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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 여행사 : S급 먹방대모험 패키지-39화 (4/100)

⊹ 39화 ⊹

실전에서도 도발이 훌륭하게 먹힌다는 걸 알았다.

특히 도아의 마나 속성은 빛.

마물들과는 상극이니, 그야말로 어그로를 제대로 끌었다.

“자, 자, 날이면 날마다 오는 B급이 아니에요!”

도아는 활을 도로 허리춤에 꽂아 넣고 검을 뽑아 든 후에 그대로 골목으로 뛰어내리며 고블린을 베었다.

찌르고, 발로 걷어차고, 베어내고 또 베어낸 후에 다시 한번 걷어차기!

도아가 걷어찬 고블린이 그대로 다른 고블린들을 덮쳤다.

“아우라 아우텅.”

지붕을 손으로 짚어 뭉그러뜨리며 거대한 마물이 다가왔다.

소 같은 머리에 인간 비슷한 몸.

게다가 언어를 쓴다.

저쪽과 이쪽의 언어는 전혀 달라서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와, 말하는 개체.”

도아는 허허 웃었다.

언어를 사용한다는 건, 그만큼 지능이 높다는 이야기다.

이런 개체를 높은 등급 던전에서는 볼 수 있다고 듣긴 했지만―

“사아.”

소머리가 입을 벌린다. 새까만 구체가 바지지직 모여들었다.

솜털이 쫙 곤두섰다.

아까 얼음 숨결처럼 일직선으로 뿜어져 나오는 브레스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번개처럼 산란하며 뻗어왔다.

‘범위 공격, 치사해!’

도아는 바닥을 박차고 지붕 위로, 지붕 위에서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빠지지지직!

기묘한 소리를 내며 검은 번개가 사방으로 튕겼다.

‘아, 쏠 때는 머리가 고정되는구나.’

도아는 재빠르게 소머리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포착했다.

“케에엑!”

비명을 지르며 골목을 가득 메운 고블린들이 쓰러진다.

산란하는 브레스가 닿은 곳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오싹하네. 정면으로 빠르게―는 무리야.’

너무 크게 산란한다.

정면으로 뛰어들었다가 구멍이 숭숭 날 것 같다.

‘연속으로 쓸 수 있나? 얼마나 빠르게?’

도아는 검을 휘두르며 소머리에게 달려들었다.

소머리는 손에 거대한 도끼를 들고 있었다.

쩡!!

검과 도끼가 부딪쳤다고 하기에는 강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큭!”

도아는 이를 악물었다.

힘으로는 밀리지 않는다, 않는데.

‘내가 너무 가벼워!’

무게 때문에 밀리기 시작했다.

“아라라 아우에르에.”

“못 알아들어.”

도아가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

기기긱―!

맞물려있던 도끼와 검이 미끄러지면서 불꽃이 튀었다가, 한순간 둘은 무기를 서로 떼어냈다.

“한손 검 모드!”

도아 손에 있는 검이 가늘고 짤막해졌다.

텅!

오른손에 든 검을 좌에서 우로 힘껏 휘둘러서 도끼를 퉁겨낸다.

동시에 도아의 왼손이 허리춤에 있는 비도를 뿌렸다.

팍팍

덩치가 큰 만큼 표적도 크니, 비도는 소머리의 다리와 몸뚱이에 박혔다. 하지만 작은 비도는 적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크오오오!”

도아는 날아오는 도끼를 피했다.

쿵!

바닥에 도끼날이 박혔다가, 그 거대한 도끼를 다시 회수한다고 할 수 없는 속도로 도끼를 다시 아래에서 위로 휘두른다.

도아는 검으로 도끼날을 막아냈다.

엄청난 힘 때문에 도아의 몸이 허공으로 퉁겨져 올라갔다.

바지지직!

그 기회를 기다렸다는 듯 소머리가 입을 벌리고 아까 그 검은색 구체를 모았다.

“응, 그럴 줄 알았어. 연검 모드.”

도아의 검이 마치 비단으로 된 끈처럼 춤추며 길게 쭉 늘어났다.

마치 뱀처럼 쏘아져 나간 연검이 휘릭 소머리의 목을 감았다.

“!!”

도아는 검을 앞으로 당기며 그 힘으로 허공에서 몸의 위치를 이동했다.

빠지지지…… 직…….

허공에 산란한 검은 번개가 도아의 망토에 아슬아슬하게 구멍을 남겼지만, 머리가 날아간 게 먼저였다.

휘익

도아가 크게 검을 떨쳐서 목을 날려버리고 소머리의 몸을 뛰어넘어 바닥에 착지했다.

무릎을 꿇은 소머리의 몸뚱이 앞으로 쓰러졌다.

도아가 “휴.” 하고 웃었다.

“도움도 안 되는 작은 비수를 왜 쓰나, 했지? 마나의 흐름이 느려지는 독이 발라져 있거든.”

구체를 모으는 데 처음에는 3초, 하지만 독 때문에 느려졌을 테니 5초.

2초 차이면 목을 먼저 날릴 거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지능이 있는 것치고는 약하지 않았나?’

스켈레톤 장군 쪽이 더 강했던 거 같은데?

도아는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비수와 아이템을 회수했다.

고블린들은 아까 그 검은 번개 때문에 대부분 쓰러졌다.

도아의 도발로 모여 있었던 게 원인이었다.

도아는 가볍게 달려서 일행을 따라잡았다.

오두막 앞에 덜덜 떨면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걸 보니 미안해졌다.

“아, 역시 문 안 열렸어요? 아이고.”

도아가 달려가 오두막 문을 활짝 열며 말했다.

“다들 어서 들어오세요.”

❖ ❖ ❖

쿠낙과 로베른은 일단 근처에 있는 가장 큰 마을에 들러 부상자를 맡겼다.

모험가 길드의 지점이 있는 규모의 마을이었다.

쿠낙과 로베른은 안면만으로도 통했다.

부상자를 맡기고 정보를 물었지만, 모험가 길드 지점에서도 파악하고 있는 내용이 없었다.

“주변 마을을 돌면서 탐문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군.”

로베른이 중얼거렸다.

“가죠.”

더는 있을 필요도 없고, 있고 싶지도 않은 마을을 쿠낙은 빠르게 빠져나왔다.

나란히 길을 걷게 된 쿠낙과 로베른은 잠시 침묵했다.

쿠낙은 각각 다른 곳을 도는 게 낫지 않느냐는 말을 하려다가, 상대의 반응이 귀찮아서 그냥 놔뒀다.

걷던 로베른은 진지하게 물었다.

“마검은 B급을 어떻게 생각하나?”

“질문의 의도를 모르겠습니다.”

“말 그대로의 질문이라네. 짐보다 먼저 B급을 알았으니 말이야. 언제부터 알았지?”

“오래전부터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아닌 거 같군요.”

로베른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오래전부터?”

“저도 여러 가지 사정이 있으니까요.”

어이없다는 듯 로베른이 말했다.

“사정없는 모험가는 없어.”

“그런가요?”

“아니지, 짐이 실수했군. 사정없이 강한 모험가는 없어.”

강한 모험가가 되려면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

돌바닥에 떨어진 제 피를 핥아먹을 만큼 처절한 노력이 있어야지 위로, 위로 올라올 수 있다.

그만큼의 노력을 하려면 동기가 있어야 하고, 그 동기는 보통 개인사정이 되곤 한다.

“그쪽도 그런 사정이 있습니까?”

“있지, 그야 물론.”

로베른이 비릿하게 미소 지었다.

“궁금한가?”

“아뇨. 전혀.”

빠르게 대답하자 로베른이 이어 물었다.

“마검은 B급이 수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 점이 저에게 중요할까요?”

쿠낙의 말에 로베른이 흐 하고 웃었다.

“중요하지. 언제, 어디서, 어떤 선택지를 선택하게 될지 모르는데.”

그 말에 쿠낙은 로베른을 바라보았다.

“그 선택지를 고를 때, B급이 뭘 하는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쿠낙은 질문을 돌렸다.

“당신도 엄청나게 수상하게 보인다는 걸 압니까?”

“하지만 난 여기 사람이지. B급은 아니고.”

로베른은 눈을 가늘게 떴다.

“게다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며, 생각하는 방향, 무지. 모든 게 그저 ‘남대륙에서 왔습니다.’라는 말로 퉁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B급이 멍청하거나, 아니면 우리를 멍청하게 생각했거나 인데. 어느 쪽이건 B급이 멍청하다는 결론이 나니 안타깝군.”

쿠낙이 물었다.

“그럼 그쪽은 도아 양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로베른이 손을 펴서 방향키를 움직이듯 좌우대각선으로 흔들며 말했다.

“아슬아슬하네. 경계선이랄까. 적이 된다면 귀찮겠지.”

“도아 양이요?”

“설마 아주르 나자크라는 것만으로 B급이 선량하고 착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아닙니다.”

“마검에게 아주르 나자크가 특별하다는 건 알지만.”

쿠낙이 휙 로베른을 바라보았다.

검은 눈이 차갑게 그를 노려보았다. 로베른의 푸른 눈이 그 시선을 여유롭게 받아 넘긴다.

“마검 역시 S급 모험가라는 걸 잊지 않아 줬으면 좋겠군.”

로베른이 그러며 걸음을 늦췄다.

“다른 마을은 저쪽이니, 짐은 이만 가 보지. 나눠서 탐문하는 편이 낫겠지.”

로베른의 기척이 완전히 멀어지자 쿠낙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아에게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는 건 쿠낙도 잘 알았다.

―남대륙에서 왔으니까.

라며 적당히 넘기는 일에도 한계가 있었다.

의심하자면 끝이 없었다.

[나 믿죠?]

그 한마디에 그는 마검을 그녀 손에 넘겼다.

무엇을 믿었을까?

쿠낙은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쿠낙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

그녀도 잃어버린, 아니 기억하지 못하는 그 말에 매달리고 있나?

아니면…….

아주르 나자크.

마검 처형자.

그랬다.

어쨌든 그는 아주르 나자크를 믿고 있었다.

어떤 형태로든 말이다.

❖ ❖ ❖

오두막 안은 온기로 가득했다.

화덕 안에서는 화염석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남은 기사단원은 열 명이 채 되지 않았다.

작은 오두막을 꽉 채우는 인원수였지만, 베리가 얼마나 차를 많이 끓여 놨던지 모두가 마시고도 차가 남았다.

하지만 따뜻한 차를 마셔도 몸이 따뜻해지지 않았다.

도아는 레―소소에게 뜨거운 욕조에 들어가라고 권했다.

“저, 저 혼자 그런 사치를…….”

“괜찮아요. 그쪽이 가장 몸집이 작아서 위험해요.”

몸이 작으면 추위에 견딜 수 있는 힘도, 체력도 적다. 지금 가장 먼저 체온을 올려야 하는 건 레―소소였다.

도아의 말에 레―소소는 뜨거운 욕조에 들어갔다.

어쩐지 긴장이 풀리면서 계속해서 눈물이 쏟아졌다.

한참 울고서 부어오른 눈을 식히고 나왔을 때는 도아 역시 기사들의 상태를 거의 다 살핀 후였다.

전원 늑대족으로 구성된 기사단인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해야 할까?

아니었으면 추위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도아는 치료하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마을이 텅 비어 있었다고요?”

“네, 저희가 이 마을에 들어왔을 때에는 이미 마을이 비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가려고 해도 나갈 수가 없었고요.”

부상을 치료받은 늑대족 기사들이 삼삼오오 도아 앞에 모여서 말했다.

오염 때문에 상처가 곪아서 도려내야 하는 처치를 받아야 하는 자들도 많았다.

아니면 오염 때문에 중병에 걸린 자들도 있었다.

프란츠도 막상 살펴보니 털이 숭숭 빠져 있었고, 오염 때문에 폐가 상해 있었다.

털이 한 번에 자라지는 않았지만 이제 기침은 사라지고 제법 괜찮은 낯빛과 촉촉한 코를 하고 있었다.

솔직히 도아는 늑대족을 볼 땐 코를 많이 보게 됐다.

종족이 다르니 낯빛을 살피는 게 어려웠다. 라크샤샤가

“냄새로 파악해.”

라고 했지만 인간인 도아에게는 그것도 어려웠다.

물론 보통 인간보다 후각도 좋기는 하지만 본래부터 후각이 좋은 툴레를 이기는 건 무리였다.

그래서 각종 도구를 사용하게 되는데, 라크샤샤가 인간 제자를 위해서 고안해 낸 물건들이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하여튼.

늑대족은 인간보다 골격도 크고 키도 크다. 여성 늑대족들도 전부 도아보다 컸다.

그들이 번갈아 말했다.

“심지어 오염 그 자체인 것도 있었습니다.”

“맞아, 그 오염의 소용돌이 같은 거에 당하면 뼈도 안 남았어요.”

“소용돌이? 작은 날벌레처럼 보였어.”

“아냐, 날벌레가 아니라 그냥 검은색 안개같이 보였어요.”

“하여간 거기에 닿거나 스치면 그때부터 크게 앓게 됩니다. 그것만 아니었으면 저희가 마물에게 그렇게까지 당하지는…….”

잠시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레―소소가 작게 헛기침을 하고 나왔다.

“욕조를 사용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레―소소.”

프란츠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다가갔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도아 님. 레―소소도 한번 살펴 주십시오.”

“물론이에요.”

도아가 웃으며 레―소소를 의자에 앉혔다.

“어디 보자, 특별히 아픈 곳이 있나요?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곳이나요?”

레―소소는 고개를 휘휙 저었다.

“아니에요, 저는 무사해요. 모두가 지켜주셔서…….”

양손으로 꾸욱 옷자락을 잡는 레―소소의 얼굴을 도아가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럼 훌륭하네요. 기사단원들이 무사히 임무를 완수한 거니까요.”

읏, 하고 고개를 든 레―소소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도아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렇지요?”

“네에…….”

코맹맹이 소리를 내는 레―소소를 기사단원들은 슬쩍 모른 척해 주었다.

그들 역시 레―소소가 그동안 느꼈던 중압감을 모를 리가 없었다.

레―소소가 도아에게 물었다.

“그, 그런데 유명한 모험가 분이시지요? 제가 견문이 짧아 알아보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만…….”

“아, 아니에요. 자기소개도 안 했네요. 김도아라고 해요.”

레―소소가 재빠르게 의자에서 일어나서 치맛자락을 양손으로 잡고 인사를 했다.

“김도아 님께 레―소소가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별말씀을.”

도아가 마주 인사했다. 레―소소가 물었다.

“실례지만 도아 님은 무슨 급이신가요?”

“B급이에요.”

“B급…….”

멍하니 레―소소는 도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한 번도 B급 모험가를 본 적이 없었다.

사실 가장 많이 보는 건 F급 모험가일 터였다.

능숙하게 일을 처리하는 C급 모험가들은 그래도 성에서 본다.

특별 C급을 단 모험가라면 능숙한 중견 모험가로서 대접을 받는다.

‘이런 분이 B급.’

그 소머리 마물은 자신이 보기에도 무시무시했다. 그런 것과 단신으로 싸워서 가뿐히 승리하는 사람이 B급.

‘대단하다…….’

레―소소가 입술을 꼭 깨물고 의연한 표정을 지었다.

“모험가 김도아 님께 산―모아 가문의 레―소소가 정식으로 의뢰합니다. 저희 일행을 이 마을에서 꺼내 주세요. 보상은, 보상은…….”

힘껏 말은 꺼냈지만 보상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았다.

‘떨고 있어.’

소녀는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맞잡은 손이 애처롭다.

필사적으로 자신의 가신들을 살리려고 애쓰고 있었다.

도아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아, 정말로.’

강해서 다행이다.

도아는 용맹한 기사가 된 기분으로 한쪽 무릎을 꿇으며 레―소소의 손을 가만히 맞잡았다.

“보상은 나중에 생각하지요. 의뢰는 받겠습니다. 레―소소.”

레―소소의 뺨이 발그레하게 달아올랐다.

“네……. 네……!”

꼬르르륵

그때 레―소소의 뱃속에서 거기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

레―소소의 뺨이 더욱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그러니까, 저는―”

도아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레―소소 혹시 체리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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