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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 여행사 : S급 먹방대모험 패키지-71화 (18/100)

⊹ 71화 ⊹

도아는 조심스럽게 현관 밖을 내다보고 입을 떡 벌렸다.

고철 덩어리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쓰러진 마수들이 한가득이다.

‘무슨…….’

근처에 몰려왔던 가디언들이 전멸한 모양새였다.

도아는 눈을 꿈벅이다가 댄버스 부인을 바라보았다.

“부인이 해치운 거예요?”

댄버스 부인이 오두막에 기대어 세워놓은 빗자루를 멋지게 한 바퀴 돌려 보이고는 생글 웃었다.

“우와…….”

도아는 가디언을 보고 댄버스 부인을 보고 다시 가디언을 보았다가 그녀를 돌아보고 박수를 쳤다.

“대단해요.”

가디언을 공격하면 다른 가디언이 따라온다는 특성을 야무지게 잘 이용했다고 해야 하나.

‘자동 레벨 업이 될 줄이야.’

도아는 아까 클릭하다가 잠들었던 스킬 부분을 살펴보았다.

아이템

댄버스 부인

청소 레벨 3

▸ 1. 무척 더러운 물건과 공간을 청소합니다.

▸ 2. 일반적이지 않은 더러운 생물도 청소합니다. 오두막 밖 반경 50m까지 청소 가능.

▸ 3. 오두막 반경 150m까지는 청소 요정의 영역. 모든 것을 청소합니다.

축객령 레벨 1

1. 일반적인 마수를 쫓아냅니다.

‘모든 것을 청소한다는 부분이 무섭다. 그리고 일반적인 마수 쫓기라……. B급 던전 가디언이 일반적인 마수인가?'

도아가 댄버스 부인에게 물었다.

“청소한 거예요? 아님 쫓아낸 건가요?”

댄버스 부인이 춤추듯 비질하는 시늉을 해 보였다.

“청소했군요.”

그럼 주변 150m 안에 있는 마수는 전부 청소되었다는 말이다.

아니, 그보다 더 넓을 터였다.

공격당하면 계속해서 서로를 불러들였을 테니까.

‘그럼 쿠낙이나 로베른의 부담도 많이 줄었겠네. 다행이다. 해왕이도 괜찮겠지?’

도아가 댄버스 부인을 보았다.

“어쨌든 얼굴을 봐서 엄청 반갑네요. 늘 고마워요. 댄버스 부인.”

도아의 인사에 댄버스 부인이 치마를 크게 펄럭이며 무릎을 굽혀 커트시를 해 보였다.

도아가 제 옷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옷도 댄버스 부인이 만들어서 갈아입혀 준 거예요?”

끄덕끄덕

“고마워요. 엄청 힘이 났어요. 그런데 나 얼마나 잤어요?”

댄버스 부인이 손가락을 3개 펴 보였다.

“3시간이요?”

끄덕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몸은 충분히 회복한 것처럼 피곤함이 사라져 있었다.

도아는 다시금 댄버스 부인에게 고맙다고 말하고는 깨끗하게 수선되고 세탁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녀가 오두막을 나서는데 댄버스 부인이 그녀를 뒤에서 꼭 끌어안았다.

“와앗?”

놀라 돌아보니 부인이 그녀에게 뺨을 비벼 주고 옷매무시를 가다듬어 주었다.

어쩐지 진짜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그럼 다녀올게요.”

도아의 말에 댄버스 부인이 싱긋 웃었다.

도아는 포치에서 물러 나와 오두막을 닫았다. 이대로 두고 갈 생각은 없었다.

언제 길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베이스캠프를 두는 건 말이 안 된다.

도아는 오두막을 챙겨서 허리춤에 달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쿠낙은 숨을 고르며 벽에 등을 기댔다.

어느 순간부터 나타나는 가디언의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의 몸집에는 역시 커다란 마검을 바라보았다.

뭔가를 끊임없이 중얼거린다.

귀를 기울여 보면 더러운 말뿐이다.

분하고 억울하며 원통해서 참을 수가 없어, 흐느끼며 분노하고 세상을 저주하는 말뿐이었다.

쿠낙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좁은 골목 사이 하늘은 여전히 붉다.

아무도 없는 도시는 기묘할 정도로 고요하고,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간 듯 느껴졌다.

이곳에 그 혼자인 것 같았다.

홀로.

남겨져서.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생각이 부정적으로만 자꾸 흐른다.

그는 떨어졌지만, 도아 양과 로베른은 붙어 있는 게 아닐까.

귀찮아져서 그를 찾지 않는 게 아닐까.

뭐, 그런 시답잖고도 부정적인 생각들이 끊임없이 제 마음을 콕콕 찌르며 올라온다.

쿠낙은 눈을 감았다가 뜨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마검이 질질 끌리며 바닥과 사이에서 파열음을 만들어 낸다.

까강

마검에 대한 화풀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벗어날 수 없다.

이건 그의 선택이었다.

어린 날의 선택이긴 했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마검을 선택한 건 자신이다.

그러니 비참한 죽음도 어쩔 수 없다.

좋은 점만 고를 수 없는 게 인생이다.

‘그렇지만…….'

반짝이는 아주르 나자크.

다정하고 올곧은 눈동자.

―나는 쿠낙을 좋아해.

흔들림 없이 말하던 목소리.

그 다정함과는 별개인, 냉정하고 군더더기 없는 칼날의 움직임.

번개같이 번득이는 차가운 검.

그 칼날이 그를 가른다면, 그건 무척이나 찰나일 테고, 찰나여서 아쉬울 정도겠지.

그 눈동자를 보면서 눈을 감는다면, 그건 만족할 만한 죽음일 것이다.

마검을 선택한 자신이, 그래도 되나 싶은.

그런…….

쿠르르릉!

바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던전이 커다란 움직임을 일으키며 골목들을 합치고 길을 막고 건물을 새로 세운다.

팡!!

그때 저쪽에서 붉은색 신호탄이 긴 꼬리를 끌며 올라갔다.

“!!”

쿠낙은 곧장 움직이기 시작했다.

던전이 아직 움직이는 와중이라 위쪽까지 움직임을 막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상대도 신호탄을 쏜 후에 그걸 깨닫고는 곧장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세 사람은 순간 서로의 위치를 확인했다.

도아는 활짝 웃으며 양팔을 흔들었다.

“다들 무사했군요! 다행이다!”

“삐이이이익―!!”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그리핀이 날아올랐다.

하늘의 제왕과 땅의 제왕의 모습을 하고 최고속도로 활공한 마수는 순식간에 도아를 낚아챘다.

“해왕아!”

도아는 해왕이의 위에 올라타, 기쁜 마음에 소리 질렀다.

“삐익!”

“응, 응. 나도 엄청 보고 싶었어.”

쿠르르르릉

천천히 던전의 움직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셋은 있는 힘껏 움직였다.

콰광

마지막 움직임이 끝났을 때, 다행스럽게도 세 사람은 한 공간 안에 있었다.

“아슬아슬했네.”

도아가 한숨을 폭 내쉬고 두 사람에게 물었다.

“둘 다 괜찮아요?”

“어쩐지 B급이 가장 멀쩡해 보이는데?”

“오두막에서 쉬어서…….”

말하니 양심의 가책이 느껴져서 도아는 얼른 해왕에게서 내려 오두막을 열었다.

두 사람은 한눈에 봐도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폐하의 망토가 어디 갔는지 모르겠지만 묻지 말자.

쿠낙 역시 검은 옷이라 티가 나지 않을 뿐이지 고생한 흔적이 역력했다.

“짐의 치세가 이리 끝나나 싶었는데, 갑자기 가디언이 나타나는 수가 줄어들더군.”

“아, 그거.”

도아가 뺨을 긁적이며 오두막 문을 열었다.

댄버스 부인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로베른은 눈을 깜박였고, 쿠낙은 빤히 부인을 바라보다가 미소 지었다.

“댄버스 부인.”

쿠낙이 인사하니 댄버스 부인도 치맛자락을 잡고 싱긋 웃으며 인사한 후에 사라져 버렸다.

도아가 두 사람을 안으로 들어오게 하곤 멋쩍게 말했다.

“내가 한 건 아니고, 댄버스 부인이 해치워 줬어.”

“흐음.”

집요정이 전투요정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B급 던전 가디언을 막 해치워요, 라는 말에도 두 사람은 별 동요하지 않았다.

ᅠ로베른은 목깃을 느슨하게 하고 말했다.

“그럼 가디언 수를 얼마나 줄였지?”

“꽤 많이 줄이지 않았을까?”

“그래서 던전이 변했군.”

“그런 거야?”

놀라 도아가 묻자 쿠낙이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해 주었다.

“던전이 오래되어 교활해졌으니까요. 강한 적이 들어왔다는 걸 알았으니 각개격파를 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너무 많은 병력을 잃은 거죠.”

“던전 코어를 더 심부로 이동시켰겠군. 보스가 가디언을 전부 소환했을지도 모르지.”

도아는 문득 저번에 클리어했던 A급 던전이 떠올랐다.

해골 병사들이 가득 차 있었고, 중간 보스가 둘이나 됐었지.

‘그리고 본드래곤…….’

다시 생각하니 무슨 배짱으로 거기를 혼자 공략하겠답시고 쳐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세계수 가지 아니면 죽었어, 백 퍼센트 죽었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도아가 말했다.

“일단 다들 고생했으니까 저녁 먹고 쉬자.”

세 사람은 차례로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저녁은 댄버스 부인이 차려주었다.

산더미처럼 쌓아 올린 찹스테이크에다가 후식은 고구마 맛탕이라는 기묘한 조합이었지만 지친 몸은 당분과 탄수화물을 쭉쭉 빨아들였다.

“고구마를 튀기고 녹인 설탕을 입힌 건가?”

“응.”

황금색 맛탕은 바삭바삭하고 뜨겁고, 달콤했다.

차가운 차와 함께 먹으니 끝도 없이 들어간다.

해왕이도 열심히 맛탕을 먹었다.

문득 쿠낙이 신기하다는 듯 해왕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도아 양의 기수는 던전 코어를 먹는 걸 본 적이 없네요.”

“?”

도아가 의아한 얼굴을 했다.

의아함이 가득 들어찬 얼굴을 본 쿠낙은 당황했다.

드물게 로베른도 당혹했다.

어색하게 도아가 물었다.

“기수가 던전 코어를 먹어?”

“주 먹이 아닌가?”

“기수를 유지하는 사람이 적은 건 먹이가 던전 코어라서…….”

“어??”

놀라 도아는 해왕이를 휙 돌아보았다.

날개가 불편한지 오두막 안에서는 꼭 늑대의 모습을 하고 있는 해왕이가 도아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해왕아, 너 던전 코어 먹어?”

해왕이가 고개를 반대로 갸웃하더니 “컹.” 하고 작게 짖었다.

“먹어?!”

도아는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해왕이를 계속 굶겨온 것인가.

나는 동물학대범이었나.

허둥지둥 도아가 가방에서 모아뒀던 던전 코어를 꺼냈다.

D급, C급.

여러 개의 코어가 손바닥 위에 가득 올라왔다.

하나같이 조약돌처럼 반질반질하면서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킁킁

해왕이는 냄새를 맡는 듯 코끝으로 이리저리 코어를 건드리더니 고개를 팽 돌렸다.

“싫어? 안 먹어?”

당황한 도아가 다시 해왕이에게 코어를 내밀었지만, 해왕이는 자신의 맛탕으로 돌아갔다.

도아는 어리둥절해져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로베른이 말했다.

“상당히 급이 높은 편인가?”

“응?”

“마수와 계약할 때는 던전 코어가 필요하지. 성장하는 마수는 던전 코어를 먹으면서 성장하니까. 인간은 코어를 제공하고, 마수는 자신이 던전 코어 없이 그냥 성장했을 때와 코어로 시간을 단축해서 성장했을 때를 비교해서, 코어 쪽이 성장이 빠를 때 계약을 하지.”

“……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계약을 하기는 했지만.”

그런 계약은 아니었다.

바닷속의 마수가 육지를 돌아다니는 것.

그게 디나담의 계약이었지.

‘게다가 천년은 바닷속에서 묵은 마수이니 D급이나 C급 코어는 성에 안 차겠지.’

도아는 코어를 우르르 도로 가방에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해왕이는 그냥 요리로 충분해.”

“컹컹.”

맞다는 듯 해왕이가 짖고 싹싹 비운 그릇을 앞발로 슥 밀었다.

댄버스 부인이 다시 그릇에 맛탕을 채워 주었다.

아무래도 고구마 맛탕이 상당히 마음에 든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원래 개들이 고구마 좋아하지 않나.'

해왕이는 개는 아니지만, 개 모양을 하고 있으니까.

도아는 해왕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말했다.

“그럼 안 먹으면 안 되는 우리들은 마저 먹고 가서 쉴까?”

“자고서 내일 이야기하는 게 좋겠군.”

로베른이 시계를 꺼내 들었다. 던전에서 파티와 함께 움직이니 왜 시계가 필요한지 알겠다.

도아는 나가면 꼭 시계를 사겠다고 결심했다.

식사를 끝내고 잠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후에 도아는 스트레칭을 했다.

전신을 쭉쭉 늘려주고, 저녁 명상.

분명히 아까 잤는데도 졸음이 밀려왔다.

어린아이의 몸이기 때문일까?

“불침번을 서지 않아도 된다는 건 정말 좋군요.”

쿠낙의 말에 로베른과 도아는 깊이 동의했다.

제 방으로 돌아와 도아는 침대에 몸을 날렸다.

기회라는 듯 해왕이도 침대로 올라와 파고들었다.

“왜 다리 사이에 눕는 거야…….”

도아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곧장 잠에 빠져들었다.

❖ ❖ ❖

다시 던전 탐험이 시작되었다.

걸어도 걸어도 던전이 끝이 나지 않았다.

익숙한 골목을 계속 걷노라면 이제 여기가 어딘지를 떠나서 내가 누구인지조차 잊어버릴 지경이었다.

이틀이나 그렇게 도시를 돌고 나니 더는 참을 수가 없어졌다.

심지어 이제 가디언도 나오지 않는다.

간간이 한두 마리.

“대체 다 어디로 간 거야?”

“아마 던전 코어를 지키기 위해서 몰려간 게 아닐까요?”

“아니, 그럼 던전 코어는 어디에 있는데?”

“찾으려면 시간이 상당히 걸리겠지요.”

쿠낙이 곰곰 생각하고 말했다.

“이럴 때는 그냥 던전을 부수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부숴? 그거 엄청나게 좋은 생각 같아. 그냥 다 부술까? 응?”

도아는 진짜 다 부수고 이 던전을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한끝 이성이 말린다.

“하지만 부순다고 소용이 있을까?”

“있지.”

로베른이 옆에서 거들었다.

“그래? 소용 있어?”

귀가 저절로 솔깃해졌다.

“던전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던전 코어의 일이니 말이야. 던전을 부수면, 복구하는 데에도 힘이 들어가지. 힘을 빼면 뺄수록 우리가 유리하고.”

“아아…….”

그런 원리구나.

도아가 생각에 잠긴 와중에 쿠낙이 말했다.

“하지만 던전을 부수는 데는 마나가 많이 들어갑니다. 만약 우리가 부수는 데 체력과 마나를 소모했을 때 보스가 나오기라도 하면 곤란하지요.”

“B급의 오두막으로 도망가면 안 되나?”

“우리가 쉬는 사이, 그쪽도 에너지를 수복할 텐데요.”

“그렇군.”

이야기를 듣던 도아가 말했다.

“그럼 우리 힘을 들이지 않고 던전을 폭파시킬 수 있다면?”

그 말에 두 사람이 도아를 내려다보았다.

도아가 둘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어때? 그럼 승산이 좀 있나?”

“그야 그렇겠지만요.”

로베른은 벌써부터 눈을 찌푸린다.

“B급스러운 무모한 짓을 하려는 건가?”

“아니, 그렇게 무모한 건 아니고. 무모하긴 하지만, 그렇게 무모한 건 아니랄까.”

도아의 변명에 쿠낙과 로베른 두 사람의 표정이 점점 더 의심스럽게 변한다.

도아가 허둥지둥 짐을 뒤져서 파이어 크리스털을 꺼냈다.

그녀가 홀랑 타오르면서 얻어낸, 푸른색 불꽃이 춤추는 커다란 크리스털이었다.

크흐흐 악당 같은 웃음을 흘리며 도아가 말했다.

“이걸 폭파시키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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