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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 여행사 : S급 먹방대모험 패키지-66화 (13/100)

⊹ 66화 ⊹

“도와줄 사람…….”

도아가 중얼거리다가 펄쩍 자리에서 뛰듯이 일어났다.

“잠깐! 벌써요?!”

나름대로 느긋하게 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벌써?

도아는 놀라 저도 모르게 현관문으로 달려 나갔다.

‘설마?’

문을 벌컥 열자 노크를 하려 손을 든 쿠낙과 정면으로 마주치게 되었다.

도아를 바라보고 쿠낙도 놀랐는지 눈을 크게 떴다.

도아는 저도 모르게 환하게 웃으며 외쳤다.

“쿠낙!”

그녀의 웃음을 보자, 쿠낙의 얼굴에도 미소가 걸렸다.

“도아 양.”

“아, 폐하도 왔네요?”

“짐을 덤처럼 이야기하는 건 B급뿐일 테지.”

도아가 씩 웃었다.

“두 사람 모두 들어와요.”

띠링

서브 퀘스트

넘친 던전을 처리하라!

태양 신전 근처에 넘친 B급 던전을 공략하자.

주변 사람들에게 명성과 우호적인 관계를 얻을 수 있을지도……?

보상

▸ 2000 세계수 포인트

▸ 오두막용 목재 더미

‘2000포인트! 거기다가 오두막용 목재?’

갑작스럽게 뚝 떨어진 커다란 숫자에 도아는 그만 눈이 돌아가고 말았다.

지금까지 그 힘든 일들을 했어도 800포인트가 최선이었는데, 2000포인트!

‘헉 그럼 합치면 3300포인트가 되네? 이거면 저장고도 하고, 부엌도 늘릴 수 있는 거 아냐? 그러고도 좀 남는데? 목재면 직접 만든 가구들을 늘릴 수 있는 건가? 댄버스 부인 레벨 올려서 목재 제작을 올려야겠어!’

도아는 두근두근 뛰기 시작한 심장을 꽉 누르며 퀘스트 창을 바라보다가 얼른 닫았다.

‘그래, 뭐. 넘쳐 봤자 B급이지!’

도아는 흐뭇하게 S급 모험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게다가 이 둘이랑 하면 진짜 뚝딱일 거야.’

거저먹는 2000포인트다! 우헤헤헤!

도아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두 사람에게 냐냑세세를 소개했다.

“타이밍이 엄청 좋네요. 방금 냐냑세세를 만났거든요.”

두 사람은 순간 당황한 듯 보였다.

냐냑세세가 킬킬 웃으며 쿠낙과 로베른을 바라보았다.

“내 부탁 정도는 쉽게 들어주겠는데?”

그 말에 쿠낙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무슨 부탁이십니까?”

“근처에 있는 넘친 던전 하나를 처리해 달라는 부탁이라네.”

냐냑세세의 말에 쿠낙은 도아를 바라보았고, 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베른이 빈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짐이 보기에 B급은 죽고 싶어서 안달 난 게 맞는 거 같군.”

쿠낙이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도아는 당황해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넘치긴 했지만, B급인데……. 우리 셋이서 하면 안 돼?”

“아뇨. 안 될 건 없습니다. 없습니다만……. 도아 양.”

“네.”

어쩐지 잘못을 추궁당하는 느낌이라 도아는 공손함의 표시로 양손을 모았다.

빤히, 쿠낙의 검은 눈이 도아를 바라본다.

“만약 저희들이 이르게 도착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셨습니까?”

‘그쪽을 추궁당할 줄이야!’

넘친 던전이 어떤 것인 줄 알고 있습니까?

혹은

B급 던전이라도 이백 년이나 지나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는지?

따위의 추궁이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도아는 끙끙거리다가 조심조심 말했다.

“어쨌든 두 사람이 근처까지 왔나 확인해 봤을 거예요.”

“…….”

“정말이에요.”

“……”

“정말이라니까요?”

“아뇨, 지금 정말로 ‘확인만’ 했겠구나 확신이 들어서 말입니다.”

쿠낙이 빙긋 웃었다.

도아도 마주 빙긋 웃었다.

“그럼 전 정말로 운이 좋네요. 친구들이 제때 와 줬으니까요. 고마워요, 두 사람 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어요?”

이럴 때는 재빠르게 화제 돌리기다.

예의 바른 쿠낙은 바로 도아의 화제 돌리기를 따라가 주었다.

“던전 공략이 일찍 끝났습니다. 게다가 편지를 받으니 빠르게 이동해야 할 거 같아서요.”

도아가 쿠낙에게도 자리를 권했다.

둥근 사 인용 테이블이 순식간에 꽉 찼다.

곧이어 댄버스 부인이 차를 우리는 동안, 도아는 다 구워진 쿠키를 내놓았다.

‘그러고 보니.’

슬쩍 엘리바스가 구워준 쿠키도 곁들였다.

엘리바스의 쿠키는 소박하고 동그란 모습에 잘 구워진 옅은 갈색 빛을 띠고 있었다.

거기에 소금 알갱이들이 반짝반짝 빛나며 붙어 있다.

좁은 자리에 끼어 앉아 도아도 쿠키를 한입 입에 넣었다.

‘맛있어…….’

사르륵 입 안에서 부서지는 알갱이들은 하나도 거슬리지 않았고, 바깥에 붙어 있는 소금 알갱이의 크기도 적당하고 예쁘다.

설탕인줄 알았다가 소금인 것에 놀라지만, 곧바로 달콤한 설탕과 버터의 폭격에 짠맛은 사라지고 도드라진 단맛이 입 안을 지배한다.

거기에 아몬드 가루를 베이스로 만들어서 엄청나게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어떻게 한 건지 고소한 견과류 향도 진하게 풍겼다. 거기에 버터지만 기름진 게 아니라 산뜻하고 짙은 우유의 풍미를 풍긴다.

이건 랄바 지방이 틀림없다.

소박함을 최고급으로 끌어올린 맛이라고 할까.

거기에 차를 한 모금 마시면 옅은 타닌이 입 안에 남은 지방 기를 싹 걷어가고 깔끔함만 남기며 입 안에 차 향기를 더한다.

그러고 나서 다시 상쾌하게 쿠키, 차, 쿠키, 차의 반복이다.

‘나도 배운 건데, 엘리바스처럼은 안 된단 말이야.’

엄마 손맛은 따라잡지 못하는 걸까.

배합 방식, 비율, 굽는 온도 등에 따라서 쿠키 맛은 천차만별이다.

‘그리운 맛이네.’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잠시 다들 쿠키와 차를 탐닉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쿠낙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까지 달려오느라 피곤한 몸에 스미는 단맛이었다.

도아가 냉동 반죽을 해 둔 쿠키는 커다란 미국식 초콜릿 쿠키다.

갓 구워 나온 쿠키는 바삭한 게 아니라 무척 부드러웠다.

안쪽에 있는 초콜릿 칩들이 아직 녹아 있는 채였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쿠키가 혀끝에 닿자마자 당분이 녹아든다.

그것만으로도 곤두섰던 신경이 누그러들고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둥실둥실 날아다니는 주전자가 빈 잔을 채워준다.

부족할까 봐 부엌에서는 계속해서 새로 차를 우려낸다.

틴케이스가 퐁 하고 열리는 경쾌한 소리가 나고 물 따르는 소리도 들려왔다.

짙은 차 향기가 퍼지며 모험가들의 좋은 귀에는 티팟 안에서 사락사락 잎사귀가 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간질간질하고 기분 좋은 소리였다.

‘확실히 커피로는 이런 여유가 나오지 않지.’

냐냑세세가 귀를 파닥파닥 움직였다.

맛있는 걸 먹을 때 귀가 파닥이는 건 베리나 냐냑세세나 똑같았다.

냐냑세세가 만족스럽게 말했다.

“이건 굉장한데? 도아 님은 어디 가서 가게를 열어도 성공하겠어.”

“스승님이 워낙 실력이 좋은 분이셨어요.”

“음, 정말로, 맛있군, 맛있어.”

과자 가루가 털에 떨어지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냐냑세세가 과자를 먹으며 활짝 웃었다.

‘어느 때도 귀여워 보이는 건 고양이족의 무시무시한 점이네.’

도아가 그리 생각하며 슬쩍 냐냑세세에게 말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넘친 던전을 처리하시려는 건가요?”

“숲에 마수가 더 이상 늘어나는 게 곤란하기도 하고…….”

냐냑세세가 제 손을 혀로 삭삭 핥았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무례한 행동인지 아닌지 판단이 안 선다.

“필요한 일이라는 감이 와서.”

“그럼 해결하면 저에게 단서를 주시는 거죠?”

도아의 말에 냐냑세세가 빙긋 웃었다.

“물론이지.”

“알겠습니다.”

그럼 어쩔 도리가 없다.

거기다가 2000포인트에 목재까지.

이건 포기할 수 없는 퀘스트다.

도아가 쿠낙과 로베른을 돌아보았다.

“이렇게 돼서, 가능하면 함께 공략해 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쿠낙이 미소 지었다.

“물론입니다. 비추는 샘 공략을 함께하기로 했으니까요. 게다가 도아 양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곤란한 건 접니다.”

죽여주겠다고 약속한 사람이 사라지면 곤란하다, 라는 말을 웃으면서 잘도 한다.

도아도 마주 미소 지어 주었다.

“그러게요.”

그러며 쿠낙을 보다가 그의 옆에 찬 검으로 시선을 돌렸다.

라이트 크리스털.

―등잔 밑이 어둡다.

엘리바스의 말을 듣자마자 도아가 떠올린 답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저 검이 라이트 크리스털이다.

또 하나는 도아 자신.

빛 속성 마나를 가지고 있으니, 그녀가 핵심 부품(?)일 수도 있었다.

‘아니면 세 번째 답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일단 저 검을 나중에 살펴봐야겠어. 아니 빨리 서브 퀘스트로 연계해 달라고.’

속으로 작게 투덜거리고 도아는 시선을 로베른에게 돌렸다.

“폐하는?”

“짐이 이 스릴에 동참하지 않을 수는 없지. 함께 공략함을 영광으로 알거라.”

“황송, 황송.”

“정말로 불경하군.”

도아는 머리를 조아리는 시늉을 해 보이고 냐냑세세를 바라보았다.

“그럼 그 의뢰 받겠습니다.”

냐냑세세가 씨익 웃는다.

역시나 체셔캣 같은 미소였다.

❖ ❖ ❖

“그래서 A급 던전은 어땠어요?”

도아가 어깨의 배낭끈을 추스르며 물었다.

오두막을 접고 일행은 나란히 길을 걸었다.

냐냑세세가 길잡이를 하겠다며 앞서 걸었고, 다들 그 뒤를 졸졸 따르는 중이었다.

“…… 괜찮았습니다.”

쿠낙의 대답에 미묘한 텀을 모른체하며 도아가 이어 물었다.

“무슨 던전이었나요?”

“미궁형이었습니다.”

“아, 나 아직 한 번도 미궁형은 가 본 적이 없어요.”

대부분 동굴형 던전이 많으니, 미궁형은 흔하지 않았다.

“그럼 둘이서 일한 거예요? 아니면 다른 모험가들이랑 협업?”

“협업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다른 모험가들이랑 협업한 적은 없네요. 습격만 당하고…….”

중간에서 로베른이 픽 웃었다.

“마검은 그걸 협업이라고 하나?”

쿠낙의 검은 눈이 서늘하게 로베른을 바라보았다.

둘 사이에 오가는 기류에 도아는 이쪽저쪽 돌아보다가 말했다.

“뭐예요, 쿠낙이 마검 소유자라고 또 누가 구박했어요?”

“…… 구박.”

그 단어에 쿠낙이 잠시 멈칫하는 사이에 로베른이 말했다.

“구박 당했지. 못된 상사가 부하직원 구박하듯 구박하더군.”

“아니! 그래도 S급인데!”

“마검이 봐주니 만만히 보는 거라네.”

“나빴네요. 도와주러 간 사람인데.”

쿠낙이 피식 웃었다.

“제가 도와주러 가서 오히려 재수 없어졌다고 생각할 겁니다.”

드물게 비아냥거리는 말이다.

도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쿠낙을 봤다가 씨익 웃었다.

“좋네요. 어차피 재수탱이들인데.”

“상대가 이해 안 가는 것도 아닙니다만…….”

“아, 나도 이해는 하는데 그래도 쿠낙 편 들래요. 난 쿠낙 편이니까.”

도아가 이어 말했다.

“사실 두 사람 오면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그쪽 이야기가 궁금하긴 한걸요. A급 던전이 몰려서 나타나면 원래 요청이 들어오는 건가요?”

“네, 모험가 길드에서 위험하다고 판단이 되면 주변에 있는 모험가들에게 공략을 요청하게 됩니다.”

“아, 그래서.”

S급인 두 사람이 함께 있으니, 두 사람에게 동시에 요청이 들어온 거구나.

잠깐.

“그런데 위치는 어떻게 안 거죠?”

“A급 이상 모험가는 모험가 카드 자체가 특수해서 원하면 길드에서 위치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헉? 그래도 돼요?”

‘개인 사생활’이라는 개념이 없나?

하긴, 그런 개념이 만들어진 건 현대에서도 얼마 되지 않았지.

로베른이 픽 웃었다.

“모험가라고 하면 꿈과 희망을 찾는 자들처럼 들리지만, 결국은 무력 집단이란 점을 벗어날 순 없으니까.”

“흐음…….”

‘한마디로 다들 쫄아 있다는 건가?’

하긴 그건 그럴 만하다.

냉병기 시대 용병 집단도 아니고, 이쪽은 걸어 다니는 전술 핵(S급)같은 인간들이니까 어쩔 수 없나.

생각해 보면 A급이라고 해도 혼자 도시 하나는 공략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게다가 그런 자들이 파티나 공대 단위로 움직이면…….

도아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모험가 길드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하겠네.”

다른 나라에서는 모험가를 모험가 길드가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사실은 전혀 아닌데.’

모험가의 무력은 길드에게 여러모로 양날의 검인 듯하다.

도아가 이어 말했다.

“나는 멀리서 왔기 때문에 잘 몰라서 그런데, 지금은 평화의 시대야? 어때?”

도아가 아는 대륙의 나라는 모두 일곱.

솔, 아라, 비에나리에, 나르카, 베삭, 프롱드, 후단.

다들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고 해도 무력 집단에는 예민해지는데.

아니라면?

“나르카의 왕이 오늘 내일 한다지.”

그때 냐냑세세가 끼어들었다.

처음부터 듣고 있었다는 걸 숨기지도 않는 자연스러운 태도였다.

애초에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서, 도아의 대응도 자연스러웠다.

“나르카, 라면. 제가 처음 도착했던 곳인데……. 사실 어떤 나라인지는 잘.”

애초에 숲속에서 시작했고, 지도를 볼 줄 모른다는 걸 깨닫고…….

“와……. 새삼스럽게 여기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나라를 3개나 거쳤네요? 아니, 그랑은 도시라고 쳐도. 와…….”

이게 육로로 연결되어 있는 대륙의 위엄인가?

분단국가에서 태어나 섬과 마찬가지인 나라에 살았던 도아로서는 걸어서 국경을 지난다는 게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B급이 짐처럼 S급 모험가가 되면, 일곱 개의 왕국을 전부 들를 일도 많아지지.”

“그거 뭔가 좋네.”

던전과 보물을 쫓아서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휙 이동하는 건가.

“솔이랑 아라는 꼭 가 보고 싶어.”

쌀의 나라!

분명히 된장, 고추장 같은 것도 있을 터였다.

“일곱 왕국의 요리를 전부 섭렵하고 싶네.”

도아의 말에 쿠낙이 빙그레 웃었다.

“그거 무척 즐겁게 들리는군요.”

“그렇죠?”

도아는 신이 나서 목소리가 들떴다.

나르카의 왕이 어떻다는 이야기는 먹방 여행에 밀려 도아의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중요도가 떨어지는 정보로 밀려났다.

냐냑세세가 그 멀어진 대화에 끼어들었다.

“비에나리에는 치즈가 맛있지. 먹어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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