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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 여행사 : S급 먹방대모험 패키지-7화 (40/100)

⊹ 7화 ⊹

메이가 다시 침착한 얼굴로 돌아와 큼큼 헛기침을 했다.

“그럼 이쪽으로 와 주세요.”

두 사람은 다시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를 타서 메이는 맨 꼭대기 층을 눌렀다.

해왕이가 도아의 팔과 옆구리 사이에 코를 집어넣어서, 도아는 해왕이의 목을 토닥토닥해 주며 말했다.

“응, 그리고 사부들이랑 이야기하다가 나온 말인데 남대륙에서 왔다고 적당히 이야기해도 되나요?”

아무래도 자신은 상식이 모자란 이방인이었다.

사부들이랑 이것저것 이야기하면서 알게 된 게 있지만, 그래도 상식이 들쭉날쭉할 게 뻔했다.

“나 너무 상식 없는 사람 되는 거 아녀요?”

하고 항의하니 “남대륙인이라고 하면 돼.” 하고 방법을 알려주었다.

남대륙은 렌시아 대륙과 교류가 끊긴 지 천년이 넘었다고 했다.

아주 가끔 넘어오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지극히 적다고.

도아는 그걸 메이에게도 확인하고 싶었다.

메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에요. 배경 설정은 편하신 대로 하면 되니까요.”

도아는 쿡쿡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맨 꼭대기 층은 옥상이었다.

바람이 불고…….

옥상 한가운데 나뭇가지로 엮은 아치형 문틀이 놓여 있었다.

누가 봐도 뻔한, 다른 세계로 향하는 문이었다.

“마지막으로 알려드릴 게 있습니다.”

메이가 진지하게 말했다.

“도아 고객님의 몸에는 비상사태를 대비해서 통각을 온, 오프할 수 있는 기능이 달려 있답니다. 남용하지 말고 적당히 써 주세요.”

“사용 방법은요?”

“통각 기능을 켜겠다. 끄겠다. 하는 문장을 머릿속이든 입 밖으로든 내주시면 됩니다.”

“알겠어요.”

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약초학 때 배운 거지만, 이곳의 외상 치료 기술은 놀랄 정도로 수준이 높다.

하지만 이곳의 회복약으로 단숨에 커다란 외상을 회복하고 나면 몸은 멀쩡한데 회복통이라는 통증이 따라온다.

‘그때 쓰면 되겠네.’

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쓸게요.”

“네, 그럼 더 필요하신 건 없으신가요? 이제 문을 열어도 되겠습니까?”

그 질문에 갑자기 확 긴장감과 동시에 설렘이 밀어닥쳤다.

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네, 그럼 이쪽으로 와 주세요.”

도아는 아치문 가까이로 다가갔다.

“준비는 되셨나요?"

메이가 그렇게 말하며 아치에 손을 올렸다.

새하얀 나무로 만들어진 아치가 이제 밝은 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도아의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해왕의 고삐를 힘주어 잡았다.

“응. 준비됐어요.”

“그럼 도아 님, 준비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럼 즐거운 여행이 되시길 바랍니다.”

메이가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도아는 침을 한번 꼴깍 삼키고 해왕의 고삐를 잡아당겼다.

그녀는 거침없이 아치를 넘었다. 순식간에 공기가, 풍경이, 세계가 바뀌었다.

“우와!”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아름다운 침엽수림이었다. 원만한 언덕들이 이어지고, 크고 높은 침엽수가 적당한 간격을 벌리고 서 있었다.

달콤한 숲과 흙냄새가 났다.

잎의 색과 모양을 봐서는 날씨는 아마 봄인 것 같았다.

“진짜, 진짜다.”

눈물이 날 거 같았다. 도아는 폐 속 깊이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찔끔 났다.

그동안의 고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장대한 메인 퀘스트의 업무가 있다.

있지만, 그래도 여행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정말로 이세계 여행이야!’

주변을 둘러보며 도아는 싱글벙글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그녀는 가져온 지도를 꺼내 들었다.

지도는 컸다.

세계지도였다.

‘잠깐.’

세계지도를 바라보던 도아는 갑자기 찬물을 뒤집어쓴 기분이 되었다.

‘잠깐, 잠깐.’

도아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숲속이다.

낮이었고, 인기척은 전혀 없었다.

다시 지도를 바라보다.

“…….”

그녀는 어이가 없어졌다.

“여기가…… 어디야?”

모바일 GPS에 익숙한 그녀로서는,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

나침반은 있다.

그래 저쪽이 북쪽, 이쪽이 남쪽이다.

알았다.

‘근데 지금 여기는 어딘데???’

검술 백 년, 요리 백 년, 약초학 백 년.

심지어 만돌린의 달인, 공용어 포함 3개 국어를 다룰 수 있으며 각종 무기 및 독과 함정, 마법 기초까지 뗀 내가!

‘지도 보는 법을 모르겠어. 현재 위치가 어디지?’

당황한 도아는 “아, 맞다.” 하고 허공을 이리저리 바라보았다.

“어……가이드 모드 온?”

반응이 없다.

“가이드?”

“가이드 님?”

“가이드야?”

이리저리 허공에 외쳐 보지만 답이 없었다.

“가이드야, 지도 좀?”

가이드는 지도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허공에 글자가 떠올랐다.

“헐? 가이드가 지도를 제공 안 하면 어떻게 해!”

당황한 도아는 바로 세계수 가지를 꺼내 들었다.

맥스까지 밀어 올리고 가지를 이리저리 흔든다.

그러자 세계수에서 눈부신 황금색 빛이 터져 나왔다.

“헉.”

도아가 놀라 숨을 삼켰다.

빛이 사라지자 세계수 가지의 이파리가 전부 흰색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귓가에서 음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딴~딴따단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고객님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세계수 여행사입니다. 죄송합니다, 현재 모든 상담원이 통화 중이니 나중에 다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뚜우― 뚜우― 뚜우―

“아오씨!”

들고 있던 세계수 가지를 던져 버릴 뻔했다.

“후……좋아. 괜찮아.”

도아는 주머니에 도로 가지를 집어넣었다.

“괜찮아. 지구는 둥그니까.”

어느 쪽으로 가다 보면 사람을 만날 수 있겠지.

도아가 해왕의 목덜미를 툭툭 쳤다.

그때 커다랗게 눈앞에 퀘스트 창이 떴다.

메인퀘스트

세계수 가지를 '비추는 샘' 옆에 심어주세요.

기간 : 10년

보상

▸ 원래 세계에서 부활

▸ ?

▸ ?

“10년?”

기간이 십 년이면 확실히 장대한 메인 퀘스트가 맞다.

게다가 보상이 부활 말고도 더 있는데, 모두 물음표 처리가 되어 있었다.

궁금하다.

‘아, 게다가 갑자기 10년이라고 하니까 뭔가…….’

마음이 느슨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때 퀘스트 창이 사라지고 금빛 글자가 떠올랐다.

‘챕터 1’

―여행의 시작

이세계에서 날아온 여행자는 깊은 숲속에 떨어지고 말았다. 일단 숲에서 벗어나 마을에서 사람을 만나자.

‘아하.’

메인 퀘스트는 보통 스토리가 잘게 나뉘어서 진행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지금 이 퀘스트가 딱 그런 식인 듯했다.

‘그럼 일단 퀘스트만 따라가면 되겠네.’

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든지 손가락을 두 번 튕겨서 퀘스트 창을 접고 여실 수 있습니다.

도아는 그 말에 손가락을 두 번 튕겼다.

퀘스트 창이 닫혔다.

도아는 등자를 딛고 해왕이의 등 위에 올라갔다.

“그럼 일단 남쪽으로 가 볼까? 따뜻한 게 좋으니까.”

느긋한 목소리로 도아가 말했다.

해왕이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승마를 배운 적 없지만, 이 정도면 떨어질 염려 없는 속도였다.

가볍게 둘은 남쪽으로 향했다.

❖ ❖ ❖

햇살이 부드럽게 반짝였다.

숲이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산인 거 같다.

도아는 언덕길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따로 나 있는 길이 없다는 게 이렇게나 험한 일이라는 것을 실제로 경험했다.

만약에 해왕이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이동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해왕이가 있어도 길이 나 있지 않은 곳으로 가니 이동속도는 느렸다.

‘오늘로 삼 일째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숲은 금방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걱정마저 들 정도였다.

“일단 점심부터 먹을까?”

도아의 말에 해왕이 귀를 쫑긋거리며 “컹!” 하고 짖었다.

도아가 한 요리를 맛본 이후로 해왕이는 식사 시간을 기다리는 게 틀림없었다.

아니면 꼬리가 저렇게 맹렬하게 흔들릴 리가 없었다.

도아는 적당한 장소를 찾아서 해왕이에게서 내렸다.

낙엽을 치우고 불피울 준비를 하며 뭘 요리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띠링 띠링

그때 알림음이 귓가에 울렸다.

메인 퀘스트때 들었던 알림음과 같은 소리였다.

동시에 눈 앞에 퀘스트 창이 떴다.

서브 퀘스트 발생!

위기에 빠진 모험가를 구해라

S급 모험가가 치명적 중독상태에 빠졌다!

중독상태의 그를 구하자.

S급 모험가는 현재 모든 모험가 중에 단 7명뿐.

모험가 길드를 찾아가는 데 큰 도움을 줄지도……?

기간

30분

필요 아이템

엘릭서

보상

▸ 집요정

▸ 300 세계수 포인트

“30분?!”

너무 짧잖아?

하지만 지금 너무너무 필요한 사람이었다.

도아는 메이의 말이 떠올랐다.

‘중요한 건 인맥이었던가.’

끙 하고 도아는 식사용 불을 켜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짐이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엘릭서, 엘릭서.”

그녀는 가방에서 엘릭서를 찾아냈다.

엘릭서는 모든 외상과 중독, 마비 같은 상태 이상을 치유해 주는 약이었다.

그녀가 만든 것과 라크샤샤가 선물로 준 걸 합쳐서 딱 다섯 알 뿐이다.

만드는 방법도 까탈스럽고 오래 걸려서 제조에 일 년 정도 걸렸다.

다른 짐을 챙길 시간은 없었지만, 어차피 주위에 사람도 없으니 나중에 돌아와서 다시 챙기면 되리라.

“해왕아, 미안해. 점심은 나중에 먹어야겠어. 지금 당장 갈 곳이 생겼어.”

그녀 발치에서 대형견만 한 크기로 줄어 있었던 해왕이는 곧바로 본래 몸집으로 돌아왔다.

벗겨뒀던 안장을 다시 씌울 시간도 없었다.

해왕 위에 올라탄 그녀를 주변을 둘러보며 혀를 찼다.

“아니, 그래도 위치는 말해줘야 할 거 아냐? 이 깊은 숲속에서 대체 어떻게 찾아?”

그녀의 투덜거림을 들은 것처럼 바로 가이드 모드가 발동했다.

가이드 라인 생성합니다.

눈앞에 반짝이는 빛무리가 생겨나더니 앞장서서 빠른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래야지!”

도아는 몸을 앞으로 숙여서 해왕이에게 달리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해왕이 그녀의 안내를 달리기 시작했다.

“해왕아? 혹시 가이드 라인이 보이니?”

“끄응…….”

“안 보이는구나, 알았어. 그럼 내가 지시하는 대로 뛰어.”

“컹!”

도아는 혀를 찼다.

숲은 평탄하지 않다.

길이 없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피로를 요하는 일이다.

인간이 발 딛고 걸어갈 만한 곳이 없다는 뜻이니까.

그런 곳을 해왕이 날듯이 밟으며 달렸다.

그런데 흔들림이 거의 없었다.

승마를 배운 적이 없으니 긴장했는데, 꼭 자동차에 타고 있는 것 같은 편안함이었다.

모든 게 부드럽고 물결치듯 움직였다.

단, 너무 바람이 불어서 눈을 똑바로 뜰 수가 없었다.

‘나중에 고글 같은 거 사야겠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앞서가던 빛무리가 목적지에 도착한 듯 크게 선회했다.

‘피 냄새.’

도아는 눈을 찌푸렸다.

“해왕아, 멈춰.”

도아의 말에 해왕이 즉각적으로 멈췄다.

도아는 툭툭 해왕이를 두들겨주고 등에서 내려왔다.

주변에 어떤 적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해왕이를 타고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한 손으로 검을 빼 들고 도아는 천천히 현장으로 다가갔다.

‘와.’

도아가 맨 처음 포착한 건 목 없는 시신이었다.

‘백 년 훈련해서 다행이다. 진짜.’

이제 목 없는 시신 정도는 꺅꺅 소리조차 내지 않는 현대인이 되었다.

아마 저기 어디쯤 데굴데굴 도토리처럼 굴러간 머리도 있을 텐데 도아는 그쪽을 보지 않았다.

대신 이번에 도아는 쓰러져 있는 다른 남자 쪽을 바라보았다.

‘살아 있는 기척은 이 사람뿐이야.’

도아는 주변을 다시 한번 살피고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저기, 괜찮으세요?”

도아가 물었다.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 알기 위해서였다.

한 손에 아직도 검을 들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갔다가 검에 베이는 건 사양하고 싶었다.

그런 무리를 하게 하고 싶지도 않았고.

바닥에 얼굴을 대고 쓰러진 자세라서 깨어 있는지 모르겠다.

남자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도아가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도와주려고 온 거니까―”

“……지 마…….”

그가 뭔가 말하려고 해서 도아는 그 옆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여전히 그녀 역시 검을 빼든 채였다.

“정말로 해치려는 게 아니라 상태를 보려는 것뿐이에요.”

“오지 마!”

남자가 소리치며 검을 지팡이 삼아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동시에 그가 격하게 기침을 하며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아니, 입에서만 아니라 코와 눈에서도 피가 흐른다.

‘히익!’

도아는 숨을 삼키고 허둥지둥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대충 상태를 보니 이 상태로는 이 남자가 검을 휘둘러도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을 거 같았다.

“안 돼, 건드리지 마, 나는…….”

계속 피를 토하면서도 그는 뭔가 말하려고 했다.

도아가 빠르게 말했다.

“괜찮아요. 중독되어 있는 거 알아요. 내가 만능해독제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먼저 이걸 먹어요.”

허둥지둥 주머니에서 엘릭서를 꺼내서 내밀려는데 뭔가 움직였다.

‘어?’

그가 짚고 있는 검에서 아지랑이 같은 새까만 기운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반사적으로 도아는 검은 기운이 솟구치는 검 손잡이를 붙잡았다.

―꺄아아악!

머릿속에서 비명이 들리더니 검은색 기운이 찢기듯 사라졌다.

‘노, 놀라라…….’

도아가 시선을 돌리다가 정면으로 남자와 얼굴을 마주하게 됐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실핏줄이 터진 눈이 경악에 차서 그녀를 바라본다.

흔들린다.

‘아.’

도아는 이런 상황인데도 감탄했다.

‘달빛 반짝이는 밤바다.’

그런 검은색 눈동자였다.

“읏―”

그가 이를 악물었다.

“왜, 지금…….”

그가 뭔가를 말하려고 하다가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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