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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멸망을 굳이 막아야 하나요 (53)화 (53/90)

<제53화>

그녀와는 만난 지 한 달이 넘었으나 실제로 대화한 것보다 톡으로 얘기를 나눈 시간이 더 길었다. 번갈아 가듯 보호 센터에 감금됐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전혀 어색하지 않아 이하늘은 짤막하게 오늘 있었던 일을 알렸다.

“엥……? 완전 이상한 사람인데?”

마음대로 따라오고, 갑자기 휴대폰을 버리지를 않나, 뜬금없이 놀자고 하는 사람.

헌터냐고도 물었단다. 경호원으로 고용하기 위해서.

어디까지나 경호원 이야기는 이하늘 혼자만의 생각이었으나 그것까지 모르는 정혜림은 미간을 찌푸렸다.

“부자 같다고 했지. 으으음,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은 등급 낮은 헌터 고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더라. 불법으로 던전 같이 들어가려고. 그거 노리고 접근한 거 아냐?”

던전은 게이트와 달리 일반인은 입장할 수 없다.

들어가려면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하며 그마저도 ‘짐꾼’이란 직업군의 민간인만 가능하다.

그 외는 전부 불법이라 봐도 무방했다.

“근데 저 헌터 아니라고 바로 말했는데.”

“그래서 아쉬워했다며. 처음 접근한 이유는 그거였던 거 아닐까.”

“하지만 사무직도 추천해 줬는데…….”

“결국 흐지부지됐잖아. 사무직이고 뭐고는 괜히 한 말이었겠지.”

설령 그게 목적이 아닌 사람이라 해도 정상처럼 보이지 않는 건 사실이었다.

누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랑 놀려고 휴대폰을 버리는데?

거기서 ‘누’를 맡은 시초야가 들었다면 꽤 억울했겠으나 이하늘의 생각은 점차 정혜림 말에 기울어져 갔다.

하긴, 기다리라 했다고 카페에서 무려 네 시간 넘게 있었던 것도 평범하진 않지.

“혹시 사이비는 아니겠지? 수요일마다 위아래 흰검 차려입고 기도하는 거기.”

“저도 좀 의심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았어요.”

“어이구, 의심까지 한 사람이 왜 어울려줘? 여명이였으면…….”

정혜림이 말끝을 흐렸다. 이하늘도 침묵했다. 임여명이었다면 어떤 식으로 대응했을지 불 보듯 뻔했으므로.

“아무튼 조심해, 하늘아. 또 그런 사람 안 만난다는 보장 없어. 아놔, 근데 엘베 왜 이렇게 안 올라와.”

그러게. 이하늘, 이제 말려들지 말자. 차분히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이상한 사람인 거 뻔히 알 수 있는데 왜 휘말려서.

이상하긴 해도 나쁜 사람처럼은 안 보여서 그랬나? 아니면 역시 그냥 어려서?

어쨌든 이제 다 지나간 일이다. 헌터를 고용해서 불법을 저지르는 게 목적이었다면 이제 만날 일 없겠지.

……점심 먹고 나서 8시에 끝나는 거 맞냐고 물어보긴 했는데. 설마 기다리지는 않겠……지?

아닐 거라고 고개를 턴 이하늘이 다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나 : 딱히 미안한 일은 아니었는듯; 누나 정신 차리고 살게ㅎㅎ;;]

[이활 : 뭔소리냐고 아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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