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화>
성신들도 마찬가지다.
한꺼번에 여럿이 말을 터뜨릴 땐 조금 짜증 나긴 해. 하지만 손이 느린 것도 아니고 고작 말을 전달할 뿐인데 뭐가 힘들다고?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혼자서 해야 효율적이죠. 만약에 걔 근무 시간에 5대 길드 모이면 내가 채접하고 걘 단순 타이핑시킬 거예요. 그게 편해.”
“아무렇지 않게 초과 근무하겠다는 소리를 하네. 여명이 너, 하늘 씨 오고 나서 초과 근무 더 많아진 거 알지?”
“뭐래, 똑같은데요.”
“그냥 하늘 씨랑 같이 하래도.”
“나 혼자 하는 게 편하다고요.”
으이그. 누구 닮아 이렇게 고집불통이야?
이세현이 툴툴거리며 자리를 떴다.
임여명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화면으로 시선을 돌리며 결정적인 이유를 속으로 되뇌었다.
걔는 자기 동생들이 헌터인 걸 모르는 눈치던데, 만약에 채접했다가 일 꼬이면 어쩌려고.
남이 힘숨찐 놀이를 하든, 가족을 속이든, 더 나아가 멍청이처럼 속든 말든 상관없었지만.
“하아.”
임여명이 무거운 한숨을 쉬며 눈두덩을 눌렀다.
아니, 실은 이상하게 신경 쓰인다.
가족끼리 왜 숨기고 앉았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알기론 그 쌍둥이들의 헌터 생활이 무려 10년에 가깝다.
즉, 오랜 기간 속인 건데 진실을 알았을 때 걔 기분이 말로 설명이 될까. 그러니 웬만하면 안 마주쳤으면 좋겠다.
그게 임여명의 속내였다.
왤까? 왜 걔한테만 무르게 되지.
‘첫 만남 때도.’
다짜고짜 걔 때문에 넘어졌는데 이상하게 화가 나지 않았다. 며칠 만에 퇴근한 거라 기분이 말이 아니었는데도. 그냥…….
헝클어진 금발, 햇살에 반사되어 황금처럼 빛나던 눈동자, 앳된 얼굴.
그 모습이 눈에 확 들어와서…….
〖거기까지 해. 차마 못 들어주겠으니.〗
방심한 사이에 무감정한 음성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임여명은 반사적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덕분에 생각이 뚝 끊겼다.
º º º
<진심으로 부탁한다 헌터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