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세계 멸망을 굳이 막아야 하나요 (38)화 (38/90)

<제38화>

그런데 임여명의 음성은 그녀의 손목을 잡은 상대가 아닌 다른 쪽에서 들렸다.

바로 오른쪽 귀. 정확히는 투명화된 이어폰에서.

아하.

채널 접속했는데 왜 임여명의 모습이 안 보이고 목소리만 들리는지는 둘째 치고.

‘헌터구나, 이 사람이.’

이하늘은 비로소 깨닫고 말을 수습했다.

“아, 죄송, 해요. 제가 아는 사람인 줄 알고.”

근데 이상했다.

임여명이 아닌데 왠지 익숙했다. 얼굴이 보이지도 않고 말을 하지 않아 목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굉장히 익숙했다. 마치 버스에서 괴한 헌터를 구속했던 공무원 헌터를 마주쳤을 때처럼.

“근데, 누구세요? 혹시 저랑 아는 사이세요? 왜, 왜 익숙하지?”

그래서 미친 소리인 걸 알면서도 물었다.

헌터는 답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재차 물으려는 그 찰나.

느닷없이 땅이 진동하더니 그녀의 바로 뒤편 땅이 무너졌다.

“뭐…….”

뭐가 뭔지 파악하기 전, 무너진 땅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검은 손톱이 박힌, 아주 커다란 검붉은 손이.

그 손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이하늘을 붙잡았다.

“누…….”

헌터가 뭐라 말할 때, 거대한 손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끄아아아아아악!”

이하늘의 비명만을 남기고.

‘으아, 뭐야아아악!’

휘이이이익.

알 수 없는 거대한 손에 잡혀 어둠을 가르는 중인 이하늘. 머리로 장난치는 성신에게 안겨 위로 솟구쳤을 때보다 더한 멀미가 찾아왔다.

“이거놔이새꺄아아아!”

입을 해금한 이하늘이 마구 고함을 질렀다.

정신없이 흔들리는 새카만 시야가 돌연 환해졌다. 수많은 횃불이 화르륵 타오른 덕분이다. 어마어마하게 넓고 드높은 굴이 간신히 보였다.

그 굴 천장엔 푹푹 구멍이 뚫려 있었다. 틀림없이 열심히 걷다가 자주 마주친 그 구멍일 터.

‘아래에 이런 장소가 있었구나!’

하이레가 왜 떨어지지 말라고 했는지 단번에 이해가 갔다.

이하늘은 이를 악물고 이번엔 저를 붙잡은 손의 주인을 바라봤다.

검붉은 몸체에 검은 뿔 두 개가 이마에 튀어나온 거대한 몬스터.

그것의 정체는.

성장한 소악마

등급―B급

설정―분노를 먹고 살아 거대해진 소악마. 이 정도면 대악마 아니냐고? 아냐, 소악마야. 취미는 인간들을 모두 모아 뭉쳐 먹는 것! 근데 얘도, 금발은 조심스러워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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