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세계 멸망을 굳이 막아야 하나요 (90)화 (90/90)

<제90화>

드디어 가장 급한 불이 떠올랐는지 이공이 침묵하다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냥 네가 총대 메고 헌터란 걸 밝히는 거 어때. 혼자 망하는 거야.”

“뭐?”

“너 탱 잘하잖아. 나는 널 방패 삼아 살아남을 테니까.”

“이게 지금 또 뭐라는 거냐……?”

분위기 개 같아진 거 풀어보겠다는 이공식의 농담이었다. 물론 그런 농담은 이활에게 통하지 않았다.

한숨을 삼킨 이활이 짜증 나게 하지 말라며 손을 뻗었다.

“눈깔 색 바꾼 아이템이 뭔지나 말해.”

“‘엘도라도’에서 아직 판매 안 하는 아이템. 모임 끝나고 받은 거.”

지금은 인벤토리에 있어서 못 꺼낸다며 입술을 훑은 이공이 잠깐 턱을 문질렀다가 입을 열었다.

“근데 나 며칠 전에 이가을…….”

만났다고 말하려는 차였다.

로비에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알람. 정확히는 안전 재난 문자 소리였다.

이공과 이활이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긴급재난문자(행정안전부)]

[서울시 중구에 돌발 균열(A급) 발생. 인근 주민은 안전사고 발생에 유의바랍니다.]

[⚠긴급소집문자(행정안전부)]

[서울시 중구(클릭 시 좌표), 현재 21시 28분 돌발 균열(A급, 기본형) 발생. 문자 받은 각성자는 즉시 응소 바람.]

하나는 일반인에게 가는 문자, 하나는…….

A급 균열이 터졌을 때 인근 각성자 중 특정 등급 이상의 각성자에게만 가는 문자로.

“하…….”

적힌 대로 반드시 해당 게이트에 가야만 했다.

불응하면 각종 벌금은 물론이요, 한 달은 나라가 지정하는 게이트나 던전을 무조건적으로 폐쇄 공략하러 다녀야 한다.

“그냥 은퇴할까.”

9년이면 오래 일했다. 아니냐.

S급 공무원 헌터 힘숨찐 이활의 속삭임에 공식적 탑 기록 세계 1위 S급 힘숨찐 이공이 한숨을 쉬는 순간.

우우웅―

진동이 울렸다.

이활의 개인용 폰과, 모든 알람을 다 끄고 사는 이공의 폰에 진동이 울릴 일은 단 하나.

가족 단톡방.

두 사람은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며 휴대폰을 확인했다.

[얘드라 ㅠㅠ 나 회사에 일이 생겨가지고 잠깐 가야겠어 너희 집에 먼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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