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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 여행사 : S급 먹방대모험 패키지-57화 (85/100)

⊹ 57화 ⊹

“인성으로 유명한 사람인가 보네요.”

도아의 말에 레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들은 소문만 해도 여럿이라서, 그런 미친 사람이라면 링 리더인 게 위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아는 그런 소문들이 궁금해졌지만 참고 말했다.

“그런데 순순히 ‘우리가 범인이다!’ 하고 밝힐 줄은 몰랐어요.”

“여기서 우리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테니까요.”

말하고 레하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정말로, 제 측근 가운데 배신자가 있었군요.”

“…….”

위로의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도아는 괜히 돌멩이만 툭 걷어찼다.

레하가 헛기침을 하고 말을 돌렸다.

“그런데 마법사가 이런 짓을 하다니. 마법사 링 출신은 아니고 안티 링일까요?”

“그 안티 링은 또 뭔가요?”

도아의 질문에 레하가 ‘아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참, 남대륙에서 오셨지요?”

그가 간단히 설명했다.

“마법사들은 본인들의 질서를 세우고 마법사 링을 만들었습니다. 정식 마법사는 전부 이 링 소속이지요.”

“거기까지는 알고 있어요.”

“그럼 간단합니다. 안티 링은 이 링에 반대하는 세력이지요. 링에 소속하지 않는 마법사 집단을 이르는 말입니다.”

“링에 소속되지 않았으면서 안티 링에는 소속되어 있는 건가요.”

그룹이 싫으니까, 그룹을 싫어하는 그룹을 만들다니.

모순 아냐?

도아의 말에 레하가 껄껄 웃었다.

흙바닥을 구르느라 고급스러운 외출복에 진흙이 묻어 있었다.

그래도 여유를 되찾은 얼굴이다.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하여간 안티 링 중에 가장 큰 곳은 링브레이커인데. 흠……. 그곳 소속인지 시체를 가져가서 봐야겠습니다.”

“문신이라도 새기나 보죠?”

“네.”

“하.”

도아는 짧게 웃었다.

마법사 링은 문신 강요 같은 거 안 하겠지.

도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안티 링이랑 빛모래가 무슨 관계일까요?”

“저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도아는 뺨을 긁적였다.

“하지만 오염을 막아 주는 역할이 있으니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 냈는지도 모르겠네요.”

마법사는 몸에 오염을 축적하니까.

“그럴지도 모르지요.”

레하가 말했다.

도아와 레하는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도아가 천천히 말했다.

“어쨌든 안티 링에게 빛모래가 대량으로 필요한 일, 그것도 몰래 필요한 일이 생겼다고 하면…….”

안티 링은 레하를 구워삶아 몰래 빛모래를 공급받을 생각이었던 게 아닐까?

딸의 목숨을 담보로 한다면 물론 공짜가 되겠지.

“평화적으로 해결을 하려고 한 걸까요…….”

이렇게까지 절망에 몰아넣고서, ‘우리는 딸을 고칠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 접근한다.

몰릴 대로 몰렸으니 레하는 안티 링의 손을 잡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오랜 병간호만큼 사람을 지치게 하는 게 있을까?

그때 ‘단숨에 낫게 해 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등장한다면?

“그들의 평화겠지요.”

레하가 으르렁거렸다. 도아는 움찔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오늘 레하를 죽이려고 했네요. 한마디로…….”

첫 번째 마법사는 애초에 죽일 생각으로 마법을 썼다.

두 번째는 거래를 제시하긴 했지만, 말이 거래지 죽일 마음이 가득한 게 보였다.

도아가 쓴웃음을 지었다.

레하는 눈을 꾹 감고 말했다.

“디아르가 나아졌다는 이야기가 벌써 저들의 귀에 들어간 거지요.”

그렇다면 디아르가 완전히 낫기 전에 레하를 처리하고, 연약한 후계자를 조종하자―라고 결론 내릴 법하다.

정말로 최측근이 옆에서 정보를 팔아넘기고 있는 거다.

“일단 한번 저놈을 살펴봅시다.”

도아는 죽은 마법사를 발로 휙 뒤집고 옷자락을 뒤져 보았다.

“아.”

바스락거리며 쪽지 같은 게 나왔다.

암호로 쓰여 있기는 한 거 같지만.

‘고급 종이에. 필체도 단정하고. 범인인가? 아니면 아까 그 스승인가?’

“이런 게 나왔는데…….”

도아가 쪽지를 레하에게 내밀었다.

레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쪽지를 받아들었다.

도아가 그런 그를 바라보는데 시야 바깥쪽에서 뭔가가 반짝였다.

깜박깜박

퀘스트 업데이트 알림

‘이건 또 뭐람?’

그동안은 이런 거 없었잖아요, 하면서도 도아는 손가락을 두 번 튕겼다.

[메이표 가이드 모드 패치 0.1 안내]

1. 퀘스트가 업데이트되면 알림이 가게 되었습니다.

2. 단서 추적용 가이드가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엇, 아니…….’

먼저 공지사항이 팝업으로 떠서 도아는 얼떨떨해졌다.

‘그렇구나. 메이 과장님. 패치했구나. 0.1이면 앞으로도 패치되는 건가.’

도아는 중얼거리며 공지 창을 닫고 퀘스트 목록을 살폈다.

퀘스트

범인은 이 안에 있어!

산―다르크의 후계자인 레―디아르가 독에 당해 쓰러졌다!

모두 병이라고만 생각하는 상황!

독인 것을 밝혀내고 범인을 지목하자.

독인 게 밝혀졌다!

범인을 위한 단서를 모으자.

1. 고급 종이로 된 쪽지

2. ?

3. ?

단서 추적을 하시려면 엄지손가락을 다른 네 손가락으로 감싸서 눌러 주세요!

보상

▸ 500 세계수 포인트

▸ 긴급호출 버튼 (3회용)

도아는 퀘스트 창을 끄고 슬쩍 단서 추적을 켜 보았다.

현재 이곳에는 단서가 없습니다.

짤막한 문장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저 쪽지가 전부였나?’

레하가 쪽지를 도아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일단 도아 님께 돌려드리겠습니다. 가능하면 저와 함께 범인을 찾아주시지 않겠습니까?”

곰은 이를 악물었다.

“저는, 저는 도무지…….”

“너무 가까워도 보이지 않는 게 있지요. 알겠습니다.”

오히려 반가운 일이라, 도아는 냉큼 의뢰를 받았다.

그녀가 빛모래를 둘러보고 말했다.

“그럼 일단 돌아갈까요? 그 마법사들이 그냥 포기할 것 같지는 않고……. 일단 디아르에게 돌아가 보는 게 좋겠어요.”

그 말에 레하는 퍼뜩 정신이 든 듯 고개를 정신없이 끄덕였다.

“맞습니다. 디아르!”

허둥지둥 두 사람은 협곡을 빠져나왔다.

레하는 단서가 될 시체를 두고 갈 수는 없다며 시체를 둘러멨다. 그러고도 상당히 빠르게 움직여 도아는 감탄했다.

‘그러고 보니 실제 곰도 시속 50km 정도로 달릴 수 있다고 했지.’

곰족은 그보다는 느릴지도 모르지만, 지구력은 좋을 거 같았다.

하지만 내리막길에서는 몸이 가벼운 도아 쪽이 훨씬 더 빨랐다.

도아가 속력을 늦추며 레하에게 질문을 던졌다.

일단 가는 동안 최측근 후보에 대해서 알아둬야 하지 않겠는가?

“그럼 디아르가 나아졌다는 걸 알 수 있는 최측근은 누구인가요?”

“아, 그렇군요. 일단은.”

레하는 후 하고 한숨을 내쉬고 허공을 바라보았다.

“집사장인 길리안이 있습니다. 그는 아버지 대부터 함께해 온 사람이지요.”

집사장 길리안.

체크.

“그리고 제 젖형제이자 오랜 친구인 파드가 있습니다. 기사단장을 맡고 있지요.”

기사단장 파드.

체크.

“마지막으로 디아르의 유모인 틸다가 있습니다만……. 틸다는 빛모래에 대해서는 모르거든요.”

“어쨌든 디아르의 상태는 아는 거니까요.”

유모 틸다, 체크.

도아는 머릿속으로 인물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물었다.

“이 세 사람이 전부인가요?”

“디아르의 상태를 이렇게 빠르게 알 수 있는 사람은 이 셋입니다.”

“하녀나 약초사는요? 그리고 그 세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주변에 이야기할 수 있잖아요?”

좋은 일이니까.

레하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이러다가 갑자기 다시 디아르의 상태가 안 좋아질 수 있으니, 당분간은 이야기를 미루자고 제가 말했습니다.”

“오.”

도아의 감탄사에 레하가 당황한 듯 손을 내저었다.

“아니, 도아 님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예전에도 종종 이렇게 상태가 좋아졌을 때가 있었어서…….”

반복된 부침인가.

도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현명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예요.”

후계자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라면 당연히, 신중함을 기하고 이야기하겠지.

현명한 선택이다.

레하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디아르를 잘 부탁드립니다.”

“네, 그리고 저택을 제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될까요?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싶고요.”

단서 추적을 사용하면 금방 단서를 찾겠지만, 몰래 저택을 돌아다니며 방을 뒤지기는 좀.

레하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산을 빠져나와 정원을 지나 저택 근처에 도착했다.

레하는 시체를 처리하기도 해야 하니 먼저 가 보겠다고 말해, 둘은 중간에서 헤어졌다.

도아는 저택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었다.

베리가 물었다.

“산땍은 즐거우뎠나요?(산책은 즐거우셨나요?)”

“응, 엄청. 그야말로 흥미진진했지…….”

마법사 둘이나 해치우는 이런 산책, 쉽지 않아.

도아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베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옆에 있는 해왕이의 목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하, 생각해 보니 해왕이랑 같이 갔으면 훨씬 더 쉬웠을 텐데.”

그 빗자루 탄 인간, 그냥 잡는데.

그 말에 베리가 웃었다.

“해앙이를 따구 가면 산땍이 아니져.(해왕이를 타고 가면 산책이 아니죠.)”

“아하하, 하긴. 그러네.”

도아는 웃고 해왕이를 놓아주었다.

도아가 베리가 연습한 석판을 보고 감탄했다.

“베리야, 이제 글씨 정말 잘 쓰는데?”

삐뚤빼뚤했던 글자들이 이제 가지런하게 정렬돼 있었다.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베리가 놀라웠다.

어린 데다가 의지도 있어서 그런가.

“아딕 멀었쪄요.(아직 멀었어요.)”

발음도 이 정도면 정말 많이 교정되었다.

베리는 어리게 보이는 게 싫어서 어려운 말을 많이 썼다.

그래서 발음이 더 엉망인 경우가 많았는데 그 부분도 많이 교정이 되었다.

‘역시 스트레스 없는 풀 케어가 답이었나.’

도아는 허허 웃고 베리를 마구마구 칭찬했다.

평소에도 틈틈이 쓰는 게 대단하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 게 대단하다.

노력하는 베리 멋있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한 거 같다.

잘한다, 내 새끼.

그런 말에 베리는 머쓱한 듯 몸을 배배 꼬면서 ‘아니에요. 아녀요.’ 하고 연신 부정하면서도 얼굴은 헤헤 웃고 있었다.

도아가 물었다.

“나 잠깐 저택 둘러보고 올 텐데. 베리 혼자 괜찮겠어? 자꾸 놔두게 되어서 걱정인데…….”

“저 갠찬아여.(저 괜찮아요.)”

“정말?”

“네!”

며칠 동안 도아 님을 충분히 독점했다.

이 정도는 괜찮았다.

베리의 씩씩한 대답에 도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

“그럼 가 볼까.”

도아는 단서 추적 가이드를 켰다.

은색으로 반짝이는 별 모양 가이드가 켜졌다.

별들이 점점이 이어져 길을 만들고 있었다.

‘우와. 미적 취미, 참…….’

도아는 뭐라고 할까, 하면서도 감사히 여기기로 했다.

어쨌든 덕분에 단서 추적이 쉬워졌으니까요.

감사합니다. 메이 과장님.

마음속으로 인사하고 도아는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마주치는 사용인들은 공손하게 인사했다.

오래된 저택 특유의 격조와 격식이 느껴졌다.

‘흐음, 흠흠.’

산―다르크 저택은 무척 넓었지만 도아의 걸음은 거침없었다.

‘오른쪽, 왼쪽, 오른쪽, 내려가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부 구조가 복잡한 편이었다.

의아해하면서도 도아는 계속 위로, 위로 올라갔다.

‘이렇게까지 올라갈 일인가?’

대체 무슨 단서길래?

마지막으로 옥상으로 올라와서 도아는 “아!”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전서구를 키우는 비둘기장이 옥상에 놓여 있었다.

“누구야?”

거친 목소리와 함께 스윽 비둘기장에서 사람이 나온다.

‘오오.’

새빨간 털을 가진 곰이었다.

‘불곰이다. 불곰.’

레하가 점잖은 회색 털을 가졌다면 이쪽은 붉은 기가 돌고 레하보다 더 덩치가 크다.

“안녕하세요, 김도아라고 해요.”

그 말에 곰은 눈을 깜박였다.

“아아, 그 모험가 양반이구만. 난 또 누구라고.”

그가 뒤통수를 긁적이고는 손을 내밀었다.

도아는 그와 가볍게 악수했다.

크고 묵직한 손이었다.

“당신이 디아르를 고쳐 줬다는 이야기는 들었소. 정말 고마운 일이지. 디아르는 너무 오래 아파서…….”

그가 한숨을 나지막이 내쉬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정말로 디아르가 낫는 거요? 진짜로 치료할 자신 있소?”

“일단은 시도해 보려고요. 재료가 까다로워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도아의 말에 불곰의 눈이 가늘어졌다.

푸른색 눈동자가 번득인다.

“혹시 그걸 빌미로 레하에게 돈을 뜯으려는 수작이면, 그쪽 팔다리가 뜯어질 줄 아슈.”

“…… 무서운 이야기네요.”

도아가 솔직히 말하자 불곰은 움찔하고는 한숨을 팍 내쉬었다.

“아니, 레하가 당하는 꼴을 너무 많이 봐서. 나도 모르게…….”

“아뇨, 근데 그쪽은 누구세요?”

“어? 아아. 내 정신 좀 보게. 난 파드라고 하우. 레하의 친구요.”

“아아. 친구구나.”

파드는 뭔가 이상했는지 움찔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겸사겸사 기사단장도 하고 있우.”

“그렇구나. 그렇구나. 그런데 여기서 뭐 해?”

파드는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대답했다.

“비둘기를 보고 있었지.”

“비둘기장은 많이 사용해?”

“아니…….”

중얼거리다가 그가 드디어 이상한 점을 찾아냈다.

“왜 반말을……?”

“그쪽이 먼저 써서?”

파드는 뺨을 긁적이고는 말했다.

“그렇군. 뭐, 그러시든가. 디아르만 낫게 해 주면 이쯤이야.”

“비둘기장은 많이 써?”

“소식을 전하는 데 자주 쓰지. 산―다르크 영지는 작지 않거든.”

“안에 들어가 봐도 돼?”

“그러시우.”

도아는 은빛별 라인을 따라서 안으로 들어갔다.

한쪽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비둘기에 라인이 이어져 있었다.

“에잇.”

도아는 양손으로 살며시 비둘기를 잡았다. 사람 손에 익숙한 비둘기는 눈을 반짝 떴지만 퍼드덕거리지는 않았다.

‘이 비둘기가 단서란 말이지. 흐음, 흐음.’

도아는 이리저리 비둘기를 살폈지만 별다른 점을 찾지 못했다.

퀘스트가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그때 빛이 깜박여서 도아는 퀘스트 창을 열어보았다.

2.수상한 비둘기를 발견했다.

날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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