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화 〉그래서, 어디로 가자고? (2/289)



〈 2화 〉그래서, 어디로 가자고?

“생각해 보니 저승은...킁...아닌 것 같아...”

“그렇긴 하지...저승 이였다면 이미 저승사자가 왔든, 환생을 하든, 뭔 일이 일어나던지 해야  텐데 말이야.”

한 시간 동안 질질 짜는 동안, 이 숲은 여전히 고요했다. 그리고 느껴지는 이 감각들은 이곳이 현실 이라는 것에 확고한 믿음을 주게 되었다.

“후....일단 여기가 어딘지 알아야 할 것 같은데...”

혁수가 코끝이빨개진 채로 말했다.

그렇게 미친 듯이 울어댔으니 말이다.

물론  눈가도 눈물 때문에 빨개져서 혁수의 꼴을 언급 하진 않았다.

그런 짓을 해 봤자, 누워서침뱉기 아닌가...

“네가 아까 꼬라박은 절벽 아래 아니야?”

“그러면 분명 박살난 차도 있어야...그런 눈으로 보지마! 진짜 잘못 했다니깐?”

“진짜...넌 돌아가면 보자...내 신형 아빤데 값만큼 내놔야 할 거다.”

“다 좋으니깐 일단 돌아가자고! 여기서 가만히 있다가 굶어 죽으면 그런 거 다 소용없어!”

“후...좋아...난 침착해. 친한 동생이 내 애마를 부셔먹고, 왠 중딩 여자애 꼴이 됐지만 난...후후... 냉정해.”

“.....”

다시 한 번 발끈한 속을 잠재우고 씨익  번 웃어보자, 혁수는 못볼  본 것 마냥 손사레를 쳤다.

“일단  움직여 볼까?”

사고가 나긴 했지만, 워낙 깊은 숲처럼 보이고, 가만히 있는다고 구조될 것 같지도 않으니 여기서 움직여야 하는 것이 맞긴 하다. 그런데.

“야 잠만. 나 못가.”

“잉? 갑자기 왜?”

“내 꼴을 봐라! 이래가지고 어떻게 걸어?”

덩치  성인 남성용으로 제작된 옷과 신발들은 이미 헐렁헐렁 거려서 한번 발을 내딛을  마다 나의 신체에서 상극인 것 마냥 축 떨어져 내리니, 영 걷기가 힘들다.

“걍 벗어.”

저 녀석의 입이 드디어 항문이랑 교체되어서 말이 아니라 방구가 나오는구나.

“미쳤냐? 나보고 쪽팔려서 뒤지라고? 이걸 콱!”

“아니이...어짜피 사람도 없고, 솔직히 아무리 여자라고 해도, 나이차가  동갑은 가볍게 넘을  같은 어린애다가  안에든 게 형이라고 생각하니 딱히...?”

 같지도 않는 말을 한 혁수에게 다시 구두를 들어보였더니, 구차한 말들을 꺼낸다.

분명 여기 오래있어 봤자 소용없을 것이고,어떻게든 움직이려면 맞는 말이기는 한데...

“야. 만약에 우리가 이 숲을 나와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고 처. 사람들이 우리 꼴을 보잖아? 넌 바로 깜빵행이야 이 등신아.”

“어우...얼른 제대로 옷 입어.”

그렇게 서로 옥신각신 하다가 결국 찾은 해결방안이란.

“이렇게 가자고?”

“빨리 출발해라 노예새끼야.”

혁수가 나를 어부바 한 상태다  말이다.

이 새끼  만든다고 헬스장 다니고 단백질만 찾더니만, 가까이서 보니 꽤나 덩치도 크고 근육도 잘 만들어져 있는 떡대 아닌가.

“뭐 딱히 무겁지도 않고, 이정도면 충분히 걸을 만하긴 하네. 근데.”

“근데 뭐?”

“은근 등 뒤의 감촉이 느껴지네? 완전 절벽인 줄 알았는데.”

“와....시발아 넌 진짜 미친놈이네.”

“악! 악! 날뛰지 마! 잘못했어! 악!”

미친놈은 매가 약이라는 선대들의 교육은 역시 틀리지 않았는지 한바탕 날뛰고 나니 혁수는 나를 업고, 조용히 산 아래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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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상.”

“상승기류.”

“류...류....”

더듬거리며 내 끝말을 반박하기 위해 머리를 짜매는 혁수.


“풉! 진짜 개허접이넼ㅋㅋ.”

“아 형 조용히 해봐!...아! 류머티즘! 관절염 할  그거!”

“즘심나잘.”



“무...뭐? 그딴 게 어디 있어? 형 지금 사기 치는 거지?”

“있어 븅신아. 꼬우면 100만원 빵 하던가.”

“잘....잘....아 몰라!”

업혀가는 것도 지겨워진 참에, 간단하게 벌칙을 걸고 끝말잇기를 하며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근데 자식 진짜 못한다. 아님 내가 너무 잘하는 건가? 뭐 상관없다. 결국 나는 이겼고, 저 녀석은 졌으니깐.

“자! 얼굴 돌려봐! 딱밤 맞아야지.”


“아니 형! 내가 지금 형을 업고 가는데, 그런 사람을 때리고 싶어?”

“내 아빤데.”


“아니..거기서 그 말을 꺼내면....하...아니 진ㅉ..”

“내 애마.”

“....여기요.”

자꾸 지는 게 억울한지 항변을 시도하는 혁수. 하지만 내 애마의 값을 치르기 전 까지는 절대 저 녀석은 나한테 반항 할  없다는 것을 깨닳고는, 얌전히 자신의 이마를 들이밀었다.

솔직히 나같이 착한 사람이 어디 있냐?

아직까지  녀석이 살아있으니깐 난 매우매우매우 착한 사람인  이다.

빡!

“악!....아 쓰으읍....”

“야. 아픈척은 무슨...”

“아니 이거 진짜 아파! 무슨 꼬맹이 몸으로 어떻게 그런 파워가 나오는 거야??”

“내 분노와 증오를 실어서 그럼.”

그렇게 시끌거리며 산을 내려갈 때는 우린 아직 몰랐다.

약 이틀 동안 원치 않게 남자vs자연을 찍을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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