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귀하의 정신력, 집중력, 강인한 기개를 높이 사 선택했습니다.〕
〔앞으로 ■■■ 어스 대한민국 헌터를 위해 활동해 주십시오.〕
〔귀하의 무궁한 발전과 건강, 가족들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초월적인 존재가 평범한 회사에서 할 법한 인사치레를 한다.
이하늘은 두통이 점차 가라앉는 것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아직 근로계약서 안 썼는데.”
그러니 아직 입사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정곡을 찌르는 듯한 발언에 하이레가 헛기침했다. 동시에 그의 앞에 창이 떴다.
〔당ㅇ장〕
이번에도 레바브가 직접 보냈다. 다른 점은 이하늘 눈에는 안 보이고 하이레에게만 보인다는 것.
그리고 오타가 심하다는 것.
〔ㄱᅟᅳᆫ로게약서〕
〔지금밯로〕
〔ㅃㄹ〕
하이레는 그렇게 이하늘을 저번에도 데려갔던 휴게실로 안내했다.
근로계약서를 쓰기 위해서.
손등에 커다란 반창고를 붙인 이하늘은 근로계약서를 가지러 간 하이레를 기다렸다.
‘다시 봐도 너무 신기해.’
저번처럼 벽에 그려진 문을 열고 들어온 휴게실.
그곳에서 이하늘은 두 발을 앞뒤로 흔들며 두리번거리다 턱을 괬다.
‘근데 정확히 어떻게 일하는 걸까?’
레바브 대신 헌터에게 메시지 창을 보내는 행위가 정확히 무엇일지 궁금했다.
타자가 빨라야 한다는 걸 보면 타이핑을 해야 하는 걸 테다.
그럼 뭘 보고 타이핑을 하는 건데?
‘저번에 견학이라도 할걸.’
그때는 이 일에 관여할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이하늘이 폭 한숨을 쉴 때, 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하늘 씨! 만나서 너무 반가워요!”
당연히 하이레인 줄 알았던 이하늘은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멈칫했다.
하이레가 아니었다.
“하하, 놀랐군요. 미안해요! 너무 만나보고 싶어서 무례를 범했네. 내 이름은 이세현이에요. 시스템 운영자 대표고.”
‘시스템 운영자가 뭔지는 알죠?’ 하며 명함을 건네는 여자가 보기 좋게 웃었다.
‘대표라고? 하이레가 대표 아니었어?’
얼떨결에 받은 명함에는 정말 레바브 시스템 센터 대표라고 적혀 있었다.
혹시…….
“아, 하 대표가 말 안 했어요? 대표가 두 명인데. 하 대표는 주간 조 대표, 난 야간 조 대표.”
역시 그렇구나.
주간조와 야간조.
FAQ에 적혀 있던 거다.
분명 FAQ의 Q1부터 Q4의 답변이 자신의 입사 결정에 크나큰 영향을 끼친 건 맞았다. 그렇다고 그녀가 그 네 개만 읽은 건 아니었다.
‘시스템 창이 24시간 내내 작동되어야 하니까 주간 조와 야간 조가 있다고 했지.’
확실히 그럴 수밖에 없다. 헌터들이 특정 시간에만 활동하는 것도 아니니 24시간 항시 운영해야 하긴 했다.
이하늘이 고개를 느리게 주억거렸다. 그 모습에 이세현이 웃었다.
“이해가 빨라 좋네요. 아, 지금 점심시간이라 하 대표 대신 내가 왔어요. 직원들이 식사할 시간엔 대표가 모든 업무를 처리해야 하거든.”
“그렇군요…….”
“일단 근로계약서를……. 아, 참! 오늘 소매치기당했다며요?”
이하늘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그걸 어찌 아나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었기에 이하늘이 물었다.
“레바브가 이 대표님께도 알려줬나요? 입이 참…….”
그녀는 차마 뒷말을 잇지 못하고 삼켰다. 그랬더니 이세현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하하. 레바브가 입이 좀 싸죠. 시시콜콜 말이 많아.”
그렇게 함부로 말해도 되는 건가요?
이세현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자, 우선 근로계약서는 여기 있고.”
이세현이 이하늘 건너편에 앉았다. 이하늘도 덩달아 엉거주춤한 자세를 바로 하며 도로 앉았다.
테이블 위에 근로계약서가 올라왔다.
새로운 인물 등장에 잠깐 정신없었지만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꼼꼼히 읽어야 했다.
이하늘은 사뭇 진지한 얼굴로 근로계약서를 들여다봤다.
그녀의 눈이 근로계약서의 첫 부분을 막 읽는 순간.
위이이이잉.
웬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경고⚠―서든 게이트 발생, 서든 게이트 발생!
∙세계―■■■ 어스 대한민국
∙발생 좌표―37°30′27.4″N 127°03′38.1″E
∙게이트 등급―E급
∙게이트 유형―시간제 흡수소멸형
∙흡수 인원수―31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