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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 여행사 : S급 먹방대모험 패키지-25화 (58/100)

⊹ 25화 ⊹

자신의 안일함이 뼈저리게 느꼈다.

‘조세핀이 맨날 말했는데.’

도아가 검을 뽑아서 천장에 붙은 식인 식물의 꽃을 잘라버렸다.

파스스스

순식간에 식물이 몸을 떨며 가루가 되어 날아갔다.

해왕이가 신나게 몸을 털었다.

진짜 늑대였다면 타격이 있었을 텐데, 다행히도 물 형태 마수라서 별문제 없었던 듯했다.

“미안, 해왕아. 내가 방심했어.”

토닥이고 도아가 안장에서 내려왔다.

다행히 그녀의 옷도 일반 섬유로 된 옷은 아니어서 삭은 곳은 없었다.

맨살을 드러낸 곳이 거의 없어서 괜찮다. 그리고 조세핀이 했던 것처럼 스스로 뺨을 힘껏 꼬집었다.

눈물이 찔끔 나왔다.

그리고 조세핀이 이어서 말했던 것처럼 스스로에게 말했다.

“정신 차려, 김도아. 안 그러면 네 안일함이 널 죽이게 될 거야. 하나하나 꼼꼼하게. 할 수 있어. 그래도 안 죽었잖아? 대견하네. 좋은 아이템은 생명이랑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두 번은 요행수에 기대지 말자.”

스스로 질책하고 격려한다.

‘정신 차리자.’

도아는 가방에서 별조각 랜턴을 꺼냈다.

불을 켜면 눈에 띄지만, 불을 켜지 않아도 피로도가 쌓인다.

도아는 불을 켜는 쪽을 선택했다.

금색 빛을 부드럽게 뿜어내는 별조각 랜턴은 동굴 안을 구석구석 잘 비춘다.

빛이 밝으면 어둠도 짙다.

동굴 벽은 울퉁불퉁하니까 짙은 어둠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도 많이 생긴다.

이 별조각 랜턴은 최대한 부드러운 빛을, 최대한 밝게, 그림자가 적게 보여 주는 랜턴이다.

그래도 어둠과 피로에 의한 착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이동해야 했다.

배후로부터 습격당하고 싶지 않다면 마수를 전부 치우면서 지나가야 했다.

“그럼 가 볼까?”

도아는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모험가로서 첫 던전 공략이다.

그것도 A급.

그녀의 실력이 얼마나 높은지, 그럴듯한지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조세핀에게 부끄럽지는 않아야지.’

첫날

“오늘은 여기서 야영할까? 얼마나 내려왔는지 모르겠는데.”

첫날의 설렘으로 그녀는 그럴듯하게 캠핑용품을 잔뜩 늘어놓고 캠핑을 벌였다.

하지만 새벽에 마수 때문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야만 했다.

그것도 서너 번이나.

처음에는 그것도 나름 스릴이 있긴 했다.

1주 차

“아니, 미쳤나? 마수가 왜 이렇게 많아? 게다가 왜 다 벌레형이야? 아, 진짜, 죽어! 죽어 버려!”

동굴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마수는 다양하고 까다로워졌다.

던전의 모든 것이 그녀를 적대시하고 거부하고 있었다.

동굴이 좁아지면 그건 날카로운 돌과 작은 벌레들이 기어가는 도아에게 달라붙겠다는 뜻이었고, 넓어지면 거대한 마수가 기다리고 있겠다는 뜻이었다.

도아는 벌레나 벌레형 마수가 싫어하는 약초를 온몸에 치덕치덕 발랐다.

그래도 악의를 가진 벌레를 전부 피할 수는 없었다.

팔다리를 펴기 어려울 정도로 좁은 곳을 기어서 지나가다가 정면에서 오는 커다란 지네 마수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엿 됩니다.’

그나마 그녀의 검이 길이 조절이 가능하다는 게 다행이었다.

손에 들고 있는 단검을 앞으로 내밀며 장검으로 변환하자 쑥 늘어난 검에 마수가 찔렸다.

상대도 피할 공간이 마땅찮은 건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물론 날뛰면서 독액과 체액을 토해내는 바람에 상당히 고생했다.

게다가 앞으로 나가려면 이 시체를 밀고 나가거나…….

하여간 그랬다.

그래도 머리띠 덕분에 큰 피해는 없었다.

‘투구 진짜 중요해.’

만약 철 투구를 썼으면 이 공간을 지나가기 힘들었을 터였다. 호흡 곤란도 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리띠는 완벽했다.

도아는 다른 것보다 머리띠를 만들어 준 세 사람에게 깊이 감사했다.

게다가 동굴도 깊어지니 길이 다 비슷비슷하고 여러 갈래로 나뉘기도 해서 도아는 하나씩 입구 옆에 엑스 자를 그으며 걸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도아는 해왕이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해왕이가 평범한 기수였다면 모르겠지만, 아주 나이 많은 마수―디나담이다.

어떻게 길을 찾는지는 모르겠지만 해왕이는 종종 앞장서서 길을 걸었고, 도아는 감사해하며 그 뒤를 따랐다.

그것만으로도 시간을 상당히 단축할 수 있었다.

종종 엎드려 기어야 하는 아주 작은 틈 사이를 지날 때도 있다.

“해왕아, 괜찮지?”

도아가 제 가슴팍 앞주머니를 들여다보았다.

이런 좁은 틈을 지날 때 해왕이는 태어난 지 고작 2, 3주 된 강아지처럼 작게 변했다.

진짜로 귀여웠다.

“컁컁.”

해왕이는 제대로 짖지도 못하는 목소리로 짖으며 괜찮다고 말해 주었다.

‘아, 치유된다.’

도아는 히죽 웃고는 다시 열심히 앞으로 기어갔다.

도아는 해왕이를 주머니에 넣다가, 그녀의 앞주머니가 제일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해왕이를 작게 하고, 안장이며 기타 짐을 전부 그녀의 벨트에 넣고는 기어 움직였다.

‘아니, 그럼 다른 사람들은 많은 짐을 어떻게 들고 움직이지? 아, 끈 같은 걸로 묶어서 끌어당기나? 그래야겠다. 그래서 기수 데리고 동굴형 던전 공략은 잘 안 하는구나.’

이런 데서 기수를 방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

‘역시 경험하지 않으면 디테일은 모르네.’

도아는 좁은 동굴을 간신히 빠져나왔다.

“드디어!”

도아는 번쩍 만세를 불렀다.

물이 흐르는 소리가 났다.

동굴의 벽면을 적시면서 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마실 수 없는 물일 가능성이 높았다.

‘정화하는 유리 주전자를 써야겠지.’

하지만 슬슬 그것도 귀찮아지고 있었다.

게다가 자는 곳을 찾는 것도 일이었다.

‘방법을 좀 바꿔야 할 거 같아.’

잠잘 때만 오두막을 꺼냈는데, 이제 그 방법이 아니라 다른 방법을 써야겠다.

“해왕아, 어때? 던전 코어까지 절반은 왔니?”

“컁컁.”

“그래도 다행이네. 아, 여기 진짜 시간 감각도 없어서 낮인지, 밤인지. 시간이 얼마나 지나는지도 모르겠어.”

여기서 나가면 꼭 회중시계를 살 테다.

“어째든 오늘은 더 갈 수 있을 만큼 가보자.”

도아는 손에 들었던 비상용 별조각 랜턴을 다시 허리춤에 걸고, 손에 별조각 랜턴을 들었다.

“이걸 A급 네 명이서 공략한다니, 대단하다. 진짜로 손발이 착착 맞아야 될 거 같아. 하긴 그 정도면 던전 공략도 엄청 해서 경험치가 높겠지.”

인간은 대단하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도아는 동굴의 더 깊고 깊은 곳으로 발을 디뎠다.

2주 차

“댄버스 부인, 난 틀렸어. 몰라. 공략 못 하겠어. 여기 진짜 돌 거 같아.”

도아는 테이블에 엎드려서 엉엉 울었다.

그래도 그녀는 너덜너덜해지지 않았다.

투덜거리는 것 치고는 상처도 없고, 보송보송하다.

도아는 “하.” 하고 숨을 내쉬며 테이블을 쓸었다.

“오두막 진짜 쩔어, 최고야. 이거 없었으면 나 이 던전 공략 못 했어.”

세계수의 축복받은 오두막에는 마물이 접근하지 못했다.

도아는 작전을 바꿔서 오두막을 베이스캠프로 썼다.

충분히 공략하고, 힘이 부치면 오두막으로 돌아온다.

그러면 완벽하게 안전했다.

너덜너덜하고 끈적끈적한 진액이 묻은 옷과 신발을 툭 벗고 일단 씻었다.

씻고 나서 부상을 치료했다.

아무리 도아라도 모든 싸움에서 조금의 부상도 없이 완벽하게 승리할 수는 없었다.

분무기 형태 포션과 스프레이 포션을 마음껏 뿌려댔다.

특히 벌레형 마수들은 산이나 독액을 뿌리기 때문에 피부가 엉망이었다.

‘와, 근데 그냥 뿌리면 멀쩡해지네.’

흉터 없이 매끄러운 피부로 돌아오는 걸 보는 건 묘한 중독성이 있었다.

그러고 나면 뜨거운 물이 담긴 욕조로 들어갔다.

“아, 으, 세상에. 하, 진짜 쩐다.”

욕조에 푹 담겨 있다가 뽀송뽀송한 가운을 걸치고 나오면 댄버스 부인이 따뜻한 요리를 가져다주었다.

게다가 그녀의 옷도 깨끗하게 수선되어서 한쪽에 놓여 있었다.

도아는 잠시 테이블에서 댄버스 부인에게 징징거리는 사치를 즐겼다.

사락사락 비단 드레스 자락이 스치는 소리가 나고 부드러운 바람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마워, 못 하겠다는 건 거짓말이야. 어떻게든 해야지. 할 수 있어.”

도아는 그렇게 말하고 몸을 일으켰다.

댄버스 부인이 그릇을 치우는 사이 도아는 명상하며 싸움을 복기했다.

해왕이도 몸을 한 번 털고 안으로 들어와서 도롱도롱 코를 골면서 자곤 했다.

“해왕아아!”

자고 있는 해왕이가 너무 귀엽고 좋아서 도아는 자는 해왕이를 끌어안고 배에 푸푸 바람을 불었다.

처음에는 놀라 컹컹 거리던 해왕은 이제 또 그러냐는 듯 그녀를 바라보고 몇 번 얼굴을 핥아주었다.

“고마워, 그래도 해왕이 같은 파트너가 있어서 다행이야.”

“컹.”

해왕이는 그녀와는 전혀 다른 감각으로 위험을 알려주었다.

첫날 식인 식물에게 당한 게 해왕이에게도 부끄러운 일이었는지, 그 뒤로 숨어 있는 마수가 있을 때는 꼭 그녀를 쿡쿡 차가운 코로 찌르곤 했다.

덕분에 도아는 경계할 때 쓰이는 피로를 줄일 수 있었다.

“아니, 보통 사람들은 이 오두막도 없이 공략할 거 아냐?”

던전에서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

계속해서 기력이 소모되는 소모전이다.

하지만 도아는 오두막에서 기력을 충분히 회복하고, 꿀잠을 잘 수 있었다.

식사도 제대로 된 맛있는 식사다.

이게 얼마나 큰 이익인지 도아는 날마다 날마다 깨달았다.

창문으로 내다보면 마수가 서성이는 게 보이지만, 정작 마수는 이쪽을 아예 인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도아가 문을 열고 포치에 나가도 몰랐다.

그녀가 완전히 오두막에서 몸을 떼야지만 그녀를 인지했다.

그걸 이용해서, 도아는 근처에 온 마수들에게 폭폭 화살을 날리기도 했다.

포치에 서서 활을 당긴다.

마수들은 깜짝 놀라 당황하지만 도아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그러고 나면 베이스캠프 주변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주변 공략이 끝나면 또 안으로, 안으로 계속 오두막을 이동시켰다.

깊이 들어가니 한순간 동굴이 아니라 벽이 매끈하게 다듬어진 형태를 띠고 있었다.

지하 감옥.

동굴형 던전의 발전 형태였다.

도아는 ‘흐’ 짧게 웃었다.

이제부터 나오는 놈들은 대부분 인간형일 터였다.

3주 차

언데드.

렌시아에서는 죽은 자의 시신이 오염되어 움직이는 마수가 된 걸 뜻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좀비도 언데드의 한 종류다.

이 언데드는 대충 3가지 종류다.

하나는 완전히 다 썩은 후에 뼈만 남은 경우.

둘, 좀비나 미라처럼 육체가 있는 경우.

셋, 아예 육체가 없는 유령 형태.

이 A급 던전에서는 이 3가지 형태가 전부 나왔다.

특히 스켈레톤이 가장 많이 나왔다.

이 해골들은 전부 사람처럼 무장하고 종류별로 무기를 들고, 꼭 짝을 이뤄서 다녔다.

‘스켈레톤 병사인가.’

인간처럼 능숙하게 공격해 오기 때문에 상대하기가 귀찮았다. 게다가 공격하면 금방 동료들을 부른다.

게다가 짜증나게 입고 있는 갑주가 제법 괜찮은 놈들도 있었다.

저놈들 사이에도 등급이 있어서 졸개말고 윗급 놈들이 있는 거다.

‘으으, 귀찮다. 진짜.’

게다가 수 싸움에는 밀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는 넓고 높은 복도니까, 활도 쏠 수 있다.

복도에 문도 막 나 있어서 앞뒤로 포위하는 작전을 쓰는 등등, 힘을 빼는 일들이 많아졌다.

‘근데 재미있는 게, 툴레 해골도 있네.’

전부 인간형은 아니었다. 작은 고양이족도 있고, 커다란 늑대족도 있다.

해왕이는 결국 스켈레톤 몇 마리를 꿀꺽 삼켰다.

몸 일부가 처음 봤던 물처럼 변하더니 스켈레톤 병사들을 덮쳐서 슬라임처럼 녹여 삼킨다.

도아는 깜짝 놀랐다.

잠시 후 해왕이의 몸이 흔들거리더니 순식간에 늑대족 스켈레톤으로 변했다.

“해, 해왕아…?”

해왕이 입을 딱딱 거려서 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어색하게 걷는다.

도아는 당황하면서도 착실하게 스켈레톤의 공격에 대응했다.

소형방패로 화살을 쳐내고 해골 눈구멍을 쑤셔서 안쪽의 핵을 파괴한다.

다른 곳을 쳐도 이들은 고통을 느끼지 않으니 소용없었다. 정확한 게 가장 힘을 아끼는 방법이었다.

곁눈으로 보니 해왕이는 삐그덕거리면서 검을 휘두르고 있지만 마구잡이었다.

사족보행을 오래해서인지 제대로 걷는 것도 힘든 거 같았다.

‘아이고.’

그렇지만 같은 마수에게 공격받자, 마수는 당황하는 듯 보였다.

방진이 흐트러져서 도아는 순식간에 나머지들을 쓸어버렸다.

도아의 검은 ‘세계수의 축복받은 검’이다.

마수에게 탁월한 만큼 스켈레톤의 뼈를 자르는 데에도 문제는 없었다.

도아는 대검 모드로 전환, 풍차 돌리기처럼 스켈레톤들을 박살 냈다.

딱딱.

스켈레톤 해왕은 뭔가 말하려는 듯하다가 다시 늑대 모습으로 돌아와 몸을 푸르르 털었다.

“어때? 스켈레톤이랑 늑대랑? 어느 쪽이 더 낫겠어?”

도아가 쿡쿡 웃으며 말하자 해왕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흐아, 귀여워. 털이 있는 채로 있어 줘요, 해왕님.”

도아는 그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실컷 뺨을 비빈 후에 말했다.

“그래도 도와줘서 고마워. 그럼 저 문을 열어볼까?”

닫힌 문을 열고 복도를 지날수록 점점 더 던전은 화려해졌다.

돌벽은 매끈한 대리석 벽처럼 변했고, 돌기둥들은 우아한 아치의 곡선을 그린다. 흐릿해진 금박들과 장식 그림들이 보였다.

한순간 천장도 무척이나 높아졌다.

‘굉장하다…….’

던전 코어에 가까워질수록, 그 힘이 강할수록 던전이 크고 화려해진다는 건 알고 있었다.

이 낡은, 폐허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화려한 지하 궁전을 보면 A급 던전의 위용을 알 듯했다.

“아.”

도아는 멈춰 섰다.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아치형 문이 서 있었다.

넓고 커다란 복도 양쪽에는 갑옷 장식이 쭉 서 있고, 저 끝에 화려하기 짝이 없는 아치형 문이 있다.

‘누가 봐도 저 안에 보스몹 있다.’

도아는 일종의 안도감마저 느꼈다.

드디어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래도 일단 오두막으로 돌아가서, 마지막 준비를 하자. 아냐,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어.’

중간 보스라든가, 그럴 수도 있잖아?

너무 실망하지 않도록 도아는 마음의 고삐를 다시 잡았다.

그래도 흥분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도아는 해왕이에 올라타서 얼른 오두막으로 돌아갔다.

이미 한 번 마수를 쓸고 지나간 지역에는 마수가 나오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다시 마수가 복구되려면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고 들었다.

그래서 안심하고 도아는 가볍게 돌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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