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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 여행사 : S급 먹방대모험 패키지-52화 (80/100)

⊹ 52화 ⊹

‘완전 손도 못 쓰고 떨어졌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시체를 살피던 도아는 의아함을 느꼈다.

‘장비가 왜 이래?’

처음에는 전부 벗겨간 건가 했는데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시체를 이렇게 내버려 두고 옷과 장비만 홀랑 가져간다고?

거기다가 신발에 양말까지?

그게 무슨 동료야.

‘게다가 단련한 흔적도 안 보여. 이거 혹시…….’

미끼인가?

도아는 눈을 찌푸렸다.

베리의 과거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노예의 목숨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건 거부감이 든다.

평화로운 곳에 사는 현대인이라서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하여간 무방비의 노예 하나만 잃었군. 흔적을 살피면…….’

맨발인 사람이 아직 두 사람 더 있다.

미끼를 셋이나 데리고 다닌단 말인가.

‘좋은 모험가만 있는 게 아닙니다, 라는 충고를 들은 게 얼마 전이지만. 그렇다고 실제 사례를 내게 보여 줄 필요는 없는데.’

푸드덕 푸드덕

날갯소리에 도아는 사슬낫을 검 형태로 되돌렸다.

도아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캬아아악!”

“캬악!”

“캭캭캭!”

왜 시신을 수습 못 했는지 알겠다.

거대한 새들이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도아는 순간 긴장해서 몸을 굳혔다.

그러나 곧 새들이 입을 벌려 뭘 쏘아내는 게 아니라 날아와서 공격하는 걸 보고 안심했다.

어차피 임팩트 점이 있다면, 활을 쏘지 않아도 된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공격하는 새를 스텝으로 흘려서 피하는 것과 동시에 들고 있는 검으로 목을 냅다 내리친다.

“꾸엑!”

‘단단하긴 한데―’

도아의 눈이 무심하게 목이 떨어진 새에서 다른 새로 옮겨갔다.

‘그래봐야 D등급 수준인데?’

두 번째, 세 번째 공격을 한두 걸음 물러나거나 몸을 비트는 걸로 피하고 가격.

퍽, 퍽

한 번 칼질 할 때마다 한 놈이 떨어졌다.

날아다니는 놈들이 뭔가 마법적인 걸 쏜다면 공략이 힘들지만, 그냥 새라면 다르다.

하지만 커다란 새는 그 자체로도 위협적이기는 하니까.

‘절벽 때문에 당황한 상태에서, 새의 공격을 받았구나.’

마수의 등급 자체는 높지 않은데, 지형지물이 문제였다고 할 수 있겠다.

도아는 검을 가볍게 털고 주변을 살폈다.

절벽에서 떨어졌지만 그래도 도아가 있는 곳은 제법 높은 곳이라 아래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완전히 정글이네.”

울창한 숲이 끝없이 펼쳐진 것처럼 보이지만, D 등급이 그렇게 넓을 리는 없으니 아마 보이는 것만 그렇겠지.

도아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소리쳤다.

“이봐요!! 누구 없어요?!!”

쩌렁쩌렁하게 온 숲에 도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아는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어디선가 희미한 목소리라도 들릴까, 싶었는데.

‘다른 소음이 너무 커.’

물소리와 새소리가 너무 컸다.

조명탄이라도 쏘아 올릴까 잠시 기다렸지만, 아무런 신호도 없었다.

‘설마 전멸했나……?’

끄응, 하고 도아는 일단 아래쪽으로 몸을 날렸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가볍게 쭉쭉 뛰어서 내려가 착지했다.

내려와 도아는 한숨을 삼켰다.

‘길이 없어.’

할 수 없이 원숭이처럼 나뭇가지 사이를 타고 다니기로 했다.

그게 땅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을 거 같았다.

“끼끼끼!”

“끼끼!”

나뭇가지 사이로 원숭이처럼 생긴 마수들이 돌아다니긴 하지만. 뭐.

도아는 손안에 검을 휙 돌렸다.

“마체테 모드.”

익숙한 형태의 정글도로 검의 모습이 바뀌었다.

무릎을 굽혔다가 펴면서 단숨에 나무 기둥을 박차고 도아는 가지 위에 발을 올렸다.

무게를 견디지 못한 낭창한 가지가 휘어지는 그 순간 절묘한 균형으로 다시 다음 가지로 뛰어올랐다.

“끼끼!”

달려드는 마물을 향해 마체테를 휘두르고, 다음 가지로 사뿐히 내려앉는 묘기를 선보이며 도아는 앞으로 앞으로 향했다.

“…… 악!”

그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도아는 휙 고개를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목소리였다.

그때부터는 일직선으로 날듯이 달려왔다. 마지막에 휙 하고 두꺼운 가지에 안착한 도아는 눈을 찌푸렸다.

그녀의 눈앞에는 제법 넓은 호수가 펼쳐져 있었다.

푸른색의 아름다운 호수의 절반은 절벽으로 감싸여 있었다.

절벽에서는 폭포가 떨어지고 있었다.

세 줄기 정도로 갈라져서 떨어지는 멋진 폭포였다.

중간중간 절벽에 용소가 있고, 거기서 다시 물이 떨어져 내린다.

그런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폭포 바로 아래― 그러니까 물이 가장 깊은 곳에 밧줄에 묶인 사람이 떠 있었다.

‘죽었군.’

저절로 눈이 찌푸려졌다.

그리고 그 위에 폭포에 한 사람이 또 매달려 있었다.

폭포 물을 연신 맞고 있었지만 버둥거리는 게 보였다.

‘마수가 밧줄을 쓰나?’

그때 폭포 아래 있는 넓은 호수에 검은색 그림자가 비쳤다.

‘우와.’

도아는 그 크기에 오싹함을 느꼈다.

심지어 빠르다.

도아는 힘껏 몸을 날려 호수 가장자리로 뛰어내렸다.

허리춤의 활 줌통을 꺼내며 활 날개를 펴고 동시에 화살을 당긴다.

촤아아악!

물살을 가르며 커다란 물뱀이 솟구쳐 올랐다.

푸른색 비늘이 무척이나 아름다웠지만, 형태는 무서웠다.

입을 쩍 벌리고 한 번에 밧줄에 매달린 사람을 삼키려 뛰어오른다.

‘늦겠어!’

화살이 빠르게 날아갔지만 사람이 먼저 먹힐 거 같다, 라고 생각할 때였다.

물뱀의 머리가 홱 당겨졌다.

“?!”

물뱀이 옆으로 당겨지면서 도아의 화살도 폭포에 빗맞았다.

보니 밧줄로 함정을 설치해 놓았는지, 물뱀의 목이 밧줄에 묶여 있었다.

그걸 세 사람이 힘껏 당기고 있었다.

“당겨!”

“으아아아!”

그러나 마수는 마수다.

물뱀이 몸을 뒤틀자 사람들이 질질 끌려오기 시작했다.

“아, 안 되겠어!”

“제길!”

“놓지 마! 버텨!”

도아는 두 번째 화살을 당겼다.

이번에는 정확하게 물뱀의 목에 맞았다. 물뱀이 발작하듯 바둥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밧줄을 당기던 모험가들이 더 끌려가기 시작했다.

“뭐야! 누구야!”

“쏘지 마! 쏘지 마!”

도아가 달려가며 소리쳤다.

“그냥 밧줄을 놔요!”

그러자 저쪽에서도 지지 않고 악을 썼다.

“죽이면 안 된다고!”

“일단 놔!”

‘죽이면 안 된다고?’

도아는 세 번째 쏘려던 화살을 내려놓았다.

모험가들은 결국 밧줄을 놓았고, 물뱀은 호수 속으로 미끄러져 잠수했다.

도아가 도착하니 남자들 셋이 바닥에 쓰러져서 헉헉거리고 있었다.

힐끗 그들을 바라보고 도아는 더 높이 몸을 날렸다.

밧줄에 매달려 있는 사람은 기절했는지 이제 축 늘어져 있었다.

‘애잖아?’

도아는 밧줄을 자르고 떨어지는 사람을 꽁꽁 묶은 밧줄 끝을 붙잡았다. 꽤 격하게 움직였는데도 깨지 않았다.

이제 십 대 중반쯤 됐을까?

비쩍 마른 남자아이였다. 아무리 봐도 같은 모험가 일행으로 보이지 않는다.

‘역시 미끼인가?’

도아가 착지해서 조심스럽게 남자아이를 내려놓고 단검으로 밧줄을 끊어주었다.

모험가 중 한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구쇼?”

‘말이 짧네.’

“구조 요청했지? 구하러 왔어.”

도아의 말에 그가 놀란 듯 말했다.

“이렇게 빨리?”

“누비 마을에 있었거든.”

“몇 급이야?”

“B급.”

B급이라는 말에 남자들은 놀란 듯 움찔했다.

도아가 말했다.

“그쪽은?”

“D급이요.”

도아가 천천히 일행을 둘러보았다.

다들 이쪽에서는 제법 잔뼈가 굵어 보였다.

마흔 중반에서 후반쯤 됐을까?

‘하지만 모험가보다는 사냥꾼 같은걸. 그것도 질 나쁜 밀렵꾼.’

도아가 물었다.

“이 남자애는 왜 묶어 놓은 거야?”

“미끼로 쓰는 거 못 봤소?”

“…….”

“그 반응을 보니 그랑 출신인가 본데, 노예니까 어떻게 쓰든 내 맘이오.”

남자는 침이라도 뱉을 태도로 말했다. 도아는 태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애랑 도구 챙겨. 던전 공략 끝낼 테니까.”

“아니, 잠깐. 그게 말인데…….”

순간 남자의 표정이 비굴한 웃음이 떠올랐다.

“우리는 노예도 둘이나 잃었어. D급 던전으로는 수지가 안 맞아. 부상자도 있고.”

“그래서?”

“저 물뱀을 산 채로 잡아가야 하는데…….”

도아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마수를? 산 채로 잡아간다고? 저 큰 걸? 어떻게?”

“물에서 나와도 저 괴물은 안 죽어. 밧줄로 꽁꽁 묶어서 가져가면 되지.”

“어디에 쓰려고?”

도아가 눈을 찌푸렸다.

순간 남자의 눈이 번득였다.

탐욕이 눈에 비친다.

“아주르 나자크님이셨군요.”

곧이어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남자는 멋쩍은 얼굴을 해 보였다.

“이거 아주르 나자크님이 보시기에는 부끄러운 얘기지만, 마물 투기장이 있습니다. 거기서 항시 이런 강한 마물을 모집하고 있지요.”

‘투기장…….’

하, 진짜.

도아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 선택지가 있다.

1. 마물을 잡아 준다. (내가?)

2. 기다릴 테니 잡으라고 한다. (노예가 다시 미끼가 되어서 먹히는 걸 라이브로 지켜볼 가능성이 높네, 하.)

3. 다 기절시켜서 끌고 나간다.(무척 귀찮다.)

도아의 손에서 마체테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남자가 침을 삼키고 그 칼을 바라보았다.

그의 절반이나 살았을까, 싶은 나이로 보이지만 B급이다.

등급은 절대적인 기준이었다.

도아가 픽 웃고 말했다.

“그럼 뭐 줄 건데?”

“예?”

남자가 놀라 되물었다.

도아가 말했다.

“아니, 내가 여기 구하러 와줬잖아. 너희들끼리 저 물뱀을 꺼내지도 못할 거 같은데. 내가 너네 구해 줬는데 뭐 줄 건데?”

남자는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그러면 저희가 받은 돈을 나눠서…….”

“그깟 푼돈?”

그 말에 뒤에 있는 남자 중 한 명이 발끈했다.

“푼돈이라니!”

“구조 요청 따위 하는 게 아니었어. 내가 뭐랬어? 돈 낭비라고 했잖아?”

뒤에 두 사람이 투덜거리자, 도아와 이야기하고 있던 남자가 낮게 말했다.

“둘 다 조용히 해.”

그 말에 둘이 입을 딱 다물었다. 슬그머니 남자의 눈치를 본다.

“이분 도움 없이 우리끼리 여기서 나갈 수 있어? 그 절벽을 다시 기어 올라갈 수 있냐고.”

“그야…….”

“뭐…….”

웅얼거리며 둘은 고개를 숙였다.

남자가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희를 구하러 와 주신 분께 저희가……. 아, 일단 차라도 한잔 대접하겠습니다. 거래는 그러며 이야기하지요.”

도아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가 기절한 아이에게 걸어가 발로 몇 번 걷어찼다.

그래도 도아가 있어서 살살 건드리는 듯 보였다.

“야, 야, 일어나서 물 끓여. 야!”

남자아이는 끔벅끔벅 눈을 뜨더니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났다.

“빨리! 차 가져와!”

남자아이는 도아를 보고 놀란 얼굴을 했다가 남자가 소리치자 얼른 짐쪽으로 향했다.

“벙어리라 싸긴 한데, 영 굼뜨네요.”

남자가 그렇게 말하고는 도아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저는 D급 모험가 벤토라고 합니다.”

“도아라고 해.”

“진짜 B급이십니까?”

“궁금하면 덤비든가.”

도아의 말에 벤토는 넉살 좋게 웃어 보였다.

“무슨 그런 무서운 말씀을. 저쪽은 사오라고 하고, 저 녀석은 카츠입니다.”

사오와 카츠가 어색하게 인사를 해 보여서 도아도 고개를 끄덕해 주었다.

벤토는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았다.

셋은 고향 친구다.

죽은 노예도 아끼던 인간이라서 아쉽다.

비싸게 샀는데 마음이 아프다.

어떻게든 돈을 만들어서 고향 집에 보내주려고 한다.

투기장이 불법은 아니다.

이런 일로 돈을 버는 모험가들도 제법 많다.

아무래도 등급 낮은 던전은 돈이 안 되다 보니 그렇다 등등 하는 이야기였다.

그사이에 소년이 차를 가지고 왔다.

어울리지 않게 고급 차인지 좋은 향기가 났다.

천천히 한 모금 마시고 도아는 픽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았다.

“맛있네.”

“저희 고향이 차로 유명해서요. 차만큼은 좋은 걸 가지고 다니지요.”

도아는 차를 마시며 생각했다.

‘자, 어쩐다. 어울려 줄까? 말까.’

도아는 힐끗 노예 소년을 바라보았다. 일을 끝낸 그는 한쪽에 가서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어울려 주지 뭐.’

결정하고 도아는 차를 천천히 전부 마셨다. 어쨌든 고급 차는 고급 차였다.

“그래서, 나에게 어쩌라는 건…….”

말을 끊고.

컵을 떨어트리고.

“뭐, 어…….”

당황한 표정, 말투.

캬. 김도아 어디 가서 상 받는 거 아니냐?

마지막으로 몸을 감싸려는 동작을 하지 않고 앉은 자세 그대로 옆으로 넘어가기.

“이, 나쁜…….”

그래도 B급이니까 마지막까지 저항해 주기.

저열한 놈이라고 노려보며 욕하기.

도아가 생각해도 자신이 연기 대상급 연기를 하는 거 같았다.

벤토가 비열한 웃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센 척하면서도 순진하게 그런 걸 납죽납죽 받아먹고. 그랑 출신들이 이래서 참 좋다니까?”

“저걸 한 잔 다 마시고도 움직일 수 있다니…….”

“좀 더 기다려. 약이 더 퍼져야 해. B급이 대단하긴 대단하군.”

도아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죽었나?”

“아니, 숨 쉬잖아. 잠깐 더 기다려.”

남자들이 도아를 두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밧줄로 묶을까? 어떻게 하지? 투기장에 팔 거야?”

“아니 약이 언제까지 들 줄 알고. 지금 저거 한 잔 다 마시고도 살아 있잖아? 제길. 어떻게 하려고 약을 먹였어? 그냥 죽이고 튀자.”

의견이 오가는 가운데, 벤토가 말했다.

“아니, 눈알만 파내고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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