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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 여행사 : S급 먹방대모험 패키지-60화 (7/100)

⊹ 60화 ⊹

푸른색 불꽃이 날름거리며 나무들을 불태운다.

‘산맥 전체에 이 정도나 되는 대규모 마법을?’

레하가 소리쳤다.

“경비!”

문이 열리고 경비병이 절도 있는 태도로 들어왔다.

이런 소동이 있는데도 침착한 게, 평소의 훈련을 말해 줬다.

“이 죄인을 지하 감옥에 가둬라. 자해하지 못하도록 해.”

“네.”

“싫어, 싫어! 레하!”

비명을 지르는 틸다를 경비병이 질질 끌고 나갔다.

그와 스치듯 파드가 달려왔다.

“레하 님.”

파드의 시선이 순간 틸다에게 향했지만 질끈 눈을 감고 다시 시선을 레하에게 돌렸다.

“마법사입니다. 마법사가 나타나서 산맥에 마법을 투하한 것 같습니다.”

“기사단을 출동시키게. 저택의 경비를 강화하고 불을 끌 준비를 해. 언제 이 저택을 공격할지 모르니까.”

“네.”

양 뒤꿈치를 부딪치며 경례하고 파드가 빠르게 달려 나갔다.

도아가 말했다.

“제가 산의 불꽃을 살펴볼게요. 아무래도 일반적인 불이 아닌 거 같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도아 님.”

도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창문을 거침없이 열었다.

“해왕아!”

순식간에 날아온 그리핀의 안장을 붙잡고 도아가 올라탔다.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레하가 고개를 흔들었다.

멍하니 있을 때가 아니다.

레하는 집사를 불렀다. 지시할 일이 산더미였다.

❖ ❖ ❖

뜨거운 바람이 위쪽으로 몰아쳤다.

좁쌀만 하게 보이던 마법사는 추락했는지 어떻게 됐는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일단 이 불을 어떻게 해야 할 텐데.’

도아가 몸을 기울여 해왕이에게 물었다.

“해왕아 괜찮아? 뜨겁지 않아?”

본디 물속에서 사는 마수이니, 불에는 아무래도 약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말에 해왕이 약한 소리를 냈다.

“삐이익―”

새가 우는 듯한 작은 목소리였다.

“뜨겁구나. 미안해. 일단 근처에 내려줄 수 있겠니?”

해왕이 그 말에 급강하를 시작해 불꽃이 번지는 지점 근처에 도아를 내려주었다.

‘뜨거워.’

도아는 로베른에게서 받은 내화성 브로치를 해왕이에게 달아 주었다.

푸른빛이 도는 고온의 불이 산발적으로 여기저기서 활활 타오른다.

도아는 해왕이에게서 내려 불꽃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화상 후 회복통을 생각하니 너무 가까이 가고 싶지는 않았다.

‘타르?’

끈적끈적한 무언가가 사방에 떨어져 있고, 거기에 불꽃이 붙어서 타오르고 있다.

활활 타오르던 타르 덩어리가 한순간 펑! 터졌다.

“으악!”

도아는 펄쩍 뛰어 물러났다.

훌륭한 동체시력과 반사 신경 덕분이다.

터진 타르 덩어리는 또 사방에 붙어서 활활 타오른다.

‘이런 식으로 늘어나는 건가. 매개체를 이용한 마법이라 곤란한데.’

도아 물주머니를 꺼내서 푸른 불꽃에 부어 보았다.

‘역시!’

물로는 불이 꺼지지 않았다.

이 놈의 타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히 물을 부어서 끌 수 있는 불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지.’

도아는 신음을 내뱉었다.

‘살려 보낸 게 실수였어. 아니, 살려 보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도망친 마법사의 ‘두고 보자’가 이렇게 빠르게 실현될 줄이야.

‘시전자를 죽이면 마법이 해제되려나? 아냐. 그런 식의 마법은 아닌 거 같아.’

마법의 기초를 배우기는 했지만, 정말로 기초였다.

도아는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면 이 산이 전부 타버릴 터였다.

현대처럼 헬리콥터를 이용해서 뭔가를 할 수도 없다.

‘마탑에 도움을 요청하면……. 시간이 오래 걸릴 거야. 어떻게 하지?’

그때 퍼뜩 머릿속에 불이 들어왔다.

허둥지둥 아까 받은 보상을 살폈다.

보상

▸ 긴급호출 버튼(3회용)이 지급되었습니다!

다른 건 다 필요 없었다.

긴급호출이면 여행사 직원이 나와서 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을까?

허둥지둥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곧 원통형의 립스틱 케이스 같은 게 잡혔다.

빠르게 꺼내 본다.

손에 쥐기 편한 금색 원통형 맨 끝에는 빨간 단추가 달려 있다.

그 위에 투명한 케이스가 덮여 있었다.

도아는 케이스를 튕겨서 젖히고 버튼을 있는 힘껏 눌렀다.

“…….”

뭔가 소리가 나거나, 빛이 날 줄 알았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다시 누르자니 카운트가 또 될까 걱정이 되었다.

도아가 버튼을 이리저리 돌려보는데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원한 푸른 불꽃. 오랜만에 보는 마법인데. 변형판인가?”

익숙한 목소리다.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마법사가 또 있네.”

중얼거리더니 웃는다. 도아는 그대로 굳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숨이 꽉 막혀왔다.

그런 그녀의 상태를 알아챈 듯 상대가 웃는다.

“도아야, 오랜만인데 안 볼 거야?”

도아가 돌아보니 거기엔 역시나.

엘리바스가 서 있었다.

“엘리바스!”

굳은 다리가 풀린 듯 달려 나간 도아가 그의 품에 안겼다.

엘리바스가 웃음을 터트렸다.

“격한 환영인걸.”

엘리바스가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도아는 고개를 번쩍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서, 설마 엘리바스가 올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왔지.”

엘리바스의 얼굴을 보자 모든 긴장이 단숨에 풀린다.

그녀는 엘리바스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엘리바스가 말했다.

“괜찮아? 얼굴 좀 보자.”

도아가 고개를 들어 올리자 엘리바스가 눈을 찌푸렸다.

“왜 이렇게 야위었어?”

“응?”

“밥은 잘 먹고 다니는 거야? 얼마나 됐다고 완전히 홀쭉해져서는. 눈 밑이 퀭하구먼.”

“어? 자, 잘 먹고 있어.”

전혀 야위지도 않았습니다.

도아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지만 엘리바스는 들리지 않는 거 같았다.

“타지 생활이 너무 힘든 거 아냐?”

“아니, 진짜로 괜찮습니다.”

도아가 슬그머니 그의 품에서 빠져나오며 답했다.

펑!

그때 뒤쪽에서 다시 타르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도아가 허둥지둥 말했다.

“엘리바스, 이거 꺼 줄 수 있어요?”

엘리바스가 그제야 푸른 불꽃으로 시선을 돌리고 빙긋 웃었다.

“물론이지.”

엘리바스가 주머니에서 초록색 크리스털을 꺼냈다.

“그럼 일단 이것부터 치울까?”

마치 ‘엉망이 된 주방을 치울까?’처럼 들리는 산뜻한 목소리였다.

언제나처럼 버터같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눈동자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도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엘리바스가 살며시 웃는다.

그가 한 손으로 크리스털을 튕겨 올렸다.

능숙하고 아름다운, 이세계의 언어가 울려 퍼진다.

그가 외치는 언어를 따라 녹색 크리스털에서 연녹색 바람과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의 손바닥 위에 마법진이 동그란 접시처럼 빙글빙글 돈다.

그 위에 언어가 겹치자 마법진 위에 마법진이, 그 위에 마법진이 올라간다.

삼중 투사 마법.

다른 마법사가 봤다며 눈을 부릅뜨고 비명을 지를 광경이었다.

정교한 시계가 맞물려 돌아가듯 마법진이 돌아간다.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불은 내가 제압하지만, 마법사는 네가 처리하는 게 낫겠지?”

마법 시전 중에 멈추고 대화를 나눈다.

도아는 그 섬세한 컨트롤에 경악했다.

“도아야?”

다시 묻는 어조는 여전히 부드럽고 흔들림 없다.

도아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말했다.

“이 정도 규모의 마법을 쓰면 오염 축적도가 상당할 테니, 이미 미쳤을지도 몰라.”

부드러운 목소리로 무시무시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도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제 무장을 확인했다.

엘리바스가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 맞추고 말했다.

“조심하렴.”

도아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달려가 해왕이 등에 올라탔다.

순식간에 멀어지는 도아를 바라보고 엘리바스는 제 손에 올려진 마법진을 공중으로 휙 집어 던졌다.

순식간에 거대해진 마법진이 하늘을 뒤덮는다.

옷자락이 펄럭이고 머리카락이 나부낀다.

‘오랜만에 써 보는 마법이군.’

“운 데 아로.”

마지막 말이 내뱉어지자 거대한 마법진이 기동했다.

❖ ❖ ❖

‘우왓!’

도아는 불어온 바람에 몸을 움츠렸다.

해왕이가 크게 회전했다.

크리스털 에너지가 폭풍처럼 휘몰아친다.

공기의 밀도가 옅어지기 시작했다.

‘아, 이런.’

산소를 차단해서 불을 끄려는 건가?

숲속에 사람이나 인간이 있으면 어쩌려고?

그때 동그란 비눗방울 같은 게 그녀와 해왕이 주위로 씌워졌다.

숨쉬기가 훨씬 편해진다.

‘이걸 생물에게는 다 씌우는 거야?’

과연 삼중 투사 마법.

도아는 그걸 계산하기 위해서 얼마나 복잡한 언어와 식이 필요할까 고민하다가 생각하길 관뒀다.

‘엘리바스는 대마법사고, 난 아니니까.’

간단한 논리다.

도아는 상공에서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어디 있지? 어디 있어.’

주범은 어디냐?

해왕이의 속도는 빨랐고, 도아의 동체시력도 빨랐다.

그녀는 곧 ‘무언가’를 발견했다.

검은색 안개 같은 것에 둘러싸인 인간이었다.

‘움직임은 인간 같지 않지만.’

인간이라기보다는 좀비 같은 움직임이다.

어딘가 관절이 마비된 것처럼 질질 끌면서 절뚝절뚝 걷고 있었다.

엘리바스가 ‘생명체’에게 씌워 놨을 보호막이 보이지 않았다.

도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

‘맞아!’

저 붉은색 투블럭 머리모양은 잊힐 리가 없다.

“해왕아. 아래로.”

해왕이가 하강 기류를 탄 사이에 도아는 활을 꺼내 들었다.

피융!

화살이 마법사에게 닿기 전에 검은 기류에 휘말려서 떨어졌다.

마법사가 휙 고개를 든다.

번득이는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도아는 눈을 찌푸렸다.

흰자위가 검게 물들어 있었다.

마법사의 입꼬리가 양쪽으로 올라간다.

웃는다기보다는 누군가가 입꼬리를 잡아 올리는 것 같은 기괴한 얼굴이었다.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은 순간,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인간을 벗어난다.

그 말이 무엇인지 도아는 알 수 있었다.

오염이 가득 차서, 변질된 인간은 인간이 아니다.

인간의 겉가죽을 하고 있는 게 오히려 소름이 돋았다.

마치 사람 가죽을 벗겨 만든 허수아비를 보는 듯한 감정이었다.

역겨움과 분노, 그리고―

희미한 두려움.

마물과도 마수와도 완전히 달랐다.

폭주하는 쿠낙을 눈앞에 두고도 이런 감정은 느끼지 않았다.

‘저게 대체, 뭐야.’

도아는 이를 악물었다.

마법사의 고개가 천천히 기울어진다.

올빼미처럼, 인간이라면 기울어질 수 없는 각도까지 목이 돌아갔다.

이어 천천히 턱이 벌어지고 입안에서 검은 기류가 쏟아져 나왔다.

“!!”

해왕이가 급히 선회하며 검은 기류를 피했다.

‘으아!’

허리에 벨트도 차지 않은 상황이다.

빙글빙글 360도 돌아가며 선회하는 해왕이에게 도아는 순전히 다리 힘으로 찰싹 붙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절로 보호막이 사라졌다.

시야 바깥을 힐끗 보니, 푸른색 불꽃은 보이지 않았다.

‘진화에 성공했구나. 좋아.’

“해왕아, 셋 하면 뛰어내릴게.”

도아가 속삭이자 해왕이 급 하강을 시작했다.

빠른 회피 선회를 반복하며 아래로, 아래로, 먹이를 발견한 매처럼 쏜살같이 날아갔다.

도아는 한 손으로 한 손 방패를 안장에서 떼어내고 다른 손으로는 검을 잡았다.

바람에 눈이 시려서 도아는

‘고글을 꼭 맞춰야겠어.’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나…… 둘…… 셋!”

한순간 크게 날갯짓을 하며 해왕이가 정지 비행을 했고, 도아는 재빠르게 아래로 뛰어내렸다.

쿵!

묵직한 소리가 났다.

도아는 곧장 마법사에게 직진으로 뛰어들었다.

마법사가 바람을 불어넣은 고무장갑 같은 손을 뻗었다.

“히라이리야스.”

기묘한 목소리였다.

본래 목소리와는 완전히 달라진 목소리가, 능숙하게 마법어를 내뱉는다.

뻗어 나오는 마법은 전부 검은색.

검은 송곳을 피하며 도아는 슬쩍, 시험 삼아 방패를 비스듬히 대보았다.

맥없이 방패 가장자리가 깎여 나갔다.

‘으아.’

이래도 되는 건가?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냐?

제법 괜찮은 방패인데, 어째서.

‘다음에 새로 만들어야겠다.’

마법사는 끊임없이 마법을 퍼부었다.

검은색 번개가 치고, 바닥이 흔들리고, 칼날 같은 바람이 분다.

도아의 마나관 안의 마나가 세차게 돌았다.

빛 속성 마나는 무음이다.

그녀가 전력으로 마나를 돌리고 있다는 걸 아는 건 스스로뿐이었다.

도아의 검 주변에 희미한 금빛이 돌기 시작했다.

‘영 접근하기가 어려운데? 잠깐. 저게 다 오염이라고 하면―’

도아는 정화 모드를 켰다.

그녀의 눈동자 가장자리가 금색으로 물든다.

‘정화!’

한순간 그녀 눈 안쪽의 기호가 돌고, 안구에 확 열이 올랐다.

동시에 뚝 마법사의 움직임이 멈췄다.

정말로 한순간이었다.

열에 의해 눈물이 한 방울 타고 흘렀지만, 도아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검으로 상대방을 찌른다.

탁!

그러자 상대방이 무시무시한 반사 신경으로 도아의 검을 붙잡았다.

‘맨손으로?! 마나를 두른 검을?!’

경악하며 도아는 그대로 방패 모서리로 상대의 얼굴을 가격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머리가 터져 나갔을 일격이건만, 마법사는 그저 씩 웃을 뿐이었다.

‘으아아아―’

마법사의 손에서 검은 기운이 일렁인다.

도아가 검을 회수하려 했으나 마법사는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가 힘을 주자 빠드득 하고 상대의 관절이 빠지는 소리가 났다.

찌직 하고 가죽 찢어지는 소리도 나는 거 같다.

그래도 마법사는 놓아주지 않았다.

도아는 제가 마법사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빠른 속도로 마나관의 마나가 줄어든다.

눈알이 빙글빙글 돌다가 도아에게 딱 초점이 맞는다.

“이런 거였으면, 이렇게까지 무서워할 필요가 없었는데.”

기묘한 목소리였으나, 이성이 있는 목소리였다.

소름이 돋았다.

인간이 아닌데, 인간의 말을 해?

멀쩡한 것처럼?

‘어쩐지.’

도아는 쿠낙을 떠올렸다.

마검을 잃고 폭주하고 하던 쿠낙은 이성이 없었다.

그런데 이 마법사는 이성이 있다.

폭주가 아니라 ‘변태(metamorphosis)’, 아니 탈바꿈이라고 해야 하나.

‘어쩐지 마검 잃은 쿠낙보다 더 강한 거 같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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