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최가영이 싸늘하게 뇌까렸다. 한참 후, 그가 고저 없는 톤으로 재촉했다.
“교섭, 언제 끝나.”
전화기를 붙들고 있던 교섭인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어처구니없습니다. S급 헌터로 인정해 달랍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최가영이 드물게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쌌다.
“머리가…… 뭐, 어떻게 된 거 아냐? 뭔 개소리야?”
“최가영도 S급 헌터인데 왜 자기는 S급 헌터가 아니냡니다.”
“아하, 그래. 결국 내 탓이로군.”
최가영이 신경질적으로 머리카락을 헝클이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냥 내가 간다.”
“상대가 C급 헌터입니다. 과장님으론 역부족이에요.”
“진짜 짜증 나는 말인데 부정할 수 없네.”
대한민국 최초 S급 헌터 최가영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웃었다가 정색했다.
“그럼 어쩌자고.”
“조용히 진입하는 길이 없는 거라면 굳이 과장님이 나서실 필요 없고 저희 선에서 끝내도 됩니다.”
같잖은 인질극을 벌인 헌터는 다름 아닌 C급. 그리고 헌터로만 이루어진 특수진압과의 평균 등급은 A급이다.
KTX를 타고 가면서 봐도 특진과의 승리였다. 그런데도 최가영이 망설이는 이유는.
‘고작’이란 수식어가 달리는 C급의 손에 많은 사람의 목숨이 장난감처럼 들려 있기 때문이었다.
“원인이 결국 나잖아. 됐어. 내가 가서…….”
최가영이 뭐라 말하는데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굵은 뿔테 안경을 쓴 남자가 황급히 들어왔다.
그 역시 관리국 특진과에 몸을 담은 사람이었다.
“과장님! 삼성동 인질 사건…….”
“어, 뭐, 왜. 알아. 알고 있어. 그 누구보다 빨리 알았어. 너 진짜 소식 느리다.”
“아니, 그게 아니라요.”
코끝까지 흘러내린 굵은 뿔테 안경을 손으로 올린 남자가 황당하단 어조로 보고했다.
“이미 그 버스를 찾아 탑승할 예정이랍니다.”
“뭔 소리야, 누가.”
“보우 헌터요.”
인질극을 벌인 C급 헌터는 관리국 특수진압과를 상대로 협박했다.
지금부터 계속 빙글빙글 삼성동을 돌 건데, 버스에 충전된 가스가 다돼 멈출 때까지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이 모든 승객을 죽이겠다고 말이다.
즉, 버스는 정차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보우가 버스에 탑승하나?
과격한 방법을 써서 탔다가는 인질의 목숨이 위험해진다. 그래서 신중히 접근하려고 했던 건데.
그러나 특진과 헌터들은 보우 헌터가 ‘어떻게’ 버스에 탑승할 건지는 의아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다만 다른 곳에 의문을 품었다.
“이바우가 지금, 명령도 안 했는데 시민을 구하려 한다고? 내가 지금 잘못 들었냐?”
이를테면 보우 헌터의 인성에 대한 의구심을 말이다.
최가영이 믿지 못해 되묻자 사무적으로 대답하던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과장님. 저도 보우 헌터라 들었습니다.”
“이거 진짜야? 실화?”
최가영은 한 번 더 물었다가 직접 확인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헌터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그리고 곧바로 ‘보우’에게 말을 걸었다.
> 개인 | 보우
나 : 이바우 너 지금 ㅇㄷ?
보우 : 알면서 뭘 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