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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 여행사 : S급 먹방대모험 패키지-8화 (41/100)

⊹ 8화 ⊹

도아는 놀라 쓰러지는 그를 어깨와 손으로 받쳤다.

주룩주룩

이제 기침도 하지 않는다.

그저 줄줄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도아는 재빠르게 그를 눕힌 후에 기도가 막히지 않게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턱을 눌러 입을 연 다음 엘릭서를 던져 넣었다.

엘릭서의 효과는 굉장했다.

입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피가 멈췄다.

안색이나 숨도 편안해졌다.

‘다행이다. 살았어…….’

도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남자를 똑바로 눕혀놓고 주변을 살폈다.

살아 있는 다른 사람은 없었다.

‘좋아, 그럼.’

도아는 남자를 안아 올렸다.

제법 묵직했지만, 이 정도는 가뿐히 안아 들 수 있었다.

‘마나가 최고야.’

도아는 해왕이를 불렀다.

해왕이는 다가와서 킁킁 남자의 냄새를 맡고는 푸르르 몸을 털었다.

“해왕아, 미안한데 이 사람 좀 태우고 싶은데.”

해왕이는 낑낑거리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흥 콧바람을 내뱉고는 슬쩍 무릎을 굽혀 주었다.

도아는 남자를 해왕이의 등에 태우고서, 다시 돌아가 남자의 검을 집어 들었다.

웅웅웅웅

손안에서 진동벨이 울리는 것처럼 검이 울기 시작했다.

도아는 아까 새까만 기운이 솟구쳤던 게 떠올라서 불쾌해졌다.

“시끄러워.”

검에게 낮게 말하자 검은 울음을 뚝 그쳤다.

“훨씬 낫네.”

도아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그럼 해왕아, 돌아…… 가고 싶은데, 혹시 왔던 길 알아……? 나 전혀 기억이 안 나. 어쩌지?”

당황한 도아의 말에 해왕은 걱정 말라는 듯 그녀의 어깨를 코로 한번 콕 찌르고 걷기 시작했다.

도아는 그 옆에 나란히 서서 따라 걸으며 웃었다.

“아, 진짜 다행이다. 해왕이 최고야. 멋져.”

“컹!”

꼬리를 좌우로 살살 흔들며 해왕은 거침없이 걸었다.

서브 퀘스트 완료!

보상

▸ 300 세계수 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보상

▸ 집요정이 지급되었습니다!

▸ 집요정의 이름을 지어 주세요.

‘집요정 이름이라…….’

도아는 그럴듯한 이름을 지어 주고 싶었다.

“댄버스 부인.”

그녀가 알고 있는, 가장 임팩트 있었던 수석 시녀의 이름을 댔다.

댄버스 부인으로 이름이 고정됩니다.

‘좋아.’

도아는 주먹을 꼭 쥐었다.

남자를 태우고 돌아가서 도아는 일단 짐을 정리했다.

남자는 아직 의식을 차리지 못한 상태였다.

‘상태가 심각했으니까…….’

아마 당분간 회복통이 심하겠지.

도아는 한숨을 삼켰다.

렌시아에서 포션은 도아가 생각해도 마법 같은 능력을 가졌다.

현대 의학 따위 가볍게 뛰어넘는 능력이다.

잘린 팔다리도 가져다 대고 포션을 뿌리면 붙었다.

물론 잘 맞춰야 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제대로 붙는다.

내장도 어지간하면 다 붙었다.

그러면 짠 하고 나았으니 멀쩡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마나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지만, 수련을 하면 마나가 몸 안에 쌓인다.

그럼 몸이 다쳤을 때 그 부분의 마나도 소실될까?

네.

그게 포션으로 다시 붙을까?

아니오.

그러니 마나, 혹은 마나관이 회복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손상도에 따라서 통증이 뒤따랐다.

마나관이 굵고 튼튼할수록 더 강하게 통증이 온다.

이걸 ‘회복통’이라고 불렀다.

상처에 비례해서 고통의 강도나 기간이 길었고, 열이 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도 물론 팔다리가 떨어져 나간 것보다야 낫다.

그리고 팔다리가 잘려 나간 고통보다 강도가 덜했다.

한 이삼 일 끙끙 앓으면 되니까. 물론 마나관이 굵고 튼튼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팔다리가 잘린 것보다 더한 고통이 덮친다고 한다.

‘하지만 엘릭서가 필요할 정도로 강한 독인데다가 S급 모험가. 마나관이 엄청 손상되었겠지.’

아마 상당히 앓게 되리라.

‘당분간은 간병이군.’

간병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텐트보다는 오두막이 훨씬 나으리라.

물 쓰기도 좋고 말이다.

도아는 오두막을 세우기 좋은 자리를 찾은 후에 작은 오두막을 땅에 내려놓고 물러섰다.

“오픈.”

주문을 외우자 오두막은 순식간에 커졌다.

다시 봐도 신기하기만 했다.

도아는 남자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두막은 기역 자 구조로 방 하나, 거실 겸 부엌, 그리고 욕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기역 자에서 남는 부분은 포치로 확장되어 있었다.

‘300포인트만 더 모으면 방 하나 더 확장 가능한데…….’

도아는 일단 이번에 받은 300포인트는 그대로 놔두기로 했다.

대신 캠핑용 야전침대를 폈다.

그리고서 남자의 피투성이 옷을 전부 벗겨냈다.

‘햇빛 알러지인가?’

날씨가 따뜻한데도 남자는 꽁꽁 싸매고 있었다.

맨살이 보이면 안 되는 강박증이라고 있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일단 속옷 한 장만 남기고 전부 옷을 벗겨서 쌓아둔 다음에 몸을 약초 물로 깨끗하게 닦았다.

라크샤샤에게 배운 간병의 기초다.

얼굴을 깨끗이 닦아내고 도아는 감탄했다.

‘와……. 이렇게 잘생긴 사람 처음 봐.’

속눈썹도 길고, 코도 오똑하고…….

남자답게 잘생긴 얼굴이었다.

홀린 듯이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도아는 고개를 저었다.

‘환자다, 환자. 김도아. 사심을 버려.’

애써 그리 말하고 도아는 남자를 침대에 올렸다.

그래도 환자에게 야전침대를 쓰라고 할 수 없으니, 야전침대는 도아의 몫이었다.

그를 침대에 눕히고 도아는 방을 나섰다.

‘그럼 빨래를……. 어?’

문 앞에 쌓아뒀던 남자의 옷이 사라져서 도아는 당황했다.

“해왕아, 여기 있던 빨래 어디 갔어?”

도아의 말에 해왕이가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

“아니, 너 귀여운데, 빨래는 어디 갔지?”

사락사락

그때 어디선가 옷자락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

도아가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뭐지?’

도아는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욕실로 들어가서 구석구석 살피고 돌아 나왔다.

“이상하네, 어??”

테이블 위에 옷가지가 잘 접혀서 놓여 있었다.

도아가 놀라 테이블로 다가갔다.

남자의 옷이었다.

그것도 깨끗하게 빨려서 착착 접혀 있었다.

“아!!”

도아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댄버스 부인?”

어디선가 따듯한 바람이 살짝 불어왔다.

“고마워요.”

도아의 말에 누군가가 도아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음?”

잡아당긴 쪽을 돌아보니 아까 남자가 피를 토해서 더러워진 부분 쪽이었다.

‘벗으라는 뜻이구나.’

도아는 허둥지둥 제 옷을 벗어서 내려놓았다.

그러자 그녀의 옷이 둥실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사라졌다.

그러더니 곧 아까처럼 테이블 위에 깨끗하게 빨아서 다림질까지 끝낸 옷이 나타났다.

“헐…….”

도아는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대박.

집안일을 해 줄 거 같기는 했지만, 정말로 집안일을 해 주는 걸 보니까 쩐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고마워요, 댄버스 부인.”

도아는 다시 한번 인사했다.

그때 방 안에서 억눌린 신음이 들려왔다.

허둥지둥 도아는 방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몸을 웅크리고 남자는 고통을 참는 듯 떨고 있었다.

‘아, 세상에.’

상처가 심하면 회복통도 심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로 심하다니.

도아는 일단 그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으세요? 지금 몸은 다 나았고, 회복통이 있으신 거예요.”

차분히 상황을 설명한다.

“여긴 안전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열을 재려고 살짝 이마에 손을 대려다가 붙잡혔다.

그의 손이 무척 뜨거워서 열이 펄펄 끓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열을 내리는 약을 만들어야겠다.’

미간을 찌푸리고 도아가 머릿속으로 약 배합을 생각하는데 그가 물었다.

“내, 검…….”

“그쪽 검은 침대 밑에 넣어뒀어요.”

도아가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답했다.

“안 돼, 내, 검은…….”

그가 흐릿한 시선으로 초점을 맞추려 애쓴다.

한순간 초점이 맞았다.

처음처럼 경악에 빠진 표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선이 그녀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사냥감을 찾아낸 사냥개처럼 모든 표정이 싹 사라졌다.

그러나 곧 그 표정은 무너졌다.

먼저 체념이 스치고, 이어서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표정이 되어 그가 그녀를 잡은 손을 놓고 대신 그녀의 뺨을 감쌌다.

숨 막힐 정도로 뜨거웠다.

그런데, 그 표정 때문에 도아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눈을 찌푸리고, 웃었다.

“거짓말쟁이…….”

“?!”

한순간 놀라 눈을 깜박이는데 그의 손이 툭 떨어졌다.

도아는 당황해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허둥지둥 몸을 일으켰다.

‘열이 심하니까, 해열제를 먼저 만들어야겠다.’

밖으로 나가 도아는 배낭에서 약초 세트를 꺼냈다.

아이템

세계수의 축복을 받은 약초사 세트 / SS급

▸ 약초사라면 누구나 갖추고 있는 도구 세트.

▸ 평범해 보이지만 하나하나 세계수의 수액으로 만든 물건입니다.

“좋아.”

도아는 양팔을 걷어붙였다.

“그럼 해 볼까.”

❖ ❖ ❖

남자의 상태는 심각해서, 도아도 미간을 찌푸리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틀이 지나가 고비를 넘었고, 삼 일째가 되자 도아는 드디어 편히 잘 수 있었다.

‘하, 살려놨는데 내 집에서 죽기라도 하면 큰일이지.’

눈 밑에 다크서클이 드리워진 도아는 새삼스럽게 놀랍기도 했다.

“나 삼 일 철야 했는데. 버틸 수 있네. 대단하다.”

삼 일 동안 잠을 못 잔 상태인데, 죽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거 같다는 느낌이 든다.

“마나 덕분인지, 커피 덕분인지.”

도아는 그러며 남자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도아의 생기를 가져간 것처럼 남자의 얼굴은 부드럽고 편안해 보였다.

그간의 고생이 생각나 도아는 히죽 웃었다.

아침의 해가 드리워져 그의 얼굴이 부드러운 빛과 그림자를 던지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만지고 싶을 만큼 단정하고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아플 때는 실컷 만졌는데, 새삼 이렇게 바라보니 느낌이 달랐다.

표정이 워낙 인상적이었어서 그런가, 자는 얼굴은 무척이나 편안해 보였다.

도아는 살짝 손을 뻗어 그의 미간과 눈썹뼈 위쪽을 쓸어 보았다.

그의 속눈썹이 움찔 떨려서 얼른 손을 뗐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방을 나선 다음 거실에 설치해 둔 침대에 털썩 누웠다.

“죽겠다.”

짧게 말하고 도아는 그대로 잠들었다.

삼 일만의 잠이었다.

❖ ❖ ❖

누군가가 그녀를 안아 들어 옮겨준다.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침대에 눕히고 이불까지 끌어 올려 주었다.

잠결이지만 도아는 알 수 있었다.

이어서 커다란 손이 부드럽게 뺨을 어루만지고 살짝 눈썹 위를 쓸어 본다.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가 아주 조심스럽게 귓바퀴를 건드리고 떨어졌다.

모든 게 무척이나 느리게 이루어졌다.

간지러워서 도아는 몸을 웅크렸다.

“으응……. 엘리……바스…….”

그만해…….

자신을 이렇게 침대에 옮겨주고 만질 사람이 한 사람뿐이라서 도아는 칭얼거렸다.

멈칫한 손이 떨어져 나갔다.

손은 더 이상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다.

도아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녀가 다시 일어난 건 저녁 때가 되어서였다.

밖이 깜깜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희미한 빛이 방문 틈새로 흘러들어왔다.

희미한 빛이,

틈새로.

도아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엥?”

그녀는 자신의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거실에서 잠들었던 야전침대가 아니라 푹신한 퀸사이즈 침대였다.

허둥지둥 도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테이블 위에 불이 밝혀져 있었다.

긴 유리관 안에서 기름 먹은 심지가 흔들리며 타오른다.

댄버스 부인은 도아의 요청이 아니면 불을 켜지 않는다.

힐끗 바라본 야전침대 위는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도아는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어둠 속에, 간신히 빛이 닿아서 희미한 형태가 구분되는 그곳에 남자가 서 있었다.

도아는 일단 제 입가를 반사적으로 닦았다.

쿨쿨 자서 어쩐지 침 흘리고 잔 게 아닌가 싶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던져본다.

남자는 조용했다.

도아가 물었다.

“몸은 괜찮으신가요?”

“…….”

어둠 속 침묵이 무겁다.

탁탁탁

발톱 소리가 나고 해왕이 그녀의 곁에 와서 섰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전 김도아라고 해요. 부상을 당하고 숲에 쓰러져 있으셨는데, 기억나세요?”

여전히 남자는 조용했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도아는 일단 남자 쪽으로 다가가기로 했다.

‘혹시 말을 못 하는 사람일 수도 있잖아?’

아니면 아직 혼란스러울 수도 있고.

도아는 그렇게 빛 쪽으로 다가갔다. 그녀야 몇 번이나 그를 봤고, 또 그가 S급 모험가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입장에서 그녀는 무척이나 뜬금없는 존재일 수도 있었다.

그러기 자기소개를 위해서 도아는 빛으로 다가갔다.

그녀가 빛 가까이 서자, 짧게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도아는 싱긋 웃어 보였다.

엘리바스가 세상에서 가장 귀엽다고 해 준 미소다.

“다시 소개할게요. 김도아라고 해요. 그쪽이 절 침대로 옮겨 두셨나요?”

남자는 한숨처럼, 아니면 격렬해진 숨을 억누르듯 느리게 숨을 내쉬었다.

그가 천천히 빛 쪽으로 다가왔다.

‘크다.’

누워 있을 때도 크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마주 나란히 서니까 그의 키가 무척 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190 가까이 되려나? 조금 넘나?’

몸을 닦아 줄 때도 느꼈지만, 정말로 근육으로 꽉 짜인 몸이었다.

그것도 실전으로 다져져서 필요 없는 근육은 단 하나도 없을 터였다.

도아는 남자의 손과 허리띠를 바라보았다.

따로 무기를 들고 있지는 않았다. 그걸 확인하고 도아는 그제야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빛이 짙은 그림자를 드리워서 강렬한 명암을 주고 있었다.

그 가운데 두 눈동자가 묘하게 타오르는 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가 느릿하게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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