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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 여행사 : S급 먹방대모험 패키지-61화 (8/100)

⊹ 61화 ⊹

“인간이길 관두면 되는 거였…… 네!”

마법사가 힘껏 쳐올리는 니킥을 방패로 흘리며 막아냈는데도 방패가 산산조각 났다.

도아는 팔뚝으로 올라오는 무릎 아래, 정강이를 막아냈다.

쿵!

살과 뼈가 부딪쳤다고 하기에는 과한 소리가 났다.

팔뚝이 찌르르 울린다.

마나관이 충격을 받아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비어 있는 마법사의 반대편 손이 칼날처럼 찔러온다.

도아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여 손을 피하며 외쳤다.

“장창 모드!”

검이 창으로 모습을 바꾸어 쭉 늘어났다.

단단히 검을 잡고 있던 마법사도 한순간 몸이 공중에 뜨며 거리가 벌어졌다.

거리가 벌어진 순간 도아는 다시 검을 단검으로 바꾸었다.

휙 하고 마법사가 이쪽으로 딸려왔다.

‘폭주한 마법사가 이렇게 된다는 건 말 안 해줬잖아요, 엘리바스.’

마음속 깊이 불만을 표하며 도아는 날아오는 마법사를 있는 힘껏 걷어찼다.

찌직―

가죽이 찢어지듯 마법사의 팔을 찢어져 나갔다.

쇳덩어리를 차는 감각이 느껴진다.

그래도 몸무게를 무겁게 만들 수는 없는지라 마법사의 몸은 팔을 남겨두고 날아갔다.

도아는 손잡이에 붙어 있는 마법사의 손을 떼어버리고 마법사를 따라서 몸을 날렸다.

검은 기류가 솟구쳐서 날아가던 마법사의 몸을 받쳐 주었다.

“라캬라가스!”

마법사가 분노한 듯 소리를 지르자 바닥에서, 위에서 동시에 기요틴 칼날이 솟구치고 떨어졌다.

도아는 휘리릭 몸을 돌려 날을 피했다.

캉!

마지막 마법 날은 검으로 막아내자 금색 불꽃이 튀었다.

다행히도 세계수의 축복을 받은 검은 오염된 마력에 지지 않았다.

그때 분노한 마법사의 안구가 튀어나왔다.

구멍에서는 검은색 오염이 질질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으……. 세상에…….’

보고 싶지 않지만, 눈을 뗄 수 없다.

“짜, 짜, 짜짜짜증 나는, 모모모허어어어엄가아아아아!”

‘아.’

이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언어체계가 붕괴하는 게 느껴졌다.

본인은 눈치채지 못하는 거 같았지만.

‘뇌에 이상이 생기면 말부터 제대로 안 나오지 않던가.’

마법사가 다시 길게 마법어를 외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검은 기류가 마법사 주변을 윙윙 감싸 돌며 방어막을 형성했다.

“죽, 죽, 주우우욱!!!”

죽어라, 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 같은데 말이 마무리가 안 된다.

마법사인데도 마법을 쓰는 게 아니라 도아를 향해서 일직선으로 달려온다.

캉!

쾅!

육체와―아니, 검은 기류와 검이 부딪치며 금색 불꽃이 튄다.

말을 잃을수록 공격 역시 단순해지기 시작했다.

“저기, 마법사인데 마법 안 써?”

도아가 놀리듯 묻자 마법사는 입을 벌렸다.

카르르륵

검은 기류가 터져 나와서 다시금 도아는 거리를 벌리며 백 플립으로 공격을 피했다.

“이름이 뭐야? 응? 어디에서 일해? 저기, 뇌가 돌아가고 있나요? 똑똑?”

도아는 쉴 새 없이 나불거렸다.

적에 대해서 아는 게 없으니 뭔가 입을 털면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가가가가감!”

“너, 지금 말 못 하고 있는데. 눈치챘어?”

그 말에 마법사는 순간 당황한 듯 입을 벌렸다.

“아아아? 아?”

“그래, 그래, 너 말 못 한다고. 멍청아. 뇌까지 오염에 절여지고 있는 거야.”

멈춘 틈에 도아는 사정없이 검을 휘둘렀다.

검은 기류 사이를 뚫고 검이 마법사의 이마를 스쳤다.

“아이고, 아쉬워라.”

“끼이이이익!”

결국 마법사는 완전히 이성을 잃은 듯 눈을 희번득 뒤집고 도아에게 달려들었다.

‘아, 이거 안 되겠는데?’

저쪽에게서 흘러나오는 오염된 마나는 무한히 나오는 거 같은데, 도아 몸속에 축적된 마나는 한계가 있다.

마나관이 세차게 돌며 세포에 활력을 공급하고 있지만, 그 마나도 빠르게 줄고 있었다.

평범한 인간의 힘으로는 이길 수 없으니, 마나가 떨어지는 순간 아웃이다.

저세상 여행사나 가게 되겠지.

‘어쩔 수 없네.’

아슬아슬한 상황까지 가고 싶지 않았다.

도아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눈을 부릅떴다.

‘정화!’

한순간, 마법사를 감싼 검은 기류들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눈이 뜨겁다.

달아오른다.

순간 시원함이 느껴진 건, 분명 눈 핏줄이 터져서다.

도아는 마법사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마나관이 삐걱거리며 비명을 지른다.

일격, 일격에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마나가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든 검은 금빛으로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캬아아아악!!”

이제 마법사에게서 튀어나오는 건 말이 아니라 짐승의 소리다.

인간을 삼킨 오염이 소리를 지르고 있다.

‘지금!’

금색 선이 마법사의 목을 갈랐다.

목에서 피 대신 검은색 오염이 솟구쳐 올랐다.

안구가 익어 버릴 것 같다.

정화 모드를 끄고 도아는 뒤로 훌쩍 뛰며 앞으로 검을 휘둘렀다.

빛 속성 마나에 오염이 갈라진다.

숙주를 잃어버린 오염이 할 수 있는 건 거기까지였다.

허공으로 솟구친 오염은 안개가 사라지듯이 녹아버렸다.

흐늘흐늘 가죽만 한 장 남은 마법사가 그제야 풀썩 쓰러졌다.

도아는 숨을 몰아쉬었다.

땀이 턱을 타고 뚝뚝 떨어진다.

‘아니, 마법사는 작은 화력 발전소라며. 화력 발전소가 이 정도라고?’

마법사가 폭주하는 게 이 정도라면, 쿠낙은 그때 폭주한 게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생각해 보면 마검이 없어서 그랬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도아는 마법사 가죽(?)을 관찰했다.

정말로 소멸한 듯 가죽은 미동도 없었다.

도아는 그제야 긴장을 풀었다.

“와, 진짜.”

온 몸이 욱신거리는 거 같았다.

도아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대로 주저앉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도아는 천천히 마법사 가죽 쪽으로 다가갔다.

‘아오, 정말 싫다.’

풍선에 옷을 입혔다가 바람이 빠진 거 같은 모양새였다.

도아는 옷을 이리저리 검 끝으로 헤집어 보았다.

본의 아니게 고대 스키타이족이 된 기분이다.

‘패자의 가죽으로 의복을 만들었댔나. 뭐라나.’

“끝났니?”

반가운 목소리에 도아는 홱 뒤를 돌아보았다.

엘리바스가 웃으며 서 있었다.

그녀는 얼른 검을 회수하고 그에게 종종 걸음으로 다가갔다.

“엘리바스, 괜찮아요?”

“당연하지.”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 지었다.

마음이 편해지는 미소라 도아도 마주 안도하며 미소 지었다.

“상당히 급이 높은 마법사였나 본데. 도아, 장하네.”

“스승님들이 잘 가르쳐 준 덕분이죠.”

도아의 말에 엘리바스가 싱긋 웃고 말했다.

“자,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서두를까?”

그러며 옷더미로 다가가더니 손으로 휙휙 옷을 벗기고 가죽을 살폈다.

‘꺄악!’

도아가 내적 비명을 삼켰다.

“도아야 이것 봐봐.”

그가 가죽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도아가 눈을 가린 손가락을 슬쩍 벌려 보았다.

엘리바스가 갸웃하고 물었다.

“그렇게 해서 보이니? 그냥 보렴.”

“엘리바스는 이상한 데서 사정없다니까요.”

도아가 중얼거리며 다가갔다.

등 부분일 듯한 가죽에는 마법진 같은 게 그려져 있었다.

“이건 마법이 아니라 제조법인 거 같은데?”

“마법진이요?”

“마법진 모양의 암호지. 자신의 연구 결과를 이렇게 몸에 새기는 건 구시대적인 발상이지만.”

엘리바스에게도 구시대 소리를 듣다니.

도아가 쯧쯧 혀를 찼다.

엘리바스가 느긋하게 말했다.

“어디 보자…….”

그가 눈으로 마법진을 훑었다.

도아는 스승님의 해설을 얌전히 기다렸다.

엘리바스가 입을 열었다.

“마법사의 몸에 오염이 축적되는 건 알지?”

“그럼요.”

“그 축적된 오염을 배출할 때는 맑은 물에 몸을 담근단다.”

“그렇군요.”

“그런데 뭔가로 만든 정화수는 훨씬 더 효율이 좋은 거 같구나. 기존의 맑은 물에 비하면 열 배는 더 빠르게 오염을 빼 주는군.”

엘리바스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이거라면 마법사들이 돌 만한데.”

도아가 제 허벅지를 탁 쳤다.

“그래서 안티 링에서 빛모래를 원했군요! 그 뭔가가 분명 빛모래일 거예요!”

“그래. 그렇구나. 하지만 여기에서 굳이 이런 식을 넣어야 하나? 나라면 이 제조법을 좀 더 가다듬어서 효율을 더 높였을 거 같은걸.”

엘리바스가 빠르게 응용 제조법을 불렀고, 도아는 머릿속에 제조법을 새겼다.

‘그러고 보니 레하가 빛모래를 팔 곳이 없다고 그런 거 같은데……. 이거 만들어서 마법사 링에 팔면 되는 거 아냐?’

도아의 머릿속에서 계산이 차르륵 돌아갔다.

엘리바스가 손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원한 불꽃도 그렇고, 아무래도 이 마법사는 제법 높은 클래스의 마법사였나 보네.”

“아, 그래요?”

“그래.”

엘리바스가 손가락으로 도아의 코끝을 툭 건드렸다.

도아는 눈이 부신 듯 가늘게 눈을 떴다.

“물론 우리 제자 분은 상처 하나 없이 이기셨지만.”

엘리바스가 이리저리 도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얼굴이 야윈 거 같은데. 밥은 잘 챙겨 먹고 있어? 끼니 건너뛰는 건 아니겠지?”

“잘 먹고 있어요.”

“하지만 봐봐. 어쩐지 살이 빠진 거 같은데? 모험이 많이 힘들어? 아픈 곳은 없고? 잠은 잘 자고 있지?”

“어휴, 그럼요.”

“참, 나 쿠키 좀 구워왔는데. 이거 챙겨가라.”

천으로 만든 커다란 주머니가 엘리바스의 품에서 쏙 나왔다.

“네가 좋아하는 걸로 이것저것 구워봤어. 어휴, 핼쑥해졌네.”

“아이 참―”

엄마도. 라는 말이 튀어 나올 뻔한 걸 도아는 아슬아슬하게 눌렀다.

주머니를 열어보니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났다.

“잘 먹을게요.”

“그래, 그래. 동료는 있고? 동료들이랑 함께 먹으라고 넉넉히 넣었어. 그러고 보니 도아 너 누룽지도 좋아하지? 누룽지 튀겨놓은 것도 가져왔지.”

“아니, 거기서 자꾸 왜 그런 게 나와요?”

“이건 혼자 먹어. 다른 사람 주지 말고.”

도아는 어색하게 웃었다.

“자자. 얼른 챙겨.”

대마법사가 손바느질로 직접 만든 주머니를 도아의 벨트에 달린 이공간 가방에 마구 집어넣었다.

“내 비법 양념도 좀 챙겨왔어. 너 이거 좋아하지? 해물찜 어떻게 만드는지는 알지? 해산물 다듬고, 육수는 로로카 잎으로만 뽑아도 돼. 그 위에 너 좋아하는 미나리 듬뿍 얹은 다음에 양념장 한 스푼…….”

“알아요. 알아.”

도아가 손사래를 쳤다.

엘리바스가 유리병에 든 양념까지 도아의 가방에 찔러 넣었다.

엘리바스의 마음 때문인지 그럴 리가 없는데도 가방이 무거워진 느낌이 들었다.

엘리바스가 이어 물었다.

“좋은 사람은 많이 만났니? 여행은 어때?”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고, 여행도 즐거워요. 진짜로 모험과 스릴이 넘친답니다.”

“그거 잘됐네.”

엘리바스가 ‘안심했다.’ 하는 어조로 도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뭐 궁금한 건 없고? 이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아서 말이야.”

도아는 저도 모르게 엘리바스의 옷자락을 화급히 쥐었다.

어린아이 같은 행동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엘리바스, 그, 나 이부동생이 있대요.”

엘리바스가 눈을 크게 떴다.

“동생이?”

“네, 날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

그녀 얼굴에 새겨진 당혹스러움과 곤란, 희미하게 찰랑이는 기쁨과 슬픔.

엘리바스는 천천히, 자신이 백 년간 가르친 제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가 마법으로 산을 평지로 만들고, 평지를 협곡으로 만들어 그 안에 인간을 쓸어 넣을 때보다 제자에게 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더 신중해진다고 하면 뭐라고 해야 할까?

‘인의 없다?’

그는 머릿속의 의문을 대충 밀어 버리고 최대한 가벼운 어투로 답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한번 슬쩍 보러 가지 그러니?”

“네?”

초록색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아름다운 아주르 나자크.

대마법사는 그에게서 마법을 배운 게 아니라 요리를 배운,

하나뿐인 소중한 제자에게 부드럽게 이어 말했다.

“그런 이야기를 나에게 하는 걸 보면 궁금하긴 궁금한 거지? 직접 만나러 가기 그렇다면 슬쩍 엿봐도 되지.”

그녀가 싫다면 만나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망설인다면 분명 만나 보고 싶은 마음이 있을 터였다.

야무지게 혼자서 뭐든 할 것 같지만, 사실은 외로움을 많이 타는 자신의 제자에게 그는 쉬운 선택지를 제시했다.

도아는 곰곰 생각해 보았다.

“아……. 그건 생각도 못 했어요.”

생각해 보니 나 신체 스펙도 좋잖아?

궁금하면 엿보면 되잖아?

스토킹는 범죄지만 간단한 신원 조사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도아가 고개를 끄덕여서 엘리바스가 웃었다.

“아참. 그리고 엘리바스.”

“응?”

“나 마검 사용자를 한 명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든 마검과 계약을 끊어내 주고 싶은데. 혹시 엘리바스는 라이트 크리스털이 뭔지 알아요?”

분명 재료가 세계수 가지, 아주르 나자크 그리고 라이트 크리스털이었지.

자연 속성 크리스털은 봤지만 빛 속성 크리스털은 아직 본 적 없다.

엘리바스는 도아를 바라보고 눈을 찌푸렸다.

자신의 아이가 불량 학생과 어울리는 걸 본 학부모 같은 얼굴이다.

그가 도아의 눈가를 어루만졌다.

“이렇게 피나 흘리고.”

“핏줄이 좀 터진 거예요.”

“속상하네.”

“모험가는 원래 험난한 거 아닌가요.”

“그래도 속상하네.”

그의 말에 도아는 멋쩍으면서도 기분이 좋아서 웃음을 흘렸다.

“에헤헤.”

“가뜩이나 속상한데 마검 같은 거랑 어울려 다닌다고 하질 않나. 내가 너무 경계심 없는 아이로 키웠나?”

“엘리바스가 키웠던가요?”

“마음으로는.”

엘리바스의 말에 도아는 잠시 고민했다.

‘키웠다고 해도 되는 건가?’

도아의 표정을 보고 엘리바스가 피식 웃었다.

정말로 자신들의 제자는 귀엽다.

‘그럼 기꺼이 힌트를 줄까.’

“예전에 도아가 ‘등잔 밑이 어둡다.’라고 했던 적 있지?”

“아, 그랬나요.”

“그 말을 그대로 돌려줄게.”

엘리바스가 빙긋 웃고 몸을 숙였다.

“그럼, 몸조심하렴. 잊지 말고 양념 챙겨 먹고. 오래 놔두면 안 된다.”

“알겠어요.”

엘리바스가 부드럽게 도아를 끌어안았다.

도아는 푹 안겨서 작게 웃었다.

“내 자랑스러운 제자.”

이마에 부드럽게 입맞춤이 와 닿고, 엘리바스는 그대로 사라졌다.

빛가루만이 시야에 반짝였다.

도아는 이마를 눌렀다.

바람이 불었다.

머리카락이 살랑살랑 흔들린다.

빛가루가 춤을 춘다.

도아는 그 자세로 한참 서 있다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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