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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 여행사 : S급 먹방대모험 패키지-90화 (99/100)

⊹ 90화 ⊹

“비추는 샘을 봉인한 주문을 알려줄 수 있을까?”

도아는 직설적으로 물었다.

바르샤가 주홍색 눈을 가늘게 떴다가 빙긋 웃었다.

“가르쳐 줄 수 있지.”

“정말?”

이렇게나 순순히?

도아가 반색하자, 바르샤가 이어 말했다.

“하지만 두 가지 조건이 있어.”

“그럼 그렇지……. 뭔데?”

“하나는 수수께끼를 풀어야 해.”

“수수께끼?”

“그래. 처음에 주문을 링 리더에게 맡길 때 용사 이슬이 맡긴 수수께끼가 있거든. 답을 말할 수 있으면 주문을 넘겨 주지.”

“일단 알겠어. 그런데 그럼 그걸로 충분한 거 아냐? 두 번째는 뭔데?”

바르샤가 활짝 웃으며 스스로를 가리켰다.

“나도 파티에 끼워 줘.”

“안 됩니다.”

“안 돼.”

반대는 양쪽에서 튀어나왔다. 도아가 쿠낙과 로베른을 번갈아 바라보고 바르샤를 바라보았다.

바르샤는 여전히 빙글빙글 웃는 얼굴이었다.

“어떻게 할래?”

“만약에 거절하면 어떻게 돼?”

“‘아쉽군요, 주문은 어쩔 수 없지.’가 되겠지?”

도아가 끄응 하고 말했다.

“생각 좀 해 보고 결정해도 돼?”

“얼마나?”

“일주일 정도?”

도아가 그러며 히죽 웃어 보였다.

“임시 파티원으로 받아줄게.”

바르샤가 눈을 깜박였다.

“임시?”

“그래, 두 사람이 이렇게 반대하면 이유가 있을 거 아냐. 주문이 중요하긴 하지만……. 난 아직 널 모르니까. 일주일간 파티원이 되어서 서로 알아보기. 어때?”

“흐음…….”

바르샤가 고민하듯 제 콧등을 툭툭 쳤다.

“합리적이야. 좋아. 그렇게 하지. 잘 부탁해, 파티 리더.”

“좋아. 그럼 파티원이 된 기념으로 저거 좀 해결해 줘.”

도아가 거울을 가리켰다. 바르샤는 가볍게 걸어서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뒤에서 도아가 지켜보는데 쿠낙이 바싹 다가와 속삭였다.

“도아 양, 너무 무모합니다.”

“어쨌든 주문은 필요하잖아? 게다가 마법사는 귀한 인재고.”

“B급의 잔머리는 알아줘야겠군.”

로베른이 옆에서 중얼거려 도아는 제 머리를 툭 치며 말했다.

“잔머리라니. 좋은 머리라고 해 줘.”

여기서 바르샤를 거절하고 돌려보내면 저 거울에서 아르맥을 꺼내기 위해서 도아 일행이 ‘부탁’해야 한다.

‘하지만 임시 파티원이라면 다르지.’

함께 파티 임무를 해내는 게 파티원의 역할이니까.

바르샤는 적극적으로 협력해 줄 터였다.

바르샤가 거울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거 그냥 꺼내도 되나?”

“그냥 꺼내면 어떻게 되는데?”

“자아가 부서지거나 찌그러질 가능성이 크지.”

“그럼 살살 꺼내 주세요.”

“쳇.”

바르샤가 투덜거리고 손을 들어 올렸다. 그가 말했다.

“그나저나 거울 속에 인간을 가두다니, 잘도 무서운 짓을 하는데? 이 짓을 한 마법사는 누구지?”

“리치로 추정하고 있는데?”

“리치?!”

바르샤가 휙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몸이 두둥실 뜨는 듯했다.

눈이 지나치게 반짝거리고, 얼굴이 환하게 빛난다.

“리치라고? 진짜로?”

“아니, 추정할 뿐이지. 하지만 이 정도의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사인 데다가 마수라면 리치밖에 모르겠어서.”

“아아, 합리적인 추리야. 으흐흐흐 그래, 리치란 말이지. 리치. 아하하하하.”

혼자 몸을 흔들며 광소를 터트리는 바르샤를 보고 도아는 깨달았다.

‘이 인간 콘셉트는 중 2구만.’

“후, 내가 지나치게 흥분했군. 좋아, 리치라. 훌륭해.”

그가 여전히 크흐흐 하는 웃음을 흘리며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 바르샤가 말했다.

“그대는 훌륭한 파티 리더야.”

“어, 고마워?”

도아가 중얼거리자 바르샤가 빙긋 웃고 두루마기 소매를 잡아 올렸다.

화려한 팔찌가 드러났다.

그가 입을 열어 주문을 외웠다. 도아도 대강 알아들을 수 있었다.

“흔들리는 거울이여. 우자(愚者)들은 그대의 뒷면을 모르나, 지자(智者)는 아네. 그대는 양 세계의 관문. 비추고 지나가 흔들리는 그림자를 관통하는 비현실의 은판이여. 우리가 보는 건너편에서 보는 자들은 누구인가.”

바르샤의 팔 위로 팔찌처럼 마법진들이 생겨나 회전하기 시작했다.

‘하긴. 거울은 유리에 은판을 댄 거니, 양면은 양면이지. 거울은 좌우가 반대가 아니라 앞뒤를 비추는 거라 했던가.’

바르샤가 주문을 마저 외우기 시작했다. 이제 단어가 점점 어려워져서 도아도 거의 알아듣기 어려웠다.

바르샤가 손을 뻗어 거울 속에 팔을 넣었다. 거울의 은빛 표면이 일렁거렸다.

아르맥의 팔을 잡자 바르샤의 발밑에서도 마법진이 빛나기 시작했다.

촤악―!

바르샤가 단번에 아르맥을 거울에서 꺼냈다. 바깥으로 튕겨 나오듯 나와 바닥을 나뒹군 아르맥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나, 나, 나왔다!! 나왔어! 감사합니다! 저,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르맥은 소리를 지르더니 엉엉 엎드려서 울기 시작했다.

바르샤가 발로 그를 찼다.

“시끄러워. 다시 안에 넣어 버린다?”

“힉, 힉, 끅.”

놀란 아르맥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울음을 멈추려 애썼다.

도아가 혀를 찼다.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 몸은 어디 안 좋은 곳 없나요?”

도아의 말에 아르맥은 눈물을 다시 주룩주룩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도아가 손수건을 내주고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거울 속에 갇혀서 얼마나 무섭고 절망적이었겠는가?

보통 인간이라면 정신병이 왔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바르샤는 아르맥에게서 완전히 관심이 떨어진 듯 주변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책을 들춰보거나 시험관을 건드려 보았다.

도아가 아르맥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설명해 줄 수 있나요?”

아르맥은 못 하겠다고 말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불꽃이 도아의 눈동자를 비추었다.

초록색 눈동자를 마주 보니 어쩐지 마음속이 가라앉았다. 아르맥은 굳은 혀를 움직였다.

“마, 마법사가…….”

“마법사?”

“방랑 마법사가 성에 왔었습니다.”

바르샤가 그 말에 획 몸을 돌려 이쪽으로 다가왔다.

“방랑 마법사? 누구? 마법사 표식은 확인했나?”

“그…… 그게…….”

어리둥절한 아르맥의 표정을 보고 도아가 바르샤를 저지했다.

“세세한 건 나중에 확인하고, 그래서요?”

아르맥은 더듬더듬 설명을 계속했다.

방랑 마법사는 영주 일족에게 초대받았다. 마법사는 귀한 존재이므로 이렇게 귀족들에게 초대받는 일이 종종 있다고 했다.

미르카 주변을 둘러보며 마법사는 마법으로 수로나 성을 보수하기도 했다.

붙임성이 좋은 마법사라서 아르맥도 금방 그와 친해졌다. 아르맥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그건 자신이 대영지의 후계자치고 너무 소심하다는 것이었다.

부모님도 그런 점에서 자신을 못마땅해하고 있는 걸 안다. 차라리 둘째가 맏이였어야 했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나오곤 했다.

그러자 마법사는 이 장소를 알려주었다.

아르맥은 이곳에 와서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생겼다.

집으로 돌아와 아르맥은 자신만만하게 행동했고, 모두가 드디어 집의 첫째가 정신을 차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지되는 시간은 짧았어요…….”

아르맥이 웅얼거렸다.

“자주 여기로 와야 했고, 그러던 어느 날…….”

거울 속의 자신이 씩 웃더니 말했다.

―이봐, 내가 너보다 훨씬 쓸모 있는 거 아냐?

아르맥은 너무 깜짝 놀라 그대로 굳어버렸다.

―가족들도 나를 더 좋아한단 말이지. 너도 알잖아?

마음속 깊이 아주 작게 ‘그가 하는 말이 맞다.’ 라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말했어요. 손을 내밀라고. 그럼 내가 진짜가 되고……. 저는, 소심한 저를 버리고 싶었을 뿐이에요. 여기에 이렇게 갇힐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그저 다른 제가 되고 싶었어요.”

거울 속의 자신감 있는 자신과 현실에 있는 소심한 자신의 성격을 바꾸고 싶었을 뿐이다.

아르맥이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시 울기 시작했다.

도아가 쓴웃음을 지었다.

가족들에게,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나 자신도 사랑할 만한 나 자신이 되고 싶다.

‘나 자신을 죽여서라도, 인가.’

바르샤가 한심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인격을 바꾸는 게 그렇게 뚝딱 될 리가 없잖은가? 후계자가 소심한 게 아니라 멍청한 게 문제로군.”

“바르샤.”

도아가 그의 이름을 경고하듯 불렀다. 바르샤는 흥 하고 고개를 휙 돌렸다.

도아가 아르맥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이야기는 알겠어요. 그리고 어느 정도 이해도 해요. 하지만 당신은 선택했고, 그 선택이 지금 미르카를 위기에 몰아넣고 있어요.”

아르맥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물기에 젖은 회색 눈동자를 바라보며 도아가 말했다.

“그 위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거예요.”

아르맥은 떨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더듬거리며 물었다.

“무, 무슨 일이 생긴 거죠? 그 녀석이 무슨 짓을 했나요? 시간이 그렇게 흐른 거 같지는 않았는데…….”

“상당히 흘렀어요.”

도아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르카를 일으켜 세우고 그녀가 물었다.

“어떻게 나가면 되죠?”

“저는 거울을 통해서 나갔었어요. 이 거울이 저희 집 거울이랑 연결이 돼서…….”

바르샤가 어처구니없어져 말했다.

“미친 거 아닌가? 그동안 잘도 그런 짓을 했군. 이래서 마법을 모르는 것들이란…….”

도아가 끙 하고 턱을 괴었다.

“우리가 거울로 나갈 수는 없지.”

도아가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거울 속에는 이제 평범하게 풍경이 비치고 있었다.

“…… 어?”

도아가 거울 속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바르샤를 불렀다.

“바르샤, 저거 봐봐.”

거울에 비치고 있는 선반을 도아가 가리켰다.

“거울 안에는 저 상자가 비치는데, 거울 밖에는 없어. 리치라면 ‘영혼함’이 있다고 했잖아? 혹시 저게 그거 아닐까?”

“아니면 함정일 수도 있고.”

“들어가 보면 알겠지. 나 들여보내 줄 수 있어?”

도아가 팔을 걷어붙이자 쿠낙이 나섰다.

“제가 들어가 보겠습니다.”

“쿠낙보다는 그래도 제가 마법에 대한 지식도 있고. 나을 거 같은데요.”

로베른이 바르샤의 뒷덜미를 붙잡아 내밀었다.

“이렇게 좋은 더미를 두고서 왜 인간이 직접 들어가려고 하지?”

바르샤가 버둥거리며 말했다.

“미친 인간아, 그만해! 이게 얼마나 귀한 건지 알아?”

“지금 짐의 손에 잿가루가 되는 게 낫겠나, 아니면 저 거울 속을 탐험하고 돌아오는 게 낫겠나?”

“이이……!”

분한 표정으로 부들부들 떨다가 바르샤가 도아에게 양손을 내밀었다.

“아주르 나자크, 이놈이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아이……?”

로베른이 바르샤를 흔들며 말했다.

“이게 링 리더가 된 지 60년이 넘었다.”

“60년?!”

도아가 놀라 외쳤다.

중2 콘셉트 할아버지라고?? 아니, 할머니일 수도 있지만. 중2 콘셉트 노인이었단 말인가.

‘아니, 그럴 수도 있지. 인생은 자기 마음이지.’

도아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헛기침을 했다.

“바르샤, 부탁해도 될까? 안 된다면 역시 내가 들어갔다가 올게.”

“싫다.”

“알았어. 폐하, 바르샤를 놔줘.”

“가끔 짐은 B급을 때려 주고 싶을 때가 있네.”

“걱정해 줘서 고맙네요.”

도아가 피식 웃고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로베른이 바르샤를 놓아주었다. 쿠낙이 말했다.

“굳이 영혼함을 찾아야 합니까? 본체에 타격을 주면 영혼함에도 타격이 간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가능하면 위험은 최대한 피하고 싶잖아.”

그때 바르샤가 도아의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내가 다녀오지.”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어.”

바르샤가 도아를 바라보더니 눈을 찌푸렸다.

“정말로 성가시네.”

“갑자기?!”

도아가 당황하든 말든 바르샤는 주문을 외우고는 거울 속으로 쏙 들어가더니 별로 헤매지도 않고 상자를 들고 나왔다.

“자, 됐지?”

그가 도아에게 상자를 내밀었다. 어리둥절해진 도아가 상자를 받아들며 말했다.

“고마워.”

쿠낙이 말했다.

“일단 여기서 나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음, 그런데 저 미끄럼틀을 어떻게 빠져나가지?”

“무, 물속으로 나가면 될지도 몰라요.”

아르맥의 말에 모두가 그를 돌아보았다. 아르맥은 움츠러들었다.

“물속으로?”

“네, 절 여기에 가두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걸 봤어요.”

“그래? 그럼 들어가 보자.”

바르샤가 손을 들었다.

“이 몸은 무거워서 물에 가라앉아.”

“그럼 내가 손잡아 줄게.”

도아의 말에 바르샤가 빙긋 웃었다.

“그럼 나는 수중 호흡 마법을 걸어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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