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화 업로드 4
“으음.... 누구야.....”
-냐아아아아앙! 냐아앙! 냐앙!
“팡이야.... 형 아파.... 그만해.....”
-냐아아앙!
자고 있는데 팡이가 계속 엄지발가락을 깨물며 뒷다리로 발바닥을 퍽퍽 찼다.
-냐우우웅!
“후아암~”
나는 팡이의 재촉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만해 팡이야.”
-냐앙?
어느새 발바닥만해진 팡이는 내 엄지발가락을 문 상태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냐아아앙!
그러더니 더욱 거세게 뒷발로 발바닥을 때리기 시작했다.
“그만하라니까?”
마치 송곳 두 개가 찌르는 것 같은 통증에 나는 서둘러 팡이를 껴안았다.
“왜 여기있어? 평소엔 아빠하고 엄마하고 같이 자더니?”
-냐앙?
“후아아암~”
하품을 하며 창문을 바라봤다.
“아직..... 새벽인가보네.”
막 해가 뜨려는 듯 어둠이 서서히 가시고 밝은 빛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팡이야. 배고파?”
-냐앙~!
배가 고파서 나를 깨웠나보다.
나는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나 팡이 사료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쩝..... 사료가 없네?”
-냐앙.....
왜 팡이가 새벽부터 날 깨웠는지 알 것 같았다.
‘사료가 다 떨어진 걸 깜빡하셔서 닭가슴살을 삶아주신 건가?’
닭가슴살이 양에 썩 차지 않았나보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팡이에게 뭐라고 줄 게 없을까 하며 냉장고를 열었다.
“오!”
그안에 닭가슴살을 삶은 용기가 있었다.
아마 내일 사료를 사러 가시려고 오늘은 팡이에게 닭가슴살만 먹인 것 같았다.
“팡이야 맘마줄까?”
-냐아아앙!
“잠시만 기다려봐.”
나는 큼직하게 삶아진 닭가슴살을 손으로 찢어 사료그릇에 놓아주었다.
-야우웅우웅!
팡이는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닭가슴살을 먹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다가, 어제 올렸던 소설이 떠올랐다.
“조금 더 잘까...... 아니면 한 번 확인해볼까?”
어차피 팡이가 다 먹은 뒤에 사료그릇도 씻어주고 자야하니 그때까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닭가슴살을 먹고 있는 팡이를 내버려둔 채 나는 조용히 방에 올라와 컴퓨터 전원을 켰다.
‘어디보자.....’
몇 시간 만에 들어가 본 내 글은 몇 군데가 달라져 있었다.
“오? 랭킹 3위네?”
랭킹이 껑충 올라 있었다.
탑 10 안에 확고하게 자리 잡았고, 2위인 캐서린의 [장미 길들이기]와 조회수 차이도 많이 나지 않았다.
캐서린이 올린 화수가 내 작품보다 훨씬 더 많았음에도 말이다.
“내일 한 화 더 올리면 1위 찍겠는데?”
마지막으로 올린 7화 댓글 창에는 많은 댓글이 올라와 있었다.
가장 많이 적혀있는 말은 연참이었지만, 애석하게도 하루에 한 편 올리는 것도 벅찬 상태라 독자들의 부탁을 쉽게 들어줄 수는 없었다.
‘내 예상보다..... 댓글이 없네.....’
독자들이 다음 화 내용이 어떻게 흘러갔으면 하는지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이 궁금했으나, 댓글 대부분이 연참을 하지 않는 것에 분개하는 말들 뿐이었다.
나한테 필요한 댓글이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 적은 수여서 도움이 되진 않았다.
‘독자들의 반응을 알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결국 작가는 질문이 아닌 해답을 보여줘야 한다는 건가?’
독자들의 반응에서 한 가지 얻은 것이 있었다.
독자들은 이런 방향으로 가면 어떨까 생각만 해볼 뿐, 결과적으로 그런 것에 상관없이 작가가 과연 어떠한 상상으로 다음 내용을 전개시킬지 궁금해 한다는 것이다.
‘하긴, 작품이 자신의 생각대로 간다면..... 그건 그냥 죽은 작품이나 다름없지.’
신선함, 독창성, 상상력. 이 모든 것이 사람마다 다르기에, 작품이라는 것이 재밌는 것이다.
‘독자들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글을 적는 건 불가능해..... 그러려면 나는 독자들의 요청을 들어주는 게 우선이겠지.’
독자들의 요청은 내용 전개가 어떻게 흘러가냐 보다는, 다음 화를 얼른 내놓으라는 것이니까 말이다.
“......바꾸자.”
본래라면 벤자민은 비극을 맞이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독자들이 원하는 내용이 아니게 된다.
“선택지는 두 개지만.....”
무엇을 선택하든 ‘칼리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패러렐 월드(평행우주)를 모티브로 잡았으니까.’
벤자민이 루시를 선택해서 아이를 낳아도 그건 칼리아라는 딸이 아닐 수 있었다.
벤자민이 엄마를 구하러 간 뒤 루시와 화해하고 행복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도 칼리아는 아닐 것이다.
수만 개의 정자 중 우연에 우연이 겹치며, 똑같은 시간에 수정이 되지 않는 이상 칼리아는 태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엄마의 말로를 아는 지금, 루시를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회귀 전과 같은 과정은 지속하지 못할 것이다.
‘벤자민..... 너는 과거로 돌아온 시점부터 딸하고는 더 이상 만날 수 없어..... 대가란 그런 거니까.’
나는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손이 근질근질해졌다.
“쓰고 자자.”
창문에서 들어오는 새벽 공기에 정신이 맑아졌다.
-투두두둑!
나는 손가락을 풀고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
고작 한 시간이라는 시간.
엄마가 있는 직장으로 가면 공항으로 가지 못하고, 반대로 공항에 가면 직장으로 가지 못한다.
단 하루, 아니 두 시간이라도 더 일찍 과거로 돌아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벤자민의 마음은 더욱 조급해졌다.
‘겨, 경찰! 그래! 경찰이 있잖아!’
벤자민은 서둘러 핸드폰을 들어 경찰에 연락했다.
-911입니다. 무슨 일이실까요?
뭐라고 말해야 할까?
뭐라고 해야 911이 바로 출동하게 만들지?
‘더 이상..... 비극이 일어나게 할 순 없어.’
총기사고가 일어나지 않아서 지금 내 전화가 장난전화가 돼도 상관없었다.
엄마나 루시가 아닌 차라리 내가 책임을 지는 게 좋았다.
‘원쓰리 마트로 총기를 들고 가는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자, 잠시만요. 뭐라고요?
‘시간이 없어요! 그 남자 앞으로 한 시간 뒤에 사람들을 죽일 생각이라고요!’
-잠깐만요! 다시 한 번.....
‘얼른 가서 사람들 보호하라고!’
벤자민은 그 말을 끝으로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택시!’
그리고 택시를 불렀다.
운이 좋은 건지 택시는 금세 벤자민 앞에 멈췄다.
‘공항으로 가주세요! 얼른!’
*****
“흐음......”
과연 이게 맞는 걸까?
너무 무리한 수를 둔 게 아닐까?
독자들이 이해할까?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엉키기 시작했다.
‘취미생활로 쓰려던 글이 이 정도로 복잡해질 줄은 몰랐는데......’
무명의 신인으로서 쓴 글이여도 댓글에 재미없다거나 하차하겠다는 댓글이 달리지 않았으면 했다.
댓글에 나를 욕하는 댓글은 많았지만, 다행히도 내 글이 재미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과연 뭐가 정답일까.....?’
작품에는 정답이 없다.
실력이 뛰어난 작가의 모든 작품이 항상 베스트셀러에 오르지 않는 것처럼, 모든 일에는 완벽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에이. 내가 언제 이렇게 고민이 많았다고..... 일단 이렇게 올린 다음에 독자들 반응을 확인해보고, 받아들이지 못하면 다시 수정하면 되잖아? 그것도 웹소설의 장점이니까.”
완성된 것을 공개하는 것이 아닌, 미완성 된 것을 평가한다는 장점을 가진 게 웹소설이었다.
나는 수정한 글을 붙여넣고 게시글 등록 버튼을 클릭했다.
*****
“끄응.....”
잠에서 일어난 나는 서둘러 컴퓨터를 작동시켰다.
‘뭔가 설레는 기분이 있네.’
어째서 캐서린이 웹소설로 연재를 시작했는지 이해가 됐다.
처음에는 무신경했지만 한 화씩 올리다보니, 독자들의 반응을 얼른 알고 싶어졌다.
어린아이가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를 기대하며 여는 것처럼, 나도 그런 떨리는 기분으로 내 글을 확인했다.
-둘 다 살리는 선택지로 가려고 하네..... 좋기는 한데, 이러면 칼리아는 태어나지 않는 거 아닌가?
ㄴ애초부터 태어날 수가 없지.
ㄴ맞아. 벤자민의 세계가 현실이라면, 칼리아는 절대 태어날 수 없어......
ㄴ정자가 몇 억개인데 거기서 어떻게 칼리아를 만든 정자가 수정을 하고 착상을 해서 또 다시 태어날 수 있겠어? 과거로 너무 많이 돌아온 시점에서 이미 칼리아를 다시 만날 선택지는 없는 거야.
ㄴ딸이 태어난다고 해도 그건 칼리아가 아니야. 오히려 아들이 태어날 수도 있지.
-주인공도 칼리아를 만날 수 없다는 걸 알아차렸네, 칼리아의 이름이 이번 화에 보이지 않아..... 반대로 루시한테 무슨 비극이 일어날 거라고 암시하고 있네.
-루시는 대체 어떻게 되길래......
-제발 행복해라.... 벤자민
댓글들을 살펴보니, 칼리아를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요즘 소설은 현실감이 없으면 안 되는 거구나...... 그러면 재미없어 지는데.”
너무 현실감이 있으면 이런 장르소설에 막히는 부분이 많아진다.
주인공의 행동 하나하나를 법률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규제한다면 소설은 분명 재미없어진다.
그건 그냥 수필이나 일반 문학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다행히 부정적인 댓글은 없었다.
-연참! 연참! 연참! 연참!
-연참! 연참! 연참! 연참!
-연참! 연참! 연참! 연참!
오늘도 역시 가장 많이 달린 게 연참 해달라는 댓글들이었다.
“음..... 연재주기를 생각해보긴 해야겠네.”
원래라면 휴재도 자주 할 생각이었지만, 웹소설의 재미를 알게 된 이상 이렇게 된 거 제대로 해볼까 했다.
“물론 한동안 연재는 힘들겠지만.”
오늘까지는 연재할 수 있었지만, 내일 바로 비행기를 타고 캘리포니아 LA로 가야 하기에, 내일 분량을 마지막으로 아마 당분간을 올리기가 힘들 것이다.
“흐음.....”
랭킹을 확인하니 새벽 동안 종합 1위에 올라 있었다.
조회수와 추천수 모두 1위다 보니, 고작 10화도 안되는 작품이 종합랭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이 정도면 내 실력을 확인했다고 볼 수 있겠지?’
탑 10에 오른 작품들을 보니, 나보다 적게 쓴 작품들은 없었다.
9위에 오른 [나 홀로 독일을 통합한다]라는 작품만이 그나마 13화로 가장 적었다.
‘계약 제안도 왔고.’
수많은 곳에서 작품을 계약하자는 제안이 오긴 했지만 아직은 심드렁한 상태였다.
‘이 소설은 시놉 자체가 없다보니, 완결이 어떻게 될지 몰라.’
그렇다보니 작품 방향을 정한 뒤에 계약해도 늦지 않겠다고 생각했고, 사이트 내에서도 굳이 계약하지 않더라도 유료화가 가능했기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물론 출판사와 계약하면 여러 유통과정이라던가, 오타나 수정 같은 부분이 수월할 테지만 아직은 딱히 생각이 없었다.
“팡이야.”
-냐아아아아아앙!
나지막하게 팡이를 부르자 또 부엌에서 엄마가 만들고 있는 음식을 얻어먹고 있던 건지, 배가 빵빵해진 팡이가 뒤뚱뒤뚱 뛰어왔다.
“.....너 살 좀 빼야겠다. 이러다 진짜 뚱냥이 되겠다.”
-냐앙?
나는 팡이를 들어올려 모니터 앞에 내려놨다.
-야웅?
처음 보는 화면이라는 신세계에 팡이의 눈이 초롱초롱해지며 마우스 화살표가 움직이는대로 얼굴이 따라다녔다.
“팡이야 사진 찍자.”
-냐웅?
내 말에 팡이가 다소곳하게 앉아있자 빵빵한 뱃살이 도드라져 더욱 귀여워졌다.
팡이의 사진과 함께 나는 샐러쉬 화면까지 캡처하여 SNS에 올렸다.
『제임스 권(Dragon one)
【사진】 【사진】
[블랙 & 월드] 성공 기념 겸 취미생활로 웹소설을 적고 있습니다.
다이벨이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이며 현재 랭킹 1위에 올랐습니다!
연재주기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팡이 중성화시킬 돈 벌어야 하니 많이 봐주세요! :)』
나는 내 고급유머에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컴퓨터를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