 들어줄 의무가 있는걸요? 그러니 오늘은 글에 대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으시고 저한테 집중해 주세요.”

“......”

얼굴 전체를 가렸지만 왠지 모르게 올리비아한테 웃는 얼굴이 보이는 느낌을 받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올리비아는 올리비아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경의는 모른다.

그저 그녀한테 묶여 있던 타이틀을 전부 제거하더라도 올리비아는 올리비아라고 생각한다.

“네. 그러죠. 그럼 오늘 제 첫 번째 시간은 백화점 쇼핑인가요?”

“넵! 작가님! 저기에 보이네요!”

저 멀리 올리비아가 가자고 한 백화점이 보였다.

***

대도시에 있는 백화점에 오면 항상 주눅이 들었다.

그 웅장한 느낌 때문도 있지만, 비싼 브랜드가 적힌 매장들 때문도 있었다.

물론 그건 과거의 이야기일 뿐, 현재 시점에는 조금 달랐다.

“가족들 선물도 사주는 게 좋겠네요.”

“어머님 거부터 보러 가시는 게 어때요? 여성용 악세서리 매장이 근처에 있거든요.”

“그게 좋겠네요.”

내 옷을 사기전에 일단 부모님들한테 드릴 선물을 구매했다.

이왕 사는 김에 평소에 신세를 지고 있는 고모와 고모부 선물도 함께 구매했다.

‘올리비아의 안목은 뛰어나니까.’

부모님이 좋아하실 것 같았다.

“작가님은 보통 무슨 색상의 옷을 좋아하세요?”

선물을 전부 구매하고 드디어 내 옷을 구매할 시간이 왔다.

남성용 브랜드 매장에 도착한 우리는 곧장 근처에 있는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초록색하고 검은색이네요. 시골에 살다 보니까 때가 덜 묻는 옷을 선호했던 것 같아요.”

“작가님이라면 와인색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아니, 그건 아닌가?”

“그냥 입기 편한 옷이 전 젤 좋더라고요. 딱히 남들을 의식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고 보니 [사막의 전갈] 영화화 뒤풀이 때도 옷을 그렇게 입으셨죠?”

“크, 크흠. 평소에는 점장을 대여하거나 그냥 집에 있는 걸 입는 편이에요.”

“으음..... 그럼 차라리 스포츠 매장으로 가시는 게 더 좋으려나?”

그 이후로 나는 올리비아한테 계속 끌려다녔다.

애인이 있는 남자들은 쇼핑에 끌려다니는 게 괴롭다고 하는데, 나는 딱히 괴롭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냥 올리비아의 손에 이끌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마음에 드는 걸 사다 보니 손에는 쇼핑백이 한가득 들려 있었다.

“이제 밥이나 먹으러 갈까요?”

“제가 살게요. 근처에 한식 식당 있는데 그쪽으로 가요!”

“한식이요? 괜찮겠어요?”

“물론이죠. 저 자주 가는 곳 있어요. 거기로 가요!”

올리비아가 자주 간다는 식당은 내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이슬만 먹고살 것 같은 얼굴로..... 아니, 이 음식을 먹을 때 이슬이 땡기기는 하는데.’

자주 가는 단골집이라는 곳은 뜻밖의 ‘대창집’이었다.

소의 대창을 굽거나, 곱창을 한국식 매콤한 양념에 볶는 집이었는데 이름도 ‘할머니 대창’이라는 약간 섬뜩한 집이었다.

물론 한글로만 저렇게 적혀 있을 뿐 영어로는 ‘김할머니 대창 레스토랑’이라고 정확히 적혀 있었다.

‘손님이 많은 걸 보니 맛집이네.’

한국의 시장 같은 분위기가 아니라, 식탁이 따로따로 나누어져 있었다.

“여기는 방이 따로 있어서 자주 와요. 매니저가 이미지는 챙겨야 한다고 해서요.”

“하긴.... 연예인도 힘들겠네요.”

“그런 걸 다 감당하더라도 이 직업이 좋으니까요.”

동물의 장기를 먹는 나라는 굉장히 많았다.

미국에서는 안 먹었지만, 최근에는 소내장의 맛이 퍼져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들었다.

거기에 VTS가 곱창을 좋아한다고 인터뷰 중에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식당을 찾았다고도 한다.

“음식은 제가 주문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근데 점심이라 술은.....”

“에이. 이 정도는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니죠.”

“네?”

종업원이 다가오자 올리비아는 마스크 속 얼굴을 방긋 웃으며 주문을 시작했다.

“여기 곱도리탕 2인분하고, 곱창 순대 볶음도 주세요. 아. 그리고 김치전하고 라면사리도 추가할게요. 술은 Soju Red로 주세요.”

“......”

여신이 이슬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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