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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 여행사 : S급 먹방대모험 패키지-91화 (100/100)

⊹ 91화 ⊹

도아 일행이 야영지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여기저기서 아침 식사를 위한 모닥불이 올라가고 있었다.

‘이제 동이 텄는데, 부지런하기도 하지.’

“더아 님!”

도아를 발견한 베리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후다닥 달려왔다.

“아, 베리. 아직 오지 마. 나 완전히 젖었어.”

도아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베리는 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도아와 일행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홀딱 젖은 모습이었다.

베리가 말했다.

“챠를 둔비할게요.(차를 준비할게요.)”

“응, 고마워.”

도아는 텐트 안으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그녀가 베리에게 차를 받아들었다.

아무리 봄이지만 흠뻑 젖은 채로 걸어 다니기에는 추운 날씨였다. 차의 온기가 몸속에 스민다.

나머지 일행들도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아르맥에게는 쿠낙이 옷을 빌려주었다. 입술이 새파래진 아르맥이 벌벌 떨며 잔을 받아들었다.

도아가 호록하고 차를 마시고 울상이 된 아르맥을 바라보았다.

창백한 얼굴에 주근깨가 도드라지는 얼굴은 표정 때문인지 무척 주눅 들어 보였다.

“성문이 닫힌 건 처음 있는 일이에요.”

그가 중얼거렸다. 성에서 일어난 일을 들은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연신 가족 걱정을 했다.

도아가 퀘스트 창을 열어보았다.

‘아, 역시 업데이트되어 있네.’

진짜 아르맥을 찾아내자!

1. 갇혀 있던 측근을 찾아서 성의 사정을 듣자.

2. 당나귀산의 성터에서 비밀통로를 찾아내자.

3. 진짜 아르맥을 거울 속에서 구출해내자.

첫 번째 퀘스트는 완료가 된 상태였다.

그렇다면 두 번째 퀘스트만 처리하면 된다.

>>가짜를 처리하자.

도아는 천천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일단 성안의 일도 문제고, 성 밖에서 일어나는 일도 문제야. 왜 코어를 땅속에 묻고 있었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일일이 파내고 다닐 수는 없어. 시간을 많이 썼고.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인가.’

툭툭 컵의 가장자리를 두들기며 고민하던 그녀는 눈을 떴다.

모두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어서 도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웃었다.

“생각을 정리하느라.”

로베른이 느긋한 어조로 말했다.

“지금 리더는 B급이니까.”

“그렇습죠. 그래서 말인데, 그냥 빠르게 움직이는 게 가장 좋을 거 같아. 적은 이미 우리 존재를 알 거고, 시간을 줬으니 준비도 하고 있겠지. 그 상황에 기어들어 가는 게 바보 같은 건 알지만, 그거 말고는 딱히 다른 방법이 생각이 안 나거든.”

여기는 던전이 아니다.

던전이라면 일단 크리스털을 사용해 날려 버리거나 했겠지만.

“참, 바르샤.”

“왜?”

“던전 코어를 성 곳곳에 심던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도아의 말에 바르샤가 고개를 기울였다. 긴 베이비블루 빛 머리카락이 땅에 끌렸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상대가 리치라면, 영혼함을 채우려고 하겠지.”

“영혼함을 채워?”

“아무리 위대한 마법사라고 해도, 불멸을 얻을 수는 없어. 한번 필멸자는 영원한 필멸자지. 영혼함에 영혼을 격리하는 순간부터 생명은 흘러나가.”

“어? 그런 거야?”

“그래, 그 흘러나가는 양이 압도적으로 적어지기는 하지만 말이야. 멍청한 마법사가 10년을 버틴다면, 위대한 마법사는 몇백 년은 버티겠지. 하지만 그래도 한계는 와.”

“그때마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빨아들이는 건가?”

“죽음은 늘 제물을 필요로 하지.”

“그럼 미르카 전체를 빨아들이려고 한다고? 그런데 왜 던전 코어를 쓰지? 마법사라면 크리스털을 쓰는 거 아냐?”

“상대는 리치잖아. 마수와 인간의 마법 체계는 완전히 달라.”

“으음…….”

도아가 팔짱을 꼈다.

“다, 당장 뭔가 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아르맥은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도아가 그를 바라보다가 “아.” 하고 아르맥을 가리켰다.

“그러네, 도련님이네.”

“네?”

“성 사람들에게 안면 통하지?”

“그, 그야 그렇습니다.”

도아가 씩 웃었다.

“그럼 이야기가 편하네.”

아르맥이 어깨를 움츠리며 말했다.

“정말로 제가 도움이 될까요……?”

“가기 싫어?”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제가 발목을 잡을까 봐……. 어차피 저는…….”

“나는 그쪽이 필요한데.”

도아의 말에 아르맥이 고개를 홱 들었다. 매달리듯 그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 정말로요?”

“응응. 나중에 작전을 이야기할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도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베리에게 손짓했다.

“베리, 잠깐 저쪽으로 가자.”

도아는 베리에게 지금까지 일을 설명했다. 베리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성으로 다시 들어가려고 해. 해왕이를 부탁해도 될까?”

“알겠어요.”

“그리고 가능하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좋겠는데.”

“…… 싫어요.”

“베리.”

“싫어요. 다른 사람도 다 여기 있잖아여. 뎌두 여기 있을래여. 멀리 안 갈래여.”

베리가 그녀를 꽉 끌어안고 옆구리에 머리를 디밀었다.

“아이구, 그래. 알았어. 하지만 무슨 일이 있으면 해왕이랑, 그냥 짐 다 버리고 도망가기다?”

“네!”

베리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도아가 그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베리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도아는 일행에게로 돌아가 사정을 설명했다. 아르맥은 바싹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도아가 바르샤에게 물었다.

“바르샤는 정신계 마법 괜찮아?”

“이 몸에게 묻는 것이냐?”

“괜찮다면 됐고.”

도아가 빙긋 웃었다.

“그럼 들어가자.”

❖ ❖ ❖

성문을 닫을 걸 명했던 기사는 소영주님이 오셨다는 말에 긴가민가하며 달려 나왔다.

아르맥이 그를 보고 큰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클로소 경!”

“소영주님??”

클로소는 당황했다.

“아니……. 성안에 계시는 게 아니었습니까?”

“일이 있어서 잠시 나갔다 왔네. 시급을 다투는 일이 있어. 어젯밤에 병사들이 땅에 묻은 돌을 기억하나?”

“네, 단장님께서 명령하신 것 말이지요?”

클로소의 말에 아르맥은 침을 꿀꺽 삼켰다. 단장님이라면 성안 기사단장을 이르는 말이었다.

‘하지만 병사는 분명 경비병을 썼을 거야.’

“병사들을 여기서 차출해서 돌을 묻었을 거 아닌가.”

“네, 그렇습니다.”

“그게 문제가 생겼네. 미안하지만 도로 파내 줄 수 있을까?”

“예? 하지만…….”

클로소는 머뭇거렸다.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단장님께 확인해 봐도 되겠습니까?”

아르맥은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

“지금 내 말이 기사단장 말보다 아래라고 하는 건가? 내가 아무리 심약하다고 하나, 영주 후계자다.”

클로소는 놀라 손을 저었다.

“아니, 그런 게 아닙니다.”

“아니면 그대도 어떤 불충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성안에 그런 이야기가 들리기는 하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 병사들을 데리고 가서 도로 돌을 파내오게.”

“알겠습니다.”

속으로는 묻었다가 파내라고 했다가 명령을 바꿔대는 상관에 대해 분통이 터졌지만, 어쨌든 겉으로 그걸 티 낼 수는 없었다.

클로소가 힐끗 아르맥 뒤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분들은……?”

“내가 특별히 초빙한 모험가분들이지. 부모님께서 모험 이야기를 좋아하시지 않는가?”

“그렇지요…….”

클로소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모험가들을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소영주가 버티고 있으니 뭐라 할 수 없었다.

“빨리 움직이게.”

아르맥의 질책에 클로소는 병사들을 불러 모았다.

아르맥은 맥이 탁 풀리는 걸 간신히 부여잡았다.

도아가 그의 어깨를 탁 쳤다.

“잘했어.”

“통해서 다행입니다.”

“무슨 소리야. 네가 진짜잖아?”

도아가 웃었다. 그녀의 시선이 성을 향했다.

“자, 그러면 그 안면이 성에도 통하는지 볼까?”

그녀가 재듯이 힐끗 아르맥을 보고 물었다.

“물론 겁이 난다면 여기에서 멈춰도 좋아.”

아르맥은 그 말에 가슴 가를 꽉 쥐었다가 말했다.

“아닙니다. 제가 책임져야 하는 게 맞으니까요.”

“좋아. 그럼 갑시다.”

도시 안은 조용했다. 밖에 나와 있는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다들 성문 봉쇄로 인한 불온한 기운을 느끼고 있는 듯 보였다.

로베른이 말했다.

“서두르는 게 좋겠네.”

바르샤가 옷소매로 입가를 가리며 말했다.

“기분 나빠. 남의 마법진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기분은 정말 최악이네.”

내성 입구의 경비 역시 아르맥이 나타나자 당황스러운 표정을 하면서도 경례를 붙였다.

일행도 무사히 성문을 넘었다.

아니, 넘었다고 생각했다.

안에서 다른 기사가 뛰어나오며 아르맥을 가리켰다.

“저 인간은 가짜다! 진짜 소영주님은 아직 안에 계신다! 불측한 놈들이다!”

동시에 비상을 알리는 나팔 소리가 이어졌다.

“아이쿠.”

도아가 어깨를 움츠렸고 아르맥이 연신 소리쳤다.

“아니야! 안에 있는 게 가짜다! 내가 진짜야!”

“뭐, 뭐야?”

“누구 말이 맞는 거야?”

“도련님?”

어리둥절한 얼굴의 기사와 병사들 사이로 기사단장이 나타나 소리쳤다.

“저놈이 가짜다! 당장 처리해!”

그때 탑 위에서 돌프가 고개를 내밀었다.

“아니다! 안에 있는 사람이 가짜야! 도련님! 돌아오셨군요!”

“돌프!”

“초, 총관님?”

“어떻게 된 거야―!”

“다들 정신 차려라!”

단장이 다시 소리 질렀다.

도아가 검을 빼 들자 아르맥이 소리쳤다.

“아, 안 됩니다! 사람을 해치지 말아주세요!”

“알아요.”

도아가 검을 휘릭 돌리며 말했다.

“삼단 봉 모드.”

손안에서 검이 삼단 봉으로 변했다. 도아가 팡 소리 나게 봉을 펼치고 히죽 웃었다.

“죽이지는 말아요, 죽이지는. 다들 알아들었죠?”

쿠낙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아가 아르맥과 바르샤에게 말했다.

“전력으로 뚫을 테니까 그냥 계속 달려서 따라와요. 갑니닷!”

도아가 달리기 시작했고, 아르맥은 으아아 하고 소리치며 그 뒤를 따라갔다. 바르샤는 살짝 몸을 공중에 띄워서 스르륵 미끄러졌다.

뻐억!

빡!

“으악!”

“컥!”

일반 병사들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말 그대로 가을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히익……!”

아르맥은 인간이 저렇게 휙휙 날아갈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우, 우왓?!”

그러다가 발이 꼬여 넘어질 뻔한 걸, 쿠낙이 뒷덜미를 잡아 똑바로 세웠다.

“계속 달리십시오.”

“네, 넵!”

“이, 이놈들!”

아르맥이 경고했다.

“단장은 마나 사용자예요!”

“파렴치한 가짜 놈이!”

단장의 외침에 아르맥은 마음이 아파 왔다. 그가 소리쳤다.

“난 진짜야! 진짜라고! 정말로 모르겠어?”

아르맥의 말에 단장의 눈이 순간 흔들렸다. 도아가 그런 그의 손목을 삼단 봉으로 후려쳤다.

갑옷을 입고 있었지만 손목에 통증을 주기는 충분했다.

“큭!”

그가 검을 힘주어 잡아 휘두르는 걸 몸을 낮춰 피하고 도아가 말했다.

“실례합니다.”

그녀가 바닥에 원을 그리듯 다리를 휘둘러 상대의 발목을 후려쳤다.

몸이 붕 뜨면서 단장은 도아를 찌르려고 검을 내밀었지만 이어 쿠낙이 그의 몸뚱이를 걷어찼다.

콰직―!

갑옷이 찌그러지면서 그의 몸이 저쪽으로 날아갔다.

단장마저 떨어져 나가자 병사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바르샤, 마법진이 완전히 사라지려면 얼마나 걸릴까?”

“바깥의 인간들이 얼마나 부지런히 돌을 수거하느냐에 달렸지. 일단 한번 완성된 마법진은 적어도 삼분의 일을 파괴해야 한다.”

“시간이 꽤 걸리겠네…….”

바르샤가 말했다.

“사람이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게 이 성을 봉쇄하겠다. 그건 괜찮겠지?”

“부탁할게.”

도아의 말에 바르샤가 주문을 외웠다.

“케 아라다, 다둔 스이밀.”

철컥

여기저기서 문이 닫히고 자물쇠가 잠기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바르샤가 지휘하듯 손을 움직였다. 그의 커다란 귀걸이가 반짝인다.

“레카다, 둘레 오호리이 아르다.”

쿠웅―

공기가 정체된 느낌이 들었다. 도아가 신기해서 물었다.

“완전히 공간을 격리한 거야?”

“그래. 나 같은 위대한 마법사니까 가능한 마법이지. 이 안에서 어지간히 날뛰어도 바깥까지 피해가 가는 일은 없을 게다.”

“그런 대규모 마법을 써대면 오염이 쌓이겠지. 얼마나 쌓였지?”

도아의 말에 바르샤는 제 손을 바라보았다.

“봐, 손톱이 3개 까맣게 됐지? 나머지 7개는 남아 있으니까 괜찮아.”

“…… 대단하긴 대단하네.”

도아가 중얼거리자 바르샤가 머리카락을 휙 넘기며 말했다.

“세계의 의지를 구현하며, 별을 넘는 힘을 갈구하는 초월자인 나에게 이 정도는 별일 아니도다.”

‘갈구하는 중인 거면 초월자가 아닌 거 아닌가?’

도아는 중2의 모순을 지적하는 대신에 “그렇군, 그렇군.”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도아는 단서 추적을 켜보았다. 금색 실이 앞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저 안에 있나.’

아르맥이 소리쳤다.

“저, 저, 더 이상은……!”

못 뛰겠어요, 라고 하려는 순간.

“흑…… 흑흑…… 흑…….”

흐느끼는 소리와 함께 레이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공기가 싸늘해지고 벽에 서리가 끼기 시작했다.

“헉!”

놀라 아르맥이 그 자리에서 붙박인 듯 멈춰 섰지만, 도아는 멈추지 않았다. 레이스를 향해서 정면으로 달려 나간다.

레이스가 들고 있던 낫을 휘둘렀다. 한순간 아래로 훅 꺼지듯 도아가 사라졌다.

“폐하!”

도아는 그대로 슬라이딩하듯 서리가 낀 대리석 바닥을 미끄러져 레이스의 밑을 빠져나가려 했다.

그녀의 머리 위로 레이스가 랜턴을 높이 치켜올린 순간,

땅, 따앙―!

철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로베른이 검을 휘두르자 불꽃이 뿜어져 나갔다.

레이스가 들고 있던 랜턴과 함께 팔이 완전히 증발했다.

“꺄아아아악!”

불꽃을 두른 로베른의 검이 비명을 지르는 레이스를 반으로 가른다.

그사이 도아는 반대편 복도 문을 열었다.

“와우.”

거대한 스켈레톤이었다. 주변에 도깨비불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손에는 반투명한 사신의 낫을 들고 한 손에는 랜턴을 들고 있었다.

바르샤가 “허어.” 하고 말했다.

“놀랍군. 거인족의 뼈인가?”

해골의 검은 눈 속에 등화 같은 눈동자가 번득인다.

‘추워.’

그 짧은 시간에 속눈썹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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