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화>
‘이활도 손등에 핏줄이 저렇게 튀어나왔는데……. 키도 저만하고 덩치도…….’
그렇지만 이하늘은 알고 있다.
저 사람은 절대로 이활이 아니라는 것을.
왜냐하면 이활은 헌터가 아니니까!
단순한 이유였다.
‘엥? 이활이 헌터라는 사실을 숨기는 걸 수도 있잖아!’라고 누군가가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하늘은 2년에 한 번씩 무료로 검사받을 수 있는 국가 각성 검사를 애용하는 사람이었다.
그건 제 동생들도 피할 수 없었고, 그때마다 동생들의 검사표엔 비각성자라 적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올해 검사받는 해잖아? 언제 또 받으러 가지…….’
멍하니 생각하던 이하늘은 동생들을 못 본 지 한 달도 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신없이 바빠서 2주 동안 애들한테 연락도 못 했네. 뭐, 어차피 전화 한 통 안 왔겠지만.’
제정신이 든 이하늘이 그제야 남자에게서 관심을 거두었다.
한편.
그녀가 눈길을 돌리는 게 선연하게 느껴지자 버스 앞에서 잔뜩 쫄아 있던 남자는 속으로 안도의 숨을 뱉었다.
그는 이하늘의 예상대로 그녀의 동생이자 힘숨찐의 대명사.
이활이었다.
‘미친. 하여간 눈치는 ×나 빨라요.’
그러고는 언제 쫄았냐는 듯이 눈만 움직여 이하늘을 노려봤다.
‘2주 동안! 아무 연락도 없이! 가출해 놓고! 남의 속도 모르고, 이 망할 여자가!’
실제로 지난 2주 동안 이활의 속은 말이 아니었다. 딱 10년 전 첫 재앙에 휘말렸을 때처럼 미치기 일보직전이었다.
이유는 한없이 간단했다.
힘숨찐을 비활성화하자마자 헌터라는 사실을 들킬 각오까지 하며 스킬을 써서 그녀를 찾아다녔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었던 것이다.
‘대체 어디에 가 있었던 거야? 왜 연락은 안 해? 왜 전화를 안 받아? 폰은 왜 꺼놔?’
그야말로 샅샅이 대한민국을 뒤졌다. 사냥과 수색에 능통한 그의 실력과 스킬로는 못 갈 곳이 없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을 떴나?
그런 생각도 해보았다.
그러나 비밀스럽게, 달리 말하면 불법적으로 제 신분을 이용하여 이하늘이 이 나라를 떴나 확인도 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그녀는 여권조차 발급받지 않은 사람이었다.
‘대체 어디에 있었던 거지?’
이활은 2주 전에 전화한 상대를 떠올렸다.
이하늘의 전화도 꺼져 있다 하자 답지 않게 잔뜩 날카로워졌던 녀석은 사람을 푼다고 말하더니 3분 만에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생각해 보니 누나가 친구네 집에 갔을 수도 있겠다 싶어.
‘뭔 개소리야. 이하늘한테 친구가 어디 있어.’
―생겼을 수도 있지. 누나한테 이른다, 너?
그러니 자정까지 기다려보자고 그는 말했더란다. 그래서 이활은 일단 자정까지 기다렸다.
그러나 밤 12시가 되어도, 힘숨찐을 비활성화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도 현관문이 열리는 일은 없었다.
결국 그는 제일 먼저 서울을 뒤졌다.
그래. 서울을 뒤졌단 말이다.
그런데 왜 이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에 있느냐고!
‘그리고 저 새끼는 뭐야! 정말 친구라도 생긴 거야, 뭐야!’
이활의 눈이 이하늘 옆에 있는 임여명에 닿았다.
눈 밑에 다크서클이 어마어마한 남자가 이하늘과 친근하게 대화한다.
23년을 살면서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이하늘의 오래된 친구는 아니라는 뜻.
조금만 이성을 되찾고 보면 둘이 친근하게 보일 수가 없었겠으나 안타깝게도 이활은 이성을 잃어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다.
잔뜩 화가 난 이활은 겉으로 분노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주먹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순간 그의 앞에 알람이 떴다. 헌터 커뮤니티의 부가 기능, 톡이 왔다는 알람이었다.
평소와 같다면 무시했겠지만 현재는 겸사겸사 일을 하는 중이었다. 일 처리를 위해 그는 톡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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