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시골촌놈인 줄 알았는데 천재작가였다-212화 (212/216)

212화. 랭킹

왜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이상할 정도로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상쾌한 그런 하루 말이다.

“후아.....”

기지개를 켜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몸이 이상하리만큼 가볍다.

날씨도 추운 겨울임에도 이상하리만큼 따스하고, 미세먼지 하나 없는 맑은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따스한 햇살이 베란다 창문을 통해 들어왔다.

비타민 D3가 온몸을 통해 들어오자 피로와 피곤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았다.

“오늘따라 왜 이리 상쾌하지?”

글을 시작한 뒤로 이런 날이 생긴 적이 드물기에, 아침부터 상쾌한 아침을 만끽했다.

“지금이라면 [사막의 전갈 2부]를 집중해서 한 번에 쓸 수 있겠는데?”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머릿속이 맑고 상쾌했다.

마치 다가오는 폭풍 전에 오는 고요한 바람같은 아침에 제임스는 일어나자마자 밥을 해먹었다.

평소라면 그냥 대충 때웠을 아침을 이번에는 베이컨도 굽고, 달걀도 굽고, 빵에 딸기잼을 바르는 것뿐만 아니라 휘핑크림까지 얹었다.

캡슐 커피도 만들기 귀찮다며 안 하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아예 원두까지 직접 갈아서 내렸다.

‘메일 이런 날이 반복되었으면 좋겠네.’

저번에 먹은 초밥 포장 용기가 여기저기 돌아다녔지만, 아무렇지 않게 치우고 깔끔해진 식탁에 앉았다.

향긋하면서도 부드러운 커피를 들어 올리며 익숙하게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응? 문자가 많이 왔네?”

물론 지금이 그렇게 이른 아침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많이 오는 건 뭔가 이상했다.

“에일리한테 메일도 왔네. 옷 때문인가?”

일단은 밥을 먹고 있기에 옷 디자인 상세 설명서를 볼 생각이었다.

어차피 봐도 모르기에 그냥 대충 한 번 훑어보고 빌에이든 미디어에 전달할 생각이었지만, 메일로 들어가니 가장 처음에 보이는 문단을 보고 얼굴이 굳어졌다.

『제목 : [리턴 패션 디자이너] 이벤트용 옷 디자인(원피스)

발신인 : [email protected]

파일 : @@@@@@@

제임스! 드디어 너도 짝이 생겼구나? 기사를 보자마자 마을이 파티 분위기야!

평생 글만 쓰고 아사할 줄 알았는데, 드디어 함께 갈 짝이 생겼네? 누나 감동이야!』

“.....이게 무슨 개소리야?”

메일 발송 시간을 보면 오늘 새벽쯤에 도착했다.

그렇다면 그 전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건데......

“자, 잠깐만...... 설마?”

나는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놓고 서둘러 인터넷으로 들어가 내 이름을 검색했다.

[유명 작가 J씨 열애?]

[할리우드 스타배우 올리비아! 유명 작가 J씨와 데이트 장면 목격! 대중들 충격에 휩싸이다!]

[사이좋게 러브샷을 했다는 식당 종업원의 인터뷰!]

[충격! 지금까지 숱한 열애설을 부정했던 올리비아! 그녀의 애인은 작가 J씨?]

[유명 작가 J씨와 사귄 지 이미 2년이 넘었다? 유명 작가 J씨가 지난 2년 동안 침묵한 이유가 과연 군대일까?]

“Holy..... Shit”

어제 숨긴다고 숨겼지만 결국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올리비아의 사근사근한 목소리와 분위기 때문인지 평소보다 조금 마음이 들뜬 것 같았다.

평소라면 반드시 숨겼어야 했는데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다.

“후우..... 얼른 해명해야지.”

현재 문자로 가족들부터 시작해서 주변 지인들까지 전부 문자를 보내왔다.

대다수의 문자가 축하 문자였고, 심지어 에드워드 선생님으로부터 축하 문자까지 와있었다.

“쓰읍.....”

그렇게 SNS로 들어가 서둘러 해명 게시글을 올릴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삐리리리리리리리~♪

“올리비아?”

핸드폰에 올리비아라는 이름이 떡하니 적혀 있었다.

나는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올리비아.”

-안녕하세요 작가님. 집에는 잘 들어가셨어요?

“네. 그보다 지금 문제가.....”

-저도 봤어요. 소속사에서 지금 난리 났다고 아침부터 연락을 수백 번이나 보냈거든요. 저희 집 앞에 기자들이 들이닥쳐서 지금 집에서 못 나가고 있어요.

“서둘러 SNS에 해명글을 올려야 할 것 같네요.”

전화를 받으며 베란다로 나가보니, 이미 내가 있는 아파트 주변에도 기자들이 잔뜩 깔려 있었다.

-아. 그 전에요.

“네.”

-저희 한 번 만나보지 않을래요?

“지금 나가실 수 있으세요? 어떻게 나오시게요?”

기자들이 이렇게 깔려 있는데 어떻게 나가겠는가.

특히 우리 빌딩은 뒷문이 없다 보니, 주차장 혹은 정문으로 밖에 나가지 못한다.

이미 기자들이 거기까지 깔려 있는데 어떻게 나가겠는가.

-아니 그게 아니라..... 저랑 한 번 사귀어 보실래요?

“......예?”

방금 내가 잘 못 들은 건가?

-부끄러워서 이 이상으로 더 이상 말할 수가 없네요. 생각하시고 연락 주세요. 그때까지 저는 집에 가만히 있을 생각이거든요.

뚝.

그 말을 마지막으로 올리비아의 전화가 끊겼다.

나는 베란다로 나와 있는 상태로 얼어붙었다.

“.....내가 잘 못 들은 건가?”

추운 베란다에서 팬티와 러닝셔츠만 입은 상태로 한참 동안이나 얼어붙어 있었다.

올리비아가 누구인가.

여러 형용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세계 최고의 배우였다.

그녀가 떴다 하면 공항이 마비되는 건 기본이요, 지나가기만 해도 도시를 멈추게 한다는 할리우드 세계 최고의 스타 배우였다.

그 명성 때문인지 지금까지 수많은 남자배우와 열애설이 났었다.

남자배우들은 올리비아와 열애설이 나면 인정한 적도 있었지만 올리비아는 그러한 배우의 행동에 SNS로 대놓고 비난한 적도 많을 정도로 열애설에 대해 부정적인 쪽이었다.

열애설이 나면 단번에 부정하던 올리비아가 시간이 지나도 SNS에 아무런 해명도 없자, 기자들은 월척이라는 생각으로 집 앞으로 몰려든 것이다.

그런 올리비아가.....

“나랑 만나자고? 내 어디가 좋아서?”

올리비아랑 직접 대면한 적은 다섯 번이 채 되지 않는다.

대화도 나눈 적이 없었고, 알고 있는 것이라곤 그녀가 [나인 드래곤]의 최우수회원일 만큼 덕질에 집중한다는 것 정도였다.

‘나도 그녀의 팬이긴 하지만.......’

그녀의 연기력에 반해 평소에 응원만 하는 정도로 그냥 평범한 팬이었다.

“어째서일까.....”

개방적인 삶을 사는 미국이다.

이민 온 지 오래되긴 했지만, 집안 성격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내 성격이 그런지 몰라도 가볍게 사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반했다는 개념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솔직히 그녀를 보고 반하지 않을 남자가 오히려 없을 것이다.

그녀의 얼굴을 실물로 봤을 때 첫눈에 보자마자 가슴이 두근거렸으니 말이다.

“재미 삼아 사귄다라...... 쓰읍. 고민되네.”

평생 동안 모태솔로로 살아온 나로선 솔직히 그녀의 말이 싫지는 않았다.

다이애나의 관심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아직 어린 그녀한테선 솔직히 연애감정보다 그냥 여동생 같은 느낌이 더 들었다.

“.....에휴 모르겠다.”

일단 들어가서 밥이나 먹고 생각하자.

***

현 제임스 열애설과 별개로 공모전은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었다.

이틀째 되는 오늘로부터 어제 올라왔던 작품들의 랭킹이 정해지기 시작했다.

「[웹소설 24시 랭킹]

1위 : <모모 스페이스>

2위 : <아놀드는 2WW의 영웅이 되고자 한다.>

3위 : <총사 배틀.>

4위 : <소설 속에 들어간 나는 공주가 되기로 했다.>

5위 : <프랑스 요리사인데 1WW에 전생했다.>

6위 : <팔찌로 세상을 평정한다.>

7위 : <내가 말만 하면 사람이 죽는다.>

8위 : <차원이동하는 카우보이.>

9위 : <연금술사 플레이어 판타지 세계에 환생하다.>

10위 : <귀여운 세계수와 세상을 지켜볼까?>」

추천수와 조회수, 선호작 등록 수로 평균을 제고 나서 랭킹이 정해진다.

그렇다 보니 언제든지 순위가 바뀔 수 있었고, 애초에 랭킹 10위만이 사람들이 중요시여길 뿐이지 그 밑으로 100위까지 있었다.

-뭔가 이상하지 않냐?

-그러게..... 1위 혹시 제임스 작가님 아니냐?

-아니, 저 소설 고작 2화 올라왔는데 왜 저렇게 재밌음?

-다, 다음 편.... 어, 얼른 다음 편! 다음 편!!!!!!

-내용도 그렇고, 세계관도 그렇고...... 물론 제임스 작가님 수준은 아닌데 그래도 상당한 편인데?

그중에서 이상한 소설이 하나 있었다.

[모모 스페이스]라는 제목을 가진 소설은 지금까지 소설들과는 다른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하루에 2편만 올릴 수 있는 공모전에서 첫날과 둘째 날에 기껏해야 1화씩 올린 소설은 압도적인 조회수와 추천수를 받았다.

아직 2화다 보니 그렇게까지 내용이 확립되지 않았지만, 제목으로부터 우주에 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었다.

독일 소설가 미하엘의 [모모]라는 소설을 참고삼아 만들어진 이름인지, [모모]라는 이름에는 시간, 의미, 가치, 마음, 정신 등 여러 가지 뜻이 내포되어 있는 듯 보였다.

-고작 2화 읽은 것뿐인데 세계관 전체가 확 들어오네.

-필력은 솔직히 제임스 작가님급은 아닌데..... 신인은 아니다. 이건 분명한 듯.

-흡입력도 상당히 좋아. 제임스 작가님이 무슨 조언해주신 거 아니야?

혹시나 제임스가 다른 필명으로 바꾼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정도로 상당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었다.

“......오메.”

그리고 그 소설의 원작자인 유성준은 당황스럽기만 했다.

유성준은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동생의 이름으로 공모전에 참가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동생은 공모전을 할 수 있는 LA에서 살고 있었기에 어떻게든 참가할 수 있었다.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현할 수 있는 유성준은 동생의 도움까지 받아 과거에 적었던 습작을 여러 번 수정한 끝에 공모전에 올렸다.

반응은 예상보다 뛰어났다.

“이 소설 전부 까인 건데......?”

한국 정서에 맞지 않은 판타지 SF소설이었기에 과거에 그냥 재미 삼아 적었던 소설이었다.

1권 정도 분량을 적었지만 전부 까였기에 그냥 USB에 감춰두고 있던 것이었다.

“......계속 글을 써야 하나?”

한류 스타 배우인 유성준은 일 때문에 글을 자주 쓸 수가 없었다.

지금도 작품에 들어가서 연기를 하는 데 집중하느라 하루에 한 번 수정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도 동생이 미국에서 일어나 있는 시간이 아니라면 불가능했다.

1권 분량이 있기는 하지만 너무 어릴 때 적었던 거라 한 번 수정을 해야 했는데, 말이 수정이지 그냥 내용 전체를 탈바꿈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잠깐만, 이거 오히려 기회 아니야?”

10위에 들면 제임스 작가님을 만날 수 있다.

그거면 충분한 거 아니야?

지금 있는 직업이 충분히 마음에 들기에, 작가가 될 생각은 없지만 제임스 작가님하고는 만나고 싶었는데 이건 기회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시간이 없는 건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배우 일까지 같이 진행해야 하다 보니 시간이 없는 건 어쩔 수 없었다.

“K-근성을 보여줘야지 뭐.”

까짓거 신인 때 잠 안 자고 연기 연습한 적도 있는데 그 정도도 못 하겠는가.

유성준은 눈에 불을 켜고 파일을 열어 수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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