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그래서, 어디로 가자고?
“생각해 보니 저승은...킁...아닌 것 같아...”
“그렇긴 하지...저승 이였다면 이미 저승사자가 왔든, 환생을 하든, 뭔 일이 일어나던지 해야 할 텐데 말이야.”
한 시간 동안 질질 짜는 동안, 이 숲은 여전히 고요했다. 그리고 느껴지는 이 감각들은 이곳이 현실 이라는 것에 확고한 믿음을 주게 되었다.
“후....일단 여기가 어딘지 알아야 할 것 같은데...”
혁수가 코끝이빨개진 채로 말했다.
그렇게 미친 듯이 울어댔으니 말이다.
물론 내 눈가도 눈물 때문에 빨개져서 혁수의 꼴을 언급 하진 않았다.
그런 짓을 해 봤자, 누워서침뱉기 아닌가...
“네가 아까 꼬라박은 절벽 아래 아니야?”
“그러면 분명 박살난 차도 있어야...그런 눈으로 보지마! 진짜 잘못 했다니깐?”
“진짜...넌 돌아가면 보자...내 신형 아빤데 값만큼 내놔야 할 거다.”
“다 좋으니깐 일단 돌아가자고! 여기서 가만히 있다가 굶어 죽으면 그런 거 다 소용없어!”
“후...좋아...난 침착해. 친한 동생이 내 애마를 부셔먹고, 왠 중딩 여자애 꼴이 됐지만 난...후후... 냉정해.”
“.....”
다시 한 번 발끈한 속을 잠재우고 씨익 한 번 웃어보자, 혁수는 못볼 꼴 본 것 마냥 손사레를 쳤다.
“일단 좀 움직여 볼까?”
사고가 나긴 했지만, 워낙 깊은 숲처럼 보이고, 가만히 있는다고 구조될 것 같지도 않으니 여기서 움직여야 하는 것이 맞긴 하다. 그런데.
“야 잠만. 나 못가.”
“잉? 갑자기 왜?”
“내 꼴을 봐라! 이래가지고 어떻게 걸어?”
덩치 큰 성인 남성용으로 제작된 옷과 신발들은 이미 헐렁헐렁 거려서 한번 발을 내딛을 때 마다 나의 신체에서 상극인 것 마냥 축 떨어져 내리니, 영 걷기가 힘들다.
“걍 벗어.”
저 녀석의 입이 드디어 항문이랑 교체되어서 말이 아니라 방구가 나오는구나.
“미쳤냐? 나보고 쪽팔려서 뒤지라고? 이걸 콱!”
“아니이...어짜피 사람도 없고, 솔직히 아무리 여자라고 해도, 나이차가 띠 동갑은 가볍게 넘을 것 같은 어린애다가 그 안에든 게 형이라고 생각하니 딱히...?”
말 같지도 않는 말을 한 혁수에게 다시 구두를 들어보였더니, 구차한 말들을 꺼낸다.
분명 여기 오래있어 봤자 소용없을 것이고,어떻게든 움직이려면 맞는 말이기는 한데...
“야. 만약에 우리가 이 숲을 나와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고 처. 사람들이 우리 꼴을 보잖아? 넌 바로 깜빵행이야 이 등신아.”
“어우...얼른 제대로 옷 입어.”
그렇게 서로 옥신각신 하다가 결국 찾은 해결방안이란.
“이렇게 가자고?”
“빨리 출발해라 노예새끼야.”
혁수가 나를 어부바 한 상태다 이 말이다.
이 새끼 몸 만든다고 헬스장 다니고 단백질만 찾더니만, 가까이서 보니 꽤나 덩치도 크고 근육도 잘 만들어져 있는 떡대 아닌가.
“뭐 딱히 무겁지도 않고, 이정도면 충분히 걸을 만하긴 하네. 근데.”
“근데 뭐?”
“은근 등 뒤의 감촉이 느껴지네? 완전 절벽인 줄 알았는데.”
“와....시발아 넌 진짜 미친놈이네.”
“악! 악! 날뛰지 마! 잘못했어! 악!”
미친놈은 매가 약이라는 선대들의 교육은 역시 틀리지 않았는지 한바탕 날뛰고 나니 혁수는 나를 업고, 조용히 산 아래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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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상.”
“상승기류.”
“류...류....”
더듬거리며 내 끝말을 반박하기 위해 머리를 짜매는 혁수.
“풉! 진짜 개허접이넼ㅋㅋ.”
“아 형 조용히 해봐!...아! 류머티즘! 관절염 할 때 그거!”
“즘심나잘.”
“무...뭐? 그딴 게 어디 있어? 형 지금 사기 치는 거지?”
“있어 븅신아. 꼬우면 100만원 빵 하던가.”
“잘....잘....아 몰라!”
업혀가는 것도 지겨워진 참에, 간단하게 벌칙을 걸고 끝말잇기를 하며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근데 이자식 진짜 못한다. 아님 내가 너무 잘하는 건가? 뭐 상관없다. 결국 나는 이겼고, 저 녀석은 졌으니깐.
“자! 얼굴 돌려봐! 딱밤 맞아야지.”
“아니 형! 내가 지금 형을 업고 가는데, 그런 사람을 때리고 싶어?”
“내 아빤데.”
“아니..거기서 그 말을 꺼내면....하...아니 진ㅉ..”
“내 애마.”
“....여기요.”
자꾸 지는 게 억울한지 항변을 시도하는 혁수. 하지만 내 애마의 값을 치르기 전 까지는 절대 저 녀석은 나한테 반항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닳고는, 얌전히 자신의 이마를 들이밀었다.
솔직히 나같이 착한 사람이 어디 있냐?
아직까지 저 녀석이 살아있으니깐 난 매우매우매우 착한 사람인 것 이다.
빡!
“악!....아 쓰으읍....”
“야. 아픈척은 무슨...”
“아니 이거 진짜 아파! 무슨 꼬맹이 몸으로 어떻게 그런 파워가 나오는 거야??”
“내 분노와 증오를 실어서 그럼.”
그렇게 시끌거리며 산을 내려갈 때는 우린 아직 몰랐다.
약 이틀 동안 원치 않게 남자vs자연을 찍을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